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66)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66화(66/300)
◈ 제66화
33. 잘하는 것은 공짜로 하지 마라 – 2
이안과 키르케가 레일라의 상태를 확인하는 사이 바울은 성력의 부여를 멈췄다.
성력을 이용한 치료가 큰 효과는 없는 듯 보였다.
“후우…… 레일라 영애. 제 수준에서는 더 이상의 치료가 불가능합니다.”
“현상유지만이라도 부탁드리겠습니다.”
“당련히 그래야죠. 그리고 본단에도 요청을 해 놨으니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바울 사제님.”
“그리고 태양 교단에서도 대주교님께서 오실거란다.”
대기도회 때문에 바쁘지만 어떻게든 인맥을 써서 요청해놨다.
엘단의 말에 애써 웃은 파리한 안색의 소녀는 이안과 그래진을 보았다.
“당신이 이안인가요?”
“그래. 레일라지?”
“예. 반가워요. 이렇게 앉아서밖에 인사를 못해서 미안하군요.”
그녀는 일어나지도 못한 채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에 안타까워하던 엘단과 바울은 그들이 이야기하게 자리를 피해주었다.
그들이 나가자 레일라는 씁쓸해했다.
“이런 몸이라 감사의 인사도 제대로 못하게 되었네요. 헤이스팅스 교관의 일. 당신이 해결한 것이겠죠?”
“그렇다고 보면 될 거야. 그나저나 이번 일 얘기를 해 볼까?”
그녀는 눈을 감았다.
“저도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다만 한 가지 예측할 만한 것이 있어요.”
그녀의 말을 받으며 그래진은 입을 열었다.
“호랑이.”
“예. 맞아요. 이 지역에 있었다는 사람을 잡아먹던 호랑이. 그 호랑이의 먹잇감이 되면…… 이렇게 된다더군요.”
호랑이의 먹잇감이 된 자는 체력을 빼앗기며 시름시름 앓는다.
그리고 움직이지도 못하게 되고 죽은 자의 부름에 따라 밖으로 끌려 나가 먹이가 된다.
“헬리드. 부탁한 건 어떻게 됐어?”
“자. 여기.”
그가 수첩을 주자 레일라는 조심스레 펼치려 했다.
하지만 수첩 하나조차 들 힘이 없었는지 그녀는 그것을 떨어트리고 말았다.
“내가 펼쳐 줄게.”
헬리드는 차분하게 수첩을 펼쳤다.
그 안에 있는 것을 읽어 본 레일라는 한숨을 쉬었다.
“역시……. 이안. 그래진. 당신들이 커티드 유적을 조사했다고 했죠? 거기에 뭐가 있었나요?”
“지하 3층? 뱀신의 신전이 있었지.”
“그렇군요. 거기에 다른 것이 없었나요? 달의 힘을 상징하는 것이라든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바울 사제님께 들었어요. 카를이라는 자가 크레센트 문 목걸이를 가져갔다면서요? 그리고 커티드 유적에 들어갔고.”
왜 초승달의 상징을 가져간 것일까.
초승달은 달 중에서도 가장 약한 달이다.
그녀는 그것이 커티드 유적에 있는 지하 3층에 들어가기 위한 열쇠라고만 생각하지 않았다.
이후로도 그녀의 추론은 계속되었고 그건 이안과 그래진이 찾아낸 것과 거의 흡사했다.
“약간 다른 부분이 있긴 하지만 우리가 알아낸 것과 거의 같아. 대단하네?”
“후후. 저는 콜롬브를 동경했으니까요. 콜롬브의 특기가 단서를 통한 추리죠.”
말을 잠시 멈춘 레일라는 자신의 마른 팔을 보았다.
“하지만 이래서야 콜롬브가 아니라 엡실론이겠군요.”
“그건 또 뭔데?”
하륜이 없으니 설명해 줄 사람이 없다.
그래진이 의아해하자 헬리드는 쓰게 웃었다.
