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44)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44화(44/300)
◈ 제44화
22. 네 몸 왜 이러냐 – 2
이안이 핵심을 찌르자 그래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재능이 있다한들 시간을 들여 노력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저 가능성에 불과할 뿐이다.
그 재능이 시간과 노력에 의해 개화되기 전.
그것을 모아 차원 문을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그 유적에 나와 있었다.
“왜 그런 걸 제물로 삼아?”
“당시 유행한 학설 중에 운명론이라는 게 있는데 거기서 쓰이는 제물이 그거라고 하더라고.”
“처음 듣는 학설이군요. 그래서? 그게 가능한 일인가요?”
윌디가 불신의 기색을 드러내며 묻자 그래진은 어깨를 으쓱였다.
“나야 모르지. 결과는 실패였다니까. 차원 문이 열린 흔적 따위는 없었어. 그리고 거기 유적과 유물 조사 결과 실패했다는 기록만 있었고.”
가볍게 말한 그는 어깨를 으쓱였다.
“하지만 제물로 쓰였던 이들이 재능을 잃고 아무것도 못하는 폐인이 되었다고 하더라고.”
잠자코 듣던 위디아는 피식 웃었다.
“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그래서. 넌 이안이 거기 나온 것처럼 재능을 빼앗겼다. 뭐 그런 얘기를 하고 싶은 거야?”
“아니 그렇다기보다는…….”
“그럼 왜 마법 재능만 없냐? 거기 유적 제물은 원하는 재능만 뽑아서 쓰는 거야?”
“그건…… 아닌 걸로 나왔는데…….”
“그렇다면 저 이안이 재능을 빼앗겼다고? 그럼 우린 뭐냐? 이상한 소리 좀 하지 마라. 그래진.”
다들 투덜거렸지만 이안만이 고개를 저었다.
그가 보기에도 이 몸의 모든 재능은 바닥 수준이었으니까.
어쩌면 그래진의 말이 맞을지도 몰랐다.
‘키르케. 이거에 대해 아는 것 있나?’
<현재 접속 레벨로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역시나 꽤나 고급 정보인가 보다.
그가 키르케의 말을 듣는 사이 하륜이 물었다.
“그래서 결론은? 그 실험은 그냥 실패다. 그게 결론이야? 그럼 모인 제물. 그러니까 재능은 어디 갔는데?”
“그래. 차원 문 못 열었다면서? 그럼 제물만 날린건가?”
“그거야…… 나도 모르지.”
다들 김샜다는 표정이 되자 그래진은 다급하게 말했다.
“야! 그건 아무도 몰라! 유물학이라는 게 있는 유물 갖고 얘기하는 거지 함부로 추측하는 게 아니라니까?!”
“그래. 앞으로도 열심히 찾아보렴. 아무튼 이안.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닐 거다.”
하륜은 매우 진지하게 말했다.
“솔트 후작가로 와라. 저택에 마력 집중 장치 있으니까 그걸 쓰면 될 거야.”
“아뇨. 이안. 저희 영지에 가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을 거예요. 물론 시간은 걸리겠지만. 그래도 저희 가문은 도움을 청하는 이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는답니다.”
“유물이나 유적의 도움을 받는 법도 있지.”
“스승님이 가지신 마녀의 약이 도움이 될지도 몰라.”
네 마법사들이 말했지만 이안은 냉담한 반응만 보였다.
“마력 추출법으로 모으면 되니까 괜찮아.”
“하필이면 그걸…….”
아티팩트로부터 마력을 추출해서 마력을 쌓는 방법이 바로 마력 추출법이다.
워낙 비효율적이고 낭비가 심해 마탑에서도 쓰는 자가 거의 없는, 사장된 것이나 다름없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이안이 그걸 택하자 다들 안타까워했다.
“다시 생각해 보지?”
“맞아요. 이안. 괜찮겠어요?”
“난 추천 안 한다.”
“나도 그래. 그거 모을 수 있는 마력량도 얼마 안 되는 데다가 추출 한번 하면 아티팩트의 마법이 깨져서 못 쓰는 거 알지?”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안이 말한 마력 추출법은 이 세계의 것이 아니었다.
<이 세계의 방식만으로 마력을 모은다면 주인님의 몸에 1서클이 만들어지는 예상 시간은 5년 7개월 후입니다.>
‘프레데온 대륙의 방식은?’
<아티팩트의 수와 질에 따라 다르지만 아무리 늦어도 1개월 안에 가능합니다.>
그럼 됐다.
이안은 걱정스레 바라보는 넷을 향해 딱 잘라 거절했다.
“마력은 내가 알아서 하지. 오에리나. 자성 마법이나 가르쳐 줘.”
몬스터 헌팅 자체는 크게 문제가 없었다.
첫날에 이안이 드레이크를 잡았다.
그 뿐만 아니라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서성이던 아라크네와 오거도 잡아 버렸다.
