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64)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64화(64/300)
◈ 제64화
32. 조용히 합시다 – 2
키르케의 말대로 기종이 달라 바로 지배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가디언들을 파괴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거기에 이곳의 가디언들은 생포를 목적으로 하는 지 장비들도 사슬이나 그물이 다였다.
그렇기에 더욱 쉽고 안전하게 가디언들을 박살 낼 수 있었다.
이안이 마지막 가디언의 마력을 흡수해 정지시키자 그래진은 지팡이를 회수하고 감탄했다.
“넌 역시 모험가가 천직 같다. 진짜 진지하게 생각 좀 해 봐.”
커티드 유적을 탐색하며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뛰어난 관찰력과 놀라운 감각.
거기에 저 막강한 힘까지.
이안이 가진 모든 장점들은 유적을 탐사하는 모험가에 딱 걸맞다.
“그나저나 아까 그 괴물도 그렇고 가디언도 그렇고…… 이건 굉장한 발견이다. 이거 보이지? 이게 보타르 왕국의 표식이야.”
뱀을 형상화한 문양이 가디언의 장갑에 새겨져 있었다.
그걸 확인한 그래진은 가디언이 나왔던 곳을 가리켰다.
“저기에 뭐가 있는지도 확인을 좀 해 볼까?”
“그러자고.”
통로를 지나니 방 하나가 보였다.
아까 스핑크스를 잡았던 방과 비슷한 형태였다.
바닥에는 가디언이 있었던 것과 같은 자국이 있을 뿐.
그곳처럼 시체가 있지는 않았다.
“이쪽도 입구가 따로 있는 건가?”
그곳을 빠져나가 보니 역시나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다른 곳도 가 보자.”
키르케가 확인한 것처럼 같은 곳이 총 여섯 곳이 있었다.
네 곳은 가디언.
이안과 그래진이 들어온 스핑크스가 있었던 곳.
마지막 하나의 방만이 텅 비어 있었다.
그곳을 확인하고 나가려던 이안은 발을 멈췄다.
“이건…….”
그가 들어올린 것은 은색의 실이었다.
신비스러울 정도로 길고 아름다운, 머리카락 같은 얇은 실을 본 그래진은 의아해했다.
“어? 그건 뭐야?”
아는 것이다.
무 대륙에 있던 악랄한 요괴 중 하나.
누군가는 경멸하며 호랑이라 부르고.
누군가는 적대하며 산범이라 부르며.
또 누군가는 존대하며 산중왕이라 불렀던 요괴 호랑이의 털이다.
“이게 그 호랑이의 털일까?”
그래진이 추측하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왜 호랑이는 없지?”
“글쎄? 여기 없으면 탈출했겠지.”
“음…… 하긴. 가장 약한 달의 목걸이가 들어갔으니 그것 때문에 봉인이 풀려서…….”
고심하는 그래진에게 이안은 호랑이의 털을 주었다.
그는 그것을 받아 챙긴 후 주변을 둘러보았다.
얼추 당장 확인해야 할 것들은 전부 확인한 듯싶었다.
“그 괴물이 있던 곳의 시체들은 가디언이 잡은 거겠지?”
“아마도. 너도 봤잖아?”
아까 가디언들은 잊힌 도시의 가디언들과 다르게 생포를 목적으로 움직였었다.
그러니 이곳에 들어왔던 자들이 잡혀 스핑크스가 있던 곳에 있던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왜 거기로 갔는지는 더 조사해 봐야겠지만…… 이 정도면 유적학회뿐만 아니라 마탑에서도 꽤나 흥미를 가지겠는걸?”
“가디언 제작 때문에?”
“응. 거기에 그 정체불명의 괴물도 그렇고. 아직 조사할 것들은 많지만 이 정도면 마탑도 제대로 개입하겠네.”
지금까지 가디언은 잊힌 도시에서만 발견되었다.
그렇기에 마도국에서만이 제작 가능하다 생각했는데 새로운 제조법의 단서가 생긴 거다.
그러니 마탑도 보타르 왕국과 관련된 유적 조사에 참가하려 할 게 분명했다.
그 과정을 통해 유적학회는 마탑에서 많은 것을 얻어 낼 거다.
그래진은 씩 웃으며 이안의 등을 툭툭 쳤다.
“축하해. 유명 인사.”
“어? 왜?”
“커티드 유적의 최초 공략자고 이만한 성과를 냈으니까. 앞으로 유적학회에서도 널 주시할 거야.”
* * *
다른 부분의 조사도 해 봤지만 보타르 왕국의 유물 몇 가지를 더 발견한 것이 다였기에 둘은 바로 밖으로 나왔다.
