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48)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48화(48/300)
◈ 제48화
24. 믿을 수 없는 일 – 2
뭐하는 자길래 확인을 위한 레벨이 높은 걸까.
이안은 어깨를 으쓱였다.
키르케가 확인하지 못해도 확인시켜줄 자는 눈앞에 있으니 됐다.
그가 생각하는 사이 셋은 이미 이안을 잡은 것처럼 으스대고 있었다.
“흔적은 남기지 말아야겠지요?”
“헤이스팅스 교관님. 뒤처리는 부탁드립니다.”
“걱정 마라. 이 근처에 오거의 서식지가 있으니까.”
그곳에 던져 놓으면 오거들이 알아서 처리해 줄 거다.
안 그래도 혼자서 까불던 이안이다.
또한 이곳까지 오며 몬스터들과 싸운 흔적도 남아 있다.
“자기 실력만 믿고 까불다가 죽은 머저리로 만들어 놓는다면 누구도 우리가 했다는 것을 모르겠지. 또 그분께서도 뒤를 봐주실 것이니 걱정 말고 쳐라.”
헤이스팅스는 시위를 잡아당겼다.
그와 동시에 아까와 같은 창 수준의 마법 화살이 만들어졌다.
“죽여.”
로멘틀과 빌라디가 뛰어들자 헤이스팅스가 빛의 화살을 쏘았다.
그들의 기가 막힌 협공을 이안은 차갑게 비웃었다.
-챙!
검을 휘둘러 로멘틀의 공격을 튕겨 냈다.
다른 손으로는 자성 마법을 이용해 빌라디의 도끼의 방향을 바꿔 버리고 끌어당겨 그를 방패로 삼았다.
“어어?! 커억!”
쏘아진 빛의 화살에 맞은 빌라디가 고통을 토해 낸다.
그 찰나와 같은 순간에 이안의 손이 움직였다.
천마신공 파천의 장.
파성격.
-퍼어어어억!!
가죽 터지는 소리와 함께 빌라디가 튕겨 나가 헤이스팅스의 시야를 가렸을 때.
이안의 검이 달빛에 번뜩였다.
천마신공 달의 장.
월륜.
달빛을 닮은 차가운 빛이 로멘틀의 목을 스치고 지나갔다.
-서걱!!
“커헉! 어억…… 억…….”
목을 잡은 로멘틀은 버둥거리다가 푹 쓰러졌다.
이 모든 과정이 순식간에 일어나 헤이스팅스는 당황하지도 못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머릿속이 혼잡하다.
“너, 너 뭐냐?! 뭘 어떻게 한 거냐?!”
“어떻게 하긴.”
이안은 검을 보았다.
어찌나 빠르게 베었는지 로멘틀의 목을 벤 그의 검에는 피 한 방울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제길!!”
방금 보인 이안의 수는 자신은 물론이고 어지간한 마스터조차 흉내도 내지 못하는 수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하며 그는 다급하게 외쳤다.
“빌어먹을!! 빌라디!! 일어나!!”
하지만 빌라디는 꿈쩍도 하지 못했다.
헤이스팅스는 침을 꿀꺽 삼키고 그를 보았다.
“……맙소사.”
갑옷의 복부 쪽이 파괴되었다.
입가에서는 주르륵 피가 흐르고 숨조차 쉬지 못하고 있었다.
일격.
그조차 주먹질 한 방에 죽어 버린 것이다.
“너. 너. 너. 너.”
자신의 경험에 의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혼란에 빠져 당황하던 헤이스팅스는 다급하게 외쳤다.
“자, 잠깐!! 잠깐만! 이안!! 네 실력이 대단하구나!”
“그걸 눈치채다니. 살려 둘 수 없다.”
물론 눈치 못 챘어도 살려 둘 생각 없었다.
다가간 이안이 검을 들어 올리자 그는 무릎까지 꿇었다.
“내가! 내가 널 그분께 데려가 주마!!”
“그분이 누군데?”
“그분께선…… 새로운 세계의 주인이 되실 분이다.”
“그런 거 원하는 놈들 중에 제대로 된 놈들은 거의 없던데. 그래서? 이름은?”
“마, 말할 수 없…… 없다.”
“어디 있지?”
“그것도…….”
“나이는? 세력이 있나? 얼마나 강하지?”
헤이스팅스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난감해하는 그를 보던 이안은 눈을 번뜩였다.
<칠색 마안 – 홍의 강제를 사용합니다.>
수라나찰계를 지배하던 아수라왕이 사용하던 절대의 일곱 마안.
그 중 하나가 이안의 눈에 자리잡았다.
상대의 혼을 건드리는 것이라 한번 당하면 후유증이 상당하지만 알 바인가.
어차피 죽일 자인데.
이안은 거침없이 마안을 사용했고 그의 눈이 핏빛과 같은 붉은색으로 변했다.
“모든 것을 말하라.”