그 외에 다른 B반 생도들도 몬스터들을 꽤 잡았다.
이 정도면 몬스터 헌팅 부분에서 1위는 확정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 매우 만족스러운 시험이었다.”
그래진은 흐뭇하게 웃었다.
지금까지 B반에서 치렀던 영웅제 시험 중에 이렇게 편했던 적이 없었다.
“그러게 말이야. 그래도 개인 점수는 좀 아쉽네.”
이안이 드레이크와 아라크네, 오거를 잡았다.
그러니 이번 몬스터 헌팅의 기여도는 그가 최고라 할 수 있었다.
평소라면 자신이 1위였기에 하륜은 짧게 중얼거렸고 윌디는 피식 웃었다.
“실기 1위 못해서 아쉽겠네요?”
“어휴. 뭐 이 정도 가지고. 난 다 계획이 있다고.”
“무슨 계획이요?”
“내가 1위를 못하면 1위를 우리 가문 사람으로 데리고 가면 되는 거지.”
“이럴 수가! 저도 똑같은 계획 진행 중인데요! 놀랍군요!!”
둘 말고도 옆에서 싱글거리며 떠든다.
“이야~ 이런 우연이 있나. 나도 그 계획 진행 중인데.”
“남부 평원에 이안에게 딱 맞는 곳이 있는데 말야.”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다들 김칫국만 한 사발씩 들이마시고 있다.
여기저기서 떠드는 이들에게 씩 웃어 주고 하륜은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그것으로 지난 일주일간 거점을 지키던 결계가 해제되었다.
“야! 짐들 잘 챙겨!”
“이안! 슬슬 가자!!”
이안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앞에 있던 오에리나는 책을 덮었다.
“이런 식으로 마법진을 계속 익히며 적응을 하는 게 중요해.”
“음. 생각보다 쉽네.”
“너한테 안 쉬운 게 뭐가 있겠니? 야. 진짜 아깝다. 네가 마력 적성만 높았어도 우리 학파에서 대마법사가 나올 수 있었을 텐데. 일주일만에 초급마법의 이론을 전부 익히다니.”
오에리나가 안타까워하는 사이 윌디는 이안에게 다가갔다.
“잘돼 가나요?”
이안은 가볍게 손을 들었다.
그 순간 그의 손 위로 마법진이 빠르게 형태를 갖췄고 철로 만들어진 고리가 움직였다.
“아직 서클은 만들어지지 못한 것 같은데…… 주문이나 마법식 구현은 완벽하군요. 역시 이안 답네요.”
하륜은 안타까워하며 이안의 손을 보았다.
“문제는 서클이야. 지금이야 우리가 마력을 나눠 줘서 쓴다고 치더라도…… 계속 이럴 순 없잖아?”
“진짜 마력 추출법만으로 되겠어요?”
“아티팩트 구하는 것도 일이겠다. 야.”
걱정하는 그들에게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걱정 마. 조만간 좋은 아티팩트 하나 구할 것 같으니까.”
“어떤 거?”
“보헤란의 활.”
그 말을 들은 하륜은 쓰게 웃었다.
* * *
B반 생도들이 복귀하자 아란세는 기쁨에 몸부림을 쳤다.
“드레이크라니!! 드레이크라니!!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드레이크라니!!”
기다리던 다른 중급 교관들은 똥 씹은 표정을 지었다.
이번 영웅제 최대의 다크호스라 할 수 있는 B반이 결국 대형사고를 쳐 버렸다.
“S급 몬스터……. 하. 어이가 없네. 이거 부정행위 아니야? 다른 마스터가 꼈다거나…….”
하우젤이 투덜거렸지만 아란세는 차갑게 비웃었다.
“그럼 증거 가지고 오든가! 하하! 얘들아!! 잘했다! 아주 잘했어!!”
그는 단상을 뛰어올라 생도들에게 달려갔다.
“어이구 이쁜 내 새끼들!”
“아. 제가 왜 교관님 새끼예요.”
“이안이나 예뻐해 주세요. 쟤가 드레이크랑 아라크네, 오거를 잡았으니까.”
“오?! 그래?! 요 이쁜 녀석!!”
그를 꽉 끌어안아 주고 머리를 마구 쓰다듬었다.
거기에 다른 이들까지도 아낌없이 칭찬해 준 아란세는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이러다가 네 시험 모두 1위를 차지하는 거 아니냐? 하하하!!”
“그렇게 하면 뭐 해 주실 거예요?”
오에리나가 싱글거리며 묻자 그는 우쭐한 얼굴로 말했다.
“뭐든 말해! 뭐든! 내가 뭘 못해 주겠냐!!”
그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이안이 손을 들었다.
“잊힌 도시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순간 움찔한 아란세는 시선을 회피했다.
“그, 그건 빼고.”
“뭘 못해 주겠냐면서요.”