“그럼 유적학회에는 내가 보고하고 올게.”
“그럼 난 달의 신전으로 가야겠군. 이따가 보자.”
유적학회에 그래진이 들어가고 얼마 후 학자들과 모험가들이 모였다.
그들이 유적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 이안은 곧장 달의 신전으로 향했다.
<현재 바울은 달의 신전에 위치하지 않습니다.>
<달의 신전에 7명의 인간이 위치했습니다.>
전에 봤을 땐 사람들이 거의 오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사람이라니.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것 아닌가 싶어 이안은 빠르게 그곳으로 향했다.
달의 신전에 도착하니 있어야 할 바울 대신 병사들 몇 명이 신전을 지키고 있었다.
복장을 보아하니 바라디스 백작가의 경비병처럼 보였다.
“뭐야? 너희가 왜 거기 있어?”
“누구십니까?”
병사들이 일어나 경계하며 무기를 쥐었다.
그들의 반응에 이안은 아카데미의 패를 꺼냈다.
“프레돈 아카데미의 이안 브랜든이다.”
프레돈 아카데미 생도는 어느 곳을 가도 귀족 대우를 받는다.
그렇기에 병사들은 패를 획인하고 바로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저희는 바라디스 백작가의 경비대입니다.”
“바울 사제님은?”
“사제님께선 지금 영지에 가셨습니다. 저기 레일라 영애께서…….”
그가 말하려고 하자 옆에 있던 병사가 툭 쳤다.
외부인에게 괜한 얘기를 하지 말라는 표시였다.
“레일라가 전에 아카데미 생도였고 요양 때문에 휴학한 건 알아.”
“아…… 아. 그러십니까? 그럼 얘기가 더 빠르겠군요. 그 치료와 몇가지 일 때문에 바울 사제님께서 영지에 가셨습니다.”
“아하. 그럼 언제 오시나?”
“내일쯤 오실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동안은 저희가 여길 지키는 겁니다.”
백작가로 가도 되겠지만 그가 성물을 가지고 있다는 보장도 없다.
그리고 한참 치료하느라 바쁠 텐데 달라고 하기도 뭐했다.
시간 여유도 있으니 명상이나 하자 생각한 이안은 병사에게 말했다.
“바울 사제님이 오시면 알려 주겠어? 난 유적 학회 쪽에 있을테니까.”
주머니에서 나온 금화 하나가 그의 손에 올라갔다.
그걸 본 병사는 환하게 웃으며 금화를 품에 넣었다.
“물론입니다! 바로 가서 알려 드리겠습니다!”
그들이 금화를 보며 기뻐하자 이안은 다시 커티드 유적 쪽으로 향했다.
커티드 유적에서 지금까지 숨겨져 있던 지하 3층이 발견되었기 때문일까?
유적 입구 쪽에는 사람들이 더욱 바글거리고 있었다.
“먀아~ 먀먀~.”
먀네가 배고프다는 듯 낮게 울었다.
그러고 보니 유적에 들어간 이후로 빵 몇 개만 먹고 말았었다.
이안도 밥을 먹어야 했기에 근처에 있는 포장마차로 향했다.
“어서 오세요~.”
꽤 손님이 많은 포장마차 안의 종업원이 밝은 어조로 반겼다.
그녀의 안내로 빈자리를 찾은 이안은 자리에 앉았다.
“고기 수프와 빵 하나 줘.”
“알겠습니다~.”
이안이 자리에 앉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무리의 학자들과 모험가들이 들어왔다.
그들 이후로도 손님은 꾸준히 들어와 포장마차는 순식간에 만석이 되었다.
“여기 요리 나왔습니다!”
커다란 고기 한 덩이가 들어간 수프와 밀빵이 나온다.
이안이 고기를 잘라 먀네에게 주고 밀빵을 씹기 시작했을 때.
왁자지껄 시끄럽던 포장마차가 한순간 조용해졌다.
짙은 흑발의 삭막한 인상을 한 남자 때문이었다.
빈자리를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던 그는 이안 앞에 남은 빈자리로 향했다.
그를 멍하니 보던 모험가 중 하나는 먹던 빵을 떨어트린 채 중얼거렸다.
“……붉은 수염 바바?!”
모두 검지만 단 하나.
수염만이 붉은 남자를 본 이들은 두려워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히이이익! 도망쳐!”
“부, 붉은 수염이다! 붉은 수염이다!!”
포장마차에 있던 모두가 도망쳤다.
단 하나.
이안만 빼고.
그걸 본 바바는 정리되지 않은 난장판 속에서 이안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사람이 앉지 않아 깨끗한 앞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합석 괜찮겠나?”
