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43)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43화(43/300)
◈ 제43화
22. 네 몸 왜 이러냐 – 1
-크르르…….
그래비티에 짓눌리면서도 드레이크는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불길하다.
도망쳐야 한다.
하지만 오에리나가 마력을 전부 써서 시전한 그래비티는 드레이크라고 하더라도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
어떻게든 거대한 몸을 뒤흔드며 도망치려 드레이크가 몸을 돌린 순간.
두개골에 담겨 있던 핏빛의 저주가 그의 몸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그것이 끝이었다.
드레이크는 단말마조차 내지 못한 채 풀썩 쓰러져 버렸다.
<적성 개체 드레이크. 사망하였습니다.>
한둘의 죽음도 아니고 수백이 넘는 죽음이 저주를 내린 것이다.
아무리 드레이크라고 하더라도 버티는 것은 무리였다.
이안은 저주의 매개체가 된 해골이 가루가 되어 사라지는 것을 보고 드레이크를 확인해 보았다.
비싼 부위들은 모두 멀쩡해 보였다.
“야. 오에리나. 슬슬 정리…….”
고개를 돌린 이안은 쓰게 웃었다.
어떻게든 버티려고 지팡이를 꽉 쥐고 있지만 그녀는 마력 탈진으로 기절한 듯싶었다.
“쯧즛. 무식하게 썼네.”
<하지만 덕분에 드레이크를 쉽게 잡을 수 있었습니다.>
“고생했으니 치료 정도는 해 줘야겠군.”
<참으로 자비로우십니다.>
이안은 오에리나의 입에 마력 회복약을 먹여 준 후 손을 들었다.
달의 기운이 그녀에게 전해지며 탈진으로 소모된 체력과 정신력을 채우기 시작했다.
<58분 후 의식을 되찾을 예정입니다.>
“그럼 정리나 하자고. 근처에 냇가는?”
<바로 밑에 있습니다.>
주변 지리를 분석한 키르케가 보고하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중력 마법이 꽤 괜찮던데. 한번 익혀 볼까?”
<프레데온 대륙 방식과 연계하기 쉬우니 만약을 대비해 이 세계 마법의 기본을 익혀 두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마탑 입관 정보에 대해 확인해 볼까요?>
“그럴 필요 있나.”
그는 기절해 있는 오에리나를 보았다.
그녀의 배 위에 앉은 먀네가 느긋하게 하품하자 이안은 씩 웃었다.
“가르쳐 줄 사람이 바로 옆에 있는데.”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드레이크의 손질이 끝나가고 있었다.
“으…… 내가 얼마나 기절해 있었어?”
“한 시간 정도? 잘 자더라? 마력 탈진인 것 같아서 회복 포션 먹였어.”
“그, 그거 고맙네.”
“그런데 왜 갑자기 기절한 거야? 탈진 걸려도 기절은 잘 안 하잖아.”
“아니 미안해서 좀 무리를 했……. 그런데 드레이크는?!”
“빨리도 물어본다.”
이안은 깔끔하게 정리된 드레이크의 사체를 가리켰다.
비싼 부위들과 보고용 부위를 본 오에리나는 감탄했다.
“아~ 역시 이안. 그런데 어떻게 잡은 거야?”
“그냥 잡았지. 저깟 도마뱀 한 마리 잡는 게 대수냐?”
“……너한테 대수가 아닌 게 뭐가 있는지 궁금하다.”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드레이크도 혼자서 잡을 줄은 몰랐다.
혀를 내두른 그녀는 먀네를 안고 일어나 정리된 사체를 보았다.
“이걸 혼자 다 한 거야?”
“기절한 너 깨워서 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잖냐.”
“이런 건 또 어디서 배웠어?”
“도마뱀 한 마리 해체하는 게 뭐 어렵다고. 이거 보존 좀 해 둬.”
“응.”
그녀가 보존 마법으로 재료들이 썩지 않게 마무리를 하자 이안은 본론을 꺼냈다.
“나도 중력 마법 익히고 싶어.”
그의 뜬금없는 발언에 그녀는 의아해했다.
“마검사 하려고?”
“안 되나?”
“그런 건 아닌데……. 뭐. 좋아. 그럼 가면서 얘기할까? 일단 기초는 말로도 설명이 가능하니까. 그리고 마력 적성 확인은 하륜에게 받아. 그건 걔가 더 잘해.”
오에리나는 정리된 재료들을 향해 중력마법을 사용했다.
무게가 가벼워진 가방이 둥둥 떠오르자 그녀는 줄로 감고 끌기 시작했다.
그 사이 먀네가 폴짝 뛰어 이안에게로 옮겨 타자 그녀는 아쉬워했다.
“그런데 먀네는 뭐야? 아까 드레이크의 피어에서 날 구해 준 것 같은데.”
