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42)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42화(42/300)
◈ 제42화
21. 방해 정도야 – 2
<최근 십일간 헤이스팅스는 아카데미를 나가지 않았습니다.>
<사흘 전 빌라디 상급 교관과 사냥꾼들이 몬스터 헌팅을 위한 순찰의 일환으로 미얄 산맥에 진입하였습니다.>
<이후 기록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론 키르케의 말대로 어제 헤이스팅스가 나서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꼭 그가 움직일 필요는 없는 일 아닌가.
빌라디를 이용했을 수도 있고 그의 인맥에 있는 다른 이들을 썼을 수도 있다.
키르케의 보고를 받는 이안에게 하륜 역시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거기에 증거라고 할 만한 것은 작은 화살 구멍 정도잖아. 그걸론 시험 방해를 빌미로 그를 공격할 수 없어.”
“음. 섣부른 판단으로 행동하면 오히려 그를 도울 뿐이야. 그리고 내가 알기로 헤이스팅스는 요 며칠 계속 아카데미 안에 있었어.”
“다른 작자를 썼을 수도 있지.”
“정말 그일까?”
“그 외에는 이렇게 열과 성을 다해서 날 공격할 자가 없어.”
이안이 딱 잘라 말하자 하륜은 생각하다가 물었다.
“너라면 화살을 회수한 자를 추적할 수 있지 않아?”
그는 고개를 저었다.
“네가 못한다고?”
“아. 못하는 게 아니라 흔적 자체가 없더라고.”
<마법 화살일 경우 화살의 회수 없이도 화살을 없앨 수 있습니다.>
<몇몇 마스터들은 오러를 이용해 만든 화살로 흔적을 남기지 않을 수 있습니다.>
키르케의 말 외에도 흔적을 만들지 않을 방법 따위는 얼마든지 있었다.
그동안 잠시 생각하던 윌디가 말했다.
“헤이스팅스 교관은 보헤란의 활이라는 최고급 아티팩트를 갖고 있어요.”
“나도 알아. 오러를 받아들여 강력한 마력 화살을 만들어 내는건데 익스퍼트도 마스터 수준의 힘을 낼 수 있다고 하지. 그걸 썼다면 가능할거야.”
오에리나까지 추가 설명하자 이안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럼 그걸 누군가에게 빌려주고 방해를 한 것이겠군.”
그 말에 다들 신음하며 입을 다물었다.
기껏 짜 놓은 작전이 처음부터 난항이다.
“철수해야 할까? 봐둔 영맥은 몇 곳 더 있는데.”
결계를 펼칠 때 쓴 재료들이 아깝지만 어쩔 수 있나.
하륜의 말에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그들이 침묵하는 사이 뒤쪽에서 식사를 준비하던 박바레와 위디아가 외쳤다.
“야! 일단 밥 먹고 해! 먹어야 뭘 하지!”
“그래. 거점 옮기든 뭘 하든 일단 먹어야지! 스튜 맛있게 끓여 놨어!”
커다란 솥에 들어간 스튜가 나무 접시에 담긴다.
“아까 토끼를 좀 잡았거든. 토끼 스튜다.”
작전이 틀어진 것 때문인지 다들 입맛이 없어 보였다.
먹는 둥 마는 둥 하는 그들에게 박바레는 호탕하게 웃었다.
“야! 팍팍 먹어!!”
“그래. 그래. 나랑 박바레가 실력 발휘 했는데 그러기야?”
둘이 으스대며 말하자 블랜치는 떨떠름해했다.
“실력 발휘 하지 말지 그랬냐. 야. 왜 쟤네가 요리했어?”
다들 진지 구축하고 주변 탐사 및 수원 확보, 그리고 잘 곳 마련하느라 바빴다.
그래서 박바레와 위디아가 요리를 한 거다.
“아니 연습했다길래.”
“쟤네 둘이 이번에 요리 연구회 들어갔다잖아. 자신이 넘치더라고.”