끄덕.
수프를 마신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거칠게 앉고 손을 들었다.
“여기 이 젊은 친구 먹는 걸로 하나 주시구려.”
두려워하던 그녀가 후다닥 요리를 가져왔다.
“오. 이거 맛있겠군.”
입김을 불어 수프를 한 모금 마신 그는 밀빵을 우물거리고 수프를 다시 한 입 마셨다.
커다란 고기를 크게 베어 물고 씹었다.
이안과 먀네 역시 별다른 반응 없이 먹기만 했다.
그렇게 난장판이 된 포장마차에서 그들은 조용히 식사를 이어 나갔다.
하지만 그 평온이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부, 붉! 붉은…… 붉은 수염!!”
포장마차로 병사들과 기사들이 들어왔다.
선두에 나선 기사의 손은 부들부들 떨리는 게 꽤나 두려워 보였다.
“다, 당장 무…… 무기를 버려라!”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얌전히 먹기만 할 뿐.
그사이 다 먹은 이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기 계산.”
“어? 아. 예. 가, 감사합니다.”
돈을 내고 나가려는 사이 기사 하나와 눈이 마주쳤다.
잔뜩 굳어 있는 얼굴이 낯익다.
“아. 그때 그.”
그래진과 함께 게이트를 타고 나왔을 때 만났던 기사였다.
그는 이안을 발견하자 어쩔 줄 몰라 하며 붉은 수염을 가리켰다.
“아, 아카데미 생도시면 어떻게 좀 도, 도와주시면…… 안 됩니까?”
이안은 바바를 보았다.
그는 여전히 이쪽은 신경도 쓰지 않고 밥만 먹고 있었다.
그런 바바를 보던 이안이 입을 열려는 찰나.
바깥에서 비명이 들렸다.
“꺄아아아아악!!”
“이히히히!!”
비명에 이어 끔찍한 웃음소리가 울렸다.
그걸 들은 병사들과 기사들은 당황했다.
“뭐, 뭐야?!”
“빌어먹을!! 케리온!! 나가 봐!! 이쪽은 내가 맡겠다!”
바바 하나도 힘든데 문제가 또 터졌다.
기사는 따라온 병사들에게 외쳤다.
그들이 나가는 사이 다 먹은 바바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보고 도망간 놈들 것까지 해서 이 정도면 되겠지.”
그는 10골드짜리 금화를 몇 개를 내밀었다.
그걸 받은 소녀가 고개를 꾸벅 숙이자 바바는 굳어 있는 기사에게 다가갔다.
“싸울 건가?”
“……난 싸, 싸워야 한다.”
“약자와 싸우는 건 별론데. 저기 저 친구가 참여한다면 붙어 주지.”
“어? 그게 무슨…….”
“하하. 이래서 하수들이란.”
그는 알 수 있었다.
이안은 겉보기로는 마르고 약해 보이지만 어지간한 기사들 따위는 가볍게 짓밟을 정도의 강자라는 것을.
“내가 여기 온 것은 카헬도크 놈을 쫓기 위해서지 쓸데없이 싸우기 위해서가 아니야. 그리고 그놈도 온 것 같고.”
식인수 카헬도크.
그놈과 그놈을 여기로 이끈 놈들만 잡으면 더 이상 볼일이 없다.
“나보다는 그 놈부터 잡는 게 나은 것 아닌가? 나는 최소한 말은 통한다고.”
하지만 식인수 카헬도크는 다르다.
그는 살의에 미친 괴물이다.
말이 통하는 괴물과 통하지 않는 괴물.
어느 쪽이 더 위험한지는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
“이히히히히히!!”
또다시 거리 쪽에서 끔찍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뒤이어 들리는 비명에 기사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이런!!”
그는 바바를 보다가 몸을 돌리고 웃음소리가 들린 쪽으로 가 버렸다.
자신을 막는 이들이 모두 사라지자 바바는 이안에게 물었다.
“막을 텐가?”
“굳이?”
시큰둥하게 반응한 이안이 나가려고 하자 바바는 웃으며 물었다.
“어디 가나?”
“명상할건데 쓸데없이 시끄러운 건 사양이라서요.”
“아. 말은 편하게 해. 자넨 그럴 자격이 충분해보이니까.”
“그러지. 아무튼 저놈은 제거하려고. 댁은 조용한 것 같으니 넘어가지.”
“이봐! 젊은 친구! 그놈은 내거야!”
그가 터벅터벅 걷자 바바는 바로 그의 뒤를 따랐다.
그들이 향한 곳은 웃음소리와 비명 소리가 공존하는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