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70)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70화(70/300)
◈ 제70화
35. 넌 그냥 패 주마 – 2
<그는 프레돈 아카데미에 입학하고 13일 후 동급생도와 싸웠습니다.>
<이후 말다툼을 통해 직위가 낮은 생도들을 비하하며 모욕했습니다.>
<또한 징계 중에 아카데미의 몇몇 교관들이 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들을 정면에서 모욕했습니다.>
그 정도면 잘릴 만했다.
키르케의 부가 설명을 들은 이안은 어이없어하며 그를 보았다.
“아카데미에서 퇴학까지 당했는데 가문에서 잘도 받아 줬네.”
“어쨌든 유저 수준이니까. 거기에 올해 초에 익스퍼트가 되었더라고.”
그래서 더욱 기고만장하고 있었다.
아카데미에 안 가도 자기는 이 정도라며.
블랜치는 간단하게 설명하고 이안의 등을 툭 쳤다.
“아무튼 저런 놈은 아니니까 걱정 마. 갈 거지?”
그를 향해 이안은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안 가.”
“사람 기대감 품게 하고 무너트리는 건 여전하구나?!”
그때 한 무리의 기사들이 블랜치에게 다가갔다.
그들은 블랜치에게 인사를 하며 교대를 요청했다.
근무가 끝난 그는 완장을 넘겨주고 씩 웃었다.
“그럼 가 볼까?”
블랜치는 휘파람을 불며 이안과 함께 걸었다.
성문을 지나 안쪽 도시에 들어가자 그는 창을 까딱거렸다.
“기도회 때문에 온 거지? 머물 곳이 있어?”
“글쎄. 그냥 아무 여관이나 들어갈까 생각 중이었는데. 대기도회만 참석하고 아카데미로 돌아갈 거라.”
“그럼 괜찮은 곳이 있지.”
이곳에 온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지 블랜치는 괜찮은 숙소로 안내했다.
그곳에 짐을 풀고 나오자 그가 물었다.
“밥은?”
“밥은 됐고 일단 교단부터 가려고.”
“좋아. 안내하지.”
그와 함께 여관에서 나가 바로 교단으로 향했다.
도시의 동쪽으로 이동하자 거대한 신전이 모습을 보였다.
“장관이구만.”
어지간한 성 수준으로 큰 신전과 그 주변에 있는 많은 건물들.
고아들 돌보는 것도 힘들어하는 달의 교단과는 정말 천지 차이의 위세라고 할 수 있었다.
“먀아아~ 먀아~.”
신전에 가까워질수록 먀네가 즐거워하고 있었다.
먀네가 연신 그르릉거리는 사이 신전 앞에 도착하자 성기사들이 그들을 막았다.
“신전에는 내일 대기도회 이후에 출입하실 수 있습니다.”
“기도를 하시려면 신전의 동쪽에 위치한 휘성단으로 가 주시기 바랍니다.”
“아. 그건 아니고……. 일단 이것을 좀 봐 주시겠습니까?”
이안은 엘단과 윌리스의 소개장을 보였다.
그걸 본 성기사들은 깜짝 놀랐다.
“이런.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성기사 하나가 들어가고 잠시 후 사제 한 명이 나왔다.
“하이란스라고 합니다. 이안 성도님. 엘단 성도님과 윌리스 형제님의 소개장을 가지고 오셨다지요?”
“예.”
“이쪽으로 와 주십시오.”
그의 안내를 받아 걸으며 이안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카데미의 신전과 구조 자체는 비슷하지만 더 크고 화려하다.
“대기도회 준비 때문에 바쁘시겠습니다.”
“하하. 예. 매년 이맘때가 되면 다들 정신이 없지요. 하지만 그래도 해야 하는 일 아니겠습니까.”
간단하게 이야기를 하며 걸어 도착한 곳은 신전의 옆문이었다.
작은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자 그는 성호를 긋고 디바인 마크 앞에 있는 상자를 열었다.
“이것이 태양휘성석입니다. 그리고 추가 성물도 여기…….”
“감사합니다.”
