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51)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51화(51/300)
◈ 제51화
26. 세 가지가 하나에 – 1
“좋아. 나흘 후 시상식과 더불어 퍼레이드가 있을 예정이니 다들 준비하도록.”
그가 통지서를 두고 나가자 아란세는 기뻐하며 그것을 꽉 쥐었다.
“오오오!! 퍼레이드!!”
그가 기뻐하는 것을 보던 블랜치는 여유롭게 웃었다.
“이야~ 그럼 이제 남은 건 퍼레이드랑…….”
순간 침묵이 자리 잡는다.
“……파티뿐이네.”
그 말 한마디로 분위기가 심각하게 어색해졌다.
“뭐야? 파티가 왜?”
“파티 때 파트너를 찾아야 하니까.”
이안은 피로 회복제를 홀짝거리다가 하륜에게 물었다.
“그게 뭐 어쨌다고?”
“이게 또 인기 측정 같은 거라서…….”
“뭐야. 고작 그거? 난 또 파티의 파트너가 되면 뭐 결혼해야 하는 줄 알았네.”
“너도 귀족이니까 알 것 아냐. 귀족은 연애결혼을 하기 힘들다는 거.”
가문끼리 결합해 힘을 늘리는 것은 귀족 간에 쉽게 볼 수 있는 일이다.
그 결합에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인가.
가족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가족이 되기 가장 쉬운 제도는 바로 결혼이고.
아카데미에는 대륙 각지의 생도들이 몰린다.
그런 만큼 이곳에서 만나 연애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게 무조건 가문에 득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 나라나 지역의 귀족, 혹은 신분이 맞지 않는 자와 결혼해 뭔 득을 보겠나.
그렇기에 어지간하면 아카데미에서는.
특히 중급 이상에서는 결혼까지 생각하는 진지한 연애는 거의 볼 수 없었다.
“파티 끝날 때 하는 불꽃놀이 같은 거에서 손을 잡고 있으면 영원히 맺어진다거나 그런 건 없나보군.”
그는 다른 세계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걸 들은 그래진은 가는 눈을 뜨며 바라보았다.
“너도 로맨스 소설 같은 거 읽냐?”
“어? 이안. 뭐 좋아해? 난 벨리아드의 책이 좋던데. 괜찮은 거 추천해 줄까?!”
잠자코 듣고 있던 하륜이 기뻐하며 묻자 옆에 있던 오에리나는 인상을 찡그렸다.
“넌 정말 장르 불문으로 다 읽는구나…….”
“아무튼 진지하게 연애질할 정도로 여유로운 녀석들은 B반에 없어.”
특히 B반은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생도들이 많다.
대부분 그럴 시간이 있으면 공부를 하거나 훈련을 조금이라도 더 한다.
“그런데도 파트너에 되게 집착하는 것 같은데.”
“자기 잘난 맛에 사는 놈들이 파트너 없이 파티에 참가하면 얼마나 창피하겠어?”
그래진은 팔짱을 낀 채 다들 훑어보았다.
블랜치나 발라처럼 성격 좋은 이들조차 파트너 문제로 꽤나 긴장하는 것이 보인다.
“그럼 그냥 B반 내부에서 우리끼리 하면 되는 거 아냐?”
마침 짝수도 거의 맞아떨어진다.
이안의 말에 하륜은 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특별한 일이 없다면 졸업 때까지 거의 매일 봐야 하는 사이야.”
그 정도로 같이 지내면 거의 가족 같은 사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손잡고 춤을 추라니.
가족끼리 그러는 거 아니다.
정 파트너를 못 구한다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안. 내가 소개시켜 줄까? 상급에 내 사촌 누나가 있는데.”
윌발이 웃으며 제안했을 때 근처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야! 이안! 너 파트너 없지?! 내가 해 줄게!”
위디아가 다가오자 오에리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어쩔 수 없네. 너한테 마법의 기초를 가르쳐 준 나라면 확실히 파트너라 할 수 있으니까.”
“여기저기서 신청이 들어오고 있지만. 제가 있어주는게 낫겠죠. 이안. 당신은 아는 사람도 별로 없잖아요?”
허세를 부리는 것이 아직 마땅한 파트너가 없었나보다.
그녀들 외에도 몇몇이 웃으며 이안에게 권했고, B반 남자 생도들은 신경도 안 썼다.
정말 같은 반 생도들에게 관심이 없었던 모양이다.
