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60)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60화(60/300)
◈ 제60화
30. 얻은 게 많았다 – 2
“괴, 굉장하시네요. 이안 성도님.”
“별것 아닙니다. 아. 여기까지 왔으니 탑에 잠깐 가보려고 하는데. 괜찮으십니까?”
“저야 상관 없습이다만 웨이브 도중이라 탑에는 못 들어 가실텐데요?”
“그렇습니까?”
“예. 탑의 문이 잠겨버립니다.”
“그렇군요.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한번은 보고 싶군요.”
걱정하는 그와 함께 이안은 계속 걸었다.
몇차례 전투를 치루고 노을이 질 때쯤이 되자 그들은 탑 근처로 도착할 수 있었다..
아우트의 말대로 탑 앞에 있는 거대한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내부에 차원굴절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탑이 증축되고 있습니다.>
<강제 개방을 막기 위한 방어시설이 작동중입니다.>
‘웨이브 도중에는 새로운 입장을 막는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웨이브 도중에는 탑이 변형하며 차원의 기운을 내뿜습니다.>
<그 과정에서 문이 잠기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니다.
현재 마탑에서도 쓸 수 없는 고급의 마법들이 수도없이 걸려 발동되고 있었다.
‘세계의 검을 쓰면?’
<세계의 검 사용시 문의 파괴가 가능합니다.>
즉 들어가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들어갈 수는 있다는 이야기다.
이안은 문을 빤히 바라보다가 휙 고개를 돌렸다.
먀네를 안고 있던 아우트는 그와 눈이 마주치자 진지하게 말했다.
“제가 도울 일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뭐든 돕겠습니다.”
그의 답에 이안은 어깨를 으쓱였다.
“이제 돌아갈 겁니다. 가기 전에 기도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진과의 약속도 있고 아우트를 밖으로 보내주기로도 했다.
그걸 어겨가면서까지 지금 당장 탑에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냥 환골탈태 하고 다음에 오는게 낫겠군. 탑이 도망가는 것도 아니고 말야.’
<현명하신 판단입니다.>
탑의 조사를 마치고 제 1의 방벽을 넘었다.
계속 이동하며 늦은 밤이 되자 이안과 아우트는 적당한 위치에서 야영을 시작했다.
“입맛이 쓰네요.”
이안이 끓인 수프를 몇 입 먹지 못한 아우트는 짧게 중얼거렸다.
오늘 있었던 일이 꽤나 가슴이 아팠나 보다.
“한 치 앞도 모르는 사람의 삶이 안타깝습니다.”
에밀리, 슐라.
살기 위해서 자신을 희생양으로 삼은 자들이 죽었다.
그것도 자신을 살려 준 이에게 말이다.
“미래는 그 누구도 모른다지만…….”
그의 중얼거림을 들은 이안은 피식 웃었다.
<살아가는 자의 숙명입니다.>
‘그렇지. 주사위의 눈이 뭐가 나올지 아는 자가 누가 있겠어?’
“뭘 믿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벽에 기댄 채 쪼그려 앉아 있던 아우트는 다리 사이로 얼굴을 가져갔다.
잔뜩 풀이 죽었는지 긴 귀가 힘없이 축 늘어져 있었다.
그런 그를 먀네가 몸을 비비며 달래는 사이 이안이 말했다.
“저와 여기 함께 오셨던 분이 그러시더군요. 잊힌 도시에서는 누구도 믿지 말라고.”
“누구도 믿어서는 안 된다라…….”
그는 울적한 어조로 중얼거린 후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사제에게는 더없이 슬픈 말입니다…….”
다음 날이 되자 이안은 바로 이동했다.
제2의 벽도 어렵지 않게 지나고.
마지막 제3의 방벽의 문 근처에 도착했을 때는 복귀 예정일이 되어 있었다.
물론 더 빨리 이동할 수는 있었다.
다만 그럴 경우 아우트를 들고 뛰어야 했고 그럼 그가 기도를 못해 성력을 얻을 수 없었다.