“다른 추리소설에 나오는 주인공이야. 콜롬브처럼 움직이지는 못하고 매일 침대에만 앉아 있는 자지.”
“콜롬브든 엡실론이든 셜록 홈즈든 뭐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이안은 대놓고 본론을 말했다.
“너 그냥 두면 죽어. 성력으로 어떻게 현상유지는 하는 것 같은데. 그것만으로 안돼.”
그의 단언에 레일라는 알고 있었다는 듯 담담할 뿐이었다.
“기록대로라면 그러겠죠. 움직이지 못하게 되고 며칠 안에 밖으로 끌려 나가서…….”
“그냥 죽을 생각 따위는 없겠지?”
“물론이에요. 하지만 도망칠 수는 없어요.”
<먹이가 된 자는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호랑이의 입에서 도망칠 수 있습니다.>
<그 경우 호랑이는 분노하여 힘을 얻고 강해집니다.>
스핑크스가 질문의 대답 여부로 강해지는 것처럼.
호랑이 역시 저러한 제약을 이용해 자신의 힘을 강화할 수 있었다.
이안도 제약을 통해 강해질 수 있었고, 또 하고 있는 중이기에 그에게 그다지 특별할 것은 없었다.
“전설에 따르면 호랑이의 목표가 다른 곳으로 도망쳤을 시 그곳에 사는 모두가 호랑이에게 공격당한다고 하더군요.”
레일라의 말에 헬리드가 부가 설명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비슷한 일로 영지에서 네명이 죽었어.”
“그래?”
처음은 작은 마을의 산에 사는 숯쟁이였다.
그 다음은 숲에서 사는 숲지기의 아내.
그리고 용병 하나.
마지막으로 작은 마을의 촌장.
셋은 시름시름 앓다가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다음날 처참하게 찢겨 죽었다.
하지만 호랑이의 전설을 아는 촌장은 겁에 질려 이주를 외쳤지만 마을에서는 무시했다.
결국 그는 가족들을 데리고 마을에서 도망쳐 엘단에게 보고했고 살아남았다.
하지만 그 대가로 그가 온 날 밤.
그가 살던 마을에 있던 모두가 거대한 맹수에게 똑같은 자리에 물린 상처가 남은 채 죽었다.
그리고 지금 촌장이 말한 전설 속의 호랑이가 레일라를 먹잇감으로 삼았다.
“제가 살 방법은 있겠죠. 그 촌장처럼 가족들을 데리고 도망치면 될거에요.”
하지만 그녀는 도망칠 수 없었다.
그녀가 있는 곳은 바라디스 백작령의 영주 직할령이다.
이곳에서 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자신이 살고자 모두가 위험하게 둘 수는 없었다.
일단 만약을 대비해 직할령의 모두에게 대피 준비를 해놓긴 했다.
하지만 호랑이가 다시 다른 이를 목표로 삼는다면 어쩔 것인가.
그렇기에 점점 상태가 나빠짐에도 그녀는 대항법을 궁리하며 도망치지 않고 저항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저항할지는 생각해 놨나?”
“……아뇨. 하지만 각 교단에서도 오신다고 하고 오빠도 올거라고 하니까요.”
그녀의 오빠인 윌트레 바라디스는 마스터다.
그러니 그와 엘단, 각 교단의 성직자들이 호랑이와 싸우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때까지 그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저항은 단 하나.
어떻게든 죽지 않고 버텨 다른 자가 목표가 되지 않는 것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것을 그녀는 필사적으로 해내고 있었다.
“이안. 방법 없어?”
프레돈 아카데미 최대의 미스터리인 그라면 뭔가 알지 않을까?
헬리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물었고 지푸라기가 아닌 동아줄인 이안은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방법이야 있지.”
이안이 말하자 그래진은 지팡이를 까딱거렸다.
“그럼 난 혹시 모르니 결계를 준비해줄게.”
“그럼 난.”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크레센트 문 목걸이를 들었다.
“일단 보고부터 하고 오지.”