“실체화한 빛의 정령이라더라. 그리고 얘 마법 해제도 가능해.”
“그건 들었지. 아무튼 주인이 보통이 아니니 애완동물도 보통이 아니네.”
그녀는 신기해하며 먀네를 보았다.
귀엽게 하품한 먀네는 이안의 어깨에서 하얀 머리를 꾸벅거리며 졸기 시작했다.
“설명이나 해 줘 봐.”
“중력 마법은 별의 힘을 이용하는 마법이야. 이건 랜드벨 학파의 학설인데. 사실 우리가 사는 이 세계는 구체로 되어 있…….”
“그건 알아. 이 땅도 구체의 별이라는 거지? 그리고 태양의 주변을 돌고.”
“……어. 음. 그렇지. 잘 아네?”
“마법학 개론은 끝낸 지 오래야.”
“아무튼 중력 마법은 그 사상이 기본이 되는 거야. 음…… 중력 마법을 바로는 못 익히고. 선행해야 하는 마법들이 있어.”
“어떤 건데?”
“자성 마법.”
오에리나가 손을 들자 손바닥 위에 마법진이 그려졌다.
마법진이 완성된 순간 그녀의 경갑에 있던 철로 만들어진 고리 하나가 가볍게 움직였다.
“그것도 괜찮네. 좀 더 강하게는 못해? 그럼 철로 만든 무기나 방어구는 쉽게 무력화시킬 수 있을 텐데.”
“자성 마법의 위력으로는 그 정도는 힘들걸? 이건 중력 마법을 이해하기 위한 1서클의 초급 마법이니까.”
<프레데온 대륙의 방식을 응용하면 이 세계의 마법의 강화가 가능합니다.>
‘그거 좋네. 준비해 둬.’
<알겠습니다.>
어쨌든 자성 마법도 생각보다 괜찮아 보인다.
일단 익혀 두는 게 낫겠다 생각한 이안은 당당하게 요구했다.
“그것도 가르쳐 줘.”
“자세하게 익히려면 우리 영지에서 익히는 게 나은데. 어때? 방학 때 내 스승님 만나 볼래?”
그녀가 기쁜 듯 웃으며 말하자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스케줄 안 될 것 같다.”
방학이 며칠이나 된다고 뭔 일정이 이리 많은지.
이안은 일단 기초만 혼자 익혀 두자 생각했고 그녀는 곧바로 이론을 설명했다.
둘이 복귀하자 대기하고 있던 윌디는 다급하게 그들에게 달려갔다.
“괜찮아요? 둘 다 다친 데는 없죠?”
“괜찮지. 히히. 이거 봐 봐.”
오에리나는 웃으며 가방을 열었다.
그것을 본 윌디는 깜짝 놀랐다.
“우, 우와!! 다들 모여 봐요!!”
그녀의 외침에 대기하고 있던 생도들이 달려왔고 그들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이거 드레이크 발톱, 두개골…… 거기에 심장에……. 진짜 잡은 거야? 어떻게?”
“내가 중력 마법 써서 잡아 두고 이안이 잡았어.”
“……좀 더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 줄래요?”
“음…… 그런 게 있단다.”
오에리나 자신도 기절해 있었던 탓에 모른다.
그녀를 빤히 보던 윌디는 이안에게 시선을 돌렸다.
“왜?”
“어떻게 잡았어요?”
“근처에 있는 뼈 써서 잡았다. 일종의 저주 비슷한 거지.”
“에이~ 무슨……. 검술로 잡았죠? 당신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네요.”
너무 당연하다는 듯 말해서 농담이라고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녀가 손사래를 치는 사이 생도들이 다가왔다.
“그나저나 진짜 이걸 잡을 줄은 몰랐다.”
“정리도 깔끔하게 했네.”
일단 S급 몬스터인 드레이크를 잡았으니 한시름 덜었다.
걱정거리가 사라지자 다들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야. 이안! 오에리나! 너흰 쉬어!”
“그래. 그래. 이 정도 해 줬으면 됐지.”
“밥 먹어야지! 내가 스튜 끓여 줄게!”
위디아의 외침에 이안은 정색했다.
“그냥 내가 끓여 먹으련다. 재료 어디 있냐?”
“에이~ 야야. 아까는 좀 실수해서 그런 거야. 그리고 그 가루 좀 줘 봐.”
그녀가 능청스럽게 말하자 이안은 못 들은 척하며 식재료를 뒤적거렸다.
그때 사냥을 갔던 다른 이들이 복귀했다.
“야. 트롤 잡았다. 트롤.”
“이안이랑 오에리나는? 걔네 도우러 가야 하는 거 아니야?”
트롤의 머리를 들고 온 그들은 걱정이 가득한 어조로 물었다.
