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69)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69화(69/300)
◈ 제69화
35. 넌 그냥 패 주마 – 1
“먀아~.”
“먀네~.”
이안의 가방에 들어가 있던 먀네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그걸 본 오에리나는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 손에 간식이 없자 먀네는 다시 가방으로 머리를 밀어 넣어 버렸다.
“치. 아무튼. 얘기는 들었어. 커티드 유적을 너희 둘이 탐사했다면서? 저 괴물도 네가 잡은 거야?”
“그렇지.”
“역시 굉장하네.”
오에리나가 탄성을 터트리자 마트리는 이안과 그래진에게 빙긋 웃었다.
“만나서 반가웠다. 우리는 이만 가 봐야 할 것 같으니 나중에 마탑에 와 주겠니? 네 몸이 그렇게 안 좋다는데. 내가 한번 봐주마.”
“예. 시간 봐서 한번 찾아뵙겠습니다.”
“후후후. 그래. 마녀의 좋은 차와 과자를 준비하고 기다리마. 오에리나. 가자.”
놀러 온 것이 아니니 시간을 많이 낼 수는 없었다.
그녀는 아쉬워하며 둘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럼 우리도 받을 거 받으러 가자.”
“그러자고.”
유적학회에서 풀문 목걸이를 받았다.
사체들에 대한 것과 최초 공략 보상은 준비 중이라길래 둘은 바로 밖으로 나왔다.
“야. 남는 시간엔 뭐 할래? 어디 다른 유적이라도 갈까?”
태양교단의 본단에서 치러지는 기도회까지 이틀 정도 시간이 남았다.
그래진이 은근한 어조로 묻자 이안은 마법서를 들었다.
“아. 그렇지. 언락 마법은 다 익혔어?”
그 순간 그의 손에 언락 마법의 마법진이 나타나고 순식간에 모습을 바꿨다.
“어떤 자물쇠도 딸 수 있지.”
“좋아. 그럼 전격 마법으로 넘어갈까? 라이트닝 볼트는…….”
이안이 어젯밤에 외운 마법진을 만들어 내자 그래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나머지는 바라디스 저택에서 익히자고. 거기도 괜찮은 마법서나 도구들이 있으니까.”
그렇게 바라디스 저택에서 머무르며 마법을 익혔다.
이틀 동안 극진한 대접을 받고 떠나는 날이 되자 헬리드와 레일라가 찾아왔다.
“오늘 가신다면서요? 잠깐 시간 괜찮아요?”
“물론이지. 그런데 이제 좀 괜찮나봐?”
“예. 덕분에요.”
호랑이도 죽은 데다가 이안에게 치료를 받아서 금방 나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나무토막 같은 것은 여전했다.
그녀는 어색하게 웃으며 헬리드의 팔을 끌어안았다.
“고마워요.”
“이런 말 아나 모르겠네. 감사 인사는 현물로 하라고.”
“후후. 성물은 드릴 거예요. 아버지께 말씀드렸으니 걱정 말아요.”
“그래. 그럼.”
“그리고 한 가지 더 드리고 싶은 것이 있네요.”
그녀가 준 것은 한 권의 노트였다.
직접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노트를 받은 이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걸 나보고 어쩌라고?”
“궁금해하실 것 같아서.”
레일라가 준 노트에는 아카데미의 상세한 지도가 있었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있었던 아카데미의 몇몇 교관들에 대한 관계도와 조사내역까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헤이스팅스를 조사하다가 알게 된 사실이 있어요. 그는 오래전부터 아카데미를 장악하고 있었죠.”
“그래서?”
“그런데 한 가지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어요. 그는 아카데미 교관으로 있으며 꽤나 많은 돈을 벌었답니다.”
그런데 그 돈이 이상한 곳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는 판데모니움이라는 작은 상단과 자주 접촉했죠. 하지만 조사해 보니 대륙 내에 그런 상단은 존재하지 않았어요.”
‘판데모니움? 만마전을 뜻하는 단어인데. 그 작자. 악마와도 관련됐나? 키르케. 조사해봐.’
<대륙 내 판데모니움이라는 상단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관련 기록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안이 입을 다물고 있자 그녀는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이상하지 않나요? 무려 프레돈 아카데미 상급 교관인 헤이스팅스와 연계하고 있는 곳인데 이름이 없다는 게…….”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헤이스팅스가 아카데미에서 번 돈을 어디로 보내고 있었는지 궁금하지 않나요?”