“그리고 윌리스 형제님의 소개장에 따른 성물도 지급해드리겠습니다.”
태양휘성석보다는 못하지만 꽤 강한 성력이 담긴 성물을 지급받았다.
이안이 주섬주섬 챙기자 그는 부드럽게 웃었다.
“또한 윌리스 형제님의 소개도 있으시니 원하신다면 상급 성물을 구입하실 수도 있습니다. 이게 현재 태양교단에서 보유하고 있는 상급 성물의 목록입니다.”
봉인된 상자에서 꺼낸 목록에는 꽤나 많은 성물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엘단 성도님의 요청에 따라 이 중 하나를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블랜치는 이안과 함께 목록을 보다가 탄성을 터트렸다.
“우와. 데일라잇?! 이것도 받을 수 있는 거였……. 으엑. 뭐야? 이건? 가격이 왜 이래?!”
성물들의 가격은 블랜치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싼 것들도 수십만 골드를 훌쩍 넘어선다.
“이건 돈 주고 사는 것들이 아니군요.”
“중급 이하의 성물이라면 돈으로도 구매가 가능하십니다만 상급 이상은 힘들지요. 상급 성물부터는 태양교단의 공헌도에 따라 지급해드리는 것입니다.”
이안은 데일라잇의 가격표를 확인했다.
과거 뛰어난 성기사 스필드가 사용했던 성검인 데일라잇의 구매가는 300만 골드였다.
‘데일라잇의 성능이 어떻지?’
<검으로서의 성능 자체는 좋지 않습니다.>
‘내 기준 말고.’
<감안해도 상징적인 의미가 강한 검일 뿐입니다.>
<담겨 있는 성력 자체는 태양휘성석 수준으로 확인됩니다.>
블랜치가 난리 치길래 뭔가 좋은 것인가 싶었는데 실망감이 크다.
이안은 목록을 뒤적거리며 키르케에게서 정보를 얻었다.
“야. 이안. 데일라잇 받아. 데일라잇.”
“개학하면 새로운 검 생겨.”
그것도 아다만티움으로 스크랜다가 잘 만든 검이 생길 거다.
그러니 그때까진 그냥 아무 검이나 써도 된다.
정 뭐하면 안써도 되고.
“그럼 이거 어때? 태양의 지팡이. 아! 성화갑. 이것도 끝내준다더라.”
블랜치가 떠드는 것을 보며 하이란스는 훈훈하게 웃었다.
그사이 이안은 목록의 확인을 끝내고 책자를 돌려주었다.
“역시 본단이라서 그런지 좋은 것들만 있군요.”
“하하하. 예. 사실 이 상급 성물의 목록도 아무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겠지요. 태양교단에서 보유한 재산을 보여 주는 것이나 다름없을 테니까.”
“예. 이 모든 성물들은 대륙에 위기가 생길 때를 대비해서 교단의 각 성지에서 엄중하게 보관되고 있습니다.”
<잠입 루트를 조사할까요?>
이안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지금까지 좋은 관계를 맺어 왔는데 이제 와서 무슨 억하심정이 있다고 그 관계를 틀겠는가.
그렇게까지 안해도 환골탈태는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이 중 가장 성력이 높은 것은 뭐지?’
<태양경입니다.>
과거 성녀 이올렛이 사용했던 손거울이 바로 태양경이다.
이안이 그것을 택하자 하이란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본단에서 보관중인 성물이군요.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그는 바로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나온 그의 손에는 태양휘성석보다 네 배는 더 많아 보이는 성력이 담긴 거울을 들려 있었다.
“부디 좋은 일에 사용해 주시길 바랍니다.”
“예.”
<좋은 일에 쓰이겠지요.>
이안이 환골탈태를 할 때 쓰일 예정이니까.
키르케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어떤 일보다 중요했다.
받을 것을 다 받고 신전에서 나오자 블랜치가 물었다.
“난 슬슬 들어가 봐야 하는데. 넌 어떻게 할래? 나 일하는 호위대에 가면 내가 아는 애들 소개시켜 줄 수 있는데.”
하지만 이안은 아까와 마찬가지로 고개를 저었고 블랜치는 아쉬워했다.
