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54)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54화(54/300)
◈ 제54화
27. 잊힌 도시 – 2
이안에게 두려울 일이 뭐가 있겠나.
물론 궁금한 것은 있었다.
이들이 왜 이렇게 오스넨을 경계하고 두려워하느냐.
이안의 호기심을 눈치챈 키르케는 진리에 접속해 알아 본 후 보고했다.
<라키드가 아카데미에 입학했을 때의 일입니다.>
<교류전에 참가한 오스넨 루드 블라드는 라키드가 입학하자마자 생도회장이 된 것을 보고 비웃었습니다.>
‘얼마나 생도들이 모자라면 이제 막 입학한 자가 대표가 되냐고 한 건가.’
<예. 그 일로 프레돈 아카데미는 분노했고 라키드는 아카데미의 대표로 싸웠습니다.>
그 대련에서 라키드가 패배했고 프레돈 아카데미는 제국 아카데미를 더욱 싫어하게 되었단다.
그 사건을 아는 생도들 입장에서 오스넨은 충분히 경계할 만했다.
‘오스넨이 지금 몇 살이지?’
<현재 25세입니다.>
‘그러니까 애들 노는 데 끼는 유급생이라는 거네.’
<제국 아카데미는 나이 제한이 없습니다.>
<또한 그는 많은 전쟁에 참여했기에 휴학이 잦아 아직 졸업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그래도 바뀌는 건 없어.’
그의 반응에 블랜치는 고개를 저었다.
“야. 이안. 오스넨 황태자는 대륙 최강 반열에 속하는 세 명 중 하나. 황제의 수제자라고.”
그렇게 말해 봤자 뭐 어쨌다는 건가.
하지만 다들 심각해 보이길래 이안도 별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다.
잠시 침묵이 자리 잡자 발라는 손사래를 쳤다.
“에이. 설마.”
“그래도 그가 오지는 않겠지~.”
“아니 그래도 진짜 오면……?”
“이안이 크게 다치는 것 아냐?”
이안의 성격상 굽히고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다.
거기에 오스넨도 성격 나쁘기로 유명하지 않은가.
그가 참가한 전쟁에 대해 아는 이들은 핼쑥한 표정이 되었다.
“야. 이안. 혹시 모르니까 진짜 그거 상급으로 넘기는 게 어때?”
“맞아요. 굳이 당신이 고생할 필요가 있을까요?”
다들 만류하려 한다.
그들을 향해 이안은 잔을 들고 태평하게 말했다.
“얘들아. 난 너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단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라.”
괴물 황태자라고?
황제의 제자라고?
황제가 와도 자신이 있는데 무슨 걱정인가.
<오스넨 루드 블라드와 전투 시뮬레이션을 시작합니다.>
<시뮬레이션이 종료되었습니다.>
<총 10만 회 전투 시 무승부 1회를 제외하고 모두 주인님께서 승리하셨습니다.>
‘환골탈태 한번 한 이후에는?’
방학 때 달의 교단에 갔다가 대기도회에 참석할 거다.
그사이 성물을 좀 더 모으면 환골탈태를 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할 것이다.
그 계산까지 마친 키르케는 당연하다는 듯 보고했다.
<모든 변수를 계산해도 주인님의 압승입니다.>
키르케의 계산을 확인한 이안은 무덤덤하게 와인을 홀짝거렸다.
그의 반응에 주변에 있던 생도들은 애써 웃었다.
“그래. 이안이 강하긴 하지.”
“괴물 황태자라고 하더라도 이안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네요.”
하륜과 윌디가 한마디 하며 주변을 독려했다.
다들 거기에 편승해 좋은 얘기만 하기 시작하자 아란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가 올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준비할 필요는 있지.”
어쨌든 진짜 오스넨이 온다면 큰일이니까.
그를 상대해야 하는 이안이 좀 더 강해져야 한다고 아란세는 생각했다.
그렇기에 이안은 담담하게 답했다.
“네. 그러니 방학 시작하면 바로 잊힌 도시로 가죠.”
거기 일을 빨리 끝내야 성물을 조금이라도 더 모은다.
이안의 말에 아란세는 쓴웃음을 지었다.
* * *
파티 도중에 누군가가 결투를 신청하거나.
갑자기 악마가 나타나 공격한다거나.
그런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파티 분위기가 어느 정도 소강되자 그는 그냥 기숙사로 돌아가 늘 하던 대로 수련하고 잤다.
그렇게 특별할 것 없었던 파티가 끝나고 다음 날.
방학식을 끝으로 생도들이 기숙사를 떠나기 시작했다.
“야. 이안. 진짜 방학 때 안 올 거야?”
“바빠.”
박바레는 아쉬워했다.
하지만 바쁘다는 녀석을 강제로 데리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도 시간 나면 블라츠키 자작령으로 놀러 와라. 야. 방학인데 좀 잘 먹고 쉬어야지.”
“그래. 마음 써 줘서 고맙다.”
“우리 사이에 고맙긴.”
우리 사이가 뭔데. 라는 멋없는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이안은 가볍게 손을 흔들었고 박바레가 떠났다.
