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50)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50화(50/300)
◈ 제50화
25. 서로서로 담가요 – 2
“어휴. 피곤해.”
기숙사로 복귀해 씻고 나온 박바레는 회의실에 들어오며 피로 회복제를 한 모금 마셨다.
“네가 뭘 했다고 피곤하냐?”
영웅제 내내 쓴 장비들을 점검하던 위디아가 웃으며 말하자 박바레는 고개를 저었다.
“야. 장난 아니었거든? 마지막 전투 때 못 봤냐? 내가 세 놈 쓰러트렸다고.”
“어이구. 그러시겠지. 그중 하나는 내가 잡던 녀석 아니었던가?”
너스레를 떠는 그를 향해 위디아는 콧방귀를 뀌었다.
그녀가 정비를 끝낸 검을 검집에 되돌렸을 때쯤 회의실로 하륜과 윌디, 발라가 들어왔다.
그들을 보며 위디아는 한쪽을 가리켰다.
“아란세 교관님이 피로 회복제 사다 놓으셨어. 하나씩 마셔.”
“돈도 없으실 텐데 비싼 걸 잘도 사 놓으셨네.”
“애들 나눠 주라고 하시더라.”
“그래? 후후. 하긴 좋으시겠지.”
그토록 영웅제 우승을 바라고 있었는데 그것이 달성된 것이다.
그것도 압도적인 성적으로.
이 정도 지출은 아란세도 웃으며 낼 수 있었다.
“그런데 이안은 어디 갔냐? 쉬고 있나?”
박바레는 다른 피로 회복제보다 더 커다란 피로 회복제를 들었다.
“교관님이 걔한테 무조건 먹이라고 했는데.”
“어. 그러게요? 이안은 어디 갔죠?”
윌디가 궁금해하며 묻자 문이 열리며 새롭게 들어온 인물이 답해 주었다.
“걔 지금 불려 갔어.”
그와 같은 방을 쓰는 그래진이다.
그는 박바레가 던져 준 피로 회복제를 받고 한 모금 마시며 긴 의자에 몸을 눕혔다.
“불려 가다니? 어디?”
“상급 교관들 실종 사건 조사 때문에. 솔로로 움직였던 애들은 전부 불려 간 모양이야. 그리고 다음엔 팀짜서 움직인 애들이 불려가겠지.”
“아…….”
하륜이 낮게 신음하자 박바레는 그를 잡았다.
“그거 이안이 한 거야?”
“글쎄.”
둘의 악연에 대해 B반 생도들은 전부 안다.
그렇기에 박바레는 걱정하며 물었고 하륜은 고개를 저었다.
“나도 잘 몰라. 하지만…….”
그는 쿠키를 한 입 먹고 빙긋 미소를 지었다.
“만약 이안이 했다고 하더라도 증거 남길 정도로 허술하게 처리했을 것 같지는 않네.”
* * *
꽤나 많은 교관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안은 한숨을 쉬었다.
“그러니까 그 세 교관님들이 실종되신 것이랑 저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 저한테 물어보시는 겁니까?”
이안의 질문에 A반 교관 하우젤은 떨떠름함이 가득 담긴 어조로 답했다.
“혹시 생존 시험 동안 헤이스팅스 교관을 본 적이 있냐는 거지.”
“그가 생존 시험에 참가했습니까? 제가 알기로 그는 추적자에 속하지 않는데.”
“그건 아니다. 하지만 헤이스팅스 교관이 아카데미를 나간 기록은 있어.”
하운드가 추가적으로 설명했다.
영웅제 때문에 사람들이 많아 제대로 추적할 수는 없었지만.
미얄 산맥으로 들어가는 다른 입구로 가는 길목에서 헤이스팅스를 봤다는 사람이 있었다.
그렇기에 묻는 것이다.
“이렇게 묻기는 좀 그렇지만…… 너는 그와 사이가 안 좋지.”
“예.”
“거기에 아카데미에 도는 소문도 그렇고.”
“그러니까 하우젤 교관님께선 제가 헤이스팅스 교관님을 죽였다. 뭐 그런 말씀이십니까?”
“꼭 그런 의미는 아니야.”
“아니긴요. 맞구만.”
이안이 기분 나쁘다는 듯 인상을 쓰자 하우젤은 어깨를 으쓱였고 스크랜다가 말했다.
“의심하는 것처럼 들렸다면 내가 사과하마. 하우젤 교관이 원래 성격이 좀 더럽잖냐. 이해해라.”
“내가 성격이 뭐가 더러워? 그리고 이안. 묻는 것일 뿐이다. 아는 것이 있다면 답해라.”
“모르겠습니다.”
