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36)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36화(36/300)
◈ 제36화
18. 전야제 탐색전 – 2
말하려던 그는 입을 다물었다.
“하하. 별소리를 다 하게 하는군. 그렇게 궁금하냐?”
개인 사정일 테니까 크게 궁금하지는 않았다.
이안의 심드렁한 반응에 아란세는 쓰게 웃었다.
“더 탐색할 필요는 없겠죠?”
“그렇지.”
“그럼 돌아가죠.”
얼굴 도장도 찍었고, 또 특별한 것도 없다.
굳이 계속 남을 필요가 없기에 이안은 몸을 돌렸다.
그때 그들에게 한 쌍의 커플이 다가왔다.
“아란세 교관님. 이안.”
C반 대표인 에이스윈과 저번에 악마와 싸울 때 협력해 주었던 C반의 재가 성직자 세이렌이었다.
“이안. 탐색은 다 했나?”
“탐색이 더 필요한가 모르겠다.”
이안의 대꾸에 에이스윈이 씁쓸해하는 사이 세이렌이 발랄한 어조로 말을 걸었다.
“이안. 나 알지? 먀네~ 나 알아?”
“먀먀~ 먀아~.”
“세이렌이지?”
먀네도, 이안도.
둘 다 자신을 아는 듯하자 그녀는 생글생글 웃었다.
“오~ 기억해 줬네? 고마워라.”
가볍게 인사를 건넨 그녀는 에이스윈이 아란세와 이야기를 나누자 이안에게 다가가 물었다.
“그런데 이안. 궁금한 게 있는데 말이야.”
“뭐?”
“저번에 볼라디와 싸울 때 넌 분명 축복받지 않은 무기로도 악마의 기운을 물리쳤었지? 어떻게 한 거야?”
“성물 많이 들고 있었거든.”
이안은 목걸이와 주머니에 있는 성물들을 꺼내 들었다.
그걸 본 그녀는 감탄했다.
“많기도 하네. 혹시 성기사에 관심 있어?”
“왜. 관심 있으면 소개시켜 주게?”
“원한다면. 우리 영지에 계신 스승님께 널 추천해줄게. 어때? 반은 다르다고 하더라도 졸업 후에도 다를 이유는 없잖아?”
세이렌이 말하자 이안은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
“내가 거기 가면 B반에 울고불고 질질 짤 애들이 한둘이 아닐걸? 그리고 성기사 입단 제안은 이미 받았어.”
그 이야기는 처음 듣는 아란세는 에이스윈과 대화를 멈추고 정색했다.
“아카데미 관두고 성기사 할 생각이냐?”
“아뇨. 교관님과 약속한 것도 있잖습니까.”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아란세는 안도했다.
“어? 어어. 그, 그렇지.”
그가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세이렌은 아쉬워했다.
“그래?”
“그래.”
대충 대화가 끝난 듯싶자 세이렌은 에이스윈을 잡고 끌었다.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는 그가 반항했지만 그녀는 그저 싱글거릴 뿐이었다.
“이안. 내 제안은 잘 생각해 보라고.”
* * *
이안이 파티에 참석하고 있는 사이 아카데미 바깥 마을은 영웅제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준비가 한참인 마을의 작은 술집에 대륙의 강자들이 모였다.
카르자 후작가의 카르자 기사단.
스칼렛 왕국의 선홍 기사단.
팔레트 자유 기사단.
위드론 용병단.
그 외에도 대륙 각 나라에서도 이름이 쟁쟁한 곳의 수장들은 서로를 싸늘히 응시했다.
“이거 아카데미에 올 때마다 살이 떨린다니까.”
아우덴 백작가의 가주이자 마스터인 킬로드 아우덴은 살기를 풀풀 피워 올리는 이들에게 여유롭게 말했다.
“양식과 교양이 있는 사람들답게 여기서 싸우지 말자고.”
다들 동의했다.
만약 싸울 것이었다면 이 모임이 처음 이루어졌을 때 싸웠을 테니까.
개인적인 원한 관계는 여기서는 접어 둬야 했다.
살기가 가라앉자 한쪽에 앉아 있던 거구의 중년인이 입을 열었다.
“우리 카르자 기사단에서는.”
카르자 기사단의 단장이며 카르자 후작가 가주의 동생인 이세 카르자는 당당하게 말했다.
“에이스윈 카르자. 카덴 바르츠, 위드라 임시 생도회장. 그리고 이안 브랜든을 데려가겠다. 나머지는 추후 판단하지.”
이세의 싸늘한 말에 여기저기서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통보한 건가? 어휴. 누가 보면 네가 여기서 제일 강한 줄 알겠어?”
위드론 용병단의 단장인 위드론 뒤팽은 그를 비웃으며 탁자를 꽉 쥐었다.
웃고 있지만 이세가 통보한 것이 꽤나 짜증이 났던 모양이다.
그가 쥐고 있던 탁자가 으스러지자 선홍 기사단의 단장 키스 아이스빈이 말했다.
