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55)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55화(55/300)
◈ 제55화
28. 뭘 가르쳐야 할지 – 1
“웨이브라니. 평소보다 빠르잖아?”
“요 근래 웨이브 시기가 불규칙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위험하니 웨이브가 끝난 후 입장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차원수 좀 나오는 정도라면 괜찮습니다.”
“차원수만이 아니야. 웨이브가 시작되면 차원 문에 반응해서 대기 중이던 가디언들도 움직여.”
“또한 마도국에서 만들어 놓은 방어 시설도 작동합니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간 차원 문을 통해 나온 다른 차원의 장비들과 시설들. 그 모든 것이 차원 문에 공명하며 작동할 거야.”
“즉 탐사 난이도가 높아진다는 얘기군요.”
“그래. 물론 운이 좋으면 탑의 고층에서 얻을 수 있는 아티팩트도 바깥에서 얻을 수도 있지. 하지만 그런 경우는 아주 드물어.”
무지막지한 수의 차원수나 방어 시설, 가디언에게 당하는 게 대부분이다.
그래서 웨이브가 일어나는 시기에는 어지간하면 다들 밖으로 나오곤 했다.
“저길 보십시오.”
에이드리안이 가리킨 커다란 문 쪽에서 꽤 많은 이들이 나오고 있었다.
아란세는 이안의 등을 툭툭 토닥였다.
방학을 맞이해 잊힌 도시에 들어가고자 했지만 웨이브가 시작되면 어쩔 수 없다.
“알겠습니다. 그럼 빨리 들어갔다 나오도록 하죠.”
“응?”
“예?”
둘은 서로를 보았다.
“웨이브가 시작된다잖아.”
“아직 시작 안 됐잖습니까.”
“……위험할 텐데?”
“세상에 안 위험한 게 어디 있겠습니까. 다 그런 거 감수하면서 사는 거지.”
“먀먀~.”
먀네도 별다른 걱정이 없어 보였다.
둘을 얼빠진 표정으로 보던 아란세가 뭔가 말하려는 찰나 에이드리안이 먼저 말했다.
“잊힌 도시에 들어가실 예정이시라면 허가증이 필요합니다. 아란세 도련님께서도 말씀하셨으니 바로 내어 드리겠습니다.”
“난 이미 의절당했으니까 그렇게 부르지 마.”
“바이든 백작가에는 도련님의 이름이 올라가 있습니다.”
그녀가 몸을 돌리고 가자 아란세는 이안을 잡았다.
“너 진짜 들어가려는 거냐?”
“여기까지 왔는데 안 들어갈 수는 없잖습니까.”
“하아. 무모한 녀석 같으니라고.”
투덜거리면서도 아란세는 이안의 뒤를 쫓았다.
에이드리안이 향한 곳은 제3의 방벽 근처의 작은 사무소였다.
“헉?! 이, 아란세 도련님?!”
“언제 오셨습니까?”
몇몇 직원들이 호의 섞인 시선읗 보냈다.
아란세는 대답하는 대신 가볍게 손을 들어 올릴 뿐이었다.
그가 구석진 자리에 앉자 에이드리안은 이안에게 서류 몇 장을 내밀었다.
“일단은 제3의 방벽 내부를 탐사할 수 있는 하급 허가패를 드리겠습니다.”
“더 들어가면 어떻게 됩니까?”
“그럼 무단 입장으로 파악되고 시설의 이용과 더불어 구조 요청이 불가합니다. 또한 도굴꾼으로 인식되어…….”
탐험가들의 사냥대상이 될거다.
이안은 대충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바로 상급은 못 받습니까?”
“규정상 불가합니다.”
“그렇군요.”
안된다면 허가패 없이 돌아다니면 된다.
그렇기에 이안은 매달리지 않았다.
“그럼 수수료로 500골드를 받겠습니다. 이 비용엔 구조 작업. 도로 건설, 그리고 안전지대의 설치 및 운영비. 성벽 유지 보수 비용. 그 모든 이용료가 포함됩니다.”
불합리한 세금 걷는 것도 아니고 그 정도 이용료라면 합당한 가격이다.
이안이 대금을 지불하자 에이드리안은 서류를 안으로 보냈다.
잠시 후 안쪽에서 청동으로 만들어진 패가 나왔다.
마력이 느껴지는 것이 일종의 아티팩트로 보였다.
“이 패는 같은 비용으로만 재발급됩니다. 또한 다른 사람의 패를 가져오시면 보상금을 지불해 드립니다.”
“알겠습니다.”
패를 받은 이안이 돌아오자 아란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그럼 최대한 빨리 갔다가 오자.”
사무소에서 나와 조금 나가자 커다란 문이 보였다.