잠자코 지켜보던 그래진은 어깨를 으쓱였다.
“이건 나도 어떻게 못하겠네. 이안. 잘해 봐라.”
그가 느긋하게 말하자 이안은 남은 피로 회복제를 단번에 들이마셨다.
“아직 시간은 남아 있으니까 잘 찾아봐. 아카데미에 들어올 수 있는 신분이면 외부인원도 괜찮으니까.”
하륜의 말을 들은 이안은 빈 병을 테이블 위에 올리고 일어나 나가려 했다.
“이안? 어디 가요?”
궁금해하는 윌디에게 이안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봉사 활동.”
영웅제가 끝났다고 봉사 활동이 끝난 것은 아니다.
늘 하던 대로 태양신전에 갔던 그가 볼 일 다 보고 돌아가려고 할 때 그의 팔을 잡는 이가 있었다.
“잠깐 괜찮나?”
라키드였다.
“먀아~.”
그에게 달려간 먀네는 폴짝 뛰어 품에 안겼다.
이안이 봉사 활동 하는 동안 같이 놀며 꽤 친해진 모양이다.
라키드가 주머니에서 간식을 꺼내 주자 먀네는 기뻐하며 오물거리기 시작했다.
“밈미~.”
간식을 먹는 먀네를 라키드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쓰다듬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먀네 간식 주시려고 부르신 겁니까?”
“아니. 윌리스 사제님께서 너에게 이걸 주셨다.”
그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한 통의 편지였다.
“태양신전의 소개장이다. 영웅제 우승을 축하한다고 전해 달라 하시더군.”
이게 있으면 본단에 갔을 때 좋은 성물을 하나 얻을 수 있다.
이안이 성물을 좋아하니 원하는 것을 얻으라는 배려였다.
“직접 주시지.”
“영웅제 퍼레이드를 위한 준비 중이시다. 헤스티안 원장 수녀님과 하이른 주임 사제님, 그리고 윌리스 사제님 모두.”
“그래서 오늘 예배 때 세 분 다 안 계셨던 거군요.”
“그래.”
이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소개장을 품에 넣었다.
“한 가지 더. 혹시 영웅제 파트너는 구했나?”
“그건 왜 물어보십니까?”
“원한다면 한 명 소개시켜 주지.”
“누굴 소개시켜 주시려고요?”
“선홍 기사단 단장이며 내 이모님인 키스 아이스빈 백작님은 어떤가. 그때 선홍 기사단에 대해 들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다.”
아는 사람이다.
얼마 전에 스칼렛 왕국 사람이면 스칼렛 왕국의 기사단에 들어와야 하지 않냐고 말하며 입단 신청서를 줬었다.
“그분이랑 가면 다른 분들이 난리를 치지 않을까 싶군요.”
이안의 말에 라키드는 어깨를 으쓱였다.
“다른 파트너가 있나?”
“파트너야 찾으면 그만이죠. 그래도 명색이 영웅제 우승자인데 파트너 한 명 못 구하겠습니까?”
<아카데미 내 여생도들을 기준으로 가능한 목록을 작성할까요?>
‘그럴 필요 없어.’
이안이 고개를 젓자 라키드는 씁쓸해했다.
“그래?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그가 말을 끝맺었을 때 간식을 다 먹은 먀네가 돌아왔다.
라키드는 이안에게 간 먀네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이제 왕자도 아니신데 스칼렛 왕국을 위하시려는 겁니까?”
그가 예상한 대로 스칼렛 왕국에서는 좀 잠잠해지자 기다렸다는 듯 라키드의 왕족 직위를 빼앗아 버렸다.
악마와 결탁해 스칼렛 왕가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말이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보민다의 왕위 계승권을 안정시키려는 것뿐이었다.
강력한 마스터인 그를 버릴 정도로 왕위 계승권이 중요했나 보다.
그 한심한 결정에 아이스빈 백작가와 그들을 따르는 세력은 분노했고 라키드는 씁쓸해했으며 이안은 비웃었다.
“내 피의 절반은 아이스빈의 것이니까. 그리고 이모님은 나에게 잘해 주셨지. 이렇게라도 도움이 되어 드리고 싶다.”
그가 씁쓸한 어조로 말하자 이안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파트너 관련해서는 생각해 보죠.”
물론 생각만 할 예정이었다.
이미 노리고 있는 사람은 있었으니까.
* * *
퍼레이드 날이 되었다.