다들 황급히 변명했지만 사기를 채워야 할 식사 시간에 오히려 사기가 깎여 버린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었다.
다들 밍밍한 스튜에 스푼만 휘젓는다.
가뜩이나 우울한데 맛없는 요리 때문에 더 우울해지자 이안이 입을 열었다.
“급한 대로 이거라도 뿌려서 먹자.”
가방에서 주머니 하나를 꺼낸 그는 가루를 한 스푼 그릇에 담았다.
“뭔데?”
“넣으면 고향의 맛이 느껴지는 마법의 가루.”
블랜치는 신기해하며 주머니에 담긴 가루를 조금 퍼 그릇에 담고 섞었다.
그리고 한 입 먹은 후 눈을 반짝거렸다.
“그래! 이 맛이야!”
그가 허겁지겁 스튜를 퍼먹기 시작한다.
그 모습에 다들 놀라며 마법의 가루를 스튜에 뿌렸다.
“이거 괜찮은데?”
“고급스럽진 않지만 맛이 되게 진해졌어요. 이거 뭔가요?! 진짜 마법의 가루예요?”
“이게 뭔 마법이래?! 야! 오에리나! 네 스승님은 마녀시라면서? 마녀의 약 중에 이런 거 있냐?!”
“그런 게 있었으면 내가 벌써 만들어 먹었다.”
이 밍밍한 스튜가 가루 한 스푼 넣었다고 맛있어지다니.
마법사들조차 기겁할 정도였다.
가루의 효과에 상가 출신의 생도들이 눈을 번뜩였다.
보기엔 그냥 가루일 뿐인데 이런 맛을 낸다?
이건 무조건 잘 팔릴 거다.
“어떻게 만들……. 아. 좋아요. 이안 당신 고유의 레시피겠죠?”
윌디가 감탄하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연금술 수업 끝나고 틈틈이 만든 게 이런 거였거든.”
연금술 수업 때 이런저런 재료들을 쓸 수 있었다.
그때 시장에서 사 온 재료들을 적당히 합성하고 가공해 만든 것이다.
‘점점 탐난다.’
성격 측면에서는 좀 막 나가는 경향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안은 정말 손에 넣고 싶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하륜을 비롯한 다른 생도들도 마찬가지로 생각하는 것이었다.
“야. 다른 건 못 만드냐?”
“저기~ 이안~ 그 가루 나한테도 좀 만들어 주면 안 될까?”
“생존 시험 때 좀 나눠 주라. 응?”
조미료의 맛을 본 이들이 이안의 주머니에 열띤 애정을 보였다.
그걸 무시하며 주머니를 가방에 넣은 이안은 빈 그릇을 내려놓았다.
“아까 하던 얘기나 계속해 보자. 아무튼 방해가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야. 복수는 하더라도 당장 시험을 생각해야지.”
헤이스팅스가 방해했다고 치자.
그렇다고 지금 당장 시험 포기하고 내려가서 멱살을 잡을건가?
어쩌면 그는 이것을 노리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러니 일단은 시험이 우선이다.
“그렇긴 하지. 자.”
그래진은 그의 말에 동의하며 지도를 펼쳤다.
“너희 조사대로라면 이 영맥 쪽에 서식지는 거의 없다고 봐야겠네. 몬스터 헌팅 수업 들으면서 준비한 놈들. 와서 이 근처 몬스터 서식지 위치 좀 말해 봐.”
그들이 지도에 표시를 시작하자 이안과 발라는 고개를 저었다.
이미 다 가 봤는데 대부분 털려 있었다.
“C반 놈들도 몬스터 헌팅 교양을 들으니까. 걔들도 이 근처를 돌았을 거야.”
“영맥 안 쓰는 놈들이 영맥 근처는 왜 돈 거야? 참 나.”
다들 투덜거리자 이안은 지도를 보다가 말했다.
