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32)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32화(32/300)
◈ 제32화
16. 진실은 언제나 하나 – 2
이안은 그에게 답해 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걸 본 둘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굳은 표정의 윌리스가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안 성도님. 입회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가장 먼저 그를 만난 것이 이안인 만큼 악마 검증에 입회한 뒤 증언을 해 줘야 한다.
윌리스의 요청에 이안은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아란세와 하륜은 참석할 생각이 없었는지 고개만 저었다.
“그럼 가시죠.”
휘성단으로 들어가자 이미 상급 교관들과 거구의 노인이 심각한 얼굴로 포박된 라키드를 보고 있었다.
<프레돈 아카데미 학장 카르지드 윌리반입니다.>
<7서클의 대마법사이며 많은 이들에게 존경을 받습니다.>
<다만 정치적 입지가 약해 아카데미의 정책에는 크게 관여하지 않습니다.>
‘그냥 얼굴마담이라는 건가?’
<그렇습니다.>
키르케의 보고를 들은 이안은 카르지드를 보았다.
표정이 꽤나 안 좋은 것이 이번 일에 충격이 큰 모양이다.
“네가 이안인가?”
그를 보던 이안에게 짙은 갈색 머리칼의 교관이 다가왔다.
“헤이스팅스 상급 교관이다.”
“중급 B반 대표 이안 브랜든입니다.”
“알고 있다. 네가 가장 처음 라키드를 발견했다지?”
“예.”
“그때 그의 상태는 어땠나?”
“그게 중요합니까?”
“중요하지. 스스로 손을 잡은 것과 잡힌 것은 다르니까. 윌리스 사제님. 그렇지 않습니까?”
헤이스팅스의 질문에 윌리스는 냉정하게 고개를 저었다.
“변호는 일단 검증부터 한 후에 하시는 것이 어떠십니까?”
“그게 낫겠군요.”
짧게 답한 그는 이안에게 작은 어조로 말했다.
“이안. 잘 생각해 두거라. 그가 아카데미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그러고 나서 그의 어깨를 살짝 토닥였다.
헤이스팅스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쉽게 알 수 있었다.
아까 판단한 것처럼 아카데미에서는, 학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상급 교관들은 그가 처벌을 받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이런 건 어딜 가든 비슷하네.’
<주인님께서 겪으신 세계의 절반 이상이 이런 일에 저런 반응이 나왔지요.>
‘그리고 내 대응도 똑같았지.’
이안은 피식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모인 모두가 앉자 윌리스는 디바인 마크를 들었다.
“지금부터 악마 검증을 시작하겠습니다.”
이안에게 했던 것처럼 세 명의 사제들이 나서서 성력을 퍼붓는다.
그사이 발생한 태양의 기운을 이안이 몰래몰래 흡수하는 동안 라키드는 고통에 찬 신음성을 토해 냈다.
“으…… 으으…….”
그리고 그의 내갑에서 비명이 터졌다.
“크아아아!! 하찮은 태양의 추종자들이!!”
그림자가 일렁거리며 볼라디가 포효했다.
그걸 본 윌리스는 수녀들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곧이어 성가가 울려 퍼지자 그는 바로 태양휘성석을 들었다.
“악마여. 태양 앞에 너의 모습을 밝혀라.”
“태양과 달의 은총을 받을 뿐인 이 비루한 놈들!! 이 세계는 우리의 것이다! 이미 멸망했어야할 잡것들 따위가!!”
“악마여. 태양 앞에 너의 죄를 밝혀라.”
“크아아아아아!!”
볼라디의 비명을 듣던 헤이스팅스는 강하게 외쳤다.
“악마가 그 갑옷에 있습니다!! 당장 저 내갑부터 벗겨 보고 다시 해 봅시다!!”
윌리스는 요청대로 바로 그의 갑옷을 벗겼다.
이후 사제들이 라키드에게 다시 성력을 보냈다.
살짝 고통스러워하긴 하지만 그게 다다.
악마의 흔적만 남은 그를 본 헤이스팅스는 거보란 듯 외쳤다.
“라키드는 저 사악한 악마를 발견하고 싸우다가 기습을 당하고 몸을 빼앗긴 것에 불과합니다!!”
악마와 계약해 혼이 연결된 상태라면 악마와 똑같이 고통받아야 한다.
하지만 라키드의 상태를 보니 그런 것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그럼 그저 악마에게 몸을 빼앗긴 정도라 할 수 있었다.
이런 경우는 몇 번이나 봤고, 몇시간 지나면 그 흔적도 사라진다.
그것을 아는 다른 교관들도 동의하며 외쳤다.
“그리고 지금까지 라키드가 쓰러트린 악마가 몇인데!! 이런 식으로 압박하는 것은 문제 아닙니까?!”
“또한 라키드는 장래가 유망한 생도입니다. 고작 육체를 빼앗겼던 정도가 무슨 큰 문제입니까?!”