당장이라도 그쪽으로 갈 것 같은 그들에게 윌디는 말없이 한쪽을 가리켰다.
나갔던 이들에 속해 있던 하륜과 그래진은 멀쩡한 둘을 보고 안도했다.
“안 다쳤냐? 잡았어?”
“후후. 당연한 얘기를. 내가 마법 쓰고 이안이 잡았다고. 이쯤 되면 영혼의 파트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싶어.”
“한번 같이 싸우고 뭔.”
“충분히 과언이다.”
그녀의 말에 다른 생도들이 어이없어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오에리나는 우쭐해하며 정리된 드레이크 재료를 보여 주었다.
사냥 갔다 온 이들이 그걸 보고 감탄하는 사이 그녀는 하륜을 데리고 왔다.
“이안의 마력 적성 좀 확인해 줘. 쟤 마법 익힌다는데?”
“마검사 하려고? 하긴 마법은 배울 수 있으면 배워 두는 게 좋지.”
이안 정도의 머리로 검만 쓰는 것도 아쉬운 일이다.
하륜은 그의 팔을 잡고 마력을 보내 보았다.
하지만 어째 표정이 안 좋다.
“윌디. 네가 확인해 봐. 아까 마력을 너무 썼나?”
윌디도 이안에게 마력을 보내 봤다.
하지만 그녀 역시 하륜과 같은 반응이었다.
“이안. 마력 적성이 왜 이래요?”
“그렇지?! 내가 잘못 느낀 거 아니지?”
“왜 그러는데?”
오에리나도 이안을 확인해 보고 기겁했다.
자신이 잘못 느낀 것이 아니라면 이안의 마력 적성은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수준이었다.
“너…… 마력이 모이지 않잖아? 이 정도로 안 모이는 사람은 처음인데?”
옆에 있던 그래진도 확인해 보고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이 정도면 재능을 빼앗긴 자 수준이네. 세상에나…… 이런 몸을 보기는 또 처음이다.”
마법사들의 반응에 이안은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이미 재능없다는 것 쯤은 알고 있는 사실인데 놀랄 것이 뭐 있겠나.
다만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었다.
“재능을 빼앗긴 자라니?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세 마법사뿐만 아니라 다른 생도들도 모르는 듯싶었다.
그들도 궁금해하자 그래진은 어깨를 으쓱였다.
“뭐야. 다들 몰라? 이런. 이런. 유물과 역사학을 모르는 자들은 이래서…….”
잘난 척하는 그를 향해 박바레는 인상을 찡그렸다.
“까불지 말고 빨리 말하지?”
“그 전에 나부터 묻자. 나 마법 못 익히냐?”
이안의 뚱한 표정에 하륜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건 아니야. 다만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마력을 모으기 힘들어. 아마 남들보다 몇 배, 아니 몇십배는 더 노력해야 할 거야.”
그럼 됐다.
일반적인 방법 안쓰면 되니까.
이안은 대수롭지 않아 했지만 마법사들은 떨떠름함을 감추지 못했다.
“야. 마력을 쉽게 모으지 못한다는 건 큰 문제라고. 이정도면 명상을 아무리 해도 거의 마력을 쌓을 수 없는건데. 서클은 어떻게 만들려고.”
“그건 걱정 마라. 나도 방법이 있으니까.”
명상으로 마력을 모을 수 없다?
그런 건 다른 방식으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었다.
<프레데온 대륙의 마력 추출법을 사용하면 됩니다.>
그렇기에 이안은 아까 하던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그래서. 재능을 빼앗기다니? 그건 무슨 소리지?”
“한 삼백여 년 전의 유적에서 나오는 말인데, 발록 유적이라는 곳이 있어. 그곳에서 아주 특별한 연구가 진행되었지.”
“무슨 연구요?”
“차원 문을 만들기 위한 연구.”
차원 문이라는 말에 다들 입을 다물었다.
잊힌 도시의 탑에 있다는 차원 문이 왜 여기서 튀어나온단 말인가.
“그런 심각한 이야기라면 우리도 알 만한데…… 왜 알려지지 않은 걸까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유적의 목적이 달성되지 못했기 때문이야.”
유적이 유명해지기 위해서는 세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했다.
첫 번째는 뛰어난 유물.
두 번째는 유적 내부의 탐사 난이도.
세 번째는 유적의 목적이 달성됐느냐.
발록 유적은 세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지 못했다.
“유적의 탐사 난이도 자체는 그냥 평범했어. 그리고 유물도 거의 없었지. 거기에 기록에 남은 연구마저 실패했어.”
그렇기에 학자 중에서도 제대로 공부한 이들 정도만 안다.
“그 연구에서 쓰인 제물이 바로 타인의 가능성이었어.”
“가능성이라…….”
이안은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재능을 말하는 건가?”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