그가 딱 잘라 답하자 하우젤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씁쓸함을 담아 다시 물었다.
“넌 꽤나 강하지?”
“예. 강하죠.”
“상급 교관과 싸워도 이길 수 있을까?”
“질 생각은 없습니다.”
“이긴다는 거냐?”
“예.”
그 답을 들은 하우젤은 신음했다.
그를 향해 희미하게 웃은 이안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옛날 생각 나는군요. 전에 아이작이 이런 식으로 핍박했었는데. 저는 그때와 같은 답변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끄응…….”
“제가 범인이라고 생각하시면 찍소리 못 할 확실한 증거를 가져오신 후에 말씀하시는 게 어떠시겠습니까?”
증거 따위 있을 리 있나.
모든 흔적을 지웠고 혹시 몰라 키르케로도 확인까지 전부 했다.
이안이 남긴 흔적은 그 자리에 조금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굳이 있다면 단주 정도뿐인데 그가 뭐 때문에 이 일을 떠들고 다니겠나.
그랬다간 그의 목적인 이안 영입은 영원히 물 건너가는 것인데.
“으음…….”
“아니면 뭐, 또 제가 악마와 계약이라도 한 것 같습니까? 악마 검증 다시 할까요?”
그건 환영이다.
이안이 은근슬쩍 제안하자 참관하던 윌리스는 고개를 저었다.
“이안 성도님께서는 그러실 리 없겠지요. 지금 성도님께서 갖고 계신 성물도 있잖습니까. 악마 계약자가 성물을 들고 다니는 일은 없습니다.”
“으으음…… 그럼 한 가지 더 묻자.”
하우젤은 자료를 들었다.
“이건 뭐냐. 헤이스팅스 교관이 아카데미 바깥에서 일어나는 사기, 그리고 2년 전에 있었던 레일라 바라디스의 일과 관련이 되어 있다는 이야기는.”
“제가 낸 순찰 보고서에 있을 텐데요. 순찰을 하다가 모험가 길드를 내세우는 사기꾼을 만났고, 그자를 잡는 과정에서 조사했을 뿐입니다.”
“이 일에 대한 증거가 있나?”
“아직 이렇다 할 것은 없죠.”
“그런데 왜 그런 소문이 난 거지?”
“그러게요?”
이안이 모르쇠로 일관하자 하우젤은 손을 들었다.
잠시 후 문이 열리며 헬리드가 들어왔다.
“조사 결과 그 소문을 낸 것이 이 녀석이라고 하더군. 헬리드를 알고 있나?”
“예.”
“헬리드. 왜 그 소문을 낸 것이지?”
지목받은 그는 단호하게 답했다.
“다들 아시겠지만 라키드 회장님의 일을 이안은 제대로 해결해 줬습니다.”
“으음…….”
그것 때문에 제국 아카데미의 비웃음을 산 것을 생각하니 교관들의 입맛에 씁쓸함이 감돌았다.
그들이 신음하자 헬리드는 이안을 가리켰다.
“헤이스팅스 교관에 대한 일은 제 친구인 레일라가 옛날에 조사하던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안을 이용하려 한 것이다?”
“예. 그가 조사한다는 것에 긴장한 헤이스팅스 교관이 방심한 사이 제가 따로 조사하려고 했습니다. 물론 그가 실종된 것은 예상 밖의 일입니다만…….”
하우젤은 눈을 가늘게 떴다.
분명 저들에게는 뭔가 있다.
하지만 증거 따위는 없으니 더 추궁할 수가 없었다.
만만한 놈들이라면 윽박이라도 지르겠지만 베리단 자작가는 아카데미에 많은 후원을 해 주는 꽤나 부유한 가문이다.
거기에 이안은 이번 영웅제 우승자이며 수많은 곳에서 노리는 인재이기도 했다.
‘어떻게 얘기를 한다…….’
하우젤이 고민하자 그때 옆에 있던 하운드가 말렸다.
“하우젤 교관님. 이제 그만하죠.”
발렌타인도 동의했다.
“확실한 증거도 없이 압박하는 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스크랜다 외에도 몇몇 교관들이 시간 낭비라며 다른 이들을 확인해 보자 말한다.
결국 하우젤은 한숨을 쉬었다.
“후우…… 알겠다.”
아직 의혹은 남아 있지만 여기서는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합시다.”
회의실에서 나오자 헬리드는 이안을 슬쩍 보았다.
그도 눈치챘다.
헤이스팅스와 그 일당들은 실종된 것이 아니라 이안에게 살해되었다는 것을.
하지만 그것을 말하지 않았다.
그 역시 누구보다 그들이 없어지기를 바라고 있었으니까.