준비실에 앉아 있던 이안은 눈을 감고 명상을 하고 있었다.
그때 문이 열렸다.
“먀먀~.”
목에 검은색 나비넥타이를 한 먀네.
그리고 먀네를 꾸며 준 오에리나가 들어왔다.
“오~ 제복 멋진데? 이 정도면 파트너가 되고 싶다는 사람들이 줄을 서겠다. 파트너 누구야?”
“아직 안 구했어.”
“왜? 못 구했어? 어휴. 그럴 거면 그냥 나한테 요청하지. 나도 마땅한 사람 없어서 그냥 대충 마법 연구회에서 파트너 찾았는데.”
“진짜 아무나 데려가는구나?”
“딱히 마음 가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지금이라도 찾아봐 줘?”
“이미 생각해 둔 사람이 있어.”
“누구?”
“헤스티안 원장 수녀님.”
얼마나 좋은가.
같이 다니면서 파티의 음악 대신 성가도 좀 들려 달라고 하고.
또 기도 좀 해 달라고 하며 태양의 기운도 얻을 수 있다.
이안은 꽤나 진지했지만 오에리나는 농담이라 생각했는지 피식 웃었다.
“아무튼 준비 다 됐다네. 나가자.”
이제 남은 것은 퍼레이드뿐.
그 전에 아카데미 지하에 보관되고 있는 용사의 검을 가지러 가야 한다.
“그래. 가자.”
밖으로 나가자 교관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의 안내를 받아 아카데미 본관 지하로 들어가자 카르지드가 반겼다.
“따라오거라.”
그가 석문에 손을 올리자 문이 천천히 열렸다.
안쪽에도 석문이.
또 안쪽에는 마법진이.
그 외에도 몇 겹으로 된 보안장치를 지나고 나서야 겨우 용사의 검이 보관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저 검이 바로 용사 프레돈 이비안 님께서 마왕을 쓰러트리실 때 사용하신 검이다.”
장식장에 있는 검을 천천히 빼 온 카르지드가 내밀었다.
화려한 검집과 자루를 살핀 그는 검자루를 당겨 보았다.
-철컥.
검신이 모습을 드러내자 이안은 눈을 크게 떴다.
‘이건……?’
그는 용사의 검을 검집에서 완전히 뽑았다.
검을 잡은 채 이리저리 살펴보고 손가락으로 두들기며 허공에 휘둘러 보았다.
몇 차례 확인을 한 그가 다시 검집으로 되돌리자 카르지드가 물었다.
“좋은 검이지?”
“예. 그런데 용사께선 이 검을 어디서 얻으셨답니까?”
“정확한 것은 기록이 없어서 아무도 모르지만 잊힌 도시라 추측하고 있지.”
“그렇습니까…….”
이안은 다시 검을 보고 키르케에게 물었다.
‘이거 네오 티타늄 합금 맞지? 23세기 지구 연합 거야? 칼라이드 행성거야?’
<현재 접속 레벨로 확인할 수 없습니다.>
전에도 말했다시피 용사의 검을 확인하기 위한 진리 접속 레벨은 꽤나 높다.
검을 이리저리 살피던 이안에게 키르케가 말했다.
<그 검을 들고 프레돈 아카데미에서 탈주하면 자세한 성분 분석이 가능합니다.>
녹이고 분해해서 상세한 성분을 파악할 수 있다.
키르케가 말하자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좀 아니지 않냐? 도망치는 것 같아서 별로다.’
<현재 가능한 테스트로도 제작지의 확인이 가능합니다.>
이안은 검을 빤히 바라보았다.
키르케의 말대로 조금 무식한 방법이긴 하지만 해 볼 수 있는 테스트가 한 가지 있었다.
“퍼레이드 끝나고 영웅제 종료를 알리기 위한 석벽을 베는 의식이 있잖습니까.”
“그렇지.”
“그때 이 검이 박살나면 어떻게 됩니까??”
“하하하하!! 할 수 있다면 해 보게나.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이니까. 오히려 해내면 칭찬해 줘야지.”
“정말이십니까?”
그럼 그때 작정하고 힘을 써 보자.
그것으로 내구도 테스트를 해서 어느 곳에서 만든 것인지 대략적으로나마 확인이 가능하리라.
<준비하겠습니다.>
그의 미소에 카르지드는 불안감을 느꼈다.
‘설마 진짜 부러지지는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