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6)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6화(6/300)
◈ 제6화
3. 더 좋은 것 – 2
빛의 정령이든 고양이든 일단 예배에 참여해야 한다.
이안은 자신에게 붙어 있는 고양이를 데리고 신전으로 들어갔다.
헤스티안 원장 수녀가 말해 놨는지 그가 들어왔음에도 사제들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잠시 후 문이 닫히며 예배가 시작되었다.
사제들과 수녀들은 늘 하던 대로 성력을 발휘하며 기도했고 이안은 얌전히 태양의 기운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사이 호랑이 무늬의 하얀 고양이는 이안의 무릎 위에 자리를 잡았다.
‘태양의 기운은 쉽게 얻을 수 있는데……. 키르케. 근처에 달의 신전은 없나?’
<현재 아카데미 근처에 달의 신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탐색 범위를 확장하겠습니다.>
‘음. 한번 해 봐.’
천마신공은 음양의 조화를 이뤄야 환골탈태가 가능하다.
일월신교의 주술을 이용해 내공을 얻는다지만.
지금처럼 불균형적으로 태양의 기운만 얻는다면 머지않아 성장에 한계가 올 거다.
‘틈나는 대로 달의 기운을 얻을 방법을 조사해 봐야겠군.’
예배가 끝났다.
자리에서 일어난 이안이 돌아가려 하자 윌리스가 웃으며 다가왔다.
“이안 성도님.”
“저 아직 세례 안 받아서 성도 아닙니다만…….”
“하하하. 예배에 이렇게 열띤 신앙심을 보이시는데 성도가 아니시라니요.”
무한한 환생을 하는 그에게 신앙심 따위가 있겠나.
하지만 사제 앞에서 나 신앙심 같은 거 없으니 조용히 하세요! 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안이 말없이 웃자 윌리스는 그의 어깨를 자기 자리로 삼은 고양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이 고양이…… 빛의 정령 아닙니까?”
“아시는군요.”
키르케가 알아낸 것과 같은 이야기를 한다.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자 윌리스는 빙긋 웃었다.
“빛의 정령이 실체화까지 해서 누군가를 따르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인데…….”
“뭐 자세히 아십니까?”
“예. 빛의 정령은 일반 정령과 다릅니다.”
그는 고양이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일반적인 정령은 친화력을 이용해서 자신의 실체를 가린 채 계약을 하지요. 하지만 그것은 아주 동등한 조건의 계약입니다.”
하지만 빛의 정령은 다르다.
친화력이 아닌, 사람의 혼을 보고 스스로 다가간다.
“빛의 정령은 빛나는 이에게만 다가갑니다. 역사를 통틀어 보아도 그런 분들은…….”
윌리스는 이안을 향해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대부분 영웅의 업적을 이뤄내시곤 하더군요.”
“먀아~.”
그는 커다란 손으로 고양이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었다.
사람의 손길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 것인지 고양이는 윌리스 사제가 만지는 대로 가만히 있었다.
“이 녀석. 이 녀석.”
“마음에 드시면 가져가시죠.”
갑자기 달라붙은 동물인데 애착이고 뭐고 없었다.
이걸 주고 성물이나 얻자 생각한 이안이 내밀자 윌리스는 씁쓸해했다.
“탐은 납니다만…….”
솜뭉치처럼 새하얀 고양이를 살짝 안아 들었다.
하지만 그 순간 녀석은 폴짝 뛰어 이안에게 돌아갔다.
그에게서 떨어지고 싶지 않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것일까?
윌리스는 아쉬워하며 다시 고양이를 쓰다듬었다.
“제가 보기엔 성도님을 주인으로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흠…… 그럼 키워야 할까요?”
“그게 낫겠지요. 아니면 버려 보시는 것은 어떠십니까?”
그의 말대로 이안은 정원에 놓아주었다.
날아다니던 나비에 잠깐 흥미를 가지기는 했지만 고양이는 빠르게 달려와 이안의 품에 매달렸다.
“제 생각이 맞는 것 같군요.”
“하지만 제가 애완동물을 키울 처지가 아닌데…….”
아직 아카데미에 남을지 말지도 결정하지 않았다.
그런 판국에 애완동물이라니.
이안이 고개를 저으려 하자 윌리스는 빙긋 웃었다.
“하급생도의 교칙 문제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중급생도부터는 애완동물을 키워도 됩니다. 그리고 솔직히 빛의 정령이라면 애완동물이라고 보기도 어렵지요.”
“전 하급입니다만…….”
“아까 중급 교관님들께서 성도님께 꽤나 관심을 보이시더군요.”
이안이 악마와 계약한 것이 아니라 밝혀졌다.
그렇다면 아이작을 쓰러트린 것이 그의 순수한 실력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 정도면 충분히 중급에 올라갈 자격이 된다.
“물론 기다리시면 다른 교관분들께서도 찾아오시겠지요.”
아카데미의 생리에 대해 윌리스가 말해 주자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가 오기 전 이안은 매일 노력했다.
손이 터지도록 검을 휘둘렀고 매일 밤늦게까지 공부했다.
