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34)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34화(34/300)
◈ 제34화
17. 진실의 대가 – 2
수업이 끝나자 이안은 봉사 활동을 위해 태양신전으로 향했다.
그가 오자 윌리스는 웃으며 반겼다.
“잘 오셨습니다. 라키드 수행 사제님과 함께 휘성단의 청소를 해 주셨으면 합니다.”
“같이 일하면 욕하는 것 아닙니까?”
“그러시지는 않으시겠죠. 아. 그리고 이번 일의 보상은…….”
“성물이면 됩니다.”
“본단에 요청해 좋은 성물을 마련해 두겠습니다.”
악마를 쓰러트리는 위업을 달성했으니 그에 대한 보답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윌리스는 부드럽게 웃으며 그에게 목록을 보여 주었다.
“어떤 것이 좋으십니까?”
목록을 훑어본 이안은 빙긋 웃었다.
“성력이 가장 많이 담긴 것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간단하게 말한 이안은 그에게 먀네를 맡기고 휘성단으로 향했다.
휘성단에 도착하자 청소 도구를 들고 있는 허름한 복장의 수행 사제 한 명이 있었다.
갑옷 대신 사제복을.
검 대신 청소도구를 든 라키드는 꽤나 어색해하며 이안을 보았다.
“회장님.”
“이제는 회장이 아니다.”
“그럼 선배님으로 해 드리지요.”
“아카데미에 선후배 사이가 어디 있나.”
아카데미는 실력으로 그 위치가 판가름 난다.
이제 막 입학해도 상급생도가 된다면 졸업 예정자인 하급생도보다 윗줄이다.
그런데 연차로 선후배를 가릴 수 있겠나.
그는 씁쓸해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럼 왕자님이라 부르겠습니다.”
“이 일로 왕국에서는 나를 배제하려고 할 거다. 그럼 왕자도 아니게 되겠지.”
<스칼렛 왕국은 태양교단의 영향력이 강한 곳입니다.>
<국왕 코르자 스칼렛은 태양교단의 판단을 존중할 것입니다.>
‘그리고 태양교단에서 많은 것을 얻어 내려 하겠지. 왕자의 처벌도 맡길 정도로 태양교단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니까.’
“그럼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라키드?”
“……그냥 수행 사제라고 불러 다오.”
“예. 어쨌든 청소나 하시죠.”
“그러자.”
그와 함께 이안은 창문을 닦았다.
한참 청소를 하던 도중 라키드가 툭 내뱉듯 말했다.
“너를 한 번 더 만나고 싶었다.”
“재대결을 원하십니까? 좋습니다. 다만 다시 붙으면 죽일 겁니다.”
이안의 당당함에 그는 웃음을 터트렸다.
상급 교관들의 압박에도 당당했던 것처럼 그는 여전히 거침이 없었다.
“부럽네. 난 이제 당당해질 수 없을 테니.”
“처벌 다 받고 나면 당당해지실 수 있겠죠.”
이안은 걸레를 들고 창문을 닦았다.
“엎질러진 물은 되돌릴 수 없지만 닦아서 새로 채워 넣을 수는 있잖습니까.”
라키드는 한숨을 쉬었다.
그런 그에게 이안은 씩 웃었다.
“그리고 그런 놈들 잡을 때 악마의 놈들의 힘 따위 빌릴 필요가 뭐 있습니까. 만약 계약이라도 했고, 또 이번 일 그냥 넘어갔다가 문제만 더 커졌을 겁니다.”
이것이 어떤 트집이 잡히고, 또 어떤 약점이 되어 라키드를 공격할지 모른다.
어쩌면 헤이스팅스의 장기 말이 되어 아카데미 재학 내내.
아니, 졸업 후에도 그의 입맛대로 움직였을지도 모르지.
“하아. 그렇다면 이안. 너라면 이런 일에 어떻게 대응할 건가?”
“방법이야 많지요.”
아카데미의 교칙이나 다른 인맥을 이용하면 된다.
“그들의 행동에 대해 공표한 후 가문을 압박합니다. 그러며 그들이 있을 곳을 줄여갑니다.”