그래진과 만나기로 한 날보다 늦는 것도 아니니 굳이 달의 기운을 얻을 기회를 포기할 이유가 뭐가 있겠나.
“이안 성도님.”
문 근처에 도착하자 아우트가 입을 열었다.
“예.”
“성도님께서는 말씀하셨지요? 잊힌 도시에서는 누구도 믿어서는 안 된다고.”
“예. 뭐 저도 들은 이야기지만요.”
이곳까지 오면서 차원수와 가디언뿐만 아니라 꽤나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 대부분은 웨이브 속에서 자신이 살아남으려는 자들뿐이었고 타인의 것을 빼앗는 이들이었다.
“하지만 성도님은 다르셨습니다.”
“저도 중간에 만난 놈들 많이 죽이고 빼앗았습니다만.”
“덤빈 자들뿐이잖습니까.”
“그렇긴 하죠.”
이안이 대수롭지 않게 답하자 아우트는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잊힌 도시에서 누구도 믿지 말라고 하셨지만…… 저는 성도님을 믿었습니다. 그 믿음에 성도님께서는 보답해 주셨지요.”
아우트는 이안에게 밝은 미소를 지었다.
“감사드립니다. 이 감사에 드릴 것이 없는 게 너무나도 안타깝군요.”
“달의 교단의 성물이면 됩니다.”
이왕이면 좋은 걸로 줬으면 좋겠다.
“성물을요? 혹시 달의 교단에 입교하실 생각이 있으십니까?”
그가 눈을 반짝이며 묻자 이안은 딱 잘라 거절했다.
“한 곳의 세례를 받을 생각은 없습니다. 태양도 좋고, 달도 좋은데 하나만 고를 필요 없잖습니까.”
“아…… 그, 그렇군요…….”
아쉽지만 싫다는데 어쩌겠나.
아우트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귀를 축 늘어트렸다.
“그럼 성물을 제가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어디로 가야 합니까?”
“프레돈 아카데미에서 아무나 잡고 이안 브랜든을 만나러 왔다고 하시면 됩니다.”
설마 영웅제 우승자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이안이 간단하게 설명하자 아우트는 눈을 반짝거렸다.
“아. 그러셨죠. 프레돈 아카데미 분이라고. 정말 굉장하십니다.”
“왜 그러십니까?”
“꽤나 어려 보이시는데 교관님이실 줄이야……. 역시 대단하시네요.”
“생도입니다.”
“아. 그렇구나……. 예?”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고 이안은 생도의 패를 보여 주었다.
“프레돈 아카데미 중급 B반 대표 이안 브랜든입니다.”
이안이 답하자 그는 입을 쩍 벌렸다.
“세상에. 새, 생도분이셨다니……. 으으. 이거 그럼 저희 교단도 방침을 좀 바꿔야 할 것 같은데…….”
“방침요?”
“아. 예. 본단 사제장이신 스승님께 들었는데 작년에 교단 내부에서 프레돈 아카데미와 제휴하는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오…… 그래요?”
“예. 그쪽에 태양교단도 있고, 인간들만 많은데다가 달의 교단에 호의적이지 않은 이들도 있을텐데 굳이 할 필요 있냐고 했었지요.”
하지만 이안처럼 강하고, 또 교단에 이정도로 호의적인 인간 생도가 있다면 제휴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그가 중얼거리자 이안은 그에게 다가갔다.
“꼭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잘하면 다음 학기부터는 아카데미에서 태양과 달의 기운을 동시에 받겠군.’
그의 반응에 아우트는 놀랐다.
잊힌 도시에서 이안은 무슨 일이 있어도, 뭘 얻어도 시큰둥할 뿐이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이라니.
그만큼 이번 일이 중요한 듯 보인다.
은혜를 갚을 기회다 생각한 아우트는 활짝 미소 지었다.
“돌아가면 반드시 스승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좋습니다. 자. 나가시죠.”
웨이브 도중인데도 이안과 아우트가 멀쩡하게 나오자 바깥에 있던 병사들은 기겁했다.
그러든 말든 이안은 곧장 팔라다드 백작가의 사무소로 향했다.