“……야. 꼭 그래야 하냐? 차라리 내가 비전 검술을 가르쳐 줄게.”
“됐습니다.”
이안은 가볍게 고개를 젓자 아란세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화기애애한 B반을 헤이스팅스는 죽일 듯 노려보았고 그와 눈이 마주친 이안은 히죽 비웃음을 보냈다.
나름대로 준비한 것이 물거품이 되어버리자 꽤나 자존심이 상한 듯 보인다.
얼굴이 새빨개질 정도로 씩씩거리던 헤이스팅스는 결국 아무 말도 못하고 거칠게 몸을 돌려 가버렸다.
“자! 그럼 가서 쉴 사람은 쉬고 놀 사람은 놀아라!”
그러거나 말거나 아란세는 기쁘게 웃으며 모두에게 외쳤다.
기숙사로 돌아오자 생도들은 각자 흩어졌다.
알아서 놀거나 쉬는 이들 사이에서 이안은 순찰을 택했다.
“안 피곤하냐?”
“이 정도로 피곤해서 쓰나.”
“그냥 쉬면서 마법 연습이나 하지.”
함께 순찰에 참가한 하륜이 말하자 이안은 손바닥을 들었다.
“하고 있어.”
그의 거친 손바닥 위에는 은은한 빛의 고리가 있었다.
그 고리 안에 있는 세밀한 마법식을 보니 현기증이 날 정도다.
“……마법진을 그렇게 작고 세밀하게 구성한다고? 아니 그 전에. 마력은 어떻게 모았는데?”
“저번에 C반 애들에게서 양도받은 아티팩트. 좋은 게 아니라 서클은 못 만들었지만 말이야.”
여유롭게 말한 이안은 반지의 마력을 추출했다.
마력이 강제로 추출되자 이안은 쓸모없어진 반지를 휙 버렸다.
“그거 추출해서 되겠냐? 나중에 괜찮은 거 하나 구해 줄게.”
“오. 고맙네.”
“별말씀을. 그나저나 말하면서 마법진 변형이 가능해?”
“더 복잡한 것도 되는데 뭐.”
예전에는 이깟 마법진보다 수천 배는 복잡한 회로 설계도 밥 먹으면서 했었다.
이안이 대수롭지 않아 하자 하륜은 고개를 저었다.
“하아. 이런 사람이 재능이 없다니. 재능이 차고 넘치는 것 같은데.”
“그런 건 아니…….”
그때였다.
“야! 이안!”
“어?”
이안과 마찬가지로 순찰을 택한 그래진이 달려오자 둘은 의아해했다.
“왜. 무슨 문제 있냐?”
“저번에 우리가 잡았던 사기꾼들 있지?”
“모험가 길드 어쩌고 하던 놈들?”
“응. 그자들과 다른 좌판 상인들의 허가를 내줬던 자에 대해서 알아냈어.”
그래진은 순찰대에서 받은 허가서를 내밀었다.
그것을 받은 하륜은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허가서에 적혀 있는 허가자의 이름을 보고 무거운 어조로 중얼거렸다.
“……로멘틀 상급 교관이라.”
아카데미 생도라면 다들 알고 있었다.
그거 헤이스팅스의 심복과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이안 일행은 정리를 위해 근처의 찻집으로 향했다.
한창 진행 중인 영웅제로 몰린 사람들 덕분에 찻집은 꽤나 북적거렸다.
그들 중 순찰대 완장을 찬 이안 일행을 본 몇몇은 불편해했지만 알 게 뭔가.
그들은 시선을 무시하고 빈자리에 앉았다.
“영웅제 때 물품 가격이 비싸지는 거 알지?”
그래진이 이야기를 꺼내자 점원이 다가왔다.
늘 마시는 차인 다질을 주문한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질이 한 잔에 5쿠퍼인데 지금은 20쿠퍼지.”
“그래. 즉 영웅제 때는 시세가 세 배에서 네 배 정도 올라. 아무튼 이래서 상인들은…….”
“수요와 공급의 문제니까. 이안. 이해하지?”
“물건 찾는 사람이 많으면 가격 올라가는 건 당연한 일이야.”
이안이 이해해 주자 그래진은 씁쓸해했고 상가 출신 귀족 하륜은 만족했다.
“그것 때문에 영웅제 기간에 장사하고 싶어 하는 자들이 많아. 그리고 당연히 아카데미를 통해 엄밀한 심사를 거치지.”
“그 심사에서 로멘틀 교관이 이런 놈들에게 허가를 내줬다. 이거겠네. 모험가 길드에서는 뭐라고 해?”
“자기들은 모르는 일이니 아카데미 쪽에 맡긴다고 하네.”
그저 허가를 내준 쪽에 문의하라고만 일관하고 있었다.
이안이 입을 다물자 그래진은 씁쓸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 일. 꽤 오래전부터 있었던 일 같아. 신고도 한번 들어왔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