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67)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67화(67/300)
◈ 제67화
34. 1번이 아니면 2번으로 – 1
“대가가 필요하다는 거군요. 뭔가요?”
“아티팩트나 성물.”
바라디스 백작가가 부자라는 이야기는 들었다.
거기에 대기도회가 얼마 안남았는데 대주교까지 부를 수 있을 정도라면 태양 교단에서의 영향력도 클거다.
그렇다면 좋은 아티팩트나 성물 정도는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안의 생각대로 둘은 다행이라는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좋은 아티팩트는 내가 줄 수 있어.”
“태양휘성석 이상의 성물도 드릴 수 있답니다. 저희 바라디스 백작가는 달의 교단뿐만 아니라 태양교단에도 정기적으로 많은 후원을 하고 있으니까요.”
성물 주는게 뭐 어렵겠나.
하지만 현상 유지 이상의 치료는 바울도 못하던 것이다.
이안이 대단하다고는 들었지만 이런 치료도 가능할까?
레일라의 의문 섞인 시선에 이안은 가방을 열었다.
“그건 뭔가요?”
“천의침이라는 거다.”
아카데미에서 틈틈히 만든 침이다.
고급스러운 상자 안에서 수십 개의 길쭉한 침을 꺼내자 헬리드는 핼쑥해졌다.
“고문 도구 아냐?”
“고문용으로는 이것보다 좋은 거 많아.”
“남부 치료술에 비슷한게 쓰인다고는 하던데…….”
“그런 거랑은 차원이 다르지.”
정말 차원이 다른 것이다.
이 곳과는 아예 다른 세계관의 기술이니까.
침을 소독하는 것으로 침술의 준비를 끝내자 키르케가 말했다.
<영광이겠군요. 주인님께서 침술을 쓰시는 경우는 극히 드물지 않습니까.>
‘이번 삶에선 전부 쓴다고 했잖아. 그리고 저항하는 모습이 보기 좋기도 했고. 천의문 침술로 할거야. 준비해.’
어지간한 상처는 그냥 태양과 달의 기운을 이용해 내가치료술을 쓰면 대부분 해결이 되니 침술은 쓸 이유가 없다.
하지만 혼의 상처가 너무 크다.
그런 만큼 제대로된 치료가 필요했고 천의문의 침술만큼 좋은 것은 없었다.
<레일라 바라디스의 상태를 분석합니다.>
<동방대륙 천의문의 침술을 사용합니다.>
침을 놓아야 할 자리를 키르케가 분석하는 동안 그녀는 두려워했다.
“어…… 그걸로 어떻게 하실 생각이죠?”
“널 찌를거야.”
이안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고 그녀는 더욱 두려워했다.
“일단 손 좀 내밀어 봐.”
“으. 이걸로 정말 치료가 될까요?”
두려워하는 그녀에게 이안은 진지하게 말했다.
“반드시 치료해주지.”
<몽환세계의 약속의 수호를 사용합니다.>
나무토막처럼 비쩍 마른 손을 잡았다.
꽤나 거칠어진 피부 위에 그는 거침없이 침을 놓았다.
손, 발.
그리고 목덜미와 머리.
이마와 복부까지.
능숙하게 그녀에게 수십개의 침을 놓은 이안은 침을 통해 태양의 기운도 불어 넣었다.
“이, 이안. 저거 괜찮은 거야?”
“봐.”
수십 개의 침이 놓였는데도 레일라는 고통스러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파리했던 얼굴에 혈색이 돌고 있었다.
“어…… 확실히 편해진 것 같네요.”
“그대로 더 있어.”
침술에 육체의 회복을 돕는 태양의 기운까지.
치료로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
꽤나 편안해보이는 그녀를 놔둔 채 이안은 창문을 넘어 정원으로 향했다.
“이안!! 이, 이대로 괜찮아?!”
“괜찮으니까 그냥 놔둬.”
그 말만 한 채 그는 따뜻한 햇빛을 받으며 명상을 시작했다.
해가 저물자 이안은 방으로 돌아와 침을 뽑아 주었다.
침이 놓이기 전보다 레일라의 안색은 훨씬 좋아 보였다.
아니. 확실히 나아졌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수프 한 그릇을 못 먹었던 그녀가 저녁식사로 수프에 빵까지 먹을 수 있었다.
그 뿐인가?
걸을 수도 있게 되었고 책도 들 수 있게 됐다.
이정도로 나아 질 줄은 몰랐던 레일라는 놀란 얼굴로 이안을 보았다.
“너도 잊지 말고.”
“그야 당연하죠. 그런데 이안. 이런 건 어디서 배웠나요? 비슷한 치료법은 남부 쪽에서나 가능하다 들었는데…….”
이안이 어디서, 누구에게 무엇을 배웠는가.
그건 아카데미에서도 최대의 의문이었다.
누구도 그에 대해 정확한 것을 모른다.
그리고 물어봐도 이안은 시큰둥하게 반응하기만 할 뿐이다.
정보 조사에 능한 헬리드조차 그만큼은 조사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궁금할 만도 했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그게 중요한가?