“그분인지 뭔지 하는 작자에게 보냈겠지.”
그건 몰랐는지 레일라는 고개만 갸우뚱거릴 뿐이었다.
“헤이스팅스가 날 죽이러 왔을 때 그러더라고.”
자기 뒤에 그분이라는 자가 있다고.
세상을 지배할 힘을 지닌 자라던데 딱히 특별한 것 같지는 않았다.
“전 이게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정체불명의 암중 세력과의 조우. 두근거리지 않나요?”
“그다지.”
<주인님께 좀 더 편하게 되었을 뿐이죠.>
‘그래. 영웅이 되기 위한 두 번째 조건이 충족된 거니까.’
영웅이 되기 위해서는 강력한 힘이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 부족을 채워 주는 것이 바로 대적자다.
그러니 뭔가 있어 보이는 암중 세력이 있으면 감사할 따름이다.
위기를 불러온 대적자를 쳐 냄으로써 영웅이 될 수 있을 테니까.
“그렇구나. 헬리드에게 들었을 때. 당신과 제가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다를 거야. 난 너처럼 추리 같은 건 안 하거든.”
추리 같은 짓을 왜 하나?
키르케가 진리에 접속해 알아낸 정보를 토대로 움직이면 그만이다.
그게 아니면 직접 움직여서 알아내도 되고.
“예로부터 몸이 불편하면 머리가 고생한다는 이야기가 있지.”
“아하하. 재밌는 얘기네요. 뭐 압도적인 힘이 있다면…… 확실히 그게 나을지도 모르겠죠.”
힘이 없기에 진실을 밝혀냈음에도 오히려 당했다.
그녀가 씁쓸하게 말하자 이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어지간하면 얌전히 있어. 헬리드나 엘단 백작님 마음고생 시키지 말고.”
“당분간은 그래야죠.”
죽다 살아난 주제에 얌전히 있겠다는 얘기는 안 한다.
그녀는 벽장에 있는 책을 가리켰다.
“그래도 콜롬브는 이제 힘들 것 같으니까 엡실론 하려구요.”
작은 방 안에서 들어온 정보만으로 세계를 읽는 자가 되겠다.
그녀는 여유롭게 웃었다.
“당신도 뭔가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다면 언제든지 찾아와 줘요. 레일라 바라디스 탐정 사무소는…….”
그녀는 벽을 툭 쳤다.
“이 옆방이니까. 언제든지 무료로 탐정 레일라 바라디스가 협력해 줄게요.”
“그래.”
이안이 답하자 그녀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가 별 기대를 안 한다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었다.
레일라는 더 쉬어야 하기에 방으로 들어갔다.
그 이후 이안이 떠날 준비를 하고 정원 쪽으로 나왔을 때.
레일라의 방에 있던 헬리드가 창문을 넘어 다가왔다.
“이제 가는거야?”
“가야지.”
“음. 저기. 고맙다. 이안.”
“약속 청산한 거다. 신경쓰지 마.”
“청산치고는 너무 많이 받은 것 같네.”
“그럼 거슬러 주든가.”
“그래야겠지. 기대해 줘. 그런데 너 검은?”
“호랑이 잡느라 녹여 먹었어.”
“녹여? 뭘 어쨌길래. 아무튼 거스름돈은 최대한 챙겨 줄게. 물론 지금은 좀 힘들겠지만.”
일단 가문으로 돌아가야 뭘 챙겨 오지 않겠나.
헬리드는 안경을 고쳐 쓰며 쓴웃음을 지었다.
“처음 널 만났을 땐 뭐 이런 놈이 있나 싶었는데.”
“뭐 인마?”
“끄, 끝까지 들으라고. 아무튼 그게 이렇게 큰 행운이 될 줄은 몰랐어. 정말 고맙다. 너에게 수첩을 준 것. 내 삶에서 두번째로 잘한 일 같아.”
첫번째는 레일라를 만난 것이다.
그가 웃으며 말하자 이안은 정색했다.
“갑자기 왜 이래? 아깝냐? 그래도 물러 줄 생각 없다.”
“그럴 리가.”
그는 슬쩍 레일라의 방 쪽을 보았다.
