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61)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61화(61/300)
◈ 제61화
31. 네가 증명해라 – 1
커티드 유적은 바라디스 영지 근처에 있는 유적으로 스칼렛 왕국에서도 꽤나 유명한 유적이었다.
“거긴 지금 2층까지 조사가 된 상태야. 그 이후는 벌써 1년 넘게 추가 조사가 되지 못하고 있어.”
“원래 2층까지만 있는 게 아니야?”
“유적 구조를 살펴보면 무조건 3층이 있어야 해.”
하지만 그 3층으로 가는 입구를 아직까지 누구도 발견하지 못했단다.
그걸로 유명하다는 이야기까지 한 그래진은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유적학회 쪽에 알아보니 그자가 3층으로 들어갈 방법을 찾은 것 같다고 하더군. 어쩌면 그때 필요한 것이 그 성물일지도 몰라.”
“아무리 거기 들어가고 싶어도 그렇지. 수녀를 속이고 성물을 탈취해? 미친 거 아냐?”
어이없어하는 이안에게 그래진은 바로 동의했다.
“내 말이. 아무튼 그쪽 유적 담당자가 그자가 들어가는 것을 발견한 모양이야. 그게 한 12일 전에 생긴 일이라더라.”
“아직까지 못 잡았고?”
“어.”
“보상은?”
“월성석이라는 성물. 태양교단의 성물로 치면 태양휘성석 바로 아래 급이지.”
그럼 됐다.
보상으로 받을 성물과 그 모험가가 훔친 성물까지 챙기도록 하자.
이안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시간 끌 것 없이 바로 갈까?”
“일단 아카데미에 가서 이거 정리 좀 해 놓고 가자.”
“그래? 아. 그리고 하나 더. 나 언락 마법 좀 가르쳐 줘.”
“그건 왜?”
“겨울방학은 잊힌 도시에서 보내려고.”
“그래. 거기서 많이 좀 챙겨 와라. 탑도 들어가볼 수 있으면 들어가보고. 다른 마법은?”
“전격 마법이 좀 끌리는데. 체인 라이트닝 같은 거 있잖냐.”
이안이 보유한 세계관의 마법들은 이 세계의 마법에 비해 너무 강하다.
물론 조절이 가능하지만 그러느니 그냥 이쪽의 마법을 새로 익히는 게 나았다.
이안은 전에 봤던 체인 라이트닝을 떠올렸고 그는 난감해했다.
“그건 좀 어려워서 배우기 힘들어.”
“야. 나 이안이야.”
그가 웃으며 말하자 그래진은 어깨를 으쓱였다.
“하긴 그러네. 일단 기초인 라이트닝 볼트부터 가르쳐 줄게.”
아카데미의 유물 연구회의 금고에 이번에 이안에게 받은 유물을 넣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마법서 두 권을 챙겨 온 그래진은 이안에게 내밀었다.
“언락 마법은 두 종류로 나누어져. 물리적 자물쇠를 푸는 것, 마법 잠금장치를 푸는 것. 너 혹시 락픽 같은 거 써 본 적 있냐?”
“내가 또 그건 예술의 반열로 올려놨지.”
“참 나. 못하는 게 뭐야?”
그래진은 챙겨 온 자물쇠들과 락픽을 내밀었다.
“풀어 봐. 물리적인 잠금장치는 직접 풀 수 있어야 언락 마법 이해가 쉬워.”
-찰칵찰칵, 철컥.
그가 순식간에 자물쇠들을 모두 풀어내자 그래진은 눈을 가늘게 떴다.
“너 혹시 전직이 도둑이니?”
“락픽의 마법사라고 불러 다오.”
<폴라트 미믹 도시의 상자들을 락픽 하나로 전부 열어 내셨었지요.>
물론 그때 쓴 락픽이 좀 특별한 것이긴 했지만 평범한 락픽으로도 이런 자물쇠 따기는 일도 아니었다.
“그럼 기초는 넘어가도 되겠군. 락 마법 같은 경우 퍼즐이라고 생각하면 될 거야. 마법진을 해석해서 열어 내는 거지.”
그래진은 책을 넘겼다.
초반부에 있는 마법진을 제외한 나머지 마법진을 가리키던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근데…….”
그래진은 테이블에서 식빵을 굽고 있는 먀네를 쓰다듬었다.
“먀네는 마법을 무효화시킬 수 있잖냐. 굳이 언락 마법을 익힐 필요가 있을까?”
“조용히 움직여야 할 때 먀네가 울게 할 수는 없지.”
“하긴 그렇군. 그럼 이 마법진들 전부 외워.”
이안은 책에 있는 마법진을 읽기 시작했다.