“스칼렛 왕국 사람은 우리가 먼저 챙겨야 하지 않을까?”
“뭔 개소리야.”
또다시 분위기가 살벌하게 흐른다.
그들을 지켜보던 킬로드는 탁자를 툭툭 쳤다.
“머저리도 아니고 몇 번을 말해야 하는 거냐.”
그가 으르렁거리고 나서야 다들 입을 다물었다.
물론 킬로드가 무서워서가 아니다.
이것은 모두의 합의하에 맺어진 규칙이기 때문이었다.
어떤 방식으로든 원하는 인재를 스카우트해도 되지만 유일하게 단 하나.
영웅제 기간 동안 서로를 향한 폭력만큼은 절대 인정되지 않는다.
그것이 허용된 순간 이 자리의 모든 강자들이 칼부림을 시작할 테니까.
“그냥 다 때려치우고 밖에 나가서 다들 목숨 걸고 붙어 보자고. 물론 최종적으론 내가 이기겠지만.”
킬로드가 자신만만하게 말하자 모두 그를 비웃었다.
당장이라도 나갈 것처럼 어깨를 들썩거리는 이들을 둘러본 그는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대충 진정된 듯싶었다.
“자. 그럼 자기들이 원하는 자들에 대한 정보는 얻었겠지?”
현재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생도는 이안이었다.
스칼렛 왕국 브랜든 남작가의 삼남.
지금까지 두각을 드러내지 않던 자가 갑자기 힘을 보였다.
그것과 더불어 그를 지도한 정체불명의 스승 때문에 더욱 관심을 두고 있었다.
“자. 그럼 스카우트 전쟁을 개시…….”
그들이 있던 방의 문이 거칠게 열렸다.
문으로 들어온 것은 흰색 가면을 쓴 자였다.
가면인의 등장에 모두가 놀라는 사이 그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말했다.
“이안 브랜든은 검화단에서 데려간다.”
“검화단 단주? 당신이 웬일이지?”
지금까지 단 한 번밖에 스카우트 전쟁에 참여하지 않았던 검화단이 나선 데다가 이안을 노릴 줄이야.
킬로드가 흥미로워하는 사이 단주에게 원한이 있던 자들이 이를 드러내며 일어났다.
“까고 있네. 됐고. 덤벼.”
“오늘이야말로 네 목을 따 주지.”
“할 수 있으면 해봐라. 그리고 이건.”
가면인, 검화단의 단주는 검을 들어 꽃의 문양을 보여 주고 나갔다.
“경고다.”
그 오만함에 콧방귀를 뀐 이들은 거칠게 외쳤다.
“저 개자식이 이안을 노린다면!”
“나도 이안을 노린다!!”
지금까지 이안에게 관심만 두던 이들도 그를 노리게 되었다.
결국 분위기가 더욱 살벌해지자 킬로드는 인상을 썼다.
“내가 더러워서 이 모임 주최자 때려치우든가 해야지.”
* * *
영웅제가 시작되었다.
생도들에게는 피 튀기는 전쟁의 시작이지만 마을 사람들에겐 한몫 챙길 수 있는 축제의 시작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어서 오십시오! 고소한 파루크가 단돈 10쿠퍼!”
“아주 맛있는 꿀 꼬치가 10쿠퍼입니다!”
평소보다 몇 배는 북적거리는 거리를 걸으며 윌디는 떨떠름해했다.
“저 꿀 꼬치. 가격을 세배나 올리다니.”
“가격을 아네? 백작가 영애가 저런 것도 먹나?”
“없어서 못 먹는걸요.”
“그럼 사먹지? 세배라고 해도 싸잖아.”
“순찰 중이잖아요.”
영웅제 때 모든 반이 한 번에 시험을 보는 것은 아니었다.
각 시험마다 보는 날이 다르고 남는 시간에 아카데미 거리 순찰을 해 치안 유지 활동을 하고 추가 점수를 얻는다.
영웅제 첫날의 순찰은 B반이 맡았다.
그렇기에 윌디는 최선을 다해 순찰에 임하려 애써 관심을 안 두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툭툭 친 이안은 한쪽을 가리켰다.
다른 순찰조인 블랜치와 박바레가 꼬치와 음료를 들고 걸어 다니고 있었다.
“저, 저자들이……?! 하아…… 그런데 이안. 어제 파티 때 아란세 교관님을 모시고 가셨다면서요?”
“왜. 가고 싶었어?”
“어차피 못 갔어요. 어제는 마탑 분들과 만나고 있었거든요. 후후. 아쉽나요? 좋아요. 그럼 영웅제 끝나고 열리는 파티 때 에스코트를 받아 줄게요.”
그녀가 한쪽 눈을 깜빡이며 귀엽게 웃었지만 이안은 무시했다.
머쓱해진 윌디가 입을 다문 사이 그는 한쪽을 가리켰다.
