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62)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62화(62/300)
◈ 제62화
31. 네가 증명해라 – 2
어쨌든 1, 2층에 없다면 3층에 있겠지.
물론 그의 생사 여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어쨌든 가봐야 하기에 이안은 그래진과 함께 커티드 유적으로 향했다.
유적에 들어가기 위한 신분 검사를 한 후 초상화를 간단하게 그리고 나자 입장 허가가 바로 나왔다.
안으로 들어서자 그래진은 벽을 가리켰다.
“커티드 유적은 과거 스칼렛 왕국 전에 이 지역에 있던 보타르라는 작은 나라의 유적이지. 그곳은 뱀을 숭배하는 나라였는데…….”
“아. 그거 나도 알아. 전에 도서관에서 봤어.”
뱀신을 모시며 탈피를 통해 영생을 노리는 교단을 국교로 삼은 나라다.
이후 스칼렛 왕국에 의해서 멸망당했지만 신기한 유적들을 많이 만들어 놔서 학자들이 꽤나 좋아하는 곳이었다.
그래진과 커티드 유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유적을 탐사했다.
1층의 탐사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몬스터가 출몰해도 슬라임이나, 혹은 자생하는 벌레 몬스터 정도였다.
물론 거대 바퀴벌레가 나타났을 때는 이안도 좀 당황했다.
하지만 잡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기에 그들은 큰 문제 없이 1층을 통과할 수 있었다.
“이제부터 2층이다.”
계단을 타고 내려오자 몇몇 모험가들이 보였다.
그들이 지나가자 그래진은 이안의 등을 툭 쳤다.
“너의 관찰력을 믿는다. 지금까지 왔을 때 뭔가 이상한 거 발견 못 했냐?”
<다섯번째 계단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나도 느꼈어.’
키르케의 말대로 계단을 타고 내려왔을 때부터 이상한 것이 있었다.
“저 계단. 밑에서 다섯 번째 계단만 감촉이 달라.”
“응? 어느 부분이?”
그래진은 느끼지 못했나보다.
하지만 확실히 달랐다.
일반적인 돌과 다르게 내부에 뭔가 장치가 있는지 약간 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진은 집중해서 계단을 보았지만 이렇다 할 만한 것은 없었다.
“어디 보자.”
“먀아아아…….”
이안의 어깨에 있던 먀네가 움직였다.
폴짝 뛰어 계단 근처로 간 먀네가 계단의 한 부분을 앞발로 툭툭 친다.
“먀네가 왜 이러지?”
“여기 뭐가 있는 모양인데.”
먀네를 그래진이 안는 동안 이안은 손끝의 감각을 최대한 올린 후 계단의 면을 쓸어 만졌다.
손가락 끝에 까끌까끌한 돌의 감촉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는 돌의 감촉을 확인하며 손가락을 움직이다가 멈췄다.
-드륵.
다른 돌들과 아주 미세하게 다른 감각이 느껴졌다.
그곳을 누르자 아주 부드럽게 안으로 쑥 파고들었다.
“그리고 여기.”
-드륵.
또다시 한 곳이 들어간다.
그리고 한 곳.
또 한 곳.
모두 네 개나 되는 비밀 장치가 있었다.
그 비밀 장치를 모두 작동시켰을 때 계단의 한 면이 쑥 튀어나왔다.
“이야…… 여기 이런 장치가. 이걸 발견한 사람이 있을까?”
“글쎄다. 나처럼 감각 예민한 사람이 있었다면 발견했겠지? 일단 확인해 봐. 뭐 있나.”
면에는 그림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초승달이었다.
“초승달이라. 카를이 크레센트 문 목걸이를 가져갔었지.”
“음.”
“그리고 뱀. 뱀이 달을 삼키고…… 탈피한 가죽? 하지만 끝이 묶인 것은 봉인을 상징하는 거고…….”
그래진은 빠르게 중얼거렸다.
그사이 이안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발소리 들린다.”
이안의 예민한 감각이 외부의 움직임을 눈치챘다.
그는 다시 장치를 작동시켰고 계단의 면은 다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원래대로 돌아갔다.
그 사이 내려온 모험가와 학자들이 지나가자 이안은 그래진에게 물었다.
“뭐 알아낸 거 있어?”
“어. 일단 가면서 얘기하자고.”
유적을 걸으며 그래진은 가방을 열었다.
넓은 방에 도착하자 유적 근처에서 사 온 밀빵을 꺼내 씹던 그는 벽면을 가리켰다.
