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5)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5화(5/300)
◈ 제5화
3. 더 좋은 것 – 1
기막혀하는 그를 무시하며 이안은 말을 이어나갔다.
“자. 여러분. 만약 제가 악마에 씌어 있다면. 검증을 통과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럴 리 없지요.”
태양교단에서 동의하자 교관 측에서 나섰다.
“중급 교관 아란세다.”
짙은 푸른 머리에 약간 사나워 보이는 인상을 한 청년, 아란세는 아이작의 복부를 가리켰다.
“그럼 저 화상은 뭐지?”
“저야 모르죠. 하지만 한가지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아이작 교관님께선 저를 싫어하십니다.”
“뭐?!”
“한 달 전쯤 트리브의 일로 저는 누명을 썼습니다.”
“아~.”
“쟤가 걔야?”
전에 하급생도 하나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독방에 한 달이나 갇혔다가 풀려났다 했다.
독방에서 한 달이나 버틴 그의 근성에 대해서는 아카데미의 교관들도 대충은 들어 알고 있었다.
‘근성도 좋은 데다가 실력도 있다라…….’
‘더 탐나네.’
‘고작 아이작 따위를 이긴 것 때문만이 아니다. 저 녀석은…….’
아카데미에 입학한 이후로 지금까지 실력을 감추고 있었다.
무려 3년이나 되는 시간 동안 실력을 감출 수 있는 인내심까지 가졌다는 것.
그 이유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보통 이유는 아닐 것이다.
실력과 인내심에 뭔지 모를 뒷사정까지.
그것들을 종합하면 분명 보통 놈이 아니라는 이야기였고, 그런 놈들은 대부분 드러난 실력 이상으로 강하기 마련이었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지만 투자해 볼 가치는 충분히 있었다.
교관들 중 몇몇이 눈을 빛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이안은 계속해서 당당하게 말했다.
“아이작 교관님께서는 어떻게든 저를 쳐 내고 싶어 하셨지요. 그렇기에 일부러 대련 전에 배에 화상을 내신 것 아니십니까? 제가 악마와 계약했다 모함하시려고?!”
“내, 내가 왜!”
“대련 때 저에게 패배하실 수도 있다 생각하셨을 테니까요.”
교관과 생도의 대련에서 생도가 이긴다는 것을 예상하는 자는 없다.
특히나 하급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아이작 교관님께선 늘 자신께서 숙련된 모험가라 자부하셨으니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판단하셨겠죠.”
이안은 그를 올려다보며 빙긋 웃었다.
“그렇기에 만약을 준비하신 것 아니십니까? 혹시 패배하면 저를 모함하시고 승부를 뒤집으시려고.”
“이…… 이놈이……!”
그럴 리 없었다.
그는 진심으로 이안에게 악마가 씌었다 생각했으니까.
당황한 아이작이 항변하려 했지만 이안은 더욱 큰 목소리로 주변을 선동해 나갔다.
“그렇다면 저도 고발하지요!! 아이작 교관님께도 악마와 계약하셨을 겁니다!! 어찌 멀쩡한 사람이 이런 악랄한 짓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의 외침에 성기사들은 동의하며 무기를 반쯤 뽑았다.
결국 이안의 고발이 인정되어 아이작도 검증을 받았다.
그리고 그 역시 악마와 관련되지 않은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사이 이안은 두 번째 악마 검증이 시작되며 나온 태양의 기운을 기쁘게 흡수했다.
“봤냐?! 난 악마 따위에 쓰이지 않았다! 그리고 뭐?! 모함?! 내가 너 하나 잡지 못해서 이런 번거로운 일을 계획했다고?!”
“못 잡으셨잖습니까.”
“그건 방심을 했기 때문이다!”
“아. 예. 그러시겠죠. 방심을 하셔서 오러를 쓰셨으니 전력을 다하시면 오러 블레이드도 쓰셨겠군요.”
이안이 빈정거리자 울컥한 아이작은 그의 멱살을 잡았다.
“이 빌어먹을 애새끼가!!”
“추하군요. 혹시 이런 말 아십니까? 사람은 할 말이 없으면 욕을 한다.”
사태가 더 커지려 하자 아란세가 나섰다.
“그만!!”
“이, 아란세 교관님! 하지만 이 자식은 지금 교관에 대한 도전을…….”
아이작은 도움을 구하기 위해 교관들이 있는 쪽을 보았지만 그들의 표정은 차게 식어 있었다.
아이작의 추태와 성급함에 다들 학을 뗀 듯 보였다.
“아이작. 이번 일은 기억해 두겠다.”
“아…… 아아…….”
끝났다.
그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주저앉자 이안은 다가가 어깨를 툭툭 토닥였다.
