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52)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52화(52/300)
◈ 제52화
26. 세 가지가 하나에 – 2
용사의 검을 챙긴 이안이 아카데미 본관에서 나왔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생도들은 가볍게 휘파람을 불었다.
“이야~ 이안. 그렇게 입으니까 멋있네.”
B반 생도들을 둘러보며 흐뭇하게 웃던 아란세가 다가왔다.
담임 교관인 아란세도 당연히 이 퍼레이드에 참가한다.
그도 평소에 입는 실용적인 갑옷 대신 꽤나 화려한 예식용 갑옷을 입었다.
“의외로 그런 갑옷도 잘 어울리시네요.”
“그렇지? 내가 이걸 입게 되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만족스러워하는 그의 뒤로 퍼레이드를 위한 백마가 준비되었다.
영웅제 우승자인 이안이 백마 위에 올라타자 선두에 서 있던 박바레는 깃발을 챙겼다.
“출발!!”
아란세의 신호에 따라 퍼레이드가 시작된다.
아카데미의 모든 생도들과 교관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B반 생도들은 당당하게 걸었다.
“깃발을 들어라!!”
기수인 박바레는 아란세의 외침에 깃발을 높이 들었다.
B반의 깃발이 펄럭이며 그 위용을 자랑스럽게 드러낸다.
“오오오~!”
“쳇.”
“다음번엔 반드시…….”
감탄과 질투가 섞인 감정을 드러내는 생도들을 지나며 아카데미를 순회한다.
그러며 태양신전 근처에 도착하자 먀네가 울었다.
“먀아아아아~!”
태양신전 쪽에서 성력의 빛과 함께 성가가 들렸다.
영웅제 우승을 축하하기 위해 태양신전에서 마련한 의식이었다.
하이른 주임 사제, 윌리스 사제, 헤스티안 원장 수녀를 필두로 모든 성직자들이 나와 성가를 부르고 있었다.
이것을 위해 며칠동안 준비한 덕분일까?
성가에는 평소보다 더 많은 태양의 기운이 담겨 있었다.
넘쳐흐르는 성력에 섞여 있는 태양의 기운을 이안은 빠르게 받아들였다.
<태양휘성석 하나치의 태양의 기운을 획득하였습니다.>
‘평소에도 이렇게 해 주지.’
전력으로 흡수한 것이 아닌데도 꽤나 많다.
이안이 아쉬워하자 키르케는 그를 달래주었다.
<성력을 사용하는 것도 상당한 체력을 소모하는 것입니다.>
매우 아쉬운 일이지만 받은 게 어디냐.
그가 태양교단의 성력에서 태양의 기운을 받아들여 내공으로 바꾸는 와중에 아란세가 말을 걸었다.
“넌 다음 학기부터 더 바빠질 거다. 영웅제 우승자는 할 일 많거든. 특히 중요한게 있지.”
“제국 아카데미와의 교류전 말씀이십니까??”
“그래. 2학기 때 그들을 맞이해야 해.”
그 말에 이안은 씩 웃었다.
그정도 일을 상급이 아닌 중급에게 맡기려는 이유는 쉽게 알 수 있었다.
“제국 아카데미를 상대하는 건 중급 우승반이면 충분하다. 뭐 그런 모습을 보이려는 거군요.”
“맞아. 상대를 일부러 얕잡아 보며 도발하려는 거지.”
제국 아카데미와 사이가 안 좋다더니 교류전 때도 이렇게까지 할 줄이야.
아란세는 짐짓 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어쨌든 할 일 많아. 그러니까 각오 단단히 해 둬.”
“알겠습니다.”
퍼레이드가 아카데미 정문을 벗어났을 때.
한참 말이 없던 그는 부끄러워하며 겸연쩍은 미소를 지었다.
“고생했다. 그리고 고맙다. 네 덕분이다.”
이안이 아니었다면 우승을 노릴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를 선발한 것은 어쩌면 자신의 인생 중에서 가장 잘한 일일지도 몰랐다.
꽤나 진심으로 말해서 그런지 얼굴이 뜨겁다.
그런 그에게 이안은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약속했잖습니까.”
“세상에 약속 안 지키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약속은 지켜야 합니다. 그것이 약속이니까요.”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를 힐끔 본 아란세는 어이없어했다.
“뭔 당연한 소리를 그렇게 폼 잡으면서 하냐?”
마을에서도 퍼레이드를 축하하고 있었다.
영웅제 덕분에 꽤 많이 번 마을에서 퍼레이드를 위해 꽃길을 만들어 주었다.
“꺄악~ 이안 생도님~! 여기 좀 봐 주세요!”
“우하하하~! 박바레님~! 덕분에 엄청 땄습니다!!”
“꺄악! 하륜 생도님 멋있어요~!!”
“윌디 언니!! 여기 좀 봐 주세요!!”
마을 사람들이 B반 생도들을 향해 환호했다.
여기저기서 꽃을 던져 주고, 또 누군가는 사탕이나 과자를 내민다.