교관들이 그를 옹호하자 윌리스는 라키드를 보았다.
“성도님께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부디 진실만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윌리스가 상냥하게 말하자 라키드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잠시의 망설임 없이 볼라디와 나눴던 이야기를 말했다.
모두가 신음하자 그는 고개를 떨군 채 힘없이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제가 저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 손을 잡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비록 계약은 안 했다 하더라도 세례받은 성도가 악마를 발견하고 주저한 것은 큰 죄입니다. 그러니 처벌은…… 달게 받겠습니다.”
입을 다물고 생각하던 윌리스는 이안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럼 이안 성도님의 의견은 어떠십니까?”
가장 처음 조우했고, 저 악마를 쓰러트린 것도 이안이다.
그의 증언에 따라 처분이 결정될 수도 있으니 이안의 증언은 무척이나 중요했다.
윌리스가 묻자마자 헤이스팅스를 비롯한 상급 교관들은 그를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말 잘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막대한 무언의 압력을 받으며 이안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올림피아드의 데마고기를 사용합니다.>
“세례받은 신자라면 악마를 발견하자마자 태양신전으로 가셔야 했는데 그러지 않으셨지요. 그리고 계약만 안 했을 뿐이지 악마와 손을 잡은 것은 사실 아닙니까?”
그 말이 나온 순간 휘성단이 얼어붙었다.
상급 교관들은 모두 죽일 듯이 이안을 노려보았다.
라키드의 죄를 덮으려는 저들의 욕망을 이안은 비웃었다.
‘이것이 나의 즐거움인데. 그걸 버릴 수야 없지.’
왕자라고?
마스터라고?
아카데미의 대표인 생도회장이라고?
그게 어쨌다는 건가.
“윌리스 사제님. 태양교단에도 악마와 싸우시는 분들이 계시겠지요?”
“그렇습니다. 이안 성도님.”
“그분들께서 이런 일에 휘말리신 적이 있으십니까?”
“드물긴 하지만 있긴 합니다.”
“그분들은 어떻게 됩니까?”
“일단 악마와 계약을 하게 된다면 처형이지만…… 단순하게 유혹에 흔들린 정도라면 신전에서 스스로 죄에 대한 벌을 받으십니다. 대부분 5년 이상의 봉사지요.”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이안이 자리에 앉자 헤이스팅스는 이를 갈고 손을 들었다.
“윌리스 사제님. 라키드를 그분들과 같은 취급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그는 라키드를 가리켰다.
“라키드는 태양교단의 사제가 아닙니다. 물론 세례를 받았다지만 일개 생도에 불과하지요.”
“그렇지요.”
“그런 이가 악마의 달콤한 유혹에 잠시 흔들린 것이 그리 큰 죄입니까?”
잠시 말을 멈춘 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호소했다.
“또한 사제님께서도 아시잖습니까. 라키드가 얼마나 귀중한 인재인지. 그가 아카데미에 얼마나 필요한 자인지.”
그것만큼은 윌리스도 부정할 수 없었다.
장래가 유망한 데다가 신분도 좋고 아직 어린데도 벌써 마스터다.
그것도 그냥 마스터도 아니고 오러를 이용한 기술을 몇가지나 쓸 수 있는 숙련된 마스터다.
라키드의 가치 정도는 그도 잘 알고 있었다.
“라키드는 저희 프레돈 아카데미의 자랑이며, 대표입니다. 만약 그가 악마에게 유혹당해 살짝, 아주 살짝이나마 흔들렸다는 것을 제국 아카데미에서 알면 얼마나 비웃겠습니까?”
“으음…….”
카르지드는 불편한 듯 신음했다.
그 역시 그것은 싫었던 모양이다.
“다들 아시겠지요? 그러니 여러분. 이 정도는 그냥 넘어갑시다. 그리고 라키드가 재학하는 동안 태양교단의 의뢰를 우선적으로 수행하게 하겠습니다. 이정도면 괜찮지 않습니까?”
헤이스팅스의 말에 라키드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걸 본 이안은 히죽 웃었다.
“악마가 육체를 완전히 차지하고 날뛰었는데 그렇게 끝내도 됩니까?”
“문제 있나?”
그가 노려보자 이안은 어깨를 으쓱였다.
“만약 다른 생도에게 이런 일이 있었어도 그렇게 말씀하실 겁니까?”
그의 질문에 헤이스팅스는 입을 다물었다.
“과거에도 아카데미의 생도가 악마와 관련된 적이 있더군요.”
5년 전쯤의 일이다.
하급생도 하나가 같은 반 생도들의 괴롭힘을 이기지 못하고 악마를 소환해 힘을 얻으려는 의식을 치르다 걸렸었다.
“결국 악마를 못 불러냈고 복수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퇴학당했더군요.”
이안의 시선에 헤이스팅스는 어금니가 부서져라 이를 갈았다.