바울은 1층의 정원에 앉아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에게 간 이안은 웃으며 말했다.
“바울 사제님.”
“아. 이안 성도님.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커티드 유적을 공략하셨다지요?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더 대단한 게 있습니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크레센트 문 목걸이를 내어 주었다.
하나도 아니고 두 개나.
그걸 받은 바울은 깜짝 놀랐다.
“왜 두 갭니까?”
“더 있습니다. 지금 유적학회에서 갖고 있으니 나중에 달라고 하시죠.”
“그렇군요……. 흠. 저희 신전 말고 다른 곳에서도 없어진 걸까요?”
“글쎄요. 그리고 카를은 이미 죽었습니다.”
“그렇습니까…….”
안타까운 일이다.
그가 성호를 긋자 이안은 손을 내밀었다.
“성물은 언제 받을 수 있습니까?”
“당장이라도 드리고 싶긴 합니다만…… 지금 제가 자리를 비우면…….”
레일라의 상태가 나빠졌을 때 대응하기 힘들다.
본단의 다른 사제가 지원해 주러 올 때까지는 여기 있어야 할 것 같았다.
“며칠정도는 여기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이쪽 일은 제가 해결할 테니 사제님께서는 안심하시고 성물이나 준비해 주십시오.”
의아해하는 바울에게 살짝 인사한 이안은 정원으로 걸었다.
레일라의 방과 연결된 창문이 있는 쪽 정원에 도착했을 때 키르케가 말을 걸었다.
<수풀 안쪽에 호랑이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이안의 어깨에 있던 먀네도 뛰어내려 그쪽으로 가 털을 곤두세웠다.
“샤아아악!!”
이안은 손을 내밀어 그것을 주워 올리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의 손에는 실과 같은 길고 하얀 은색의 털 세가닥이 들려 있었다.
“그래진!!”
크게 외치자 창문이 열렸다.
결계의 준비를 끝낸 그래진은 이안의 손에 들린 털을 보고 움찔 어깨를 떨었다.
“이건…….”
유적에서 발견한 것과 같다.
그렇다면 커티드 유적에 잡혀 있다가 탈출한 호랑이가 이곳의 호랑이라는 증거가 된다.
그래진은 짧게 신음한 후 말했다.
“만약 그렇다면 유적을 다시 작동시켜서 호랑이를 봉인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게 가능해?”
“어제 분석한 결과 멀쩡한 풀문 목걸이를 이용하면 가능하다는 답은 나왔어.”
하지만 그리되면 카티드 유적 3층은 다시 봉인되고 접금금지 되겠지.
아쉬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연구도 좋지만 사람이, 그것도 바라디스 백작가의 영애가 죽게 둘 수는 없잖은가.
“학회에 말하면 다들 동의할 거야.”
그래진의 말을 들은 이안은 팔짱을 끼고 생각하다가 물었다.
“그 호랑이 내가 잡으면 목걸이를 나한테 주려나?”
“어. 음. 그게 되려나?”
“한번 달의 교단과 학회에 문의해 보는 건 어때?”
“알아보고 올게. 바라디스 백작가는 큰 후원자이기도 하니까. 그리고 네 실력도 학회에서 인정할 테니 받아들이겠지.”
유적 안의 괴물과 가디언도 이안이 잡았다.
유적학회에서도 그걸 아는만큼 유적의 조사를 위해 달의 교단과 협상하려 할 거다.
이안이 이 문제를 해결하면 커티드 유적의 조사를 계속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래. 부탁 좀 하자.”
그래진이 바로 가고 잠시 후 창문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이안! 그래진! 들어와서 차 한잔해!”
“어. 그래.”
이안만 들어오자 레일라는 의아해했다.
“그래진은 어디 갔나요?”
“유적학회에.”
이안은 아까 주웠던 은색 털을 보여 주었다.
그걸 본 레일라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뭔가요?”
“호랑이 털.”
이안이 공유해 준 정보를 들은 그녀는 마른 입술을 만지작거렸다.