하지만 성과는 없었고 그 결과 하급에서도 밑바닥을 헤매었다.
그때 그에게 단 한 명도 손을 내밀지 않았었다.
하지만 실력을 조금 보였다는 것만으로도 여기저기서 손을 내밀고 있다.
<이 부분은 주인님께서 겪으신 어떤 세상도 같은 반응입니다.>
‘그러겠지.’
아침 시장에 사람이 많고 저녁 시장에 사람이 적은 이유가 뭐겠는가.
결국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으려는 것일 뿐이다.
“그럼 어디로 갈지는 제가 결정해도 된다는 말씀이시군요.”
“예. 교관님들께서 조건을 제시하실 테니…… 현명하게 선택해 보십시오.”
어디로 가든 상관이 없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곳에 가는 게 낫지 않겠나.
“지금 성도님 실력이라면 상급도 가능하시겠지요.”
“하하하. 과찬이십니다.”
“아무튼 성도님께서 빛의 정령을 데리고 있다고 하여 나무랄 분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음…… 그래야 할까요?”
이안은 하얀 고양이를 들었다.
눈부신 털과 별빛을 담은 눈이 예쁘긴 했다.
“일단 길러 보죠. 정 아니다 싶으면 방생하면 되니까.”
“그러시지요. 특히나 빛의 정령은 저희 교단에서도 아주 좋아한답니다.”
“그렇습니까?”
“예. 저희 교단의 성수에 대해서 아십니까? 이 고양이처럼 빛의 정령이 실체화한 고양이입니다. 빛과 태양을 동경하는 사랑스럽고, 강한 고양이지요.”
거기에 태양교단의 성인들 중에는 빛의 정령과 함께 했던 이들이 꽤나 있었다.
그런 만큼 이 정령의 주인이라면 태양교단과 좋은 관계를 쉽게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태양의 기운을 받아들여야 하는 이안에게는 나쁘지 않은 이야기였다.
“태양께서 성도님을 축복하실 겁니다. 그럼 이름을 지으셔야 할 텐데…….”
“이름이라…….”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다.
“등에 있는 무늬가 호랑이를 닮았으니까 호랑이는 어떻습니까?”
“먀!! 먀아아아! 먀!!”
호돌이, 호순이. 호식이 두 마리 치킨.
떠오르는 이름 몇 가지 이름을 내 보았지만 고양이는 불만스러웠는지 꽤나 저항했다.
“흐음…… 울음소리가 먀~ 이러니까…… 먀. 한 글자는 좀 그러니 먀네 어떨까요? 먀네.”
이번에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이안은 다른 이름을 생각했다.
그때 고양이가 번쩍 고개를 들었다.
“먀먀먀~.”
그제야 마음에 들었는지 꼬리를 흔들었다.
하얀 발로 이안을 꾹꾹 누르다 몸을 비빈다.
“먀네. 먀네. 어감도 나쁘지 않습니다. 무슨 뜻입니까?”
그런 게 어디 있나.
그냥 내키는 대로 지었을 뿐이다.
“좋은 이름입니다.”
“먀먀먀~ 먀아~.”
먀네도 동감한다는 듯 작게 울었다.
그것을 보던 이안은 먀네의 털을 쓰다듬었다.
“자기 이름을 알아듣는 걸까요?”
먀네는 이안을 보며 빨간 혀를 내밀었다.
그리고 그의 손가락을 몇 번이나 핥으며 애정을 표시한다.
애교를 부리는 먀네의 등을 몇 번 쓰다듬어 준 윌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실체화했다고 해도 정령이니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정도는 가능하겠지요.”
<태양교단의 기록 중에 의사소통을 했다는 기록이 존재합니다.>
이안은 먀네를 빤히 바라보았다.
‘정령 하면 특수 능력이지.’
그와 눈을 마주치며 먀네는 옷을 타고 올라가 어깨에 앉았다.
그리고 이안의 얼굴에 털을 비비며 애교를 부렸다.
그 사랑스러운 모습에 지나가던 수녀들은 감탄했다.
“먀아아~ 먀아아~ 먀먀~ 먀~ 먀아아아~.”
“정말 귀엽습니다!!”
“하아…… 저희 신전에서도 고양이를 기르고 싶군요.”
“저만 고양이 없네요…….”
지나치던 성직자들 모두 먀네의 사랑스러움에 반한 듯싶었다.
그들이 기뻐하는 사이 이안은 먀네를 쓰다듬었다.
‘얘가 좀 더 자라면 뭔가 특별한 힘을 가지려나?’
<현재 레벨로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통계상 주인님의 세계관 수집 활동에서 정령이 도움이 되지 않은 적은 없습니다.>
키르케의 말대로다.
정령은 기본적으로 여러 가지 특수한 능력을 지니는 존재다.
어느 곳에서든 큰 도움이 되었으니 애정을 담아 잘 키워두는 것도 손해는 아닐 거다.
생각을 마친 이안은 먀네를 쓰다듬었다.
“먀아~”
그 손길이 마음에 들었는지 먀네는 더욱 이안의 얼굴에 몸을 비볐다.
