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49)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49화(49/300)
◈ 제49화
25. 서로서로 담가요 – 1
이안은 슬쩍 어깨 위의 먀네를 보았다.
먀네는 언제나처럼 별일 아니라는 듯 느긋하게 하품만 하고 있었다.
“좀 더 잡아 줄래?”
“먀아~ 먀아아아아~.”
또다시 흩어지기 시작한 마력이 먀네의 울음에 다시 역류해 심장에 자리 잡았다.
그렇게 세 마리 오거가 시체를 완전히 먹어 치웠을 때쯤.
보헤란의 활이 결국 모든 마력을 잃고 뚝 부러져 버렸다.
“됐다.”
“먀아~ 먀먀~ 먀아아아~.”
심장에 하나의 고리가 만들어졌다.
1서클이 완성된 것이다.
<축하드립니다.>
이안은 손바닥을 들었다.
서클이 회전하며 생성한 마력에 따라 순식간에 마법진이 만들어졌다.
그것을 물끄러미 응시하던 그는 마법진을 해제하며 새삼스럽게 느꼈다.
“참 재능이 없는 몸이야. 그렇지?”
<그렇습니다.>
검술 적성도 없고 마력 적성도 없고.
도대체 있는 게 뭔지.
‘이것 때문에 이 녀석도 고생했겠지.’
브랜든 영지의 숲에서 매일 울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손바닥이 터지도록 검을 휘둘렀지만 실력이 늘지 않았다.
오러를 느끼기 위해 몇 날 며칠 굶어 가며 고생을 했지만 소용없었다.
마법에도 손을 뻗어 보았지만 한 올의 마력도 모을 수 없었다.
그 절망과 괴로움이.
“타인에 의한 짓이라면…….”
이안은 부러진 보헤란의 활에 내공을 불어 넣었다.
막대한 내공을 버티지 못한 활이 가루가 되어 박살 나 바람에 흩날려 사라진다.
그것을 지켜보던 그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그놈도 가만히 둘 수는 없겠지.”
<그 범인을 찾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습니다.>
“그래. 그럼 남은 시간 동안은…….”
이안은 잠시 생각하다가 몸을 돌렸다.
“명상이나 해야겠군. 키르케. 은신처 찾아.”
가볍게 말한 이안은 어둠 속으로 움직였다.
* * *
생존 시험의 마지막 날.
이안은 하륜에게 들었던 B반의 거점으로 찾아갔다.
그가 무사한 것을 본 하륜은 안도했다.
“이안! 괜찮냐?!”
“나야 괜찮지.”
“그런데 소문 들었어?”
그는 슬쩍 이안을 당긴 후 작은 어조로 말했다.
“헤이스팅스 교관과 로멘틀 교관, 그리고 빌라디 교관이 실종되었다고 하네. 생존 시험 시작한 날 모습을 감췄다고…….”
“그건 또 언제 들었어?”
“어제 잡은 추적자 중 하나인 이디트 사냥꾼에게 들었어. 셋이 같이 밤에 나간 이후 돌아오지 않았다고.”
“네가 했냐?”
다가온 그래진이 작게 묻자 이안은 웃었다.
그것이 긍정이라는 것쯤은 그도 알 수 있었다.
“그래. 고생했다. 그런데 목걸이는? 따로 안 모았으면 이거 받아 가.”
“몇 명 잡았어.”
그는 이안의 가방에 있는 목걸이를 세어 보고 고개를 저었다.
“그걸로는 좀 모자라겠다. A반에서 지금 작정하고 움직인다던데?”
그래진은 가방을 열었다.
그의 가방에는 추적자와 생도의 목걸이가 몇 개 들어 있었다.
“전부 가져.”
“넌?”
“난 순위에는 관심 없어. 어차피 필기는 공동이긴 하지만 1위인데. 강등은 안 당하겠지.”
“그것만으로도 모자라겠는데? 내 것도 가져가.”
하륜도 사정을 눈치챘기에 추적자의 목걸이 몇 개를 이안의 가방에 넣어 주었다.
“이 정도면 네가 개인 우승을 노릴 수도 있겠지?”
그는 빙긋 웃으며 여유롭게 말했다.
“기억해. 너의 우승은 이 하륜이 만들어 줬다는 것을.”
그 말을 들은 그래진은 피식 웃었다.
“나는 놀았냐? 내가 더 많이 줬거든?”
그의 말을 무시한 하륜은 이안과 어깨동무를 했다.
“친구. 꼭 좀 기억해 주길 바란다네.”
“그래.”
그때 탐색을 나갔었던 생도들이 복귀했다.
“야. A반 놈들이 C반이랑 D반을 완전히 털어 버렸던데?”
“아. 그래?”
“생각보다 A반에서 점수를 더 먹을 것 같아. 지금 수준으론 모자라겠다.”
박바레가 떨떠름하게 말하자 이안은 검을 잡았다.
“여기까지 와서 생존시험 1위 놓치긴 역시 아쉽지?”
“그렇지. 여기서만 우승하면 우리가 전 시험 1위인데.”
“그럼 플랜 B. 시작한다.”