레일라가 나아졌는데.
이안이 악마라도 감사할 거라 생각하며 헬리드는 레일라의 손을 꽉 잡았다.
“레일라!!”
그녀가 나아졌다는 말에 엘단과 바울이 다급히 들어왔다.
엘단은 레일라의 좋아진 안색을 살피고 기뻐하며 끌어안았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이걸로 끝 아닙니다.”
치료해 놨다고 하더라도 아직 호랑이는 있으니까.
그걸 그냥 내버려두면 다시 나빠질거다.
이안이 무덤덤하게 말하자 엘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헬리드에게 이안이 호랑이를 잡겠다는 얘기를 들었을 땐 어이가 없었다.
6서클 마법사인 자신도 목소리를 듣고 나가 찾아보았지만 호랑이의 모습도 볼 수 없었다.
그런데 아무리 영웅제 우승자라고 해도 가능할까 싶었다.
하지만 헬리드가 자신 있게 말해 의심하면서도 받아들였다.
그런데 레일라까지 낫게 해주니 신뢰가 듬뿍 생겼다.
“뭐 더 필요한 건 없나?! 뭐든 해주지! 뭐든!”
“그건 레일라가 말씀드릴 겁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네요.”
해가 저물고 있었다.
이제 호랑이가 움직일 때가 되었다.
“문 닫고 제가 허락할 때까지 열지 마시죠.”
“알겠네!”
그가 말하자 엘단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간다.
이안은 마법서를 읽었고 레일라는 눈을 감은 채 먀네만 쓰다듬었다.
헬리드는 검을 잡은 손을 풀지 않았고 엘단은 지팡이를 꽉 쥐고 마법을 준비했다.
조용한 방 안에는 바울이 기도하는 소리만이 울리고 있었다.
“레일라…… 레일라……”
갑작스레 창밖에서 누구 것인지 모를 가냘픈 목소리가 들린다.
헬리드는 검을 잡고 긴장했으며 바울은 기도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달께서 이곳에 자리 잡으시고 하늘에서 모두를 굽어살피시며…….”
바울이 기도함에 따라 성력과 함께 달의 기운이 뿜어졌다.
그걸 이안이 몰래 받아들이는 사이 엘단은 아티팩트까지 들었다.
“샤아악!!”
레일라의 무릎 위에 앉아 있던 먀네가 털을 곤두세웠다.
먀네가 대놓고 경계하기 시작했을 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똑똑.
“무슨 일이냐.”
“백작님. 야식을 가져왔습니다.”
“들…….”
“열지말라고 했을텐데요.”
<문밖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키르케의 말대로다.
이건 호랑이의 수작질에 불과했다.
이안이 마법서에서 눈도 떼지 않은 채 말하자 엘단은 바로 명령했다.
“필요 없으니 도로 가져가라.”
대답은 없었다.
그저 문을 두드리는 소리만 계속 들릴 뿐.
엘단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백작가의 어떤 하녀가 이런 식으로 일을 하나.
-똑똑똑똑, 쿵! 쿵! 쿵!
노크 소리가 커진다.
이제는 문을 완전히 두들기듯 치고 있었다.
바울은 더욱 크게 기도했고 헬리드는 아예 검을 뽑으며 물었다.
“이안. 괜찮은 거야?”
“넌 레일라 옆에 붙어 있어.”
그가 말했을 때.
창 밖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레일라 아가씨! 저에요! 헤나! 겨우 호랑이한테 도망쳤어요! 문 좀 열어주세요!”
“레일라 아가씨! 키톤입니다! 호랑이를 베어 죽이고 겨우 탈출했습니다! 문 좀 열어주십시오!!”
둘 모두 한두달 전에 죽은 이들이다.
그들 외에도 이미 죽은 자들의 목소리가 들리자 레일라는 아예 양 손으로 귀를 막았다.
그때였다.
창문 밖에서 들리던 목소리가 바뀌었다.
“레일라…… 엄마란다…….”
그 목소리에 엘단의 표정이 굳었다.
아니, 레일라와 헬리드, 바울까지.
바라디스 백작가에 대해 아는 모든 이들의 표정이 굳었다.
“……엄마는…… 돌아가셨는데…….”
“호랑이다. 놈이 죽은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건 알잖아?”
그 말에 레일라는 눈을 질끈 감았다.
저게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엄……마예요……?”
아무리 강한 척을 하더라도 그녀는 아직 소녀일 뿐이다.
거기에 아직 호랑이에게 물린 상태이니 유혹에 더 쉽게 빠져 버렸다.
레일라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자 바깥의 목소리가 애절하게 답했다.
“그래…… 엄마야. 밖에…… 밖에 뭔가 있어. 그러니까 문 좀 열어 주렴.”
창문 바깥에 무언가가 일렁이고 있었다.
검은 그림자와 같은 것이다.
그것이 창문 쪽에 붙은 채 간절하게 애원하자 레일라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일으켰다.
헬리드는 그녀의 팔을 꽉 잡았다.
“휘리민 백작 부인께선 돌아가셨잖아.”
“그, 그렇지만…….”
