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38)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38화(38/300)
◈ 제38화
19. 네까짓 게 할 수 있는 일 – 2
이안이 돌아오자 종이에 뭔가를 적던 그래진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야. 너 없는 사이에 입단 요청서 엄청 들어왔어.”
“어디 보자.”
전부 이름 한 번 들어 보지 못했던 기사단과 용병단의 요청이었다.
“수호자? 이름은 좋네. 세계를 수호하는데 힘을 보태라니.”
“영웅협회는 또 어떻고. 이런 이름은 또 처음 들어보네.”
이들 외에도 대부분 이대로 졸업하고 들어오면 최고의 자리를 마련해 주겠다는 둥 입에 발린 소리들만이 가득했다.
대충 흝어보고 요청서 뭉치를 책상에 던져둔 이안은 그릇에 먀네의 밥을 담아 주었다.
“먀아~ 먀먀~.”
밥을 보고 기뻐한 먀네가 밥그릇에 얼굴을 가져갔다.
그걸 귀엽다는 듯 보던 그래진은 책을 덮었다.
“그나저나 우리 내일 필기시험인데 준비 좀 했냐? 오늘 순찰 가지 말고 공부나 하지. 애들 지금 공부한다고 난리던데.”
“평소에 좀 하지.”
이안이 말하자 그래진은 키득거렸다.
그의 말대로 평소 안 하던 애들은 지금쯤 계획표까지 짜고 필사적으로 공부하고 있었다.
“아까 슬쩍 봤는데 진도 안나가는 걸 보니 조만간 가르쳐달라고 올것 같더라.”
-덜컥!
“야! 이안! 그래진!”
문이 열리고 발라와 박바레가 들어왔다.
“내일 시험 볼 소대 전투학 좀 가르쳐 줘…….”
“약제학…… 약제학 너무 어려워…….”
어쩜 이렇게 예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는지.
그래진이 웃음을 터트리자 이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침 잘됐네. 틈틈이 만들어 놓은 예상 문제 알려 주지. 그래진. 너도 갈 거냐?”
“애들 모여 있어?”
“아니. 아직. 슬슬 불러야지.”
“올까?”
“당장 내일이 자기 생명의 끝인 줄 알고 포기한 녀석들은 나도 버릴 거다. 야. 박바레. 포기 안 한 애들 있으면 회의실로 모이라고 해.”
“알았어!”
승급하고 한 달 만에 필기 1위를 차지한 이안이다.
그가 예상 문제를 찍어 준다면 혼자 하는 것보다 점수를 더 얻으리라.
둘이 기뻐하며 나가자 그래진은 아까 적던 종이를 들었다.
그것 외에도 종이뭉치는 꽤나 있었다.
“사실 예상 문제는 나도 만들었어. 밤에 최대한 쑤셔 넣어주려고 했는데. 지금 같이하는게 낫겠군.”
“그래? 그럼 가서 한번 맞춰 보자고.”
이안이 복도로 나가자 먀네는 밥그릇과 그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리고 결국 쫄랑쫄랑 걸어 그의 어깨 위로 올라갔다.
“가끔씩 보면 먀네가 쟤들보다 똑똑한 것 같단 말이지.”
“애들 들으면 울겠다.”
“울라지 뭐. 그렇지 않냐? 먀네?”
“먀아~ 먀먀먀~.”
당연하다는 듯 먀네는 고개를 끄덕였다.
씩 웃은 그가 마구 쓰다듬어 주는 사이 복도에 다른 이들이 모습을 보였다.
“어라? 이안, 그래진 어디 가요?”
하륜과 윌디, 오에리나였다.
윌디의 질문에 이안은 예상 문제가 적힌 종이를 들었다.
“밑바닥 깔아 주는 애들 점수 좀 끌어올려 주려고. 필기에서 발목 잡히면 억울하잖냐.”
“어? 정말요?”
“그래진도 준비했어.”
그가 보여 주자 셋은 놀랐다.