몸을 돌려 걷는 그의 뒤를.
B반 생도들은 웃으며 자연스럽게 따랐다.
생존 시험은 시험 종료 후 그날 해질무렵까지 아카데미로 복귀해야 점수가 인정된다.
그렇기에 시험 종료 시간이 가까워지면 그때부터 가장 격렬한 전투가 시작된다.
목걸이를 잃었지만 포기하지 않은 생도들이 작정하고 아카데미 입구에서 기다리기 때문이었다.
“다들 모여!!”
목걸이를 뺏긴 생도들 중에 싸울 수 있는 이들이 무기를 쥐었다.
그들을 이끄는 것은 C반 대표인 에이스윈이었다.
“우리 목표는 A반이다!!”
마지막 날 기습을 해서 목걸이를 잔뜩 털어 간 놈들을 그냥 둘 수 있겠나.
심지어 상대가 자신을 기습해 이긴 자라면 더욱 그렇다.
“온다!!”
A반 생도들이 길을 따라 내려오고 있었다.
그들에게 당한 생도 중 하나가 외치자 에이스윈은 무기를 들었다.
“세이렌!!”
“태양께서 그대에게 힘을 비추리라!!”
세이렌도 어제 기습으로 목걸이를 빼앗긴 쪽에 속했다.
그 때문에 꽤나 열받았는지 작정하고 축복을 전부 걸었다.
그리고 열받은 것은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치사한 자식들!! 팀을 짜서 움직이다니!! 생존 시험의 취지가 무색해지잖냐!!”
물론 팀을 짜서 움직인 것은 A반만이 아니다.
하지만 그게 뭐가 중요한가.
당장 A반에 대한 적의를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지.
다들 전의를 다지고 있을 때 A반 생도들의 선두에 있던 잘생긴 소년은 웃으며 주먹을 들었다.
“하하!! 덤벼 봐라! 자식들아!! 아쿠아!!”
물의 중급 정령이 소환된다.
요정과 같은 형태의 푸른 물의 정령은 화사하게 웃으며 청발의 미소년, A반 대표인 파이다스의 건틀렛에 맺혔다.
“으랴아아아!!”
주먹을 꽉 쥔 그를 선두로 A반 생도들이 달렸다.
“부숴 주마!! 파이다스!!”
정령의 힘과 더불어 오러까지 발현한 파이다스.
축복을 받고 오러를 뽑아낸 에이스윈.
두 익스퍼트가 충돌한 순간 A반과 목걸이를 빼앗긴 이들이 부딪쳤다.
패싸움이 벌어졌다.
이것이 영웅제의 제일 재미있는 장면다.
이걸 구경하기 위해서 아카데미 입구에는 초청받은 몇몇 강자들이 나와 있을 정도였다.
약자들의 싸움만큼 재밌는게 어디 있겠나.
아직 파릇파릇한 생도들이 싸우는 것을 구경하던 강자들은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도 다들 궁금해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B반은 어디 갔지?”
이번 영웅제 최대의 다크호스인 B반은 아직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다들 궁금해하는 사이 싸움은 종반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헤리나!! 지금이다!!”
에이스윈과 싸우며 물의 정령 아쿠아의 힘을 흩뿌리던 파이다스가 외쳤다.
그의 신호에 A반의 마법사 헤리나는 주문을 외웠다.
“바람이여. 얼음이여. 이곳에서…….”
“이런 젠장!! 마법 못 쓰게 해!!”
아쿠아의 힘을 머금은 채 파이다스가 날뛴 탓에 이 주변은 이미 흠뻑 젖어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헤리나가 쓰려는 것은 얼음 마법이었다.
모두 젖은 상태에서 저 마법에 걸리면 어떻게 되겠나.
활을 들거나 마법을 쓸 수 있는 자들이 그녀를 공격했다.
하지만 그녀의 주변에 있던 A반 생도들은 필사적으로 그녀를 지켰고.
“아이스 에이지!!”
결국 마법이 완성되었다.
한순간에 싸우던 생도들의 몸에 서리가 맺히자 에이스윈은 오러를 끌어 올리며 저항했다.
“크윽……!”
하지만 더 버티지 못하고 결국 한쪽 무릎을 꿇어 버렸다.
얼굴과 머리카락, 몸 여기저기에 서리가 맺힌 에이스윈은 이를 갈았다.
마찬가지로 얼어붙어 있던 파이다스는 덜덜 떨며 아티팩트를 들었다.
“푸헤취!! 워, 웜 바디스!”
처음부터 이걸 노렸던 것인지 마법의 범위에 있던 A반 생도들도 모두 아티팩트를 사용해 냉기에서 벗어났다.
“에취! 에취! 훌쩍. 야. 에이스윈. 뭘 그렇게 심각하게 덤비냐? 에취!! 무섭게시리.”
“으윽…… 너…… 이 새끼…….”
“영웅제 우승은 B반에 넘기더라도…… 훌쩍. 생존시험과 개인우승이라도 건져야겠…….”
“야!! 파이다스! 조심해!”
그의 옆에 있던 A반 생도는 당황하며 파이다스를 잡아당겼다.