“그때 어느 상급 교관님께서 아카데미의 명예를 언급하며 과할 정도로 강한 처벌을 주장하셨다지요.”
“……네놈.”
“심지어 그는 세례를 받기는 커녕 태양교단의 신자조차 아니었는데.”
윌리스가 그 일을 떠올리는 사이 이안은 말을 이어 나갔다.
“이곳. 프레돈 아카데미는 평화를 바라는 용사님을 기리며 만들어진 곳입니다. 그런데 그 평화를 어그러트리는 악마와 손잡았던 분을 그냥 봐준다라.”
그는 슬쩍 라키드를 보았다.
“그런 분이 과연 아카데미의 얼굴이 될 수 있을지가 의문입니다. 또 이대로 넘어가는 건 라키드 회장님도 원하지 않는 듯싶습니다.”
라키드는 놀란 눈으로 이안을 보았다.
그가 씩 웃어 주자 헤이스팅스는 버럭 소리쳤다.
“닥쳐라!! 라키드와 그가 같나?!”
“몸은 어린아이에 머리는 어른인 녀석이 그러더군요. 진실은 언제나 하나라고. 어떻게 말씀하셔도 회장님께서 하신 일은 변하지 않습니다.”
이안의 말대로 라키드는 악마와 손을 잡았다.
실제로 그가 그렇게 자백하기도 했고.
그 사실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변하지 않는다.
“네놈이 끝까지!! 그러는 네놈은 얼마나 깨끗하길래 그리 지껄이는 거냐!”
“딱히 깨끗하지는 않습니다. 일단 저도 말이 많기는 했죠. 손에 피도 많이 묻혔고.”
“그런 주제에 잘도 떠드는구나?”
“뚫린 입인지라 잘 나오는군요.”
히죽 웃은 이안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검증을 위해 나온 사제들과 수녀들, 성기사들 모두 그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처벌로 봉사 활동 처분 받았잖습니까. 또한 저에 대한 일과 이 일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논점을 흐리려하지는 마시죠.”
헤이스팅스와 그를 따르는 상급 교관들이 이를 갈며 일어났다.
그들을 향해 여유롭게 웃은 이안이 내공을 움직이려는 찰나.
“그만.”
카르지드는 손을 들었다.
“윌리스 사제. 이만하면 되었소. 이제 판결을 내리도록 합시다.”
그는 라키드를 응시했다.
“라키드. 지금까지 고생 많았다.”
“죄송합니다. 학장님.”
“뭔가 할 말이 있나? 있다면 들어주마.”
그는 잠시 이안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것을 안타깝게 보던 카르지드는 입을 열었다.
“지금 이 순간부터 라키드 스칼렛의 생도회장직을 박탈한다.”
“학장님!!”
“원래라면 퇴학을 명해야 하겠지만 그간 고생해 준 너에게 그럴 수는 없겠구나. 그러니 3년간 유급을 명한다. 자퇴를 원한다면…… 언제든지 받아 주마.”
“……처분을 달게 받겠습니다.”
“윌리스 사제. 아카데미의 처벌은 이것으로 끝내야 할 것 같소. 이해해 주시구려.”
“알겠습니다. 그럼 태양교단의 판결을 내리겠습니다.”
윌리스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잔뜩 성난 상급 교관들의 시선을 받으면서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태양교단의 세례받은 성도가 악마와 결탁하게 될 경우 5년 이상 신전에서 봉사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라키드 성도님께서 그간 하신 일을 생각하고. 또한 악마와 계약을 한 것도 아닌 데다가 피해 역시 없…….”
“……몇 가지 피해가 더 있습니다.”
라키드가 말하자 헤이스팅스는 이를 갈았다.
어떻게든 죄를 덮어 주려고 하는데 라키드도, 그리고 저 망할 이안도 말썽이다.
‘이것들이 진짜……!’
그가 분통을 터트리든 말든 이안은 수첩을 들었다.
“지금까지 일어난 사건들의 범인도 라키드 회장님이시지요?”
“이안 성도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가 넘긴 수첩을 받은 윌리스는 내용을 읽어보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라키드 성도님. 이때 의식이 있으셨습니까?”
“……없었습니다. 라고 말씀드리면 믿어 주시겠습니까?”
“믿겠습니다.”
“없었습니다.”
“좋습니다. 이에 대한 조사도 바로 실시해야겠군요. 잠시 휴정하지요.”
성기사들이 조사를 위해 나가자 이안은 라키드를 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단 하나의 감정만이 남아 있었다.
<후회하고 있군요.>
‘그래도 사람이 됐네. 직위로 밀어붙이는 자였으면 다 엎어 버리려고 했는데.’
<헬리드가 따로 모아 둔 자료를 쓸 일이 없어서 다행입니다.>
라키드가 깔끔하게 자백한 덕분에 일이 쉬워졌다.
물론.
-까드득.
상급 교관들의 분노는 더욱 커져 가고 있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