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53)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53화(53/300)
◈ 제53화
27. 잊힌 도시 – 1
대륙 각지의 강자들의 동맹이 끊어졌을 때쯤.
아란세는 뚱한 표정을 지었고 이안은 더 뚱한 표정을 지었다.
“너 옷 그것밖에 없니?”
“그건 제가 드릴 말씀입니다만.”
이안은 칙칙한 생도복.
아란세는 늘 입는 실용적인 경갑.
전에 전야제 파티 때와 똑같은 복장이다.
“그런데 너 파트너는 어디 있냐?”
“없습니다.”
영웅제 폐회식이 끝나자마자 성물을 돌려주며 헤스티안 원장 수녀에게 요청했다.
그리고 거절당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은 아란세는 어이없어했다.
“원장 수녀님한테 파트너 해 달라는 사람이 어디 있냐?”
“계획은 완벽했는데…….”
<종이 한 장 차이였습니다.>
이 정도로 친해졌으면 해 줄 줄 알았다.
하지만 헤스티안은 상냥하게 웃으며 거절할 뿐이었다.
“아주 파격이란 파격은 다 몰고 다니는구나. 어휴. 자. 가자.”
“먀아아~.”
“먀네라도 파트너 삼든가.”
“얘 수컷입니다.”
“먀아아~.”
먀네는 폴짝 뛰어 이안의 어깨로 올라갔다.
목에 걸려 있는 까만 나비넥타이가 거슬렸는지 발로 목을 긁적거린다.
그렇게 두 남자와 한 동물이 파티장 입구에 도착했다.
“그럼 난 교관들 있는 쪽에 갔다가 합류하마.”
“견제가 꽤나 들어올텐데 불편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적당히 있다가 올 거야. 넌 애들 있는 곳에 가서 파트너 있는 척이나 좀 해라.”
“솔로가 뭐가 나쁩니까?”
이안은 당당했고 아란세는 쓴웃음을 지었다.
하긴 저 녀석이 남의 시선 신경 쓰는 녀석인가.
간단하게 이야기하며 그들이 안으로 들어오자 파티장에 순간 정적이 자리 잡았다.
이안의 옆에 아무도 없기 때문이었다.
“세상에. 영웅제 우승자가 파트너가 없다고?”
“누구에게 신청했길래 우승자를 까 버린 거야?”
“장난 아니다. 어떤 공주님이지?”
공주님이 아니라 원장 수녀님이다.
그들의 수군거림에도 이안이 아랑곳하지 않는 사이 윌디는 허겁지겁 그쪽으로 달려갔다.
“여기로 오세요.”
B반 생도들이 모여 있는 자리로 그를 데려온 그녀는 쓰게 웃었다.
“파트너를 안 구하신 거예요?”
“신청했는데 거절당했어.”
“누구에게 신청했는데요?”
“헤스티안 수녀님.”
윌디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태양신전 원장 수녀님요?”
“응.”
이안의 대꾸에 윌디는 웃음을 터트렸다.
“아하하~ 진짜 대단하네요. 어떻게 원장 수녀님에게 파트너가 되어 달라고 할 수 있어요?”
“뭐 어때. 파트너 신청은 아무한테나 해도 되잖아.”
이안은 한쪽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교관과 함께 있는 생도가 있었다.
“저건 좀 특별한 경우죠.”
“그리고 전례를 살펴보면 수녀님들도 파티 참석 가능하다던데.”
“그래도 올해로 70세 되시는 할머님께 신청하지는 않겠죠.”
“쯧. 그래도 그냥 차인 건 아니라 다행이다.”
헤스티안이 사양하고 미안하다며 방학 때 있을 태양교단 본단의 대기도회 초대장을 줬으니까.
이안은 품에서 꺼낸 초대장을 보여주었다.
<태양교단의 대기도회에는 선택받은 인원만 참석할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이득이라 볼 수 있겠군요.>
‘그렇지.’
파트너로 같이 다니며 얻을 태양의 기운보다 훨씬 많은 것을 얻을 것이다.
이안이 만족하자 읠디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왜 원장 수녀님이에요?”
그녀의 성력이 제일 강해서 그런다.
이안은 대답하는 대신 어깨를 으쓱이고 물었다.
“나한테 관심이 꽤나 많으신데…… 그러는 네 파트너는?”
순간 윌디의 말문이 막혔다.
머뭇거리던 그녀는 하얀 장갑에 감싸인 손을 들었다.
“……저기요.”