“그러니까 카를이라는 자가 유적의 봉인을 풀었기에 이런 일이 생겼을 수도 있다는 거군요.”
“그건 모르지. 걔 말고도 거기 시체가 꽤 있었으니까.”
이안은 별다른 관심 없다는 듯 답했다.
그사이 레일라는 마른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생각을 이어 나갔다.
“차 마셔.”
헬리드가 준 차를 홀짝거리는 동안 이안의 어깨에 있던 먀네가 내려왔다.
쿠키를 앞발로 톡톡 치던 먀네가 쿠키를 우물거리자 레일라는 먀네를 가리켰다.
“만져 봐도 되나요?”
“그래라.”
“먀아~.”
이안이 보내주자 먀네는 침대로 올라갔다.
등을 쓰다듬는 약한 손길에 먀네는 작게 울었다.
그리고 다시 물고 있던 쿠키를 오물거린다.
그것이 귀여웠는지 레일라는 힘없이 웃고 한숨을 쉬었다.
“그 호랑이가 얼마나 강할지 걱정이네요. 그…… 지식의 탐구자라고 했죠?”
뱀이 봉인한 다른 괴물.
사람의 언어를 쓸 수 있고 답을 찾는 몬스터.
스핑크스를 언급한 그녀는 힘없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걸 당신과 그래진이 잡았고. 문제는 그 지식의 탐구자가 약했다는 겁니다.”
“내가 강하다는 생각은 안 해?”
“아. 물론 당신이 강하다고는 들었어요. 하지만 마음에 걸리는 건 왜 지식의 탐구자는 거기 남아 있었고, 호랑이는 나왔냐는 거죠.”
“글쎄.”
“제 생각은 이래요. 호랑이는 힘을 갖고 있었기에 틈을 노려 유적에서 나올 수 있었고, 지식의 탐구자는 힘이 없기에 그곳에 갇혀 있었다.”
같은 곳에 둘의 괴물이 잡혀 있었다.
그 둘은 서로 협력하기보다는, 오히려 서로의 힘을 빼앗기 위해 싸웠고 호랑이가 이긴 것이 아닐까.
레일라가 추측하자 헬리드는 떨떠름해했다.
“그게 가능한 일일까?”
“이건 내 추론일 뿐이야.”
하지만 지식의 탐구자가 이안 일행에게 너무 쉽게 잡혔던 것을 생각하면 그렇지 않을까 싶다.
그녀의 말에 이안은 웃었다.
“그럴 수도 있겠지.”
“이안. 그 호랑이와 싸울 생각이라면 조심하는 게 나을 것 같네요.”
레일라는 무척이나 진지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는 걱정하는 대신 무덤덤한 어조로 대꾸할 뿐이었다.
“네 걱정이나 하지? 너 그냥 두면 죽는다니까.”
“당신이 호랑이를 잡을 방법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호랑이를 잡는 게 문제가 아니야. 호랑이한테 물려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말이 있지?”
“그런 말이 있나요?”
“있어. 하지만 실제로 전부 살지는 않더라고.”
호랑이에게 물린 상처는 어쩔 건가.
지금 레일라는 호랑이에게 제대로 물린 상황이다.
그 놈을 잡는다 하더라도 혼의 상처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는다면 무조건 죽는다.
그의 설명을 들은 레일라의 안색은 더욱 파리해졌다.
“아직 죽고 싶지는 않은데…….”
“다른 성직자분들의 도움을 받으면 되는 것 아냐?”
헬리드가 다급하게 묻자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글쎄다. 가능할 수도 있겠지. 물론 아닐 수도 있고.”
그녀는 차를 홀짝이는 이안을 보았다.
“그 말을 한 이유는 당신은 가능하다는 것으로 들리는데. 맞나요?”
기대감이 실린 목소리를 들은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하지만 이런 말도 있지.”
그는 긴장한 둘을 보며 씩 웃었다.
“잘하는 것은 공짜로 해 주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