열린 창문 너머로 그녀가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고개숙여 인사하는 모습이 보였다.
“쟤를 위해서라면 난 뭐든 아깝지 않으니까.”
“그래. 뭐. 둘이 예쁜 사랑 해라.”
이안이 심드렁하게 말하자 헬리드는 잘생긴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그래야지. 넌 태양교단으로 간다며? 그래진은?”
“걔는 유적학회에 좀 더 있다가 복귀한다네.”
이안의 대꾸에 헬리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개학하면 보자.”
그와 레일라의 배웅을 받고 이안은 짐을 챙겨 들었다.
저택 밖으로 나가자 배웅하기 위해 나온 엘단은 마차에 같이 타며 준비한 것들을 넘겨주었다.
“바라디스 영지에 와 줬는데 제대로 챙겨 주지도 못한 것 같군. 이거 미안하네.”
그가 고개를 젓자 엘단은 빙긋 미소지었다.
“다음 방학 때 꼭 와 주게나. 자네를 위해서 커다란 파티를 열 테니까.”
“괜찮으니 넣어 두시고 성물이나 아티팩트로 주시길 바랍니다.”
파티는 무슨 파틴가.
이안은 딱 잘라 거절했고 엘단은 무척이나 민망해했다.
* * *
게이트에 도착하자 엘단은 이안의 이동 비용을 지불해 주었다.
목적지는 태양교단의 본단이 있는 대륙 동부에 있는 오버웰 왕국의 수도 오버 시티 근처의 라이트 시티였다.
게이트를 통과해 나오자 아카데미보다 더욱 크고 화려한 도시가 보인다.
“라이트 시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처음이십니까? 여기 지도를 받아 주세요. 혹시 대기도회 참석 때문에 방문하셨다면……. 어?! 이안?”
안내하던 기사의 목소리가 익숙하다.
이안이 바라보자 기사가 투구를 벗었다.
목소리처럼 얼굴도 아는 얼굴이었다.
“블랜치? 넌 여긴 어쩐 일이냐?”
그를 향해 블랜치는 어깨를 으쓱였다.
“경계 근무 서고 있지.”
“왜?”
“태양교단의 대기도회는 오버웰 왕국에서도 중요한 행사라서 무가에 호위나 수비요청이 많이 들어와.”
“그래?”
“응. 귀족들도 많이 오는데 살인 사건 같은 거 생기면 기도회가 중지될 테니까.”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자 블랜치는 웃었다.
“야. 잘됐다. 온 김에 같이 다니자. 나 조금 있으면 근무 끝나. 내가 아는 애들 소개시켜 줄게.”
“아는 애들?”
“오버웰 왕국 귀족 자제들이지. 알아 두면 도움이 될 거야.”
이안은 멀찌감치 있는, 블랜치와 비슷한 복장을 한 이들을 보았다.
옆에 여자까지 낀 채 병사들에게 거들먹거리는 꼴이 어째 큰 도움은 될 것 같지 않았다.
“설마 쟤들?”
“……아카데미에서 나대다가 한 달 만에 잘린 등신 머저리들을 소개시켜 주겠냐…….”
“그건 좀 놀랍다. 누군데?”
“저기 가운데 있는 놈 있지? 금발 머리.”
저들을 이끄는 무리 중 가장 오만해 보였다.
여자를 둘이나 옆에 끼고 노는 소년을 가리키며 블랜치는 빠르게 설명했다.
“쟤가 유저 수준이었고 거의 익스퍼트에 근접했는데…….”
오버웰 왕국 오하라 백작가의 삼남이다.
오만하고 거만하며 성격도 더럽다.
그런 주제에 검술과 가문의 오러 연공법은 잘 익혀서 나름 기대받는 인재였다.
“그런데 비슷한 수준의 자작가의 자제와 시비가 붙었고 싸웠다가 졌지. 이후 계급으로 시비를 걸다가 징계 먹고 거기서 더 사고 치다 라키드 전 회장에게 걸려서 퇴학당했어.”
비싼 돈 주고 들어간 아카데미에서 쫓겨나다니.
이안은 그에 대한 감상을 솔직하게 토로했다.
“즉 등신이라는 얘기군.”
“완벽한 답이다.”
그의 의견에 블랜치는 빠르게 공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