그녀가 가리킨 곳에는 하륜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살짝 손을 흔들고 있었다.
“뭐야. 가족끼리 무슨 파트너냐면서?”
둘은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보아하니 둘 다 다른 곳에서 파트너를 못 구했나 보다.
“음. 그래. 뭐. 서로 상처 핥아 주고 그러면 좋지.”
이안이 말에 하륜과 윌디는 울컥했다.
하지만 뭔 말을 하겠나.
그들이 다시 시무룩해지자 블랜치의 당당한 목소리가 들렸다.
“야. 파트너를 못 구할 것 같으면 나한테 말하지 그랬냐. 내가 아는 애들 꽤 되는데.”
그의 옆에는 처음 보는 여생도가 서 있었다.
“중급 F반의 위실 하이슨이에요.”
그녀가 인사했을 때 음악이 흘러나온다.
블랜치는 이안을 툭 쳤다.
“야. 그런데 우승자인데 춤 한 곡도 안 출 거야? 혹시 춤 못춰?”
그럼 잘 추는 사람이 잠깐이라도 같이 있어주는 것이 낫다.
그가 같은 반 생도 중에 찾으려 하자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사실 내가 혼자 추는 춤도 끝내주지. 한때 댄스 킹으로 불리기도 했고.”
<그때 주인님께선 진정으로 빛나셨습니다.>
추억을 떠올린 이안이 정말 혼자 나가려고 하자 생도들이 말렸다.
“그냥 얌전히 있어…….”
“혼자 뭔 춤을 추려고. 이따가 나랑 추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혼자 춤을 어떻게 추게 놔두나.
차라리 여기서 무게 잡고 있는 게 낫다.
그때 교관들과 함께 있던 아란세가 다가왔다.
“너네 왜 춤 안 추냐?”
아란세가 웃으며 말하자 이안은 그를 잡았다.
“그런데 교관님. 전에 말씀드렸던 것 있잖습니까.”
“응? 뭐?”
“잊힌 도시.”
와인을 한 모금 마시던 그는 하마터면 사레가 들릴 뻔했다.
“크흠. 단순한 견학 수준이 아니겠지? 네가 원하는 건.”
“예. 좀 알아봤는데 잊힌 도시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준비할 게 많다더군요.”
“하아. 그래. 일단 거기를 관리하는 가문의 허가증이 있어야 해.”
“없으면 어떻게 됩니까?”
“없어도 들어가는 것 자체는 불가능하진 않아. 다만 그곳의 모든 시설과 혜택을 이용할 수 없지.”
“검성도 그렇습니까?”
“음…… 그래. 검성도 허가 없이 다니는 분 중 하나다.”
아란세도 그런 식으로 검성을 만났다.
잊힌 도시에 있는 살인귀들이나 탐험가들의 공격을 가볍게 물리치는 모습.
그것을 보고 검성의 검술에 동경심을 품었다.
“굉장했지.”
아란세는 자신의 추억을 조금씩 풀어 나갔다.
그것을 들으며 다른 생도들이 검성에 대해 묻는 사이 이안은 히죽 웃었다.
‘그럼 나 혼자 돌아다닐 수 있다는 얘기겠네.’
<주의는 필요합니다.>
‘그거야 당연한 말이지.’
“……아무튼 잊힌 도시는 위험하다. 그래도 가야겠나?”
아란세가 설명을 끝내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 가기 뭐하시면 혼자 가도 됩니다.”
“이상한 소리 마라. 거긴 아무것도 모르는 자는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위험한 곳이야.”
“어? 왜요?”
그곳에 흥미를 보이는 것은 이안만이 아니었다.
다른 몇몇 생도들도 관심을 보이자 아란세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시설들도 그렇고, 괴물들도 그렇고. 함정도 많아. 거기에…….”
대륙에서는 찾아보기도 힘든 괴물들과 마도국의 유산인 방어 시설, 그리고 강력한 가디언도 넘쳐 난다.
“거기에 살인귀나 탐험가가 깔아 둔 함정도 많을뿐더러 나침반도 통하지 않아. 그뿐만 아니라 시시각각 지리가 바뀌는 구역도 있어. 절.대. 혼자 가서는 안 된다.”
아란세는 이안을 보았다.
자신과의 약속을 위해서 힘써 준 그는 기대감을 품고 있었다.
그 기대를 배신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의 말대로 약속은 지켜야 약속 아니겠는가.
“걱정 마라. 내가 같이 가 줄 테니까. 어지간한 길잡이보단 내가 나아.”
