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37)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37화(37/300)
◈ 제37화
19. 네까짓 게 할 수 있는 일 – 1
이세는 잠깐 무안해하다가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그렇다면 카르자 후작가에 대한 도전이라고 봐야 하나?”
“그저 좋은 검이 필요했을 뿐입니다. 가문에서 지원 못 받는 가난한 생도인지라.”
어느새 그들의 주변에 기사들이 자리 잡았다.
험악해지는 분위기를 느낀 윌디는 지팡이를 꽉 쥐었다.
여차할 경우 마법을 쓴 후 이안을 빼 탈출할 생각이었다.
‘아무리 이안이라고 하더라도 무리일 거야.’
이세는 윌디도 알 정도로 대륙에서 이름난 강자다.
검화단의 단주와 무승부를 이뤄 내고.
잊힌 도시의 중심에 있는 탑도 기사들을 이끌고 등반하는 그를 상대로는 아무리 이안이라도 힘들거다.
하물며 이렇게 포위된 상태로는 더 그러겠지.
그렇기에 그녀가 긴장하며 마법을 준비하는 동안에도 이세는 여유를 보였다.
“좋은 장비를 원하나? 그렇다면 제대로 된 기사단에 들어오는 것이 좋지.”
“그러겠지요.”
“카르자 기사단은 입단한 기사들에 대한 지원이 결코 적지 않다.”
“뭘 주실 수 있으십니까?”
이세는 웃었다.
이안이 흥미를 보이는 것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는 가볍게 손을 들었다.
뒤에 있던 기사가 공손히 서류들을 내밀었다.
“입단 시 혜택이 적힌 문서다. 차분히 읽어 보도록.”
“흠…… 꽤 많군요.”
“원한다면 아카데미에서 바로 나와도 된다. 카르자 기사단의 입단 조건에 아카데미 졸업장은 필요 없으니까.”
거기에 아카데미 수준의 교육도 카르자 후작가에서 따로 해 줄 수 있다.
심지어 공만 세운다면 나중에 가문을 만들 때 지원해 줄 수도 있었다.
“너에 대해서는 못난 조카 놈에게 들었다.”
에이스윈의 소식을 듣고 그를 찾아가 사정을 자세하게 들었다.
이안이라는 강자를 만나고 참교육을 당했다고.
그럼에도 이세는 이안을 끌어들이고 싶어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하다못해 주인 가족을 할퀸 고양이라도 쥐만 잘 잡으면 되니까.
“다른 자의 검에 환상을 품고 카르자의 가르침을 버린 멍청한 녀석을 할퀸 정도. 같은 소속이라면 웃으며 넘어갈 수 있다.”
“아니라면 그냥 안 넘어가시겠다는 얘깁니까?”
“그렇게 생각했나? 오해군. 난 그저 쉬운 길을 말해 주는 것뿐이야.”
이안은 서류를 살펴보았다.
다시봐도 확실히 조건은 괜찮았다.
“내 쪽으로 온다면 널 3년 안에 마스터로 만들어주지.”
만들어 줄 수도 있다가 아니다.
만들어 준다다.
막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그를 보던 이안은 서류를 챙겨 들었다.
“잘 읽어 보겠습니다.”
“나를 기다리게 할 생각인가?”
“영웅제는 이제 시작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이런 제안은 계속 들어올 것 같군요.”
“오만하구나.”
“원래 강자는 오만하다잖습니까.”
이안의 말에 이세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감히 자신의 앞에서 저렇게 말하는 생도가 있을 줄은 몰랐다.
“그 오만이 너에게 적합한지 시험해 볼까?”
“그럽시다.”
도전을 받아 주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나.
이안이 검자루에 손을 가져가자 사람들 사이로 한 명의 중년인이 걸어왔다.
“이야. 여기 있었구만? 그런데 다들 뭐 하나?”
싱글거리는 중년인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가 누군지 아는 카르자 기사단의 기사들은 난감해했다.
그리고 이세 역시 눈살을 찌푸렸다.
“킬로드. 방해하지 마라.”
“난 내 아들 친구 만나러 온 것뿐이야.”
그때 그의 뒤로 아는 얼굴이 모습을 보였다.
“야! 이안!”
블랜치와 박바레였다.
박바레를 제치고 앞서 나온 블랜치는 방금 끼어든 중년인을 가리켰다.
“우리 아버지야. 인사드려.”
“하하하. 킬로드 아우덴입니다 반가워요. 여러분.”
블랜치와 킬로드를 번갈아 바라본 이안은 살짝 고개를 숙였다.
“반갑습니다. 이안 브랜든입니다. 그리고 말씀 편하게 하시죠.”
“하하. 그래도 되나? 그래. 그럼 호의를 감사히 받지.”
그와 인사한 킬로드는 이세를 힐끔 보았다.
“보아하니 입단 신청서도 준 것 같고 할 얘기도 다 한 것 같은데 이제 좀 가지? 언제까지 무게 잡고 있을 건데?”
“……흥.”