“저건 원이 아니었어. 1층에도 비슷한 장식이 많아서 오해를 했지.”
방의 벽 천장 부분에는 원이 있었다.
지금까지 모두 저것이 단순한 장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까 그 장치에 있던 기록을 보니 단순한 원이라고 볼 수 없었다.
“저건…….”
“달이네.”
<만월입니다.>
키르케의 말대로 만월.
원형을 유지하는 달을 새겨 놓은 것이다.
“오…… 용케 알았네? 맞아. 보타르의 신화에 나오는 뱀신은 달을 집어삼킨 뱀이라고 해. 알지?”
“어. 뱀신은 달을 삼킴으로써 자신의 힘을 강화했다고 하더라고.”
태양과 달의 기운을 좀 더 쉽게 얻으려고 이것저것 조사할 때 알아봤었다.
이안은 그때 읽었던 구절을 떠올렸다.
“달은 만월일 때 가장 강해. 하지만 초승달. 크레센트 문일 때 가장 약하지.”
“맞아. 이 유적은 아무래도 뱀과 달의 힘을 이용해서 뭔가를 봉인해 둔 곳 같아.”
“카를인지 뭔지가 크레센트 문 목걸이를 가져간 이유가 그 봉인을 풀려는 거다?”
“아마도. 초승달을 상징하는 성물을 이용해서 달과 연관되어 있는 뱀신의 유적을 약화시키려 한 것 같아.”
이제 문제다.
도대체 그걸 어디에서 어떻게 찾아가야 하나.
“이번에도 너한테 부탁해야겠네. 뭔가 이상한 게 없어? 이안. 너의 관찰력이라면…….”
“이상한거야 있지. 아까 지나온 방.”
“어? 거기가 왜?”
“바닥이 좀 이상하더라고.”
“……그런 건 좀 진작 말해 주면 안 될까?”
그래진은 이안과 함께 다시 그 방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는 아무리 봐도 이상한 점을 찾지 못했다.
“흠…… 아. 이게 좋겠군.”
이안은 가방에서 주머니를 꺼냈다.
그걸 본 그래진은 당황했다.
“야! 그거!”
B반 생도들 모두가 원하는 조미료를 이안은 아낌없이 바닥에 흩뿌렸다.
그러자 그래진도 볼 수 있었다.
“……초승달.”
가루가 뿌려졌기에 알 수 있었다.
바닥에 아주 미세한 흔적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흔적이 초승달 모양이라는 것을.
“카를이 크레센트 문 목걸이를 가져간 것은 이것 때문일까? 뭘 어떻게 해야 하지?”
“글쎄다. 초승달 관련된 게 있으면 어떻게 되려나? 라이트 꺼 봐.”
그래진이 수정구를 넣자 빛이 사라진다.
주변에 완전한 어둠이 자리 잡은 자 이안은 검을 휘둘렀다.
천마신공 달의 장.
월광참.
어둠 속에 달이 떠올랐다.
시리도록 차갑고, 무척이나 은은한 초승달이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그것과 방이 공명하며 원이라 생각했던 달 문양에 숨겨진 마법진들이 드러난다.
“뭔가 되는 것 같은데?”
-우우웅…….
낮은 진동음과 함께 방의 구석에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이 나타났다.
지난 2년동안 아무도 찾지 못했던 커티드 유적의 지하 3층으로 내려 가는 길을 드디어 발견한 것이다.
그것을 본 그래진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가 보자.”
그와 함께 밑으로 내려가자 열렸던 문이 닫혔다.
수정구를 들어 라이트 마법을 발동시킨 그래진은 계단을 내려가며 물었다.
“그런데 아까 그건 뭐야?”
“월광참이라고. 달의 힘을 이용한 공격이지.”
“굉장한데…… 그건 또 어디서 배운거야? 진짜 신기함 투성이라니까.”
아카데미 내부에서도 이안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이들은 많았다.
특히나 제일 궁금한 것이 바로 그가 못하는 것이 무엇인가 였다.
아카데미 수업 뿐만 아니라 생활 전반에서 못하는 것이 없다보니 도무지 그의 한계가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생도들도 고민이 늘었다.
이안은 데려가고는 싶은 인재다.
하지만 워낙 뛰어나니 어떤 조건을 대야 그가 만족할지 고민이 되는 것이다.
전에 생도들이 떠들던 것을 떠올리며 그래진이 쓰게 웃자 이안은 발걸음을 멈췄다.
“다 왔다.”
그의 말대로 계단을 다 내려가자 통로 하나가 나왔다.