이안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그래진까지 예상 문제를 준비할 줄은 몰랐다.
“이안 말대로다. 이번에는 우승 노릴 만하잖아?”
지금까지는 협력 전투에서 최하점이라 필기 잘 본다고 우승을 노리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이안이 있지 않은가.
“아. 그렇구만. 그나저나 이안. 굉장한데? 그런 거 만들 시간도 있었어?”
수업, 개인 공부, 훈련, 봉사 활동.
거기에 연금술 실습장이나 야금술 실습장, 아니면 도서관에서 거의 살다시피 한다.
그런 그가 예상 문제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칭찬할 만한 일이었다.
“나도 틈틈이 만든 거라 어제 완성시켰어. 그런데 너희는 어디 가냐?”
“우리도 모여서 마지막 점검 하려고.”
“회의실에서 할 건데 너희는?”
하륜이 말하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도 회의실이지.”
그렇게 B반의 상위권 점수를 가진 이들이 움직였다.
잠시 기다리니 나머지 B반 생도들 전원이 달리듯 들어왔다.
“난 죽음을 택했다더니?”
어제까지만 해도 자긴 안 될 거라며 좌절하던 이들은 그래진이 놀리자 히죽거렸다.
“생명줄 던져 주는데 안 잡을 정도로 머저리는 아니야.”
학기 중 모든 교과의 필기시험에서 계속 1위를 한 이안과 그래진이 예상 문제를 뽑아 줬다.
그런데 어떻게 죽음을 택하나.
그들이 웃으며 말하자 이안은 한쪽을 보았다.
“야. 블랜치. 넌 용케 왔다?”
아까 킬로드와 한잔했나 보다.
취기가 남아 있는 그는 히죽 웃었다.
“이것이 취중 공부법이라는 거다. 그 전에 잠깐만. 나 토하고 올게.”
그가 화장실에 가서 토하고 돌아오는 사이 그래진은 커다란 칠판에 빠르게 글씨를 썼다.
순식간에 열 개의 문제를 만들어 낸 그는 이안에게 물었다.
“이안. 첫 번째 문제. 파르데닌 포션을 만들어 내는 조합식의 답은?”
“보이덴 풀의 뿌리즙 1. 라드크의 잎 1. 정제수 5, 트롤의 피 0.5. 오리딘 광석 1.”
뿌리즙은 끓이고 잎은 간다.
그걸 정제수에 넣고 다시 재가열한 후에 트롤의 피를 묻힌 오리딘 광석을 넣는다.
그리고 어두운 곳에서 10일간 숙성시키면 파르데닌 포션의 베이스가 나온다.
이안이 조합식을 말하며 빠르게 칠판에 적었다.
생도들은 그것을 필사적으로 옮겨 적었다.
“파르데닌 포션의 활용도는?”
“다른 포션. 특히 힐링 포션과 조합할 경우 효과가 증폭된다.”
“그리고 다음 문제는…….”
그렇게.
B반의 회의실에서 내일 시험 과목에 대한 예상 문제 풀이는 밤늦도록 계속 이어졌다.
* * *
대망의 필기시험 날이 되었다.
밤새 공부를 한 생도들이 긴장하고 있을 때 교실의 문이 열렸다.
“어?”
원래 들어와야 할 교관이 아닌 다른 교관이 들어오자 B반 생도들은 떨떠름해했다.
“왜 헤이스팅스 상급 교관님께서 감독이십니까? 오늘 감독은 하운드 교관이라고 들었는데…….”
“문제 있나?”
“그건 아닙니다만.”
“그럼 다물고 준비나 하도록.”
헤이스팅스는 가볍게 박수를 쳤다.
교실의 뒤로 다른 교관이 들어왔다.
그 역시 상급 교관이었다.
그가 들어오자 헤이스팅스는 이안을 보았다.
“다들 알고 있겠지만 치팅 행위는 인정된다. 다만 적발 시 퇴장이라는 것을 기억해라.”
“그런데 왜 저를 보면서 말씀하십니까?”