그는 콧방귀를 뀌며 몸을 돌렸다.
카르자 기사단까지 전부 가 버리자 킬로드는 입술을 비틀며 이죽거렸다.
“재수 없는 자식.”
“도움에 감사드려요!”
윌디는 안도했다.
만약 킬로드가 끼지 않았다면 큰 소동이 벌어졌을 거다.
그녀의 인사에 킬로드는 싱글벙글 웃었다.
“오오~ 이렇게 아름다운 아가씨라니. 블랜치. 아는 사이니?”
“쟤가 윌디예요.”
“아아아~ 그렇군요. 반가워요. 프레디시안 영애.”
“저도 반갑습니다. 킬로드 백작님을 뵙게 될 줄은 몰랐어요. 아. 그리고 말씀 편하게 해주세요.”
윌디는 생글생글 웃으며 공손하게 인사했다.
그녀를 향해 킬로드는 싱긋 웃었다.
“그럴까? 하하. 프레디시안 백작가의 암염은 우리 잘 쓰고 있지.”
“어머. 그래요?”
“응. 고문할 때 아주 끝내주더구나.”
그가 한 말에 윌디는 당황했다.
최고급 암염을 누가 고문할 때 쓰나.
난감해하는 그녀에게 빙긋 웃어 준 킬로드는 이안에게 눈을 돌렸다.
“이렇게 만나게 된 것도 인연인데 우리 같이 밥이나 먹을까?”
“괜찮지? 이안.”
블랜치는 B반에 오고 처음 사귄 녀석이다.
졸업 후 아우덴 백작가로 가는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호의를 담은 이런 초대를 무시하는 것은 그의 취향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이안은 순찰 보고를 한 후 블랜치와 함께 마을로 나갔다.
기다리고 있던 킬로드는 둘이 나오자 블랜치를 툭 쳤다.
“다른 애들은?”
“다들 내일 필기시험 공부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래? 아쉽네. 난 영웅제 동안 계속 여기 있을 거니까 언제든지 데리고 오렴. 그보다 이 마을에서 제일 비싸고 맛있는 곳이 어디냐? 아들 친구인데 잘 부탁한다는 의미에서 좋은 거 먹여야지.”
“그냥 아무거나 먹어도 괜찮습니다.”
“사양하지 말고. 어른이 사 줄 때는 그냥 먹는 거야. 나 돈 많다.”
‘키르케. 제일 비싼 곳이 어디지?’
<마을 내에서 가장 비싼 식당은 루벤의 식탁입니다.>
<칠면조 요리가 비싸고 평이 좋습니다.>
굳이 산다는데 뭐라고 하겠나.
이안은 어깨를 으쓱이고 입을 열었다.
“루벤의 식탁으로 가시죠.”
내부 장식만 봐도 꽤나 비싸 보이는 가게였다.
그곳에서도 가장 좋은 자리로 들어가자 킬로드는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듣자 하니 실력이 대단하다더구나.”
“과찬이십니다.”
“과찬이라니. 블랜치가 보내는 편지에 네 이름이 자주 거론되는 걸 보니 이 녀석과도 친하게 지내는 것 같고. 마치 친형제와 같다던데.”
“그 정도는 아닙니다.”
“그냥 그렇다고 해 주지. 아무튼 먹고 싶은 것이 있다면 얼마든지 먹으렴.”
“여기는 칠면조 요리가 제일 맛있다고 하더군요.”
“그래? 이보게! 주문 좀 받게나!”
그는 칠면조 외에 다른 요리들도 주문했다.
잠시 후 먹음직스러운 비싼 요리들이 테이블에 쌓인다.
그중 두꺼운 스테이크를 쓱쓱 썰던 킬로드는 이안을 힐끔 보았다.
칼질 하나하나, 포크를 쓰는 것도 꽤나 예의가 바르다.
그뿐만 아니라 움직임 전체가 절도 있으면서도 한자루 잘 벼린 검처럼 날카롭다.
어쩌면 자신이 지금 기습한다고 하더라도 이안은 막아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제대로 배웠군.’
몸 자체는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을 이끄는 센스가 보통이 아니다.
‘정말 검성이나 숲지기에게 배웠나? 황제는 아닐 테고…….’
검성과 숲지기는 제자를 키우지 않기로 유명했다.
그런 만큼 만약 이안이 정말 그들 중 하나의 제자라면 이건 보통 일이 아니다.
‘검화단 단주도 그것 때문에 노리는 건가…….’
“왜 그렇게 보십니까?”
“하하. 아들 같은 녀석이 먹는 것을 보니까 흐뭇해져서.”
“감사합니다.”
“뭘. 그리고 괜찮다면 밥 먹고 간단하게 대련이라도 해 볼까? 몇 가지 좋은 기술을 가르쳐 주지.”
무려 마스터의 지도다.
거절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그가 친근감을 담아 말했지만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어쭙잖은 수로 백작님을 불쾌하게 할까 두렵군요.”
그의 대답에 킬로드는 블랜치를 보았다.
“야. 네가 말했던 것보다 훨씬 예의 바르잖냐.”