그 이후로도 윌디, 오에리나, 위디아, 블랜치와 발라 등 다른 생도들도 인사를 하고 떠났다.
그들이 멀어지자 하륜이 다가왔다.
“이번 방학 때는 바쁜가 보지?”
“응.”
잊힌 도시에 가야지.
달의 기운 모아야지.
거기에 대기도회도 참석해야 한다.
이안이 수첩에 적어 둔 스케줄을 보여 주자 하륜은 아쉬워했다.
“다음에는 꼭 오라고. 그럼 난 간다. 방학 잘 보내라.”
“그래. 잘 가라.”
그가 손을 흔들고 떠나자 이안은 슬쩍 기숙사를 보았다.
아카데미의 직원들이 생도들이 나온 기숙사를 정리하기 위해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이안.”
뒤를 돌아보니 은발의 미소년, 헬리드가 서 있었다.
떠날 채비를 마친 듯한 그는 이안을 보다가 허리를 숙여 정중하게 인사했다.
“고맙다.”
“뭔 소리래.”
헤이스팅스의 일은 서로 모르쇠로 일관하기로 했다.
그런 만큼 이안은 모르는 척 고개를 저었다.
“병문안이나 잘해라. 그리고 나중에 내가 찾아갈 수도 있다고도 하고.”
바라디스 영지에 달의 신전이 있으니 한 번쯤 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래. 그리고 브랜든 남작가에도 보답할게.”
헬리드나 레일라나 스칼렛 왕국의 귀족이다.
그러니 이안의 가문인 브랜든 남작가에도 그에 대해 말하고 보답을 할 수 있을 거다.
그가 말하자 이안은 정색했다.
“그딴 곳에 보답하지 말고 나한테 해. 성물이나 아티팩트면 충분하니까.”
“그래? 좋은 놈으로 구해 올게.”
헬리드는 다시 한번 그에게 살짝 묵례하고 떠났다.
그가 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을 때 기숙사에서 마지막으로 그래진이 나왔다.
“야. 이안. 넌 어떻게 할 거냐?”
“아란세 교관님이랑 잊힌 도시에 갔다가 올 거야. 그나저나 뭐 찾은 거 없어?”
안 그래도 조사하던 것이 몇가지 있었는지 그래진은 수첩을 들었다.
“달의 교단과 관련되긴 했는데 죄다 어중간해. 조금 더 찾아보도록 할게.”
“그래. 부탁 좀 하지.”
“알았다. 그리고 너도 거기서 유물이나 아티팩트 같은 거 발견하면 넘기는 거 알지? 잊힌 도시의 유물도 연구에 꽤 도움이 되니까 말이야.”
그를 빤히 보던 이안은 씩 웃었다.
이정도면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약속하지.”
<몽환세계의 약속의 수호를 사용합니다.>
그가 지킬 수 있을 만한 약속을 할 때마다 쓰는 세계관.
이안이 보유한 세계관 중 특별함으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세계관이 발동되었다.
타인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을 대가로 언령을 강화시킬 수 있는 약속의 수호를 쓰고 이안은 아카데미 바깥을 가리켰다.
“준비되면 아카데미 앞의 숙소에서 기다리고 있고. 약속한 날까지 맞춰서 올 테니까.”
“그래.”
그들의 대화가 끝났을 때 쯤 아란세가 걸어왔다.
이안의 어깨에 있던 먀네는 폴짝 뛰어내려 아란세에게 달려갔다.
먀네를 가볍게 안아 준 그는 가방을 옆에 두며 물었다.
“넌 짐이 그게 다니?”
이안의 짐은 정말 단출했다.
가방 하나.
그리고 검 한 자루.
장비조차도 아카데미에서 제공한 경갑과 얼마 전에 만든 투척 단검들 뿐이다.
“뭐 더 필요합니까?”
“아니. 뭐 그거면 됐지. 자. 가자. 그래진. 방학 잘 보내라.”
“예. 교관님.”
그래진의 인사를 받으며 이안과 아란세는 아카데미를 나갔다.
아카데미에서 나오자마자 그들이 간 곳은 마을 끝에 있는 게이트였다.
그곳에 도착하자 아카데미에 소속된 마법사가 물었다.
“아란세 중급 교관님. 이안 중급생도님. 신분 확인되었습니다. 어디까지 가십니까?”
“잊힌 도시.”
목적지를 들은 마법사는 살짝 놀랐다.
하지만 별다른 말은 꺼내지 않고 바로 게이트를 조작했다.
“두 분 합쳐 1,000골드입니다.”
아란세가 돈을 내려 하자 이안은 그를 잡았다.
드레이크 재료들 외에도 다른 재료들을 팔아 돈을 꽤 벌었으니 이 정도 비용은 내도 괜찮다.
“제 학비 내시느라 돈도 없으시잖습니까.”
“내가 왜 없어!”
“중급 교관 월급을 뻔히 아는데.”
이안이 말하자 아란세는 입을 다물었다.
그사이 그가 낸 전표를 받은 마법사는 게이트를 작동시켰다.
그저 게이트를 통과한 것뿐인데 주변은 많은 것이 바뀌어 있었다.