그들의 환호를 받아 가며 마을 한 바퀴를 돌아 복귀했을 때.
아카데미의 교문에는 카르지드와 모든 교관들, 그리고 영웅제의 마지막을 보기 위한 강자들이 서 있었다.
그들을 본 박바레는 깃발을 크게 들었다.
그와 동시에 진형이 바뀌고 중심에 있던 이안이 나섰다.
그가 백마에서 내려 단상으로 올라가자 카르지드는 선언했다.
“이안 브랜든!! 그대는 뛰어난 용기와 실력으로 영웅제의 가장 큰 영웅이 되었다!!”
“와아아아!!”
“그대는 충분히 영웅이라 불릴 만하며, 또한 그 영웅에게 걸맞은 책임과 권한이 부여되니!!”
그가 옆에 놓여 있던 영웅패를 내밀었다.
그것을 이안이 받자 카르지드는 그의 예복에 훈장을 달아 주었다.
이후로도 카르지드의 연설은 계속되었다.
자기만 신나고 남들은 지루해할 만한 긴 연설을 끝낸 그는 지팡이를 들었다.
“이것으로 영웅제의 폐회를 선언한다!! 새로운 영웅이여!!”
단상 뒤쪽에 석판이 자리 잡았다.
저 석판을 부수는 것으로 영웅제가 끝난다.
그리고 이안에게는 테스트의 시간이 찾아왔다.
“영웅제의 끝을 알려라!!”
<세계의 검을 사용합니다.>
-우우우웅!!
그가 수집한 수많은 세계관에서 힘이 추출된다.
그 막대한 힘 때문일까?
이안이 뽑은 용사의 검이 떨리기 시작한다.
다른 검이었으면 순식간에 부서졌을 텐데도 용사의 검은 용케 버텨 내고 있었다.
그 진동이 멈추자 천천히 검을 들어 올린 이안은 석판을 향해 뛰었다.
-서걱!!
그리고 빠른 횡베기.
단단한 석판이 일격에 베였다.
그것을 본 몇몇 교관들은 감탄했다.
“깔끔한 베기로군.”
“정석에 가깝군요. 프리디온 교관님. 어떻게 생각……. 교관님?”
아카데미의 상급 검술 교관이며 마스터인 그는 다른 이들처럼 순수하게 감탄하지 못했다.
그저 눈을 부릅뜨고만 있는 그에게 다른 교관이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아, 아니. 아니. 내가 자, 잘못 본 듯.”
이런 반응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선홍 기사단 단장인 키스는 아예 입을 쩍 벌리며 경악했다.
“왜 그러십니까? 그저 평범한 베기 같은데……. 저 정도는 저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꽤나 깔끔한 베기였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일까?
궁금해하는 그를 키스는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방금 저 베기에 담긴 힘이 어떤 것인지 모르겠나?”
“어, 음. 죄송합니다.”
그녀의 날 선 지적에 기사가 민망해하자 키스는 한숨을 쉬고 입을 다물었다.
저 베기에 희생된 것이 일개 석판이라 그런 것일 뿐.
만약 저 앞에 무엇이 놓여 있다고 하더라도 버티지 못했을 거다.
말 그대로 소 잡는 칼로 닭을, 아니, 드래곤을 잡는 칼로 무를 벤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베였다는 결과는 똑같지만 그 과정만큼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할 수 있었다.
“오직 황제만이 저것과 비슷한 검을 쓸 수 있지. 이안. 넌 도대체 누구에게 뭘 배운 것이냐.”
그리고 그 감상은 영웅제의 끝을 보던 모든 강자들이 동일하게 느끼는 것이었다.
그들을 놀라게 만든 이안은 검을 살펴보았다.
<내구도 측정 결과 행성 칼라이드의 네오 티타늄 합금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음. 그중에서도 최상급 같다.’
세계의 검을 이정도로 버틸 정도의 금속은 행성 칼라이드에서 제작한 것뿐이다.
그의 대꾸를 들은 키르케는 바로 첨언했다.
<검 자체는 주인님께서 제작하신 검에 비하면 턱없이 수준이 낮습니다.>
‘그럼 네오 티타늄 합금만 얻고 기술력 떨어지는 곳에서 만들었다는 얘기겠네. 여기서 만든 걸까?’
<유사한 제작 방식을 보유한 세계는 이곳을 포함해 총 38곳입니다.>
나머지는 천천히 알아봐야겠다.
그가 검을 되돌리자 카르지드는 안도했다.
검이 떨린 순간 진짜로 부러질 것 같아서 긴장했는데 그런 일은 없어서 다행이다.
“어떤가. 훌륭한 검이지?”
“예. 확실히.”
그를 향해 미소 지어 주며 이안은 말을 덧붙였다.
“훌륭한 재질입니다.”
영웅제가 끝나면 각지에서 모인 강자들은 인사 없이 흩어졌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그 누구도 말하지 않았는데 모두 술집으로 모였다.
그리고 몇 시간이나 아무도 말도 꺼내지 않은 채 술만 마셨다.
“대륙에서 최강을 논할 때 반드시 언급되는 세 명이 있지.”