그곳에 지도를 반납하고 잊힌 도시에서 얻은 장비들을 환전하니 꽤 많은 돈이 나왔다.
“많기도 하네요.”
얻은 금액은 무려 오만 골드.
아우트가 그 금액에 감탄하자 이안은 전표를 모두 넘겼다.
“부담 갖지 말고 넣어 두십쇼. 제 성의 표시입니다.”
“아, 아니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아뇨. 아뇨.”
이안은 그가 한사코 사양하자 주머니에 억지로 전표를 쑤셔 넣어 주었다.
“헌금이라고 생각하시고 꼭 좀 아카데미에 달의 신전을…… 부탁합니다.”
‘가난하다는 교단에 이 정도 헌금을 냈으니 부담이 되겠지?’
<그 부담을 바탕으로 아우트는 더 열심히 주장하겠지요.>
돈 따위는 이안에게 큰 의미가 없었다.
벌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벌 수 있는데 무슨 의미가 있나.
쓸 만한 아티팩트와 유물은 따로 챙겼으니 돈은 이렇게 쓰는 게 낫다.
하지만 그와는 다르게 돈에 큰 의미를 둘 수밖에 없는 아우트 감격했다.
“으으음…… 그, 그러시다면야.”
도움받은 주제에 이렇게 많은 돈을 받는 것이 부끄럽긴 했다.
하지만 돈은 필요했다.
이 돈이 있다면 교단에서 운영하는 고아원에도 큰 도움이 될 테니까.
“저희 달의 교단은 인간이 아닌 종족들이 많이 따르는 교단입니다.”
그는 머뭇거리다 변명하듯 말했다.
홍당무처럼 붉어진 얼굴을 마주하며 이안은 씩 웃었다.
“예. 압니다. 아무래도 다수에게 헌금을 받는 태양교단과는 다르겠지요.”
이 세계는 인간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 만큼 인간이 많이 따르는 태양교단은 부유했고 그 반대인 달의 교단은 가난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부자들인 드워프들은 불을 숭배해서 태양교단을 많이 따르니 더 그러겠지요.”
“그, 그렇습니다. 알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에 잊힌 도시에 갔다 오며 얻은 것이 거의 없었다.
원래라면 탐험이 끝나고 분배를 받아야 했는데 배신당해 버려졌기 때문이다.
그들을 이안이 잡고 물품을 챙기기는 했지만 그걸 달라고 할 정도로 아우트는 뻔뻔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그냥 가려고 했는데 이렇게 많은 돈을 얻게 될 줄이야.
이정도면 고아원도 수리할 수 있고 그들을 위한 좀 더 좋은 음식과 옷도 마련할 수 있겠다.
고아원의 아이들이 기뻐할 것을 생각하니 그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
“게이트 쓰시면 같이 가시죠. 저도 가야 하는데.”
“아뇨. 게이트는 저기…….”
게이트 이용료는 비싸다.
달의 교단은 마탑과도 제휴를 하지 않기에 게이트 이용 비용을 그대로 낼 수밖에 없었다.
그 비용이 터무니없을 정도라 짐마차로 돌아가려 했던 그는 붉어진 얼굴로 머뭇거렸다.
“게이트 비용 정도는 제가 내 드리겠습니다.”
“아닙니다! 어떻게 그 비용까지…….”
“헌금이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아우트는 또다시 무척이나 송구스러워했지만 결국 이안의 헌금이라는 말을 받아들였다.
달의 교단 본단까지는 게이트가 없기에 최대한 가까운 영지로 그가 가는 것을 보고 난 후 이안은 가방을 들었다.
팔라다드 백작가에 꽤 넘겼지만 아직 가방 안에는 꽤 많은 아티팩트와 유물들이 들어 있었다.
절반은 잊힌 도시에서 구한 것.
나머지 절반은 습격했던 자들에게서 강탈한 것이다.
넘긴 것들보다 훨씬 좋은 것들이라 문제 될 것도 없었다.
“보람찬 탐색이었다.”
다수의 아티팩트와 유물 획득.
3서클 달성.