“너는 특히 주의하라는 거다.”
‘치졸하긴.’
<이런 식으로 복수를 하려고 하는군요.>
이건 시작에 불과할 거다.
이안은 씩 웃는 헤이스팅스를 향해 마주 웃었다.
‘맘대로 하라지.’
<서포트를 시작하겠습니다.>
‘공부했으니까 안 해도 괜찮아.’
이깟 필기시험 따위 도움 안 받아도 쉽다.
이안이 깃펜과 잉크를 올려놓자 헤이스팅스는 시간을 확인하고 말했다.
“그럼 시작한다.”
시험지가 배부되고 문제를 읽자마자 이안은 빠르게 답을 적어 나갔다.
유려한 글씨체로 깔끔한 답안지를 만들어 낸 그는 느긋하게 팔짱을 꼈다.
지나가며 그의 답안지를 힐끔 본 헤이스팅스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다.
흠잡을 곳이 없는 답안지였기 때문이었다.
<저들은 여분의 답안지를 숨기고 있습니다.>
<교실 밖에 답안지가 존재합니다.>
만약 이안이 실수하면 답안지 교체를 늦추거나, 혹은 안 해 주는 식으로 방해하려 했을 거다.
하지만 이안이 이렇게 해버리니 의미가 없어져 버렸다.
<주인님의 답안지를 바꿀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수업 들으며 한 것들이 있잖아. 그건 헤이스팅스도 위험부담이 커서 안 할 거다. 해도 상관없고.’
이 정도로 완벽한 답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은 수업을 완전히 이해했다는 것이다.
키르케의 말대로 된다면 이것을 공론화시키고 교관들을 모아 재시험을 주장하면 된다.
그럼 곤란해지는 것은 헤이스팅스뿐이다.
그도 그것을 아는지 완벽한 답안지를 힐끔거리며 이를 갈았다.
‘건방진 놈. 이제 시작일 뿐이다.’
그의 생각대로 영웅제는 이제 시작에 불과했다.
첫날의 시험이 끝나고 헤이스팅스가 일그러진 표정으로 나가자 다른 생도들이 포효했다.
“예상 문제에서 다 나왔어. 오오. 이안. 오오. 그래진.”
“흑흑. 내 생에 답안지를 절반이나 채우는 날이 오다니…….”
“아니 어제 그렇게 가르쳤는데 절반밖에 못 채웠다고?!”
그래진은 기가 막혀 하며 감격에 떠는 이들을 노려보았다.
그들이 히죽거리자 그래진은 이마를 감싸 쥐었다.
“어휴…… 이 짓을 계속해야 하나…….”
“어우. 야. 나 버리지 마…….”
“그래도 내가 지금까지 봤던 시험 중에서 역대 최고점일 테니까…….”
그들이 매달리는 동안 하륜은 이안에게 다가갔다.
“시험 감독이 왜 바뀐 걸까?”
“나 때문이지.”
“라키드 회장님 일?”
“응. 그 일로 제국 아카데미에서 엄청 비웃었다잖냐. 그 외에는 뭐. 개인적인 이유가 있겠지.”
이안은 대수롭지 않아 했지만 하륜의 표정은 굳을 수밖에 없었다.
“이거 걱정이네. 영웅제에서 무슨 시비를 걸지…….”
“걸어 봤자 시비지. 별거 있겠냐.”
“그렇지도 않아. 생존 시험 때 장비 주는 것 알지?”
미얄 산맥에 들어가서 일정한 기간 동안 살아남는 시험.
영웅제 때는 마지막 일주일간 중급의 모든 반이 그 시험을 함께 친다.
그때 아카데미에서 식량과 장비를 지급한다.
“거기에 손을 댄다?”
“그럴 가능성은 충분해. 그리고 이번 추적자로 상급 교관들도 참가한다고 하니까…….”
그들이 작정하고 이안만 노릴지도 모른다.
그의 은신술이 대단하지만 상급 교관들도 피할 수 있을까?