“끄…… 끄어어억!! 끄억!!”
명령에 저항할수록 혼이 뭉개지는 고통을 받는다.
핏줄이 도드라지고 눈에 핏발이 서고 있다.
얼굴이 터질 것처럼 붉어지는데도 헤이스팅스는 말하지 않았다.
아니, 말하지 못하고 있었다.
<금제에 걸려 있습니다.>
“그런 것 같네. 어디 보자.”
이안은 헤이스팅스의 갑옷을 뜯어내 보았다.
심장 부근에 검은색 불길한 문신이 드러나 있었다.
<해소부 사용 시 금제의 해제가 가능합니다.>
“그건 재료 구하는 것도 보통 일 아니잖아. 여긴 쉽나?”
<아카데미에서 보유 중인 재료를 제외하고 남부 프길드 평야의 호윈 스톤과 제국 동부 킬로타 언덕의 포름 열매, 위아드의 껍질과 체액이 필요합니다.>
“대륙 여기저기에 다 퍼져있군. 그걸 언제 다 구하고 앉았냐. 키르케. 네가 빨리 레벨 업을 해야겠다.”
진리 접속 레벨이 올라가면 진리를 통해 조사 없이 다 알아낼 수 있을 테니까.
이안의 말에 키르케는 공손히 답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어쨌든 금제에 걸린 이상 더 알아낼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럼 다음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허억!! 허억! 사, 살려 줘! 나, 나난 이렇게 죽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야. 이안. 아니! 이안님! 넌 생도지? 생도가 교관을 공격하면 어떻게 되는지 모르는 겁니까? 저 둘을 죽인 것은 제, 제가 무마…….”
-서걱!!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그가 간절하게 애원한다.
자신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인 목숨을 잃게 된다는 두려움 때문일까?
헤이스팅스는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서 이안에게 계속 빌었다.
하지만 이안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헤이스팅스도 자신을 죽이고 그 뒤처리를 위한 준비를 해 놓았다.
그럼 그걸 이용하면 되기에 그는 검을 휘둘렀고 헤이스팅스는 목을 쥐었다.
손가락 사이에서 붉은 피가 흘러나온다.
그 피가 넘쳐 흐르자 그는 천천히 허물어졌다.
오랜 시간 아카데미를 지배하던 헤이스팅스의 최후치고는 꽤나 허망한 모습이었다.
“생도가 교관을 죽여도 되나?”
뒤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이안은 슬쩍 고개를 돌리며 검을 검집으로 되돌리고 말했다.
“알 게 뭡니까. 안 걸리면 그만이지. 그래서? 여기저기 떠드실 생각이십니까? 단주님?”
검화단 단주다.
그가 있다는 것은 이미 눈치채고 있었기에 이안은 별반 감흥이 없었다.
“아니. 저들 따위는 관심 없어. 이걸로 협박해서 끌어들이는 것도 검화단의 방식이 아니고.”
“협박으로 검화단에 들어가 봐야 제가 따르지도 않을 테니까요.”
“그렇지.”
처음부터 끝까지 이 상황을 지켜봤던 단주는 천천히 이안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내가 관심을 가진 것은 아까 너의 움직임이다. 이안.”
“아. 예.”
“너의 검은 살인에 최적화되어 있구나.”
오해다.
살인에 최적화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죽이고 때려 부수는 데 최적화된 것뿐이다.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지요.>
키르케의 말대로 단주가 살인에 능숙하기에 그것만을 의식한 것뿐이다.
“살인검을 익히는 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나?”
살인에 취한 자는 자신을 잃는다.
사람을 죽이는 것에 기쁨을 느끼며 광기에 휩싸이게 된다.
그것을 잡아 주기 위해서는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명확하게 아는 거죠. 그걸 못하면 살의에 취한 미친 살인귀가 될 뿐이니까.”
“……알고 있군.”
가르침을 주고 그를 검화단으로 끌어들이려 했던 단주는 꽤나 뻘쭘해했다.
“아무튼 이번 일은 넘어간다고 해 주셨으니 믿겠습니다.”
“비밀로 넘어가 주는 것에 대한 대가는?”
“그냥 시체 한 구 더 안 늘리는 것으로 끝냅시다.”
“그 말은 입 안 다물면 죽이겠다는 걸로 들리는데.”
“그럼 뭘로 들으셨습니까?”
달빛을 받으며 이안이 무덤덤하게 말했다.
저 오만함을 마주하며 단주는 고민했다.
아까 봤으니 인정해야 한다.
이안은 천재다.
아직 어린 저 녀석이 제대로만 큰다면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을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어쩌면 검성이나 숲지기, 황제까지 뛰어넘을 정도의 강자가 될지도 몰랐다.
‘아깝다.’
몇 년만 잘 큰다면 검화단을 이어받을 최고의 인재가 될 텐데.
그렇기에 단주는 제안했다.
“검화단에 들어와라.”