헬리드가 그에게 빙긋 웃고 가 버리자 기다리고 있던 아란세는 이안에게 다가갔다.
“어떻게 됐어?”
“잘 끝났습니다. 애초에 증거도 없는걸요.”
“그래? 다행이다.”
이안은 아란세를 빤히 올려다보았다.
걱정만이 가득한 그를 보던 이안은 씩 웃었다.
“그나저나 오늘 회식은 하는 겁니까?”
“아! 물론이지! 뭐 먹고 싶어? 다 사 줄게! 다!”
그가 이안의 등을 툭툭 두들기며 기쁜 듯 말했을 때 그들의 뒤로 저음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안.”
목소리의 주인은 스크랜다였다.
뚜벅뚜벅 걸어와 이안의 앞에 선 그는 물고 있던 파이프를 까딱거렸다.
“들었다. 이번 방학때 집에 가지 않는다면서?”
“예.”
“내가 잘 아는 대장장이가 있지. 그 자에게 네 얘기를 해보니 만나고 싶다고 하더군. 야금술을 좀 더 제대로 익힐 수 있을거다.”
이안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 알겠다. 아무튼 영웅제 우승은 축하한다. 다음 학기에 야금술 심화 수업을 듣기를 추천하지.”
그가 가볍게 인사하고 가버리자 아란세는 뚱한 얼굴로 물었다.
“이안. 스크랜다 교관이 아까 회의에서 뭔가 쓸데없는 소리 안 하던? 뭐 자기 밑으로 들어오라거나. 자기 담당 조교가 되라거나.”
이안은 영웅제에서 우승한 생도다.
그런 생도가 수업을 돕는다는 것만으로도 다음 학기에 그의 수업을 신청할 생도들은 많아질 거다.
“사람들이 많이 듣는 수업일수록 아카데미에서 지원을 많이 받으니까.”
“아하.”
“뭐. 교양 수업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조교 할 생각 없지?”
“없습니다.”
“그래? 그거 다행이다. 그나저나 저 무뚝뚝한 스크랜다 교관이 움직일 정도니…… 다른 교관들도 엄청 달라붙겠군.”
그의 걱정대로 기숙사로 복귀할 때까지 이름조차 듣지 못했던 교양 수업의 교관들이 말을 걸었다.
그러며 은근히 2학기에 자기 수업을 신청하고, 또 조교가 되길 권했다.
만약 옆에 아란세가 없었다면 억지로 끌고 가 얘기를 하려 했을지도 모를 정도로 말이다.
“이 기회주의자들이!”
아란세는 씩씩거리며 기숙사의 문을 벌컥 열었다.
십 분이면 오는 거리인데 삼십 분이나 걸려 버렸다.
얼굴이 벌게진 그를 본 하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러세요?”
“어휴! 하륜! 내 말 좀 들어 봐라! 세상에 말이다!”
그가 아까 있었던 일을 떠드는 사이 그래진은 이안에게 다가가 작은 어조로 물었다.
“어떻게 됐어?”
“증거 불충분.”
“헬리드가 갔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걔도 원하던 일이었으니까. 쓸데없는 얘기는 안 하더라.”
“그래?”
그제야 그래진은 안도했다.
“네가 가 있는 동안 얘기 나왔는데 아까 미얄 산맥 수색 나갔다더라.”
“그래?”
“혹시 살아 있는 건 아니겠지?”
그래진의 질문에 이안은 웃었다.
시체까지 오거 밥이 됐는데 거기서 부활하면 인정해야지 뭘 어쩌겠나.
그래진은 빙긋 마주 웃은 후 피로 회복제를 넘겼다.
“그나저나 아쉽긴 하네.”
“뭐가?”
“아니. 그들이 실종되어 버린 탓에 더 조사는 못하게 되었으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들이 저지른 죄의 증거는 그들의 신변을 정리하며 찾아내는 수밖에.
물론 거기까지 이안이 할 이유는 없었다.
“하고 싶은 사람들이 알아서 하겠지.”
“그럴까?”
“헤이스팅스는 오랫동안 아카데미의 대표였어. 그에게 불만을 가진 자들이 조사를 시작할거야.”
그는 대수롭지 않아 하며 자리에 앉았다.
그때 벌컥 문이 열렸다.
“이안 생도. 여기 있나?”
상급 교관 중 하나가 회의실로 들어왔다.
그를 본 하륜과 그래진이 긴장하자 이안은 손을 들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퍼레이드 문제 때문이다. 상급에서는 퍼레이드 참석을 사양했다. 너는 어쩔 생각이냐.”
퍼레이드 때 용사의 검을 써 볼 수 있다.
이것 때문에 개인 우승을 노렸는데 참가하지 않을 이유가 없잖은가.
이안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참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