그 앞에는 꽤나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석판이 있었다.
석판에 빼곡하게 글자가 적혀 있었다.
대륙에서 기본적으로 쓰이는 공용어와는 다른 글자를 그래진은 유심히 바라보았다.
“음…… 어디 보자.”
<페튤어로 오래전 이 지역에서 쓰던 토착 언어입니다.>
<번역할까요?>
‘쟤가 할 것 같은데?’
이안의 말대로 그는 수정 안경을 쓱 밀어 올리며 석판의 글자를 빠르게 해석했다.
“이곳에는 호랑이가 있었다. 호랑이는 요상한 힘을 부려 죽은 자를 부리고 산 자를 농락하며 잡아먹었다.”
“흠…….”
“눈처럼 새하얀 털을 지닌 호랑이는 아주 교활하며, 영악했다. 뱀마저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토속신앙인가?”
“그런 듯? 옛날에는 몬스터나 맹수를 신으로 모신 경우도 있었다고 하니까. 어쩌면 보타르 왕국이 자리 잡기 전에 있던 신앙일지도 모르겠네.”
그래진은 짧게 답하고 벽면의 글자를 계속 읽어 나갔다.
“사람을 구하기 위해 뱀은 호랑이를 공격했다. 하지만 호랑이는 뱀의 힘으로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무척이나 강했다.”
그렇기에 뱀은 달을 삼켰다.
그리고 힘을 얻어 호랑이를 없애고자 하였다.
하지만 이미 지식의 탐구자를 가둬 두고 있던 뱀은 호랑이를 없앨 수는 없었다.
호랑이를 없애면 지식의 탐구자가 나간다.
지식의 탐구자를 없애면 호랑이가 도망친다.
“결국 뱀은 이곳에 호랑이와 지식의 탐구자를 평생 가둬 두기로 하였다……. 이건 나도 처음 보는 이야긴데?”
역사학과 유적, 유물학을 꽤나 공부한 그래진도 이런 얘긴 처음이었나보다.
그는 석판의 글귀를 수첩에 빠르게 적었다.
그사이 이안은 안쪽을 보았다.
안쪽에서 느껴지는 기묘한 기운을 확인한 이안은 통로의 입구를 툭툭 쳤다.
“안 가냐?”
“이것만 적고. 야. 이게 사실이면 학회에서 난리를 치겠다. 사실 뱀신은 사람을 해하는 악신으로 알려져 있거든. 근데 사람을 구하고자 했다니…….”
벽면에 빼곡한 그림과 글자들을 모두 옮겨 적은 그래진은 이안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커다란 방이었다.
양옆에는 철창이 있었고 시체로 보이는 이들이 각 방에 한 구씩 들어가 있었다.
-쿵!!
그들이 들어온 순간 문이 닫혔다.
그리고 어둠 속에 있던 무언가가 움직였다.
거대한 덩치를 지닌 괴물이었다.
독수리의 날개를 지니고 두 개의 뱀으로 된 꼬리를 지닌.
그러며 얼굴은 인간의 얼굴.
과거 이안이 머물렀던 세계인 신대 왕국 올림프.
그곳에서 수많은 영웅들을 잡아먹었던 강력한 괴수 스핑크스가 서 있었다.
<스핑크스의 상대법은 두가지입니다.>
<첫번째는 그의 질문에 정답을 말하는 것입니다.>
‘아니면 그냥 때려잡는 거지. 차라리 그게 더 편해.’
정답을 말하면 스핑크스는 힘이 반감된다.
물론 이안이 말한 대로 답하지 않고 압도적인 힘을 이용해 짓눌러도 된다.
둘이 상대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이 스핑크스는 커다란 발을 움직여 다가왔다.
“인간들이여. 증명하라.”
그걸 멍청히 바라보던 그래진은 기겁하며 뒤로 주춤 물러났다.
“뭐, 뭐야?! 말하는 몬스터는 잊힌 도시의 탑에만 있는 것 아니었나?!”
그의 경악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스핑크스는 말을 이어 나갔다.
“나의 질문에 답하여 그대들의 가치를 증명하라.”
“뭘…… 증명하라는 거지?”
당황하며 묻는 그래진을 향해 스핑크스는 당당하게 물었다.
“n이 3 이상의 정수일 때, xⁿ+yⁿ=zⁿ을 만족하는 양의 정수 x, y, z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라.”
너희가 알 수 있냐는 듯.
자신감이 넘치는 스핑크스를 비웃으며 이안은 검을 휘둘렀다.
“너나 내 손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 증명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