레일라가 머뭇거리자 엘단도 그녀를 막았다.
하지만 그의 시선 역시 창문에 꽂혀 있었다.
“여보? 거기 있어요……? 문 좀 열어 줘요……. 여보…… 바, 밖에 저, 저게 뭐야……. 호랑이 있어요. 호랑이……. 여보! 여보오오!! 레일라!!”
“보지 마십시오.”
바울도 막았지만 레일라와 엘단의 눈은 자꾸만 창문으로 향했다.
그때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더욱 커지며 금방이라도 깨질 것처럼 흔들렸다.
-쾅! 쾅! 쾅!
“레일라! 제발 문 좀! 아아악!!”
그림자 뒤에 무언가 큰 그림자가 보였다.
창문에 비치던 무언가가 창문에 있던 것을 잡아 드는 것이 보였다.
“흑…… 흐흑…… 어, 엄마…… 엄마…….”
레일라의 울먹임이 커진다.
그것을 듣던 이안은 창문 쪽으로 가서 말했다.
“거 밤중엔 조용히 좀 합시다.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이안의 말에도 간절하고 다급한 외침은 계속 되었다.
“여보오오!! 레일라!! 아아아악! 열어 줘! 열어 줘!!”
-쾅쾅쾅!!
“꺼져라.”
그때 문 밖에서도 외침이 들렸다.
“백작님! 큰일입니다! 당장 나와 보셔야 합니다! 지금 밖에 호랑이가 나타나서 사람들을 다 죽이고 있습니다!”
누구의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당장 나가 싸워야 하지 않을까?
엘단은 지팡이를 꽉 잡았다.
“어, 어떻게 하지?”
나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가 어쩔 줄 몰라 하는 동안 헬리드는 무기를 들었다.
“이, 이안! 어떻게 해! 저거 그대로 둬도 되는 거야?! 지금 못 잡아?!”
“음. 저놈 잡는 건 문제가 아닌데…… 유적학회 쪽 결론이 아직 안나서.”
이안의 말을 들은 엘단은 다급하게 외쳤다.
“저걸 멈추게 할 수 있나?! 할 수 있다면 내 뭐든 해 주겠네!!”
“아아악! 여보!! 여보!! 살려 줘요! 여보오오!! 레일라아아악!!”
저 비명을 듣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엘단이 애원하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하셨습니다.”
그는 바로 창문을 열었다.
창문 바깥에는 자욱한 안개가 껴 있었고 그곳에는 무언가가 서 있었다.
은색의 털을 지닌 괴물이었다.
사람보다 더 큰 덩치에 붉은 눈을 지녔다.
앞발은 길고 손톱은 날카롭다.
몸 전체에 거뭇한 무늬가 있어 아무리 봐도 호랑이로 보이는 괴물은.
즐겁게 히죽거리며 외쳤다.
“아아아~ 여보오~ 문을 열어 주셨군요!!”
그리고 무시무시한 속도로 창문 쪽으로 달려왔고.
-퍽!!
이안의 주먹에 한 대 맞고 뒤로 나가떨어져 버렸다.
“문 닫아. 무서우면 결계도 작동시키고.”
밖으로 나간 이안이 말하자 헬리드는 황급히 창문을 닫았다.
그사이 몸을 일으킨 하얀 호랑이 괴물은 킬킬 웃었다.
“히히히히히!! 여보오오! 레일라아아!! 헬리드으으으!!”
이안은 그를 향해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순간 안개를 가르며 새하얀 달이 모습을 보였다.
월광참에 맞았지만 호랑이는 기괴하게 웃을 뿐 이었다.
“오.”
킬킬거리며 이안을 비웃던 호랑이의 몸에서 달의 기운이 일렁거렸다.
“하하하하하!! 머저리 같은 놈! 고작 달의 힘을 써서 날 잡으려 하다니!!”
“야. 너 좀 한다?”
“그 질문만 하는 머저리 놈이 가진 힘을 빼앗아서 달을 연구했지. 그러니…….”
놈의 입이 벌어졌다.
그 안에서 강력한 달의 기운이 흘러나왔다.
“이제는 달의 지식 또한 내 것이다! 그 빌어먹을 뱀 새끼의 유적 따위도 날 잡아 둘 수 없단 말이다! 으하하하!! 이제 이곳에 있는 놈들을 모두 잡아먹고!! 악마놈들 대신 내가 세상을 지배하리라!!”
호랑이는 기뻐하며 이안을 조롱했다.
흉측하게 웃는 그를 보던 이안은 검을 들었다.
천마신공 태양의 장.
흑류화.
-화르르르륵!!
검에서 검은 태양의 불길이 치솟았다.
하늘을 완전히 지배했던 검은 태양의 불길.
그것마저도 천마는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냈고 그리하여 하늘을 지배했었다.
그 천마의 힘이 구현되자 호랑이는 식겁하며 물었다.
“어. 음. 그거…… 혹시 태양의 불?”
끄덕.
이안이 긍정하자 놈은 중얼거렸다.
“이런 젠장.”
그 중얼거림이 끝나기도 전.
그는 어느새 호랑이의 앞에 다가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