이안은 강하지만 오만하다.
그 오만은 성장에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목을 노리는 위험한 칼이 될 수 있었다.
저 오만을 가진 이안이 과연 끝까지 무사할 수 있을까?
단주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검화단이 네가 클 때까지 널 지킬 것이다.”
“메리트가 없군요.”
“검화단이 뭐가 어때서. 그 누구도 검화단을 얕볼 수 없다.”
“검화단이라고 하면 당장 공격하거나 협조를 끊는 세력도 많다던데.”
“그건 뭐…… 약한 놈들이 징징거리는 정도라고 생각해야지.”
“그리고 적대 세력도 많고.”
“적이 생기는 게 무섭나?”
“제가 한 일이 아닌 걸로 생기는 건 귀찮죠.”
이안이 살아가는 방식은 적을 만들 수밖에 없는 방식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남이 한 일 때문에 괜히 적이 될 필요는 없는 일 아닌가.
“너를 노리는 자는 점점 늘어날 것이다.”
“킬로드 백작님께 얘기 들었는데 단주님 때문에 절 노리는 사람이 늘었다더군요.”
“그렇겠지.”
“덕분에 몸값은 많이 올렸습니다. 그건 감사드리겠습니다.”
단주에게 가볍게 말한 이안은 세 명의 시체를 잡았다.
그가 시체를 끌고 걸어가자 단주는 얌전히 그의 뒤를 따랐다.
“저쪽에 오거가 있더군.”
“압니다.”
이미 키르케가 확인했다.
헤이스팅스가 그러려고 했던 것처럼 이안도 이들의 시체를 몬스터 먹이로 던져 줄 생각이었다.
단주와 함께 밑으로 내려가자 오거 세 마리가 머무르고 있는 서식지가 있었다.
놈들을 향해 이안은 세 명의 시체를 휙 던졌다.
-크르르…….
하늘에서 고깃덩어리가 떨어지자 오거들은 신나게 그들의 시체를 뜯어 먹었다.
그사이 이안은 보헤란의 활과 다른 아티팩트들을 챙기고 나머지 흔적들을 지워 나갔다.
“더 볼일 있으십니까?”
“전에도 말했지.”
단주는 차분히 이안을 향해 걸었다. 거의 맞닿을 정도로 가깝게 다가오자 좋은 꽃향기가 코를 간지럽힌다.
“나는 널 지켜보겠다.”
“할 일도 없으시네.”
“나중에도 그런 소리를 하나 보자.”
이안의 저런 태도는 언젠가 화를 부를 것이다.
그리고 그 화가 닥쳤을 때 자신이 나타나 구해 준다면?
그럼 이안은 검화단의 위엄을 알고 자신에게 진심으로 손을 내밀 것이다. 그 손을 잡아 주면 그걸로 끝이다.
‘저런 녀석은 자신이 한 말은 반드시 지키지.’
자신의 강함을 아는 자들의 대부분은 스스로 한 말을 지킨다.
강한 만큼 그 자존심 역시 강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단주는 가면 안의 입술을 살짝 비틀어 웃고 몸을 돌려 떠나간다.
그것을 지켜보던 이안은 보헤란의 활을 잡았다.
<적성 대상으로 지정할까요?>
“굳이 그럴 필요 있을까?”
죽일까도 해 봤지만 단주가 특별히 문제를 만들 것 같지도 않았다.
또 문제가 생기면 어떤가.
이런 적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이 또한 삶의 즐거움이며 자극이다.
이안은 단주에 대한 관심을 끊고 보헤란의 활로 눈을 돌렸다.
“서클이나 만들자.”
<마력 추출 시퀀스가 진행 중입니다.>
키르케의 말과 함께 프레데온 대륙 방식의 마력 추출이 시작된다.
단순하게 마력의 일부만을 빼 가는 이 세계의 방식과는 달랐다.
모든 것을 무시하고 마력을 완전히 흡수해 내는 방식이 시작되자 막대한 마력이 보헤란의 활에서 뽑아져 나왔다.
-우득. 드드득……!
그 흡입력에 보헤란의 활이 빛을 잃어 간다.
여기저기 부서지고 금이 가는 동안 이안은 강제로 뽑아낸 마력을 심장으로 이끌었다.
‘놓치는 마력이 많다. 좀 모자랄 것 같으니 다른 아티팩트도 써야겠군.’
주둥이가 작은 병에 물을 마구 쏟아부을 때.
물은 주둥이로 모두 들어가지 못하고 바깥으로 흘러 버리기 마련이다.
그처럼 받아들이지 못한 마력이 허공으로 흩어지려 한다.
“먀아아아~.”
그때 이안의 어깨에 있던 먀네가 울었다.
그 울음과 동시에 빠져나가던 마력들이 다시 그의 몸으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마력 역류 중입니다.>
넘쳤던 마력이 다시 작은 주둥이로 모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