“앞으론 바깥에서도 잘살길 바랄게. 뭐…….”
천천히 그의 귓가에 입을 가져간 이안은 작은 어조로 말했다.
“과연 잘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 이 자식!!”
아이작은 결국 분노하며 이안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그 공격을 이안은 맞아 줄 생각 따위는 없었다.
가볍게 손을 움직여 튕겨 내고.
-짜아악!!
그저 굴욕감을 주기 위한 귀싸대기 한 대.
내공이 담기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안은 살천문의 방식으로 훈련 중이다.
당연히 그 위력도 만만치 않아 아이작의 얼굴은 일격에 크게 돌아가 버렸다.
“칵! 이 개자식이!!”
피를 흘리면서도 그가 주먹을 뻗으려 하자 아란세가 움직였다.
-퍽!!
자신보다 큰 덩치의 아이작을 후려쳐 쓰러트린 아란세는 이안에게 눈을 돌렸다.
“저자의 처분은 우리 교관들이 맡겠다.”
“예. 부탁드리겠습니다.”
그에게 살짝 고개를 숙인 이안은 성큼성큼 윌리스에게 다가갔다.
“윌리스 사제님. 정당한 판단을 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 태양께선 모두에게 공평하게 빛을 내려 주십니다. 그 태양의 뜻을 따르는 저희 역시 공평해야지요.”
“저는 지금까지 아무런 종교를 따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늘 확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안은 그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실로 공명정대한 판단을 내려 주신 것에 대한 감사를 표하며. 당분간 신전에서 봉사라도 하고자 합니다.”
그러며 태양의 기운을 얻을 생각이다.
<현명하신 판단입니다.>
키르케의 칭찬을 들으며 이안은 빙긋 웃었다.
윌리스는 그의 말이 꽤나 마음에 들었는지 마주 웃어 주었다.
“하하하. 저희야 환영이지요. 그럼 아카데미에는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자. 그럼 바로 가시겠습니까?”
신전의 일손은 항상 부족하다.
그런 만큼 일을 도와주겠다면 감사할 따름이다.
윌리스가 허락하자 교관들은 혀를 찼다.
‘저 녀석을 당장 데리고 와야 하는데…….’
‘다른 교관들이 눈치채기 전에 먼저 가져가고 싶다만…….’
이안은 슬쩍 주변을 둘러본 후 빙긋 웃었다.
‘당분간 여기서 영약 섭취나 해야겠다.’
* * *
아카데미는 상, 중, 하급 세 분류로 나누어지고 그것은 생도들의 실력과 자질로 결정된다.
물론 높은 계급에 속한 생도들은 입학 초반부터 중급이나 상급에 들어가기도 한다.
하지만 아카데미는 자기 자신을 증명하지 못하면 얼마든지 강등될 수 있었다.
그 말은 실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 만큼 아카데미의 교관들은 실력과 자질이 있는 생도가 자신의 밑에 있기를 바랐다.
자신이 가르치는 반에서 강자가 나온다면 그에 따른 성과도 인정받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번 일로 두각이 드러난 이안을 교관들은 원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주인 없는 보석이나 다를 바 없으니까.
최대한 빨리 이안을 포섭해야 하는데 그가 봉사에 대한 설명을 듣겠다며 사제들과 가 버렸다.
결국 이 일에 대한 소문이 퍼지는 시간이 생길 거고 여기 안 온 다른 교관들도 이안을 찾아올 거다.
‘쳇. 차라리 아이작을 잡을 때 말을 걸걸.’
아란세는 윌리스와 함께 중앙 성당으로 향하는 이안을 보며 혀를 찼다.
그런 그에게 중급 교관들이 다가왔다.
“저 녀석. 마음에 드는데. 우리 A반에서 데리고 간다.”
“하. 웃기지 마라. 하우젤. 저 녀석은 내가 데려갈 거다.”
“에이~ 그래도 B반보다는 A반이 낫지. 그리고 쟤 하나 데리고 간다고 너희가 영웅제 우승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그건 두고 볼 일이지. 이번 영웅제는 기대하라고. 반드시 B반이 우승할 테니까.”
영웅제.
프레돈 아카데미에서 매년 두 번 시행되는 대규모 승급 시험을 말한다.
영웅제 우승 횟수에 따라 반 전체 승급도 노릴 수 있기에 각 반 교관들은 영웅제에 꽤나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두고 보자.”
휙 고개를 돌린 그가 걸어가 버리자 하우젤은 어깨를 으쓱였다.
“두고 보긴 뭘 두고 보냐. 어차피 1등은 우리일 텐데.”
그들이 가 버리자 남은 교관은 한숨을 쉬었다.
“염병하네. 원래 하급에서 승급하면 F반에 우선 선택권이 있는데.”
