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68)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68화(68/300)
◈ 제68화
34. 1번이 아니면 2번으로 – 2
“허억…… 허억…….”
실크처럼 부드럽고 아름답던 은빛의 털은 완전히 그을려 흉측하게 변했다.
몸 여기저기가 그을리거나 녹아내렸고 긴 다리는 잘려 버렸다.
간신히 목숨만 붙은 채 호랑이는 이안에게 애원했다.
“제, 제발…… 살려…….”
한때 이 지역을 지배했던 강력한 마물인 호랑이답지 않았다.
그저 목숨만을 살려 달라 애원하는 호랑이에게 다가간 이안은 담담하게 물었다.
“너 여기 살던 놈 아니지? 여기에 어떻게 왔지?”
“그, 그게 말씀 드리면 살려주실 겁……. 끄아악!”
눈치를 살피는 그에게 이안은 불의 검을 가져갔다.
불길에 살이 지져지는 고통에 호랑이는 끔찍한 비명을 터트렸다.
“네가 지금 나랑 협상할 때냐?”
“어, 어느 정신을 차려보니 이상한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악마라고 하는 놈들이 절 데리고 나왔고. 나와보니 이상한 탑이 있는 도시였습니다.”
그들은 자신을 데리고 이 지역에 왔단다.
그리고 자신을 지배하려 하길래 모두 먹어버렸다.
이후 이 지역을 자신의 식사장으로 삼고 살아가던 도중에 뱀을 따르는 자들에게 잡혔다고 한다.
“전부! 전부 말씀드렸으니 이제 살려주세요!! 아아. 죽기싫어!! 나도 살기 위해서 먹은 것 뿐이야!! 그게 무슨 잘못인데!”
간절하게, 그리고 감정이 호소한다.
호랑이가 살기 위해 먹은게 죄라면 너도 나쁜 놈 아니냐며 떠들자 이안은 비웃었다.
“너 같은 호랑이들은 안 먹어도 살 수 있잖아. 사람 잡아먹는 건 그냥 네 취향 아니냐?”
그 말을 들은 놈은 움찔했다.
그리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멍하니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런 제길.”
그를 내려다보던 이안은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불길의 검이 목을 스치자 놈의 몸이 천천히 허물어졌다.
그 순간 호랑이의 몸에서 막대한 달의 기운이 쏟아져 나왔다.
이안은 그것을 모조리 먹어 치우고 만족스러워했다.
달의 지식을 깨쳤다는 것이 빈말이 아니었나 보다.
놈이 보유하고 있던 달의 기운은 예상을 훌쩍 뛰어넘고 있었다.
단번에 내공의 균형이 달의 기운 쪽으로 크게 기울정도로 말이다.
“이런 훌륭한 녀석 같으니라고.”
<그러니 월광참도 버텨 낸 것이겠지요.>
“그러게 말이야. 아무튼 참 뿌듯한 사냥이었다만…… 검이 없네.”
<스크랜다가 새로운 검을 가져올 때까지 천마신공의 상위 초식은 자제하시길 바랍니다.>
라키드에게 받았던 검은 류화를 버티지 못하고 녹아 있었다.
그럭저럭 쓸 만한 검이었는데 아쉽게 됐다.
이안은 자루만 남은 채 형태를 잃어버린 검을 휙 버렸다.
그 사이 호랑이가 만들어낸 자욱하던 안개가 걷히고 달이 드러났다.
하늘을 힐끔 본 이안은 창문으로 걸어가 열었다.
그를 끝까지 믿은 것일까?
그래진이 준비한 결계는 발동되지 않았다.
“끝났습니다.”
“먀아~ 먀먀먀~.”
레일라의 무릎 위에 있던 먀네가 뛰어와 안겼다.
잽싸게 그의 어깨로 올라간 먀네가 고양이 세수를 시작하자 엘단은 떨리는 몸을 내밀었다.