웨이브가 시작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 때문일까?
들어가는 자들보다 나가는 자들이 더 많았다.
“패를 보여 주십시오.”
이안과 아란세가 보여 준 패를 확인한 그는 입구를 가리켰다.
“조만간 웨이브가 있을 예정입니다.”
“알겠어.”
고개를 끄덕인 아란세는 이안과 함께 걸었다.
커다란 문을 통과하며 제3의 벽을 넘은 순간.
“먀아아아…….”
먀네가 낮게 울었다.
고작 벽 하나를 넘었을 뿐인데 분위기가 한 번에 바뀌었다.
전장의 분위기가 넘친다.
근처에서 쉬고 있던 몇몇은 이안과 아란세를 힐끔거리고 있었다.
먹잇감으로 삼을 수 있는지.
아니면 사냥하기 어려운 존재인지.
상대를 파악하기 위한 하이에나들의 시선이 늘어가고 있었다.
아란세는 그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말했다.
“좀 더 들어가야 진짜가 나온다. 가자.”
그의 안내를 따라 안쪽을 향해 걸었다.
커다란 바위를 지나쳐 언덕에 오른 순간 꽤나 먼 곳에 벽이 보였다.
“저게 제2의 방벽이다.”
“그렇군요.”
“일단 이번엔 저기까지 가 보자고. 그래도 조심해라. 이곳에서는…….”
“하하! 거기 친구들! 뭐 가진 거 있으면 좀 나누자고!!”
험상궂게 생긴 이들 몇몇이 다가온다.
그걸 가리키며 아란세는 가볍게 검을 뽑았다.
“저런 놈들이 넘쳐 나니까.”
다섯 명의 강도들은 이안과 아란세를 상대로 오래 버티지 못했다.
살려 달라 애원하는 적의 목을 깔끔하게 벤 아란세는 쓰러진 이들을 뒤지는 이안을 힐끔 보았다.
“뭐 하냐?”
“가끔씩 이런 놈들에게서 뭔가 좋은 게 발견되더라구요.”
하지만 아쉽게도 특별한 것은 없었다.
횟수 제한이 남은 아티팩트 한 개와 허가패 두 개가 전부다.
그나마도 허가패도 하급이라 큰 이득이라 보긴 어려웠다.
“안쪽이라면 모를까 여기 있는 놈들에게 뭔가 특별한 건 없지. 자. 가자.”
일단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안전지대부터 가 봐야 한다.
아란세는 이안을 데리고 능숙하게 길을 찾았다.
물론 그렇다고 적을 만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는 자신의 수련을 위해.
또 누군가는 이안과 아란세가 가진 것을 얻기 위해.
누군가는 그냥 살인에 대한 쾌락을 위해서.
잊힌 도시에 들어온 지 다섯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이안과 아란세는 스무 명이 넘는 적을 죽였다.
“여기서 지내다 보면 정말 온갖 인간 군상을 보게 되지.”
“그렇습니까?”
누군가는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누군가는 죽이기 위해 목숨을 건다.
극과 극이 모여 있는 곳을 둘러보며 아란세는 입을 열었다.
“내가 여기를 나온 이유도…….”
“저게 가디언이군요.”
과거를 회상하던 그는 이안의 질문에 정신을 차렸다.
이안이 가리킨 것은 흙과 먼지, 덩굴로 가려져 있는 작은 바위였다.
눈을 가늘게 뜨고 그것을 자세히 보던 아란세는 감탄했다.
“역시 관찰력이 보통이 아니네. 그래. 저게 가디언이야.”
“그냥 돌처럼 생겼네요.”
“저건 지금 대기 중이니까. 넌 뭘 보고 눈치챈 거지?”
“덩굴 안쪽에 부자연스러운 작은 구멍이 있습니다.”
키르케의 보고가 없어도 이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이안이 말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였다.
근처의 몇몇 탐험가들이 지나가고 있을 때 흙이 일어나며 무언가가 튀어 올랐다.
네 개의 낫과 같은 팔을 가지고 삼각형의 머리를 지닌 괴물이었다.
마치 사마귀를 거대화시킨 것 같은 괴물은 근처를 지나가는 탐험가들을 향해 칼날 같은 앞발을 휘둘렀다.
“으, 으아악!!”
“맨티스다!!”
도서관의 책이나 몬스터 헌팅 수업실의 자료실에서도 본 적 없는 몬스터였다.
<적성 개체 맨티스를 등록했습니다.>
“저게 잊힌 도시에 있는 차원수 중 가장 약한 축에 속해.”
기묘하게 얇은 허리를 회전하며 순식간에 탐험가 두 명을 도륙 냈다.