“그리고?”
“또 피해자들의 증언을 통해 그들이 어떤 삶을 보였는지 알리고, 이후 지속적인 감시를 통해 그들을 한계까지 몰아간다면…… 뭐. 그 외에 다른 여러 방법도 있습니다.”
이안은 괜히 악마와 거래해서 이렇게 된 라키드를 향해 씩 웃었다.
“당신이 한 것처럼 폭력을 이용하는 것도 나쁜 방법은 아닙니다. 말로 해서 안 들어먹으면 패야지.”
“그, 그래?”
“예. 하지만 그 방법을 쓰실 거라면 최소한 안 걸리게, 걸리더라도 뒤탈 없게 하는 나을 겁니다. 괜히 이런 일 또 생길 수도 있으니까.”
이안은 라키드가 잘못했다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방법이 잘못되었다 여길 뿐.
그의 당당함에 라키드는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했다.
이안 역시 별다른 말 없이 청소를 이어 나갔다.
청소가 끝나자 라키드는 그를 잡았다.
“어쨌든 네가 사건의 범인을 찾기는 했군.”
“예. 안 그래도 그거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태양휘성석은 A반 기숙사의 내 방에 있다. 가져가라.”
라키드는 목에서 펜던트를 꺼냈다.
그것을 꾹 누르니 열쇠가 나온다.
“상급 기숙사 A동 4층이 내 방이다. 그리고 듣자 하니 검이 박살 났다던데.”
“예.”
“내 검을 주지. 어차피 난 이제 검을 잡을 일이 없을 것 같으니까.”
“감사히 쓰죠.”
명색이 한 나라의 왕자에 마스터가 쓰던 검이니 박살난 카르자의 검이나 한번 쓰고 부러지는 아카데미의 검보단 나을 것이다.
이안이 기대감을 품자 라키드는 한숨을 쉬었다.
“이안. 네 덕분에 나는…….”
“그럼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수고하세요.”
“……응?”
씁쓸하게 독백을 하려던 그는 고개를 들었다.
이안이 가 버리자 라키드는 멍하니 중얼거렸다.
“뭐야? 저 녀석.”
라키드의 사정이 어떤지, 그의 생각이 어떤지.
이안은 그것에는 조금의 관심도 없었다.
중요한 것은 원하던 것을 얻게 되었다는 것뿐이다.
“태양휘성석도 얻게 되었고, 또 태양교단의 성물도 얻게 되었네.”
<축하드립니다.>
“거기에 당분간 쓸 만한 검도 획득했고. 악마 하나 잡고 얻은 것이 많다.”
<이 모두 주인님의 덕입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예배를 마치고 이안은 바로 상급 기숙사로 향했다.
중급보다 몇 배는 좋아 보이는 상급 기숙사의 A동.
한 층 전체를 쓰는 라키드의 방에 들어가자 키르케가 보고했다.
<책상 두 번째 서랍에 태양휘성석이 있습니다.>
“먀아~ 먀먀~.”
먀네도 태양휘성석의 기운을 느꼈는지 그쪽으로 달려갔다.
먀네가 서랍을 앞발로 긁자 이안은 서랍을 열었다.
그 안에 태양교단의 고급스러운 상자가 있었다.
“여기 있는 태양의 기운을 흡수하면 균형이 또 무너지겠지?”
<그렇습니다.>
“그럼 일단 챙겨만 둬야겠군.”
상자를 챙겨 둔 이안은 방을 둘러보았다.
고급스러운 가구들로 가득 차 있는 넓은 방의 구석에 검과 갑옷이 있었다.
그 중 검을 이리저리 살펴본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럭저럭 쓸만한 검이다.
그는 검을 검집에 넣고 허리에 착용한 후 말했다.
“뭐 더 챙길 건 없나?”
<없습니다.>
남은 성물도 없고 무기도 없다.
애초에 이 방에 라키드의 개인 물품은 거의 없었다.
이안은 고급스럽지만 살풍경한 방을 둘러보다 아쉬움 없이 몸을 돌렸다.