“어떻게 되었나?!”
이안은 호랑이의 사체를 가리켰다.
그 끔찍한 모습에 엘단은 흠칫 놀랐다.
“으음…….”
헬리드의 손을 잡고 걸어온 레일라 역시 호랑이를 보았다.
머리가 잘린, 반쯤 불타 버린 호랑이가 미동조차 하지 않는 것을 보던 그녀는 조용히 물었다.
“이제 끝난 건가요?”
“응.”
수백 년 전 다른 차원에서 나와 이 지역의 사람들을 괴롭혔고.
이후에도 풀려나 이곳에서 사람들을 괴롭히던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과 달의 기운을 남겼다.
호랑이의 사체를 가리킨 이안은 별 일 아니라는 듯 평온하게 답했다.
“다 끝났어.”
* * *
아침이 되자 그래진이 돌아왔다.
그 호랑이를 제거할 수 있다면 달의 신전에서도 풀문 목걸이를 양도하겠다는 서약서까지 들고 말이다.
그걸 본 이안은 웃었다.
“걔 잡았는데. 그럼 이거 내 거네?”
“……응? 언제?”
“어제 잡았지.”
“어?! 진짜?! 사체는?”
정원에 있다.
이안이 데리고 가자 그곳에는 구경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세상에나. 세상에나. 저게 뭔 괴물이래.”
“아카데미의 이안 생도님이 잡으셨다면서?”
“와. 진짜 장난 아니다.”
“그분이 지난번 영웅제 우승자시라잖아. 와. 역시 프레돈 아카데미가 최고네…….”
“난 저 괴물 얼굴만 봐도 심장이 떨린다. 그런데 그 분은 괴물을 혼자 잡으셨다지?”
구경하던 시종들과 병사들이 떠든다.
그들 사이를 지나가 호랑이 사체를 본 그래진은 감탄했다.
“야. 진짜 훌륭하다. 이게 그 호랑이지?”
“그래. 그리고 지식의 탐구자가 가진 힘도 빼앗고 달의 지식을 손에 넣었다더라.”
“역시 그 괴물은 약화된 것이었군.”
“내가 강한 거라니까 그러네.”
그때 엘단이 다가왔다.
그의 등장에 구경하던 이들은 황급히 인사하고 떠나갔다.
뿔뿔이 흩어지는 이들에게는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그는 이안에게 정중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정말 고맙네. 아니. 고맙습니다. 은인께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말씀은 편하게 하시고 약속이나 잊지 마시죠.”
“그, 그래도 되나? 아무튼. 뭘 원하는가? 헬리드에게 듣자 하니 자네는 스칼렛 왕국 사람이라면서?”
“예.”
“브랜든 남작가라고 했지? 당장 거길 자작가로 승작시키고 후원해주지.”
“전 내놓은 자식이라 그건 됐습니다.”
“아. 그래? 혹시 바라디스 백작가에 양자로 들어오고 싶은 건가? 하긴. 자네 정도로 강한 자에게 뒷배경이 있으면 더 좋겠지.”
이안 수준으로 대단한 자가 바라디스 백작가의 지원을 받는다면?
아이스빈 백작가 이상으로 강한 권력을 손에 넣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레일라는 마음에 두고 있는 녀석이 있는 듯하니 결혼은 힘들어도…… 내 양자로 삼아 줄 수는 있어.”
하지만 이안은 거기에도 관심이 없었다.
“그럼 뭘 원하나?”
엘단이 묻자 이안은 당당하게 요구했다.
“태양교단의 좋은 성물이면 됩니다.”
달의 기운은 호랑이를 잡아서 잔뜩 얻었으니 됐다.
그럼 이제 태양의 기운을 모아야 하지 않겠는가.
엘단 수준의 귀족이라면 태양휘성석보다 좋은 성물 정도는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이라 이안은 판단했다.