갑작스러운 맨티스의 습격에 탐험가들은 놀라며 가디언 주변으로 이동했다.
“저런 방식이 제일 위험해. 가디언은 옆에 생명체가 있으면 작동하거든.”
아란세의 말이 끝난 순간.
-쿠우우웅!!
아까 이안이 찾아낸 가디언이 몸을 일으켰고.
-콰아아아앙!!
덩굴로 가려져 있던 머리 부분에서 강력한 빛을 쏘았다.
그 빛에 적중당한 맨티스가 삽시간에 불타 버렸다.
순식간에 맨티스를 잡았지만 가디언은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흙과 먼지, 덩굴로 감싸여 있던 몸체에서 톱날이 빠져나와 주변에 있는 탐험가를 찢어발겼다.
“으아아아아!!”
“도, 도망쳐!! 으아아악!!”
그들뿐만 아니라 주변을 지나던 탐험가들까지.
근처의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제거한 후에야 가디언은 다시 아까 상태로 돌아가 침묵했다.
처참하게 박살 난 가디언 주변을 가리키며 아란세는 차분하게 말했다.
“이길 수 있겠냐?”
이안은 기대감이 차올랐다.
지금 그에겐 이기고 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저거 보유 마력이 상당해 보이는데…….”
“그렇지. 마도국의 병기니까.”
그 말을 들은 이안은 흐뭇하게 웃었다.
‘그럼 잊힌 도시에서 서클도 올리고 갈 수 있겠군.’
<가디언을 적성 개체로 등록하였습니다.>
<전투 서포트를 시작할까요?>
‘준비해 둬.’
이안이 검을 뽑자 아란세는 쓰게 웃었다.
“싸워 보려고?”
“예.”
“위험할지도 모른다. 너라면 걱정이 없지만…… 그래도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후퇴한다.”
그럴 일은 없을 거다.
이안은 아란세에게 먀네를 주고 가디언을 향해 걸었다.
-우우우웅!!
생명체를 감지한 가디언이 몸을 일으킨다.
거미를 닮은 몸이 일어나고 여섯 개의 날카로운 다리가 솟구쳤다.
-철컥! 철컥!
몸통 사이에서 톱날과 칼날을 닮은 열 개의 팔이 드러난 순간.
<적성 개체 가디언의 분석을 시작합니다.>
<분석이 완료되었습니다.>
<약점은 몸통 윗부분 장갑 안의 핵입니다.>
-치이이익!!
증기를 내뿜은 가디언의 머리 부분이 열린다.
그곳에서 아까의 빛이 뿜어지려 하자 이안은 투척단검을 잡았다.
<포화란의 단검 투척을 사용합니다. 궤도를…….>
“이미 계산했으니까 하지 마.”
이안은 내공을 담아 단검을 던졌다.
그의 단검은 빛이 모인 안쪽에 그대로 박혀 버렸다.
-위이이잉!!
단번에 빛을 이용한 공격을 무력화시킨 이안은 톱날과 칼날이 다가오자 검을 가볍게 까딱거렸다.
<전투 예지를 시작합니다.>
<3번째 톱날이 좌상단에서 내려쳐집니다.>
톱날의 공격을 간단하게 피해 낸 이안은 검을 빙글 돌려 잡았다.
그리고 열 개의 위험한 무기들을 향해 달렸다.
-콰득!! 콰드득!!
아까 전까지만 해도 무참한 살육자였던 가디언은 이제는 힘없는 약자에 불과했다.
두꺼운 여섯 개의 다리는 하나를 제외하고 전부 부러졌다.
아까 탐험가들을 찢어발기던 열 개의 팔은 뜯어지거나 부러져 그저 꿈틀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약점은 한 번도 치지 않고 가디언을 잡은 이안은 가차 없이 장갑을 뜯어냈다.
안쪽에 수많은 금속 재료들과 함께 마력석으로 이루어진 핵이 보인다.
내부 구조를 확인하던 이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키르케. 이거…….’
<폴테이드 마도 왕국의 로열 골렘 제작 방식이 섞여 있습니다.>
‘그럼 지배권을 가져오는 것이 가능하다는 건가? 키르케. 분석해 봐.’
그의 명령에 키르케는 담담하게 답했다.
<분석을 시작하겠습니다.>
<예상 종료 시간은 6일 8시간 37분 후입니다.>
<다른 샘플 확보를 통해 분석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움직임이 멈춘 가디언의 내부를 스캔한 키르케가 분석을 시작했다.
그사이 이안은 가디언을 내려다보며 손을 뻗었다.
그의 손에 가디언의 핵이 잡힌 순간.
-우우웅…….
낮은 진동음과 함께 마력을 강탈당한 가디언의 움직임이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