잊힌 도시의 차원 문에 대한 조사도 어느 정도는 해냈다.
거기에 아카데미에 달의 신전이 생길 수도 있다.
며칠 이곳에 있었던 것치고는 얻은 것이 많다.
<축하드립니다. 모두 주인님의 덕입니다.>
“먀아~ 먀아~.”
키르케와 먀네가 축하하자 이안은 더욱 흐뭇해했다.
“저. 안 가십니까?”
“아.”
게이트 앞에 있던 마법사가 묻자 이안은 생도패를 내밀었다.
“프레돈 아카데미까지 갑시다.”
* * *
게이트를 타고 아카데미로 돌아온 이안은 아카데미 앞의 숙소로 향했다.
작은 여관의 1층에서 그래진이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 왔다.”
“어? 잠깐만.”
이안이 자리에 앉자 그래진은 앞에 있던 남자와의 이야기를 마쳤다.
그가 나가자 이안은 그래진의 앞으로 가 앉으며 물었다.
“누구야?”
“유물학회 쪽 사람. 그 달의 교단 관련해서 추가로 몇 가지 정보를……. 응?”
그래진은 이안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너 서클 올랐어? 마력이 강하게 느껴지는데?”
“3서클.”
“와…… 뭘 어떻게 한 거야?”
재능 없는 것이 검증된 이안이 며칠 만에 3서클에 올랐다.
이 정도면 최상급의 재능을 지닌 자신이나 하륜도 할 수 없는 수준이다.
“가디언 때려잡으면서 마력을 추출했지.”
“진짜 대단하네.”
“거기에 이것들도 얻어 왔고.”
이안은 가방을 보여 주었다.
안에 가득 담겨 있는 아티팩트와 유물을 본 그래진은 기뻐했다.
“진짜 고생했겠네……. 잊힌 도시의 가디언은 엄청나게 강하다면서?”
세상에 가디언에게서 마력 추출할 수 있는 사람은 이안밖에 없을 거다.
마탑에서도 못하는 짓을 해내다니.
역시 파격적이다.
“내가 누차 말하지만 난 너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해. 가디언 정도야 따위지.”
이안이 당연하다는 듯 말하자 피식 웃은 그래진은 유물과 아티팩트를 살펴보며 감정을 시작했다.
한참 감정을 한 그는 분류를 끝내고 말했다.
“유물이랑 아티팩트 다 하면 오만 골드쯤 나오겠다.”
“생각보다 많이 나오네. 마력구는 필요 없고?”
그가 감정한 물품 중에 마력구들은 빠져 있었다.
이안이 묻자 그래진은 가볍게 손사래를 쳤다.
“그건 너 써. 서클 올릴 때 필요할 것 아냐.”
“서클이야 잊힌 도시에서 가디언 잡으면서 올려도 되는데.”
거기 넘치는 게 가디언이고 방어 시설이다.
아무거나 때려잡으며 마력을 갈취하면 되는 것 아닌가.
<또한 가디언은 잊힌 도시에서 자체 생산되니 수급 문제도 없지요.>
‘겨울방학 때 가면 어떤 식으로 제작되는지도 좀 파악해 보자고.’
“아무튼 내가 부탁한 건 어떻게 됐냐?”
“어. 바라디스 백작령 알지?”
레일라 바라디스.
이안과 하륜, 그래진이 만났던 헬리드의 친구.
헤이스팅스에 의해서 서클이 파괴된 소녀의 가문이 바로 거기다.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달의 신전이 있어. 그쪽에서 문제가 생겼다더라.”
“무슨 문제?”
“달의 신전 수녀를 유혹한 모험가 하나가 그녀를 속이고 신전의 보물을 들고 도망쳤다네.”
그 말을 들은 이안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당장 쳐 죽여야 할 놈이군. 그놈이 어디 있는지도 파악했어?”
“응.”
아까 왔던 사람이 그걸 알려 주러 온 것이다.
그래진은 유물학회의 지도를 보여 주며 한 곳을 가리켰다.
“커티드 유적에 그자가 들어가 있다고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