“알겠네. 다만 좋은 성물은 태양교단의 본단에서 얻을 수 있으니 좀 기다려 주게.”
“제가 가서 받을 테니 소개장이나 써 주시죠. 어차피 가야 합니다.”
“그 정도야 어렵지 않지. 알겠네.”
이안이 만족하자 엘단은 빙긋 웃었다.
“또한 한 가지 더. 내 양자는…….”
“아. 그건 됐습니다.”
엘단은 살짝 실망했다.
그도 스칼렛 왕국에서도 나름 강한 백작인데 너무 이안이 초탈하게 나온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마음에 들었다.
권력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니 말이다.
“내 아들 윌트레가 오고 있어. 나중에 꼭 좀 만나 보게나. 그러고 나서 다시 얘기하세.”
“아. 예.”
이안이 대충 답하자 그는 빙긋 웃고 몸을 돌렸다.
엘단이 떠나자 그래진은 떨떠름함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물었다.
“할 거야?”
“하겠냐.”
바라디스 백작가의 양자가 될 거였으면 아우덴 백작가의 양자가 됐겠지.
이안이 심드렁한 태도로 답하자 그래진은 웃었다.
“역시 넌 누구 밑에 있을 사람이 아니라니까. 그나저나 저 호랑이는 어쩔 거야?”
“글쎄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는데 저 다 타 버린 가죽이 비싸게 팔리려나?”
“글쎄. 유적학회에 보고하면 괜찮을 것 같은데. 어때?”
“보고하면 뭐 주려나?”
“뭔가 주겠지? 어쨌든 저건 보타르 왕국에 대해 알리는 좋은 자료가 될 테니까.”
지금까지 퍼졌던 학설을 완전히 뒤엎을 수 있는 증거다.
사람을 잡아먹고 괴롭히길 즐기던 호랑이.
지식을 탐구하며 그에 따르지 못하면 잡아먹는 괴물.
모두 사람에게 해가 되는 것들이다.
그것을 가둬 둔 뱀신은 어쩌면 이제부터 악신이 아닌 선신 반열에 오르게 될지도 모른다.
<악과 싸운다고 꼭 선은 아닌데 다들 그걸 모르더군요.>
‘사람들은 그런 대립 구조를 좋아하니까.’
어쨌든 호랑이의 사체는 유적학회에 제값 받고 넘기도록 하자.
“이안.”
사체를 보며 둘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헬리드가 다가왔다.
“레일라는?”
“쉬고 있어. 긴장이 풀렸나 봐. 계속 자고만 있네.”
“음…… 뭐 그러겠지.”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래진은 호랑이의 사체를 툭툭 쳤다.
“그런데 이게 사람의 말을 했다면서?”
“그래. 이미 오래전에 죽은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 냈어.”
“그런가.”
“거기에 엘단 백작님의 아내시고 레일라의 어머니이신 휘리민 백작 부인. 그분의 목소리를 흉내 내더라고.”
“호랑이가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
헬리드가 심각하게 중얼거리자 그래진은 대수롭지 않아했다.
“방법이야 여러 가지있지. 저 호랑이는 사람의 말을 할 수 있잖아.”
“그런 걸까.”
그를 보던 이안은 먀네를 안아들며 말했다.
“아무튼 헬리드. 네가 엘단 백작님이랑 레일라를 좀 돌봐 줘라.”
많이 힘들 거다.
어쨌든 자신의 아내와 어머니를 부정한 기분이 들 테니까.
그 말을 들은 둘은 그를 보았다.
“왜?”
“아니…… 네가 그렇게 사람 배려하는 말을 할 줄은 몰랐다.”
“나도.”
둘을 향해 이안은 인상을 구겼다.
“나처럼 착한 사람이 어디 있다고.”
호랑이를 잡았으니 바울도 더 이상 저택에 남을 필요는 없었다.
그렇기에 이안과 그래진은 바울과 함께 달의 신전으로 향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는 흐뭇하게 웃으며 상자를 내밀었다.