* * *
다음 날이 되자 둘은 곧장 게이트로 향했다.
그들이 오자 마법사는 조심스레 말했다.
“저 생도님. 게이트 사용 중에는 마법을 쓰시면 안 됩니다.”
“아. 죄송합니다.”
어제 언락 마법서에 있는 마법진을 전부 외웠다.
그리고 마법진을 실제로 구현하며 언락 마법을 연습하고 있었다.
이안이 손에 있는 마법진을 해제하자 그래진은 목적지를 말했다.
잠시 후 게이트가 나타났고 둘은 바로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둘 다 당황했다.
“뭐야?”
게이트 앞에 꽤나 많은 기사들과 병사들이 있었다.
제대로 차려입은 것을 보니 바라디스 백작가의 정규 병력 같았다.
그들 중 기사 하나가 이안과 그래진을 보고 다가와 정중하게 물었다.
“실례지만 신분 확인을 할 수 있겠습니까?”
둘은 별다른 말 없이 아카데미 생도의 패를 보여 주었다.
그것을 본 기사는 꾸벅 허리를 숙였다.
“무슨 일인데 이렇게 모여 있는 겁니까?”
이안이 묻자 그는 조심스럽게 답했다.
“바라디스 영지 근처에서 식인수 카헬도크라는 미친 마스터가 날뛰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기사는 주섬주섬 책자 하나를 꺼냈다.
스칼렛 왕국에서 공식적으로 왕국의 적으로 규정한 자들의 명단이었다.
“사람을 먹어 가며 불사를 노린다는 식인수 카헬도크. 거기에 이자를 노리고 붉은 수염 바바도 나타날 거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식인수 카헬도크나, 붉은 수염 바바나.
둘 다 스칼렛 왕국이 공식적으로 적으로 규정한 자들이다.
그들의 초상화와 죄목, 현상금이 적힌 페이지를 읽은 그래진은 한숨을 쉬었다
“무섭구만.”
“그러게 말입니다. 가뜩이나 요새 영지에 안좋은 일이 많은데.”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는 그를 보던 이안은 병사들과 기사들을 가리켰다.
“그런데 이 정도로 그들을 잡을 수 있으려나 몰라.”
이안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곳에 있는 병사들이나 기사들 정도로 과연 마스터를 잡을 수 있을까?
“그래서 다들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식인수는 그 이름대로 한 귀족가 저택의 귀족들을 모두 잡아먹었다고 한다.
그런 무시무시한 자 뿐만 아니라 바바까지 상대해야 한다니.
당장이라도 도망가고 싶을 정도였다.
“힘들겠군요.”
“어쩌겠습니까. 그래도 저희 영지고, 저희가 지켜야 하는데. 그리고 마스터는 칼 맞으면 안 죽는답니까?”
기사가 애써 용기를 내며 말하자 이안과 그래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카데미에서도 자주 듣는 이야기였다.
마스터라고 해서 죽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그리고 영지의 안전을 위해서 저렇게 나선다는데 뭐라고 하겠나.
기사와 이야기를 하는 사이 짐의 확인이 끝났다.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한 그들이 길을 내어 주자 그래진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이거 시작부터 불길한데.”
“그렇다고 물러나는 것은 내 취향이 아니야.”
“그것도 그렇지. 아무튼 가자고.”
바라디스 영지에 볼일이 있는 것은 아니기에 둘은 바로 길을 틀었다.
영지 쪽이 아닌 달의 신전 쪽으로 향하자 인적이 점점 줄어들었다.
“길이 이게 뭐야? 정비 좀 할 것이지.”
정비를 하다 말았는지 길이 꽤나 험하다.
아무리 달의 교단은 신체 조건이 좋은 이종족들이 많이 따른다지만 인간 중에도 신자가 있을 텐데 이런 길이라니.
이래서야 신도들이 쉽게 오겠나.
덩굴을 넘어가며 그래진이 말하자 이안은 피식 웃었다.
“다 왔네. 저기 맞지?”
숲 앞에 있는 허름한 건물이 보인다.
신전이라기보다는 그냥 사무소처럼 보이는 곳 앞에 도착하자 침울한 표정을 한 늑대 수인 사제가 마당을 쓸고 있었다.
그를 향해 그래진이 다가가 웃으며 말을 걸었다.
“안녕하십니까.”
“아. 어서 오십시오. 기도를 하러 오셨습니까?”
“아뇨. 파킨슨 남작님의 소개로 왔습니다.”
“파킨슨……? 아아! 유적학회의! 반갑습니다!”
귀를 쫑긋 세운 그는 활짝 웃었다.
“바울이라고 합니다. 어서 오십시오.”