분위기 자체가 꽤나 살벌했다.
“거기!! 처음 오는 거냐?! 빨리빨리 움직여!!”
“머저리 같은 놈들!! 그래 가지고 잊힌 도시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냐!!”
게이트 주변에 있던 탐험가들이 후배들에게 거칠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들뿐만 아니라 용병이나 기사단, 모험가로 보이는 이들도 잔뜩 긴장하며 고래고래 외치고 있다.
전쟁 전과 같은 상황을 지켜보던 아란세는 이안의 팔을 잡았다.
“가자.”
“예.”
“여기는 무법 지대나 다름없어. 지켜야 할 규칙은 단 하나뿐이다.”
“뭡니까?”
“저 안에 들어가면 누구도 믿지 말라는 거지.”
아란세가 가리킨 곳에는 커다란 벽이 있었다.
어중간한 성벽 수준이 아니다.
그리고 그 성벽의 안쪽으로 보이는 곳에 하늘을 찌를 정도로 높은 탑이 있었다.
“저런 방벽이 모두 셋이나 있어. 그리고 제1방벽 안의 중심에 저 탑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가 있지.”
이안은 하늘 높이 세워진 탑을 보았다.
그 시선을 눈치챈 아란세는 설명을 시작했다.
“저 탑이 현 마탑의 전신이지. 마도국의 중심이었고. 현재 저 탑 안은 말 그대로 마경이나 다름없는 곳이야.”
“알고 계십니까?”
“나도 한 번 정도는 들어갔었으니까. 음…… 물론 2층일 뿐이지만. 그리고 들은 이야기이지만 저 탑의 꼭대기에 차원 문이 있다고 하더군.”
“그렇군요.”
“차원 문에 의해서 저 탑은 꽤나 변질되었어. 그리고 매 시기마다 탑에서 괴물들이 나오지. 그걸 차원수라고 부른다.”
“개체명을 따로 쓰지는 않는군요. 한두 종류가 아니라는 겁니까?”
“그래. 그건 가면서 더 설명하지. 그리고 저 방벽들도 그냥 벽이 아냐. 첫 번째 방벽인 제3의 방벽은…….”
이안을 데리고 걸으며 아란세는 자신이 아는 수준에서 차분하게 설명했다.
아예 오지 않았다면 모르겠지만 왔다면 확실하게 설명해 두는 것이 나았다.
“잊힌 도시에선 무슨 일이 터질지 아무도 모른다. 또한 동료랍시고 같이 왔다가 일부러 가디언이나 차원수에게 붙여서 죽게 만드는 쓰레기들도 많아.”
“아하.”
“그러니 누구도 믿지 말라고 하는 거다.”
“그럼 제가 아란세 교관님과 함께 들어가면 교관님을 믿어도 안 되겠군요.”
아란세는 인상을 찡그렸다.
“장난하냐. 넌 날 믿어야지.”
“하하하. 알겠습니다.”
그에게 다시 한번 인상을 써 주고 아란세는 앞서 걸었다.
방벽에 가까워질수록 공기가 무거워지고 있었다.
“트롤들이다!!”
“무기 챙겨!!”
잊힌 도시에 연결된 영맥은 수도 없이 많다.
그 영맥을 쫓아 몬스터들이 찾아오는 것은 이곳에서 일상다반사다.
“여기는 차원수 외에 일반 몬스터들도 많아. 물론 순수하게 몬스터의 질과 위험도만 따진다면 미얄 산맥이 더 위험하지만.”
아란세가 자부심을 느끼며 말했을 때쯤 한 무리의 전사들이 몬스터들을 요격하기 위해 달려갔다.
그리고 잠시 후.
-크어어어어!!
-케에에엑!!
트롤들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적들을 삽시간에 쓸어버린 그들이 복귀했을 때.
“어……?”
트롤의 피로 범벅이 되어 있던 여인이 아란세와 이안을 발견했다.
“분명…….”
“그래.”
저번에 영웅제 때 에인샤르를 호위하던 여전사였다.
“오래간만입니다. 도련님.”
다가온 그녀는 정중하게 인사했다.
그것을 본 아란세가 씁쓸해하자 여전사, 에이드리안은 이안에게도 고개를 숙였다.
“오래간만입니다. 이안 생도님.”
“반갑습니다.”
“예. 그런데 두 분께서 이곳에는 무슨 일이십니까?”
“이 녀석이 잊힌 도시를 보고 싶다고 하더군.”
“그럼 바이든 백작가를 통해서 출입 허가를 받으실 생각이십니까?”
“그랬으면 하는데.”
에이드리안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저희의 계산에 따르면 조만간 웨이브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한달 후 쯤이면 웨이브가 끝날테니 그때 들어가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웨이브라는 말에 아란세는 낭패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웨이브?’
<잊힌 도시에 있는 차원 문이 활성화되는 때를 말합니다.>
<그때 차원 문을 통해 다양한 것이 출몰합니다.>
그 여러 가지에는 차원수뿐만 아니라 다양한 물건들도 포함되어 있다.
키르케의 설명을 들으니 이안은 더 들어가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