-파파팍!!
방금 전까지 그가 있던 자리에 세 대의 화살이 꽂혔다.
그대로 화살에 맞아 당할 뻔한 파이다스가 고개를 돌렸을 때.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던 숲 주변에서 풀로 몸을 가리고 있던 이들이 걸어 나왔다.
“하하. 이거 이안이 알려 준 위장이 생각보다 괜찮네.”
“가만히 있는 게 고역이었지만 말이야.”
그 무리에서 짙은 검은 머리를 가진 소년이 걸어 나온다.
한 자루 검을 쥐고, 어깨에는 흰 고양이를 앉혀 둔 그는 당황한 A반을 향해 검을 겨눴다.
“쓸어버려.”
“제길!! B반 놈들?!”
그들의 습격에 파이다스는 어이없어하며 외쳤다.
“네놈들!! 어떻게 숨었던 거냐?!”
“결계치고 위장했지! 자식아! 우린 마법사가 네 명이라고!!”
영맥이 없어서 아예 모습을 가리는 결계를 칠 수는 없지만 기척을 숨기는 정도는 할 수 있었다.
거기에 이안이 제안한 대로 풀과 진흙, 숯으로 위장까지 제대로 해서 그들이 숨어 있다는 것을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제길!! 얘들아!! 빨리 들어가!!”
파이다스는 다급하게 외쳤다.
지금 목걸이를 가장 많이 보유한 것은 A반이다.
그러니 일단 들어가기만 하면 이긴다.
파이다스가 아쿠아를 불러내며 생도들을 이끌고 강행돌파하려는 찰나.
어느새 길목에 이안이 자리를 잡았다.
-콰과과과곽!!
그가 검을 크게 휘두르자 길에 길고 깊은 선이 만들어졌다.
그걸 본 파이다스는 애써 웃으며 주먹을 쥐었다.
“……너와 붙는 것은 처음이지?”
“그래.”
가볍게 주먹을 쥐었다가 편 파이다스는 천천히 자세를 낮췄다.
그의 긴장을 읽은 아쿠아가 물의 기운을 모았다.
그것을 지켜보던 먀네는 이안의 어깨에서 몸을 일으켰다.
“먀아아아!!”
먀네의 울음이 터져 나오자 아쿠아가 움직였다.
수십 줄기의 물이 쏟아졌지만 이안의 어깨에서 뛰어내린 먀네는 빠르게 그것을 피해 내며 아쿠아에게 접근했다.
“시작하자.”
둘이 싸우는 것을 지켜보던 이안이 말하자 파이다스는 힘껏 달려가며 외쳤다.
“좀 살살 부탁한다!!”
먀네와 아쿠아.
그리고 이안과 파이다스.
각 반의 대표가 서로와 부딪치며 영웅제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전투가 시작되었다.
“하아…… 하아…….”
어떻게든 버텨 봤지만 더는 상대할 수 없었다.
이안의 뒤차기에 맞아 나가떨어진 파이다스가 무릎을 꿇고 헐떡거리자 에이스윈은 흐뭇해하며 일어났다.
“하하하!! 이안! 아직 내가 남았다. 너에게 다시 도전하지!”
둘이 싸우는 사이 냉기에서 벗어난 에이스윈이 무기를 잡았다.
그가 웃으며 달려오자 이안은 냅다 주먹을 날렸다.
-퍼억!!
간단하게 그를 기절시킨 그는 상황을 살폈다.
B반과 A반의 싸움은 거의 끝이 나고 있었다.
“제기랄!! B반 놈들!! 두고 보자!”
승기는 완전히 B반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그것을 지켜보던 이안은 몸을 돌렸다.
“먀먀~.”
아쿠아를 역소환시킨 먀네가 이안에게 돌아왔다.
몸이 흠뻑 젖었던 마네가 부르르 몸을 털고 어깨 위로 올라왔을 때.
마지막까지 서 있던 A반 생도 하나가 무릎을 꿇었다.
“큭…… 제길.”
그의 머리에 창을 겨눈 블랜치는 히죽 웃었다.
“더 해볼 텐가?”
“……제기랄!!”
분통을 터트린 그가 목걸이를 내준다.
그것을 받아 낸 블랜치는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이안!! 여긴 끝났다! 목걸이 가져가!!”
B반 생도들은 이안에게 목걸이를 주는 것에 아쉬워하지 않았다.
단번에 A반이 가졌던 목걸이를 전부 얻은 이안에게 블랜치는 웃었다.
“축하해. 개인 우승자.”
“별말씀을.”
많은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첫 번째로 아카데미로 복귀한 이안은 가방을 들어 올렸다.
“점수 확인 부탁드립니다.”
그를 시작으로 B반 생도들이 목걸이가 든 가방을 넘긴다.
차곡차곡 쌓인 가방을 확인한 하운드는 피식 웃었다.
“우승. 축하한다.”
세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번 영웅제 우승은 B반.
그리고 개인 우승자는 이안이라는 것을.
“감사합니다.”
그 말로 길었던 영웅제의 모든 시험이 끝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