블랜치도 이안의 태도에 당황하고 있었다.
이안은 항상 거침없고 무뚝뚝하며 막나가는 성향이 짙었다.
그렇기에 킬로드에게 보내는 편지에 그 부분은 이해해달라 적었었다.
그런데 이렇게 예의바른 모습이라니.
당황한 그를 향해 이안은 씩 웃었다.
“백작님께 나에 대해서 뭐라고 적어 놓은 거냐?”
“그, 그냥 호탕하다고? 하하하. 친구야. 내가 설마 네 욕을 적었겠니.”
“나중에 잠깐 마음을 터놓고 면담을 하자꾸나.”
이안이 포크를 까딱거리며 말하자 블랜치는 휘파람을 부르며 딴청을 피웠다.
“아무튼 아까는 큰일 날 뻔했구나. 이세가 그렇게 빨리 움직일 줄은 몰랐다.”
“그렇습니까?”
“한 가지 더 말해 두마. 검화단의 단주가 널 노리고 있다.”
블랜치는 질끈 눈을 감았다.
저번에 검화단 검사와 만난 이후 이런 일이 생길 것 같더니만 무서운 혹이 붙었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야. 키스 아이스빈, 케일로, 위드론. 아이자크, 에디른 빌로드…….”
대륙에서 이름만 대도 알 수 있는 강자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었다.
한참 그들을 말한 킬로드는 쓰게 웃었다.
“그들 모두가 너를 원하고 있다.”
“그럼 백작님께서는 아니십니까?”
“난 아들을 지킨다는 마음뿐이지. 아들 친구면 아들 아니겠니?”
“결국 그들과 같은 거잖습니까.”
“하하. 그런가? 아무튼 다른 녀석들은 몰라도 단주는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군. 그자도 네게 꽤 관심을 보이고 있으니. 일단은 주의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많은 자들의 관심 중에 호의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제안하마.”
그는 처음으로 웃음기를 지우고 진지하게 말했다.
“네가 아우덴의 성을 지닌다면 누구도 널 건드리지 못할 거다.”
이안은 칠면조 고기를 씹어 삼킨 후 고개를 저었다.
“아직 거처를 결정하기는 이른 것 같습니다.”
“아카데미 수업 때문에? 원한다면 계속 들어도 괜찮아. 학비와 생활비도 내가 내주마.”
어차피 블랜치도 더 들어야 한다.
그냥 아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졸업하고 함께 오면 된다.
“저 녀석이 그러던데 너희 가문에서 너를 내놓은 자식 취급한다면서?”
이안은 블랜치를 보았다.
그는 다시 휘파람을 부르며 딴청을 피웠다.
“신경 써 주신 점은 감사드립니다.”
일단 정중하게 거절했다.
그의 답을 들은 킬로드는 씁쓸해했다.
“그래. 알겠다. 네 뜻이 정 그렇다면 더는 권하지 않으마. 하지만 아우덴 백작가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는 것을 기억해 두렴.”
그리고 그는 약속대로 식사 도중에 단 한 번도 영입 제안을 하지 않았다.
“잘 먹었습니다.”
“그래. 그래. 오늘 즐거웠다. 다음에 또 보자꾸나. 그리고 다음에는 백작님 말고 아버지라고 불러도 좋단다.”
장난기 넘치는 미소를 지은 킬로드는 블랜치를 불렀다.
오래간만에 만난 부자끼리 얘기나 좀 하려던 모양이다.
그들이 가는 것을 지켜보던 이안은 아카데미로 복귀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거리를 걸어 아카데미로 가는 인적 드문 골목에 들어섰을 때.
<골목에 익스퍼트 수준의 적성 개체가 3체 대기중입니다.>
<우측 세 번째 건물의 옥상에 마스터 수준의 개체 1명 위치해 있습니다.>
“샤아아아…….”
키르케와 먀네가 적을 눈치채고 경고했다.
이안도 골목에서 느껴지는 적의를 느꼈기에 고개를 끄덕이고 계속 걸었다.
그렇게 완전히 인적이 사라지자 골목에 있던 이들이 나왔다.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보던 이들은 검자루에 손을 가져갔다.
“이안 브랜든. 같이 가 줘야겠다.”
“싫다면?”
“그럼 강제 집행한다!!”
세 명의 검에 오러가 맺히자 이안은 검을 뽑았다.
그때였다.
건물의 옥상에서 검은 경갑을 입은 자가 뛰어내렸다.
순식간에 세 명을 베어 죽인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이안 브랜든.”
<검화단 단주입니다.>
<적의는 없습니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그는 경계하는 먀네와 무덤덤한 이안을 보다가 몸을 돌렸다.
“지켜보고 있겠다.”
그 말만 한 채 벽을 타고 뛰어넘어 사라져 버렸다.
그걸 힐끔 보던 이안은 키르케에게 명령했다.
“지켜봐준다니 나도 봐줘야겠군. 추적대상으로 지정해.”
<추적 대상 검화단 단주를 관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