킬로드가 간신히 입을 열어 침묵을 깨자 이세가 동의했다.
“첫 번째는 검성.”
그의 검은 빛과 같이 빨라 누구도 제대로 볼 수 없다.
너무나도 빠르기에 사람을 베어도 검에 피가 남지 않는다.
그야말로 최속의 검.
그것이 바로 검성의 검술의 특징이다.
“숲지기는 모든 무기를 완벽하게 다룰 수 있다.”
위드론은 잔을 꽉 쥐었다.
예전에 참가했던 전쟁이 있었다.
그때 숲지기와 조우했고 그가 왜 최강의 반열에 있는지 알게 되었다.
“폭풍이었지.”
숲지기는 적을 향해 검을 휘둘렀고 철퇴를 내리찍었고 창을 내질렀다.
화살을 쏘고 활로 두들겨 패기도 했으며 심지어 시체마저도 무기와 방패로 사용했다.
폭풍이 모든 것을 파괴하듯 숲지기는 모든 것을 이용해 자신을 막는 것을 가차 없이 파괴했다.
이용할 것이 많은 전투에서 숲지기는 무적이나 다름없었다.
“황제는 순수하게 강한 자다. 리치 크레센트의 발생으로 시작된 몬스터 웨이브를 막기 위해 그가 나선 적이 있었지.”
다들 아는 이야기다.
그때 그는 단 한 자루의 검으로 모든 것을 베었다.
그가 한번 검을 휘두르면 어떤 몬스터도, 어떤 마법도 그를 막을 수 없었다.
마치 전설 속의 거인이 휘두른 것과 같은 압도적인 힘의 검술.
그것이 황제의 검술의 특징이었다.
최속.
그리고 웨폰 마스터.
마지막으로 거인의 힘.
이 세 가지는 대륙 최강을 논할 때 반드시 언급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놈은 뭐지?”
이안.
이번에 두각을 드러낸 인재에게서 최강의 흔적 세 가지 모두를 엿볼 수 있었다.
“그의 검은 검성의 검을 닮았어. 빨라. 아주 빨라.”
키스조차 몇 번 정도는 그의 검이 움직이는 것을 놓칠 정도였다.
“그것뿐이 아니다. 협력 전투 때 봤나?”
그는 홀로 깃발을 지키며 공격대로 들어오는 많은 적들을 상대했다.
그러며 한 번도 밀리지 않았다.
깃발과 검, 그리고 다른 공격대가 놓친 무기와 심지어 쓰러진 생도까지 자유자재로 이용해서 전투를 이끌었다.
거기까지는 좋다.
지금 이안은 검성과 숲지기의 제자가 아닌가라는 소문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마지막은 달랐다.
그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건 황제의 검술이다.”
아까 전의 일로 이곳의 강자들 모두 알았다.
그의 검에 담겨 있던 힘이 어떤 것인지 말이다.
“설마 그 녀석. 황제에게도 배운 것일까?”
“제국에 있던 황제가 어떻게, 아니 왜 그를 가르쳐?”
이안이 살았던 스칼렛 왕국의 브랜든 영지와 제국의 거리를 생각해 봐라.
그건 거의 불가능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그건 황제만이 쓸 수 있는 검술이야. 그의 아들이며 유일한 제자인 오스넨도 못 써.”
“그 다양한 전투법은? 숲지기와 황제는 원수 사이다. 둘이 같이 제자를 키웠다고?”
의견이 혼재되기 시작한다.
마스터들은 꾸준하게 의견을 내놨고 묵살당했다.
그러며 다시 의견을 내놓고 묵살당했다.
격렬한 토론에도 결론은 나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했다.
“그 녀석. 재밌는 녀석이다.”
검성과 숲지기. 거기에 황제까지.
대륙 최강이라 불리는 자들의 특징을 모두 가진 자.
심지어 나이도 어리다.
그런 자가 재밌지 않다면.
그런 자가 탐나지 않는다면.
무엇이 재밌고 탐나겠나.
이세는 차갑게 웃으며 모두에게 말했다.
“카르자 기사단에서 데려간다.”
“스칼렛 왕국 사람은 스칼렛 왕국에서 데려가야 하지 않겠나.”
“이안은 내 아들 친구이니 내 아들이나 다름없어.”
성격 좋은 킬로드마저 창을 잡으며 으르렁거렸다.
그들이 처음보다 더 심하게 서로를 견제하는 사이 문이 벌컥 열렸다.
검화단 단주였다.
그는 자신의 검을 가볍게 들어올리며 싸늘하게 말했다.
“이안을 건드리는 자는 검의 꽃을 상대해야 할 거다.”
“개소리하고 있네.”
“까불지 마라. 이안은 반드시 이 위드론님의 후계자로 삼아 용병왕이 될 거다.”
이 자리의 강자들은 서로를 향해 차가운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
“그럼 실력으로 해보자고.”
그것을 끝으로.
대륙의 강자들은 지금까지 미약하게 쥐고 있던 동맹의 고리를 끊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