* * *
라키드의 일로 생도회 주관의 행사가 대부분 취소되었다.
그 대비라든가, 대외적인 처리, 제국 아카데미와의 관계까지.
여러 가지 일로 아카데미는 크게 혼란스러웠다.
그 와중에도 시간은 흘러갔고 영웅제가 이제 코앞으로 다가왔다.
프레돈 아카데미 최대의 행사인 영웅제 때는 아카데미를 지원하는 각 나라나 기사단, 가문에서 찾아온다.
졸업, 혹은 졸업 예정자.
그게 아니라도 싹수가 보이는 인재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말이다.
“각자 가문이 있는데도 스카우트를 위해 온다라…….”
“아카데미의 생도들이 꼭 자기 가문에서 환영받는 건 아니지.”
생도들이 아카데미에 보내지는 이유를 생각하면 더 그럴 것이다.
오히려 다른 가문에 간다면 환영하기도 했었다.
승계의 걸림돌을 치우며 다른 가문과 결속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진은 간단한 경우를 설명하고 은근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니까 귀족 같은 복잡한 거 하지 말고 모험가 하라니까.”
“나 졸업까지 시간 아직 많이 남았다.”
“꼭 아카데미에서 다 배울 필요는 없지 않나? 그리고 너 어지간한 건 다 할 줄 알잖아?”
그렇긴 했다.
아카데미에 남는 이유도 효율적으로 빠르게 정보와 지식을 얻어 키르케를 성장하게 하려는 것뿐.
거기에 음양의 내공도 어느 정도 성장하고 균형을 이뤄 굳이 아카데미에 남을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 다른 곳으로 간다고 해서 딱히 좋을 것이 뭐가 있겠나.
거기에 아란세와 한 약속도 있으니 지금 떠날 필요는 없었다.
이안이 내켜 하지 않자 하륜이 말했다.
“그런 소리 말아 줄래? 귀족이라면 귀족과 어울려야지.”
“이안의 실력을 생각해 보라고. 어느 귀족가나 기사단에 가더라도 올라갈 수 있는 한계는 있어.”
하지만 모험가는 다르다.
당장 S급만 되어 봐라.
어느 나라의 귀족 못지않은 삶을 살 수 있고 자유를 가질 수 있다.
“모험가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 어떤 제약도 없고 어디든지 갈 수 있다고.”
“그것도 단점은 있지. 영지에 출입할 때 경계받기도 하고, 또 수도 같은 곳은 아예 안 받아 주는 곳도 있잖아.”
“A급 이상은 약간의 절차만 거치면 환영받아.”
“그 환영은 이용하기 위해서 아냐?”
“귀족은 안 그런가.”
<적성 개체 하이 오크 17마리가 접근 중입니다.>
두 마법사가 언쟁을 벌이는 사이 키르케가 보고했다.
그것을 들은 이안은 검을 잡았다.
“몰아왔어!!”
“으아아! 잡자!! 하이 오크가 열 마리가 넘는다고!!”
블랜치와 발라가 결계 안으로 들어오자 그래진은 지팡이를 내밀었다.
“아스트랄 레이저.”
준비된 마법을 발동시키자 지팡이에서 빛이 쏘아졌다.
결계를 통과한 빛이 달려오는 하이 오크들에게 적중했다.
그들이 타격을 입은 것을 본 이안은 유유히 걸어 나갔다.
“블랜치! 발라! 지원해!”
하륜이 마법을 준비하며 말하자 몬스터를 몰아온 둘은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쟤 혼자 다 잡을 텐데?”
“어제 못 봤어? 이안 혼자 트롤 두 마리를 동시에 잡았다고.”
쓰리 아이 트롤에 비하면 훨씬 약하지만 그래도 트롤 역시 B급에 속하는 강한 몬스터다.
그런 몬스터 둘을 이안은 혼자 잡았다.
그런데 저 정도 수의 하이 오크가 대수겠나.
“위험할 것 같으면 나갈게. 근데 나갈 일은 없어 보이네.”