이안과 그래진은 그의 안내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이곳 달의 신전은 태양신전과 다르게 정말 협소했다.
사제실로 쓰이는 듯한 작은 방에 들어가자 그는 풀 죽은 어조로 말했다.
“음…… 일단 먼저 말씀드려야 할 것이 있습니다. 저희 달의 교단은 그게…….”
가난하다.
그래서 그 의뢰를 수행해도 보상금을 현금으로 지불할 수 없었다.
“성물로도 지급된다고 들었습니다만.”
“예. 성물이지요. 월성석이라는 아주 좋은 성물입니다. 그래도 저기…… 돈은 저희가.”
“돈은 필요 없습니다.”
“그러십니까?”
그 말이 기뻤는지 꼬리가 살랑거리며 흔들린다.
그의 반응에 이안은 바로 말했다.
“성물을 판매하면 꽤 자금을 모으실 수 있으실 텐데요.”
“그런 불경한 일은 좀…….”
어떻게 사제가 성력이 담긴 물건을 세속적인 돈을 주고 파나.
그는 가볍게 성호를 그으며 고개를 저었다.
“성물은 달의 교단에 도움을 주신 분들께 드려야 하는 것입니다. 또한 달님께선 노동의 중요함을 말씀하셨으니…….”
이게 달의 교단과 태양교단의 차이점이다.
어느 정도 세속에 관계되어 성물을 돈으로도 파는 태양교단과 다르게 달의 교단은 정말 신실하다.
너무 신실해서 가난할 정도로 말이다.
“일 이야기를 해 보죠. 도둑맞은 성물이 뭡니까?”
“저희 신전에서 보관하고 있던 크레센트 문 목걸이라고 합니다. 그걸 탈취당했습니다.”
“그건 귀한 겁니까?”
“달의 교단 입장에서는 귀한 것이지요.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귀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성력이 많이 담겨 있지 않은 겁니까?”
“예. 성력보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강합니다. 그걸 탈취당해 버렸으니……. 아아. 달님께 어떻게 사죄드려야 할지…….”
<달의 교단의 성물 중에 크레센트, 하프, 풀문 목걸이는 선택받은 몇몇 신전에만 주어지는 귀한 물건입니다.>
<다만 바울의 말대로 크레센트 문 목걸이에는 적은 성력만 담겨 있습니다.>
키르케가 진리에 접속해 추가 정보를 알아내자 이안은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도난당한 성물도 몰래 챙길 생각이었는데 그정도라면 의미가 없다.
그는 아쉬워하며 물었다.
“그럼 크레센트 문 목걸이를 같이 찾아 드리면 월성석 두 개 주십니까?”
“세 개 드리겠습니다.”
“그자의 신상명세가 있으면 부탁드립니다.”
바울은 기다렸다는 듯 종이를 꺼냈다.
꽤 잘생긴 인간 남자의 그림이 그러져 있었다.
“카를 이클만이라.”
“이름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가짜일지도 모르겠군요.”
“모험가 길드에는 확인해 보셨습니까?”
“그런 모험가는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수녀가 말하길 분명 모험가 패를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 식으로 신분을 위조하는 자들은 많습니다.”
그래진이 설명하자 바울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저희 수녀가 본단에서만 살아서 세상을 잘 모릅니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글을 배우기 위해 책을 읽었는데 그게 로맨스 소설이란다.
그걸 보며 세상에 대한 낭만을 가지고 있었는데.
카를이 그걸 이용해서 수녀를 속이고 크레센트 문 목걸이를 훔쳤다.
“부디 부탁드리겠습니다.”
“이 일을 해결하러 몇 분이 오셨습니까?”
“성도님들 외에요? 7일 전에 세 분이 더 찾아오셨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가뜩이나 늦었는데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이안과 그래진은 인사를 하고 바로 나왔다.
“커티드 유적 쪽에서 발견됐다고 했었지? 가자고.”
그래진이 앞서 나가자 이안은 키르케에게 말했다.
“커티드 유적에 그가 있는지 탐색해봐.”
<1, 2층에서는 그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3층은?’
<현재 접속 레벨로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어? 왜?”
의아해하는 이안에게 키르케는 담담하게 설명했다.
<커티드 유적 3층에 있는 존재 때문입니다.>
“뭐가 있는데?”
이안의 질문에 키르케는 차분하게 답했다.
<신대왕국 올림프의 스핑크스가 탐색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그 답을 들은 이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스핑크스라니. 참나. 이래서 차원 같은 건 함부로 건드리면 안된다니까.”
<하지만 다들 금기에 접근하기 마련이지요.>
키르케의 말대로다.
이안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결말의 끔찍함을 모르니까 그러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