* * *
봉사도 끝났고 예배도 봤다.
나머지 시간은 사제들과 수녀들이 따로 공부를 하는 시간이라고 한다.
그럼 굳이 남아 있을 필요가 없기에 이안은 먀네를 데리고 신전 밖으로 나갔다.
“교관들이 찾아올 거라더니…… 아직은 견제 중인가?”
<현재 협상 조건을 가지고 협의 중입니다.>
<주인님께 관심을 가진 대상을 조사해 볼까요?>
“됐어. 난 내 할 일 하고 있으면 되니까. 조건이 마음에 안 들면 떠나면 된다.”
그의 발걸음이 향한 곳은 기숙사였다.
그 난리가 난 만큼 오늘 수업은 더 없었다.
물론 있어도 참가할 생각도 없다.
기숙사에 도착한 이안은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삐걱…… 삐이걱……!
낡은 목제 계단이 울리는 소리가 음산하게 퍼져 간다.
소름이 끼칠 만한 소리를 만들어 내며 옥상에 도착한 이안은 웃었다.
“하. 이 자식들.”
옥상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가리를 찢어 줘야겠군. 키르케. 얘들 어디 있냐.”
<315호실에 있습니다.>
이안은 눈을 감고 이 육체에 남은 기억을 떠올렸다.
옥상으로 올라가 기다리게 협박하고.
하루 종일 옥상에 있게 한 후 내려오자 루드 패거리는 그걸 빌미로 두들겨 팼었다.
“때린 놈은 발 뻗고 못 잔다? 그것만큼 웃기는 소리는 없지.”
<예. 통계를 내 보면 때린 자는 오히려 잘 자고 맞은 자는 억울해 잠도 못 자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그래. 그리고 얘도 그랬어.”
기억에 사무치게 남아 있는 억울함과 절망은 치유되지 않는 깊은 상처가 되어 있었다.
그걸 상기하며 그는 루드와 아인켈의 방문 앞까지 걸었다.
-찰칵!
역시나 문은 잠겨 있었다.
“어휴. 자식들.”
고작 이따위 문으로 막으려 하다니.
문을 부숴버리려던 이안은 옆에 있는 허름한 창문으로 눈을 돌렸다.
하급 기숙사라 뒤틀린 창문을 보수하는 대신 철사로 대충 감아 놨다.
그걸 풀어 가져온 이안은 여기저기 비틀어 간이 락픽을 만들고 열쇠구멍에 넣었다.
-찰칵, 찰칵, 찰칵!
몇번 쑤신 것만으로도 간단하게 잠금장치가 풀린다.
-끼이이익…….
낮은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자 하얗게 질린 표정의 루드와 아인켈이 덜덜 떨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 이안? 어, 언제 와…… 와왔어?!”
“내가 아까 뭐라고 했었지?”
설마 저놈이 이렇게 빨리 돌아올 줄 누가 알았겠나.
그래서 안 올라갔는데 딱 걸렸다.
“이안…… 미, 미안했어! 미안했어!”
“잘못했다! 응?! 요, 용서해줘! 그, 지, 지금까지 일은 오해야! 응?! 이제라도 풀자. 저, 전에 때리고 너 기절했을 때 그냥 간 건 사과할게! 미안해!! 진짜! 진짜 죽을 죄를 지었어!!”
“기절이라.”
기절하긴 했다.
그 상태로 그대로 죽어버리긴 했지만.
이 빙의체인 이안 역시 저들에게 맞을 때 그만해달라 말했다.
하지만 루드, 아인켈, 트리브는 어쨌는가.
그를 비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짓밟고, 두들겼었다.
이안의 죽음 직전에 남은 기억이 바로 저 셋의 비웃음과 경멸, 그리고 폭력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둘의 간절한 애원을 비웃었다.
사람이란 게 간사하다더니.
약자 앞에서는 누구보다 강하고 무섭지만.
자신보다 강한 힘 앞에서는 결국 저렇게 되어 버리는구나 싶다.
‘지금 내가 하는 짓도 약자를 괴롭히는 짓이긴 하지.’
<주인님의 잘못은 없습니다.>
<만약 저들이 주인님의 빙의체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이런 일도 없었겠지요.>
‘그건 자기 합리화다. 내 행동을 부정할 생각은 없어.’
키르케가 말하는 것처럼 합리화시키며 살아가기엔 너무 오래 살았다.
그는 무덤덤한 눈으로 두려워하는 둘을 응시했다.
“우리 사이에 오해는 없다.”
“어……?”
루드와 아인켈의 표정이 변했다.
그럼 그냥 넘어가겠다는 것일까?
막연한 기대감을 품은 그에게 이안은 여유롭게 말했다.
“또한 해야 할 용서도 없지.”
“그, 그럼…… 우리 예전처럼 지……내는 건가?”
“한 가지만 빼고.”
“뭐…… 뭐, 뭔데?”
불길함을 느끼고 두려워하는 그들에게 이안은 성큼 걸었다.
“이제는 내가 때릴 놈이라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