“저렇게 싸우는데 지칠 것 같지도 않고.”
그들의 말대로 이안은 간단하게 하이 오크들을 베어 넘겼다.
심지어 목이 베이며 분수처럼 터지는 피조차 그의 몸에 한 방울도 닿지 않는다.
하이 오크들을 압살하는 그를 보던 발라는 손바닥을 비볐다.
“이 정도면 우리가 최고점이겠지?”
하륜이 친 결계 안쪽에는 몬스터 처치의 증거가 가득 있었다.
뿌듯해하는 그를 향해 블랜치는 웃으며 동의했다.
“마법사 둘에 이안까지 낀 파티라니. 내 생에 이런 호화스러운 파티에 들어오게 될 줄은 몰랐군.”
“제비뽑기의 신께 감사드려.”
영웅제가 가까워지며 몬스터 헌팅 훈련은 좀 더 어려워졌다.
미얄 산맥의 깊은 곳으로 들어가게 되며 머물러야 하는 기간이 늘었다.
당연히 파티원의 수도 늘어났고 덕분에 다섯 명의 파티를 구성했다.
그리고 그 파티 구성은 제비뽑기로 결정되었다.
그렇기에 마법사가 둘이나 같은 파티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그나저나 이거 다 팔면 이천 골드는 넘겠다.”
지금까지 모인 몬스터들의 재료들이 꽤나 많다.
정리해 놓은 재료들을 보던 그래진은 고개를 저었다.
“이건 이안한테 몰아주자. 우리랑 다르게 쟤는 가문에서 지원도 안 받으니까.”
그의 본가인 브랜든 남작가에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지원금을 보내지 않았다.
아무리 가문에서 내놓은 자식이라도 생활을 위한 용돈 정도는 보내기 마련인데.
그것조차 없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하물며 이안의 실력이나 아카데미에서의 위치를 생각하면 아무리 챙겨도 모자랄 거다.
그런데도 브랜든 남작가는 지원은커녕 칭찬조차 없었다.
“이안 정도면 후계자로 세워도 좋을 텐데…… 거긴 왜 그런 걸까?”
“원래 귀족들이 그러잖아? 곧 죽어도 자기 권력이 우선이지. 스칼렛 왕국 보면 모르겠냐.”
그 뛰어난 라키드를 버리고 보민다를 밀었잖은가.
그래진이 시니컬하게 말하자 귀족 둘은 인상을 찡그렸다.
하지만 틀린 말이 아니라 반박할 수는 없었다.
“저 녀석은 모험가를 해야 해.”
그래진은 지그시 이안을 바라보았다.
그사이 하이 오크를 전부 잡은 이안은 결계 안쪽을 향해 손짓했다.
다들 나와 몬스터 처치의 증거를 챙겨 안으로 들어가자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아까 하이 오크 하나의 다리에 아라크네의 거미줄이 붙어 있더라. 근처에 있는 것 같은데 잡자.”
“아라크네라…… 위험하지 않을까?”
오러가 아니면 그 단단한 외갑은 부술 수도 없다.
이곳에서 그 정도 실력이 되는 것은 이안뿐이다.
하륜이 걱정하자 그는 고개를 저었다.
“끌고 올게.”
“같이 가자.”
“혼자 가면 위험하잖아.”
블랜치와 발라가 일어나자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쉬고 있어. 몬스터 몰이 하느라 힘들었을 텐데.”
방금 전투를 치른 사람이 더 피곤할 텐데.
하지만 이안은 먀네만 데리고 휘적휘적 결계 밖으로 나가 버렸다.
“몬스터 잡는 거 보면 모험가가 잘 어울린다니까.”
“자기 사람을 챙기는 모습은 상가에 어울리지. 특히 소금 같은 귀한 거 파는 곳이.”
“저 강력한 힘을 보면 무가가 제격 아닌가?”
“남부 평원의 큰 부족에 던져 놔도 전사로서 잘 싸울 것 같은데.”
넷은 이안이라는 인재를 손에 넣기 위해 같은 편임에도 서로를 싸한 눈으로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