“아직 확인 안 한 곳이 있어. 그리고 거기라면 건드리지 않았겠지.”
“어딘데?”
“여기.”
그는 지도의 한 부분을 가리켰다.
그것을 본 블랜치는 심각할 정도로 떨떠름해했다.
다들 의아해하자 그는 한숨을 푹 내쉬고 말했다.
“드레이크 서식지.”
“……드레이크라면 비룡을 말하는 거지? S급 몬스터.”
“어. 그거.”
비룡.
용종에 속하며 하늘을 날아다니는 강력한 몬스터다.
불을 뿜고 그 비늘과 뼈는 단단하여 오러로도 상처 내기 힘들다.
거기에 교활하고 잔인해 S급으로 분류되고 있었다.
아카데미에서도 S급 몬스터를 만나면 그냥 피하라고 할 정도다.
“그건 또 언제 발견한 거야?”
“진짜 대단하다.”
감탄하는 생도들에게 대충 손을 흔들어 준 이안은 지도를 툭 쳤다.
“얘 잡고 남은 시간 동안 주변 탐색해서 잡으면 되는 것 아닌가?”
“너무 위험하지 않나? 차라리 다른 영맥으로 가는 게…….”
“다른 영맥 근처도 털렸을 거다. 사람이 좀 치졸해야지.”
<현 위치에서 근접한 영맥의 몬스터 서식지는 전부 파괴되었습니다.>
이안의 예측대로였다.
주변 탐색을 마친 키르케가 보고하자 그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도 드레이크라니.”
하늘을 나는 몬스터는 일반 몬스터보다 더 잡기 힘들다.
특히나 S급에 속하는 드레이크를 어떻게 잡는단 말인가.
저건 마스터들이나 잡을 만한 몬스터다.
다들 걱정했지만 이안은 큰 부담이 없어보였다.
“오에리나.”
“어?”
“너 중력 마법 쓸 수 있다고 했지.”
“응.”
“그럼 됐어. 둘이 갈게.”
이안의 답에 하륜은 인상을 찡그렸다.
“위험해. 나와 발라도 낄게.”
“저도 도울게요.”
윌디뿐만 아니라 다른 몇몇도 나섰다.
그들을 향해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너흰 다른 몬스터 좀 찾아봐. 드레이크 잡고 2등 하면 아쉽잖냐.”
몬스터 헌팅 시험은 B반이 두 번째일 뿐이다.
다른 반에서 뭘 어떻게 잡을지 모르니 최대한 잡아 둬야 한다.
“그렇긴 하지.”
“그럼 그렇게 하자고.”
이안은 무덤덤하게 말한 후 자리에 앉아 명상을 시작했다.
밤이 되자 이안과 오에리나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단둘만 간다는 것에 다들 걱정했지만 이안의 실력이 실력이다 보니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험난한 산길을 걸어 드레이크 서식지 근처에 도착하자 그녀는 침을 꿀꺽 삼켰다.
“저거 트롤 뼈지?”
“어.”
“두개골 보니까…… 쓰리 아이 트롤 같은데…….”
그 외에도 많은 몬스터들의 뼈들이 꽤나 있었다.
그 때문인지 어째 몸이 떨린다.
“여, 여기 좀 이상한데……?”
<수많은 죽음이 깃든 곳입니다.>
여기가 드레이크의 식당이며, 처형장일 것이다.
수많은 죽음이 자리잡은 곳이라 오에리나도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이안도 키르케가 감지한 죽음의 기운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시작한다. 오에리나. 마법 준비해. 바로 잡을거니까. 에너지 볼.”
-콰아아앙!!
이안은 전에 C반의 블리타스에게 강탈했던 아티팩트를 사용했다.
-크아아아아아아!!
에너지 볼이 바위와 부딪치는 소리를 듣고 드레이크가 포효를 내질렀다.
산 위쪽에서 두 개의 황금색 눈이 번쩍이며 둘을 노려보았다.
“히익…….”