이안이 찾아 준 크레센트 문 목걸이는 두 개다.
하나는 이 신전의 것이지만 하나는 모르겠다.
하지만 달의 신전의 물건이니 회수를 해야 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그 대가로 월성석 여섯 개를 주는 것 역시 당연했다.
“감사합니다!”
‘여기에 풀문 목걸이까지 치면…….’
이안은 속으로 빠르게 계산을 마쳤다.
엘단이 챙겨 줄 성물들.
거기에 대기도회에서 얻을 태양의 기운.
윌리스가 준 소개장으로 얻을 성물까지.
빠르게 계산을 끝마친 이안은 히죽거렸다.
첫번째 환골탈태의 시기가 예상보다 훨씬 빨라지겠다.
이안은 만족하며 상자를 챙겼다.
“그럼 다음에 또 뵙죠. 야. 그래진. 이제 유적학회로 가야지?”
호랑이 사체를 넘기고 풀문 목걸이를 챙겨야 한다.
이안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자 바울은 떠나는 그들에게 공손히 인사했다.
유적학회에 도착하자 이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는 얼굴이 웃으며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
활기찬 웃음과 함께 검은 로브를 입은 마법사 소녀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이안도, 그래진도 아는 얼굴이었다.
“오에리나 아냐? 네가 왜 여기 있냐?”
싱글거리며 인사한 그녀는 자신의 옆에 있는 노파를 끌어안았다.
“인사드려. 내 스승님이시고 외할머니셔.”
긴 지팡이를 들고 있는 검은 옷의 그녀는 이안을 빤히 보다가 잔뜩 긴장하며 물었다.
“자네…… 도대체 정체가 뭔가?”
“예? 왜 그러십니까?”
이안이 의아해하자 그녀는 화들짝 놀랐다.
“아. 이런. 미안하구나. 내, 내가 잘못 본 듯싶구나.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요새 헛것이 보여서…….”
노파는 눈을 비비고 다시 이안을 보았다.
그리고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사과했다.
“마탑의 마트리 틸돈이라고 한단다.”
그녀가 웃으며 상냥하게 소개하자 그래진은 살짝 고개를 숙였다.
“중력 마법의 대가를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래진 우르쿨입니다.”
“그래. 반갑구나. 그리고 네가 이안이겠지?”
“예. 이안 브랜든입니다.”
“내 손녀와 친하게 지내 줘서 고맙단다. 그리고 얘에게 마법을 배웠다면서?”
“예. 자성 마법을 배웠죠.”
“어디 보자…… 벌써 3서클 같은데. 굉장하네. 듣자 하니 재능이 거의 없다고 하던데.”
마트리의 말에 오에리나는 깜짝 놀랐다.
도대체 방학이 시작되고 며칠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벌써 3서클이 됐단 말인가.
“잊힌 도시에 다녀왔거든요. 그런데 넌 여기 왜 왔냐?”
이안의 질문에 오에리나는 한쪽을 가리켰다.
유적학회 쪽과 마탑 쪽의 사람들이 뭔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유적학회는 마탑과 작지만 연계는 하고 있어. 유적에서 나오는 아티팩트 중에 마탑에서 점검해 줘야 할 것들이 많거든.”
그뿐만이 아니다.
이번 경우처럼 지금까지 발견되지 못했던 몬스터의 분석도 마탑에서 해 준다.
거기에 이번에는 좀 큰 일이라 마탑에서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 올 수밖에 없었다.
“마침 나랑 스승님이 마탑에서 훈련하고 있는데 저 얘기가 들렸지.”
그래서 마트리가 온 것이었다.
그 말을 들은 이안은 씩 웃었다.
“너는 덤이라는 얘기네?”
이안의 농담에 오에리나는 일부러 과장스럽게 시무룩해진 척하며 대꾸했다.
“너무 팩트로 패지 말아 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