“소매치기다.”
손님들이 많이 온다는 것은 그만큼 소매치기나 도둑들이 활약하기 좋은 때라는 이야기다.
중년의 배불뚝이 귀족이 상점의 주인과 이야기하는 동안 그의 지갑을 몰래 꺼내는 남자가 보였다.
그를 향해 이안은 바로 단검을 던졌다.
“끄아아아악!!”
작업을 하던 소매치기가 비명을 내지르자 상점 주인과 당할 뻔한 귀족은 당황하며 그쪽을 보았다.
“크악…… 빌어먹을……!! 아카데미 새끼들이냐!”
“아카데미 생도님이십니까, 라고 해야지.”
“바인드!!”
“윽?!”
바인드에 묶인 소매치기를 후려쳐 한 방에 기절시킨 이안은 축 늘어진 그를 잡았다.
그사이 소란을 듣고 경비병들이 달려왔다.
“아이고! 고생 많으십니다.”
“아뇨. 여러분들이 더 고생이시죠.”
윌디가 상냥하게 말하자 경비병들은 이안에게도 인사하고 소매치기를 끌고 갔다.
그걸 멍하니 보던 귀족은 낮게 헛기침을 하며 둘에게 다가갔다.
“크흠. 이거 고맙구만. 답례로 차라도 한잔하겠나? 아니면 식사도 좋고.”
“지금 순찰 중이라 안 됩니다.”
이안이 거절하자 그는 히죽 웃었다.
“그래? 그럼 난 여기 서쪽에 있는 파르헨의 노래라는 숙소에서 머물고 있으니 언제든지 찾아오게나! 아. 이건 감사의 표시라네.”
그가 준 10골드짜리 금화 세 개를 본 이안은 얌전히 주머니에 넣었다.
“가실 생각이세요?”
“안 가.”
“어? 왜요?”
“이런 식으로 생도들을 끌어들여서 맘 약한 애들을 자기 기사단이나 부하로 만들려는 자들이 꽤 있다고 들었거든.”
“우와…… 이런 식으로요?”
“응. 뭐 먹기 힘들 가문의 상대라도 인맥 만들기에도 좋은 방법이니까.”
아카데미의 생도들은 대부분이 귀족이다.
그러니 이런 식으로 연을 만든다고 해서 나쁠 일은 절대 없었다.
그의 속셈을 간단히 눈치챈 이안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하던 순찰을 이어 나갔다.
귀족들끼리 싸우는 것을 중재하기도 하고, 소매치기를 잡기도 했다.
그렇게 순찰을 돌고 복귀 시간이 되었을 때쯤.
둘에게 한 삼십 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여인이 다급하게 달려왔다.
“도, 도와…… 도와주세요……. 저, 저기 귀족분들이 제 남편을…….”
“이안. 가 봐요.”
여인을 쫓아간 곳에는 젊은 귀족 두 명이 만취한 채 상점 주인으로 보이는 남자의 멱살을 잡고 있었다.
“자 자. 그만.”
“으으으…… 넌 또 뭐야아아으아아아아악!”
이안은 비틀거리던 청년을 잡고 가볍게 당겼다.
그가 비명을 내지르며 나자빠지자 윌디는 지팡이를 겨눴다.
“지금은 영웅제 중입니다. 쓸데없는 소란을 피우신다면 강제 추방입니다.”
그녀가 정중하게 말했지만 만취한 자가 그걸 들어먹겠나.
그는 벌게진 얼굴로 이안과 윌디를 노려보다가 허리의 검을 잡았다.
“너흰…… 딸꾹! 뭐, 뭐야아! 내가…… 내가 누군 줄 알아?!”
<에볼 왕국 폴틴 자작가의 장남인 위톤 폴틴입니다.>
<현재 폴틴 자작가에서 기사를 모집 중이라 찾아온 것으로 확인됩니다.>
별거 없는 놈이다.
애초에 많은 귀족들과 강자들이 오는 영웅제 중에 사고 치는 놈이 제대로 된 놈이겠나.
이안은 그를 빤히 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거 뽑으면 죽인다.”
순간 윌디뿐만 아니라 만취한 위톤마저도, 아니, 이 주변의 모두가 몸서리를 칠 정도의 진한 살기가 이안에게서 퍼져 나왔다.
“어…… 어어…… 너, 너 뭐…….”
“굉장하군.”
사람들을 헤치며 갑옷을 입은 기사 하나가 다가왔다.
따라온 기사들이 위톤을 잡아가자 나선 선두의 기사는 씩 웃었다.
“정보대로군. 마음에 들어. 난 이세 카르자다.”
“카르자 기사단의 단장님이시군요.”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네가 이안 브랜든이지?”
“예.”
“카르자의 검을 가져갔다는 얘기는 카르자 기사단에 입단하고 싶다는 것인가?”
그의 자신만만한 말을 들은 이안은 듣는 이가 무안해할 정도로 정색했다.
“아닌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