그때 또 한 곡의 음악이 끝났다.
잠시 후 박바레가 둘에게 다가갔다.
“야. 이안. 이제 슬슬 다른 사람에게 춤 권해도 괜찮은데.”
“그래요. 이안. 나가서 한 곡 출까요?”
“넌 네 파트너랑 먼저 추렴.”
윌디와 하륜은 서로를 보았다.
둘 다 파트너를 못 구해 어쩔 수 없이 파트너가 되었다.
그것도 싫은데 춤까지 추라고?
“좀 봐줘.”
“하륜이랑 손잡고 춤이라니요.”
그들이 서로 거절하는 사이 새로운 곡이 시작되었다.
이번에도 나가지 않은 이들이 모여서 와인을 마시거나 얘기를 하고 있다.
영웅제가 끝나서 그런지 한결 풀어진 그들이 파티를 즐기는 사이 교관 하나가 들어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아.”
그리고 이안을 발견하고 그에게 다가왔다.
“이안. 학장님께서 보내신 것이다. 확인해 보도록.”
설마 방학 때 뭔 일이라도 시키려는 걸까.
이안은 그가 준 봉투를 받아 열어 보았다.
“뭐냐?”
블랜치가 그의 뒤로 다가가 보았다.
봉투 안에 있는 내용은 하나의 안내서였다.
“제국 아카데미 교류전 담당 안내서?”
“아. 이거. 결국 이안이 맡게 되는 건가?”
2학기가 시작되면 바로 제국 아카데미와 교류전이 시작된다.
그때 제국 아카데미에서 유학생들이 찾아오는데 그들을 담당할 사람이 필요했다.
“누가 오는데?”
“예쁜 분 오시려나~.”
“제국 사람인데 예쁜 사람이 뭐가 중요해?”
오에리나는 블랜치에게 핀잔을 주었다.
그녀를 향해 블랜치가 인상을 구기자 발라는 안내서를 가리켰다.
“혹시 이것 때문에 방학 때 네 일정 틀어지는 거야?”
“그런 건 아니야. 그냥 방학 기간에 놀지 말고 열심히 훈련하라는 거니까.”
“그래서 누가 오는데?”
약간 가라앉은 그래진의 목소리에 이안은 의아해했다.
그는 평소와 다르게 심각한 표정이었다.
“안 적혀 있어.”
<현재 제국 아카데미 내에서도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키르케가 진리에 접속해 확인한 결과를 말해 주자 이안은 안내서를 넘겼다.
그걸 받아 샅샅이 확인해 본 그래진은 짧게 신음했다.
그 모습에 다들 의아해했다.
“왜. 뭔 문제라도?”
모두를 대변해 이안이 묻자 그래진은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교류전 담당. 거절하는 게 어떠냐?”
“뭐 아는 거라도 있어?”
“조금 불안해서 그래.”
그 말에 다들 더 의아해했다.
그래진은 이안의 룸메이트로 그의 실력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런데도 불안해할 일이 있을까?
“소문이 좀 안 좋아서.”
“누가 온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지?”
이안이 다시 묻자 그래진은 잠시 머뭇거렸다.
“제국 아카데미의 최강자이며. 현재 전쟁 때문에 휴학 중인 자가 있지. 그리고 그자가 참가한 전쟁이 거의 끝나 가고 있다고 들었어.”
그의 말에 다들 흠칫 놀랐다.
“에, 에이. 설마.”
“그 전쟁 아직 진행 중 아냐?”
“며칠 전에 끝났다더라.”
그래진이 말하자 이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국 아카데미 생도회장 오스넨 루드 블라드를 말하는 겁니다.>
‘블라드라면…….’
제국 황가의 성이다.
윌디는 예쁜 얼굴을 찌푸렸다.
“황제의 수제자죠.”
“제국의 괴물 황태자. 남부의 악몽이라 불리는 오스넨 루드 블라드…….”
“라키드 회장을 이겼고 수많은 전쟁에서 열 명이나 되는 마스터들을 제거한 숙련된 강자다.”
B반 생도들이 한마디씩 하고 짧게 신음한다.
그 괴물을 상대해야 할 이안을 걱정하려던 그들은 당황했다.
“이안. 넌 표정이 왜 그러냐?”
“응? 뭐가.”
그는 별다른 부담 없이 먀네에게 카나페를 먹이고 있었다.
“괴물이 올지도 모른다고. 괴물이.”
“……그래서 어쩌라고?”
이안의 태평한 반응에 다들 할 말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