뱀 앞에 선 개구리가 된 기분이었다.
마법 준비도 멈춘 그녀가 두려워하자 먀네가 오에리나에게 다가갔다.
“어?!”
그것만으로도 굳어 있던 몸이 풀린다.
놀랄 만한 상황에 오에리나는 당혹스러워하며 먀네를 보았다.
하지만 먀네는 그저 하얀 솜뭉치 같은 발로 고양이 세수만 할 뿐이었다.
‘먀네가…… 지켜 주는 걸까?’
이안도, 그리고 먀네도.
많은 이들이 두려워하는 S급 몬스터 드레이크를 앞에 두고 너무나도 여유로웠다.
그 모습에 그녀가 당혹감을 지우지 못하는 사이 이안이 말했다.
“마법 다시 준비해.”
“어? 어어. 근데 아까 취소되어 버려서 시간이 좀 걸리는데…….”
“내가 잡아 두지.”
오에리나는 드레이크를 힐끔 보고 바로 주문을 외웠다.
날개를 퍼덕거리며 비웃듯 내려앉은 드레이크는 입을 벌렸다.
-크르르르!!
무장한 둘을 고작해야 밤중에 먹을 야식이라고만 생각하는 모양이다.
오만이 가득 담긴 드레이크의 황금빛 눈을 응시하던 이안은 눈을 번뜩였다.
<메두사의 마안을 사용합니다.>
-크르르르……?
순간 드레이크의 몸이 굳었다.
고작해야 야식거리에 불과한 인간이 내뿜는 기운에 굳어 버린 것이다.
-크르르…… 크…….
위험하다.
도망쳐야 한다.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된다.
몬스터의 야성은 후퇴를 명령했지만 드레이크는 움직일 수 없었다.
메두사의 마안에 걸려 버린 드레이크는 크게 몸을 떨었다.
황금색 눈이 번쩍이며 톱니 같은 이빨이 달빛에 번뜩인다.
<마안을 저항해 냈습니다.>
‘그래도 명색이 용종인데. 이 정도는 해야지.’
<다른 마안을 준비할까요?>
‘아니. 쟤도 다 된 것 같은데.’
마안에서 저항하는 데 성공한 드레이크는 본능이 외치는 대로 도망치려 날개를 펼쳤다.
하지만 오에리나의 마법이 더 빨랐다.
“그래비티!!”
-쿠우우웅!!
막대한 중력이 드레이크의 몸을 눌렀다.
“허억…… 허억…… 이, 이안…… 뒤를 부탁…….”
미안한 마음에 마력을 전부 써 버렸다.
그래도 걱정은 없었다.
이안이라면 해낼 수 있을 테니까.
그녀가 털썩 주저앉은 채 힘없이 말하자 이안은 키르케에게 물었다.
‘드레이크의 사체 중 비싼 부위는?’
<비늘, 두개골, 발톱, 날개의 인대, 눈알, 심장, 간장입니다.>
<그 외에 뼈와 살도 꽤나 비싼 약재로 쓰입니다.>
‘다 비싸다는 얘기네.’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최대한 육체에는 상처를 입히지 않는 것이 좋겠다.
‘마연 수해의 복수의 저주 쓸 거야. 준비해.’
<사념을 수집합니다.>
몇 번째 삶이었을까.
끝없는 수해만이 펼쳐진 세계에서 마녀에게서 배운 기술이 있다.
자신의 부족을 다른 부족들에게 모두 잃은 그녀가 사용했던 죽음의 저주.
이안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쓰리 아이 트롤의 두개골을 들었다.
<사념 수집이 완료되었습니다.>
키르케의 보고가 끝나자 이안은 손에 들고 있던 두개골을 보며 말했다.
“너희의 죽음에 분노하라. 그리하여 그것을 되돌려라.”
이안의 명령이 떨어진 순간.
텅 비어있던 두개골의 눈구멍에 흉흉한 붉은 빛이 일렁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