하륜의 걱정에도 이안은 웃을 뿐이었다.
“재밌겠네.”
<헤이스팅스의 행동을 주시하겠습니다.>
물론 당할 일은 없겠지만 만약이라는 것이 있잖은가.
키르케의 보고를 들은 이안이 허락하자 하륜은 인상을 찡그렸다.
“일단 생존 시험 시작하면 우리도 함께 다니는 게 어떻겠냐?”
“아니.”
그는 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혼자서 움직일게. 괜히 옆에 있다가 불똥 튀지 말고 너희는 피해 있어.”
* * *
첫날의 필기시험 이후로 헤이스팅스와 상급 교관들은 작정하고 이안만 보았다.
일부러 압박을 받으라고 계속 주시했는데도 그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아니 그놈은 도대체 어떻게 된 놈입니까?”
“흠…….”
필기시험 내내 이안은 답안지를 바꿔 달라는 요청을 단 한 번도 안 했다.
그것뿐인가?
몇몇 과목은 교관들도 고민해야 할 정도로 어려웠는데 그는 단 한 번도 망설이지 않고 답안지를 만들었다.
“역시 보통이 아니군요.”
“애초에 보통 놈이었다면 거기서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겠지.”
헤이스팅스는 고급 와인을 홀짝거렸다.
“차라리 그 녀석을 미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 정도 배짱과 실력.
거기에 지식도 풍부하다.
그러니 잘 키워 라키드 대신 아카데미의 대표로 삼아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헤이스팅스의 의견은 달랐다.
“그놈은 저항하는 놈이오. 만약 그 녀석이 상급으로 승급했다고 쳐 봅시다.”
“예…….”
“그가 임무를 맡을 때 과연 순순히 맡겠소?”
헤이스팅스가 진지하게 말하자 상급 교관들은 떨떠름해했다.
“그래도 시키면 하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이안의 행동을 보면 괜찮을 것 같은데…….”
헤이스팅스는 고개를 저었다.
안 된다.
그놈의 반항적인 성격과 쓸데없이 캐고 다니는 행동력은 그냥 둬서는 안 된다.
‘안 될 말이지. 암. 안 되고말고.’
특히나 임무 관련된 부분은 더 그렇다.
상급생도의 임무는 대부분 영지 내에 발생한 악마 계약자나 몬스터 퇴치다.
즉 그들이 임무를 수행하는 영지는 병력과 토벌 자금을 아낄 수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나 아카데미에 의뢰를 해야 할 정도의 적이라면 처치에 드는 비용은 상당하다.
그렇기에 각 영지는 자주 아카데미에 상급생도의 파견을 요청한다.
어쨌든 그건 후원금만 내면 신청이 가능한 거니까.
그리고 그 수많은 의뢰 중 파견지를 선택하는 것은 상급 교관의 대표인 헤이스팅스였다.
‘그놈은 분명 저항할 거야.’
라키드 때도 그렇고 이번 필기시험 때도 그랬다.
그는 상급 교관인 자신에게 굽히긴 커녕 비웃기만 했었다.
그런 이안이 상급으로 승급한다면?
그리고 임무에 대한 명령을 내린다면?
이안은 그 비웃음 섞인 눈으로 다시 자신을 보며 물을 것이다.
임무 선정 기준이 뭐냐고.
그리고 멋대로 임무 선발 과정에 대해 파헤치려 하겠지.
거기에 생도회장이 된다면 회장의 권한을 이용해 자신이 다루는 다른 부분에도 접근하려 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놈을 대표로 삼는다?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떡잎이 누런 놈이고, 혼란을 일으킬 놈이지. 그러니 지금 짓밟아 둬야 하오.”
“으음…….”
“뭐 그렇다고 치지요. 그래서 헤이스팅스 교관님께서는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상급 교관 중 하나인 로멘틀 교관이 묻자 헤이스팅스는 빙긋 웃었다.
“나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여러분께서는 맡은 임무만 충실히 수행하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