* * *
봉사라고 하지만 할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청소, 그리고 짐을 나르는 일.
그 외에는 사제들을 돕는 정도뿐이다.
“혹시 훈련을 원하시면 성기사분들께 요청하셔도 됩니다. 제가 말해 두지요.”
“감사합니다.”
그럴 생각 따위는 없었다.
이안이 바라는 것은 성력에 담긴 태양의 기운뿐이니 말이다.
“그럼 바로 시작할까요? 괜찮으시겠습니까?”
“아. 물론입니다.”
윌리스는 헤스티안 원장 수녀를 불렀다.
아까 성가를 부르던 사람 좋아 보이는 노파와 함께 청소를 끝낸 그는 잠시 시간을 받았다.
“남는 시간은 신전을 둘러보시고 오시겠습니까? 저희도 성가대 연습을 해야 하니…….”
“구경해도 됩니까?”
“죄송스러운 일이지만 성가대의 연습은 태양교단의 사제님들만이 보실 수 있습니다. 대신 사제 예배에는 참가하셔도 됩니다.”
원래 신전의 성직자들끼리 하는 예배지만.
스스로 나서서 봉사하겠다는 이에게 이 정도는 괜찮다.
그녀의 배려에 이안은 감사를 전하고 밖으로 나갔다.
<휘성단에서 태양의 기운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아까 느꼈어. 성가 연습 중 성력이 발휘되나 확인해 보고 가자.”
성당 주변에서 서성이길 십 분여.
안쪽에서 수녀들의 성가가 들렸다.
하지만 성력을 발휘하는 정도는 아니었는지 노랫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안 나오네.”
<휘성단으로 가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성력에 비하면 미약하지만 그래도 그게 어딘가.
이안은 바로 휘성단으로 향했다.
아까와 다르게 휘성단에는 아무도 없었다.
신상에 담겨 있는 태양의 기운은 무척이나 미약했다.
“태양휘성석을 보고 나니까 되게 허접해 보이는군.”
<태양휘성석을 훔칠 방법을 알아볼까요.>
“됐어. 태양의 기운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으려면 지금 당장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나아.”
당분간은 기도나 성물을 통해 나오는 성력에 담긴 태양의 기운을 조금씩 빼 가는 수준이면 된다.
전력으로 빼가다가 사제들이 탈진해 죽기라도 하면 그게 더 골치아프다.
이안은 얌전히 신상 앞에 가부좌를 틀고 천마신공을 운용했다.
오랜 시간 태양신상에 깃들어 있던 ‘그것’은 신기한 기분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밑에 있는 것은 늘 보던 인간이었다.
하지만 저 소년은 지금까지 봤던 인간들과는 달랐다.
작지만.
저 하늘 높이 있는 태양에 비하면 반딧불처럼 작지만 그는 태양을 지니고 있었다.
사제들이 태양의 힘을 빌리는 것과 다르게 그는 오롯이 자신만의 태양을 가지고 있었다.
뭘 하는 것일까.
어떻게 하는 것일까.
좀 더 다가가 보자.
이안에게 흥미를 느끼며 ‘그것’은 살며시 발걸음을 옮겼다.
빛의 덩어리가 실체화되며 가진 힘을 버리고 형태를 갖춘다.
하얀 털에 감싸인 다리가 나타나고 빛의 털로 된 꼬리가 열쇠처럼 빳빳하게 치솟았다.
태양을 바라보는 별빛의 눈이 반짝인다.
천천히.
경계하면서도 ‘그것’은 앉아 있는 소년에게 접근했다.
틀리지 않았다.
소년은 태양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이 이곳에 깃든 이유도 태양을 동경하기 때문이었다.
저 아름다운 빛을 동경하기에 ‘그것’은 태양 신상에 자리 잡았다.
그러며 태양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고 싶었다.
하지만 작긴해도 태양신상보다 더 태양과 가까운 인간이 여기 있었다.
그렇기에 그것은 폭신한 하얀 털을 웅크리며 그의 다리 위에 앉았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느긋하게 하품을 하고 꼬리를 흔들며 소년이 가진 태양을 즐겼다.
“……이게 뭐야.”
슬슬 예배 시간이 된 것 같아 눈을 떴는데 이상한 것이 다리 위에 있었다.
하얀 털과, 금색의 빛나는 호랑이 무늬를 지닌 고양이였다.
별빛을 닮은 빛나는 눈동자를 지닌 새끼 고양이는 이안이 들어 올려도 신경 쓰지 않고 느긋하게 하품을 해 댔다.
<개체명 빛의 정령입니다.>
<상세 정보는 2레벨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빛의 정령?”
“먀아~.”
새하얀 고양이는 이안에게 대답하듯 낮게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