“그럼 기도회 끝나면 같이 밥이나 먹자. 널 형님이랑 다른 분들에게도 널 소개시켜 주고 싶으니까.”
이번에 킬로드뿐만 아니라 가문의 강력한 무인들이 참석했다.
그들에게도 이안을 소개시켜 주고 싶었던 블랜치는 간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그 정도라면 뭐 어렵겠나.
그가 허락하자 블랜치는 히죽 웃고 가 버렸다.
홀로 신전 앞에 남은 이안은 휘성단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태양의 기운이 넘쳐 나네.”
<각지에서 모인 성직자들이 많으니까요.>
<그들이 내는 성력이 주인님께 도움이 될 겁니다.>
본단의 휘성단은 아카데미의 휘성단보다 몇 배는 훨씬 큰 곳이었다.
곳곳에 기도를 위해 마련된 제단이나 자리들이 많았고, 많은 성직자들이 있었다.
내일 대기도회를 앞두었기 때문일까?
다들 간절하게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그리고 개중에는 집중하며 기도를 드리느라 자신도 모르게 성력을 쓰는 이들도 있었다.
“먀아~ 먀아아~.”
이안은 그들 사이를 지나치며 태양의 기운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얼마나 돌아다녔을까?
휘성단의 태양신상이 있는 곳에 도착한 이안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몇몇 자리에 있는 사제들이 기도하며 지속적으로 성력을 내뿜고 있었다.
<이곳에서 가장 많은 태양의 기운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럼 여기에 자리 깔아야지.’
“먀아~ 먀먀~.”
먀네는 가부좌를 튼 이안의 다리 사이에 앉았다.
소리 높여 운 먀네가 눈을 감자 이안은 차분히 명상을 시작했다.
태양신전에 있는 동안 정체불명의 미소녀가 다가오거나. 또는 태양의 기운을 흡수하는 것을 눈치챈 고위 성직자가 나타나거나.
갑작스러운 악마의 등장이라거나. 혹은 누군가가 시비를 걸거나.
그런 사고 따위는 없었다.
해가 질 때까지 이안은 얌전하게 명상을 했고 성직자들도 얌전히 기도를 드렸다.
“후우…….”
꽤나 평화로웠던 시간이 끝난 것은 해가 저물 무렵이었다.
몇 시간을 같은 자세로 앉아 있었던 이안은 천천히 눈을 떴다.
노을이 사라지며 달이 뜨고 있었다.
휘성단도 문을 닫을 때가 됐기에 기도하던 성직자들도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먀아~ 먀먀~.”
먀네가 울자 이안은 먀네를 어깨에 올려 주었다.
몇몇 사제와 수녀들은 그걸 보고 훈훈하게 웃었다.
“빛의 정령이 따르는 것을 보니 분명 훌륭하신 분이겠군요.”
“다음에 꼭 저희 신전에 찾아와 주셨으면 합니다.”
윌리스의 말대로였다.
먀네를 데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태양신전의 성직자들은 이안에게 꽤나 호의적이었다.
“다음에 꼭 좀 찾아와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심지어 그들 중 몇몇은 자기 신전의 이름이 박힌 성물을 주기도 했다.
비록 성력이 약하다지만 이 또한 도움이 된다.
이안은 그들에게 감사하며 성물들을 챙겼다.
“대기도회 끝나고 태양의 기운을 줄게.”
“먐먐먀~.”
그 말이 기뻤는지 먀네는 이안의 얼굴에 얼굴을 비볐다.
복슬복슬한 털의 감촉을 느끼며 얼마나 걸었을까?
어느새 숙소가 있는 번화가 근처에 도착했다.
여기저기서 벌써 취한 이들이 몰려다니고 있었다.
그들을 지나치며 걷던 중 인적이 드문 곳을 지날 때 쯤 그의 눈앞에 누군가가 보였다.
“끄윽…… 크으…… 끅…….”
<커티스 칼뱅입니다.>
<칼뱅 자작가의 사남으로 현재 오러 유저급의 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아까 낮에 봤던 오하라 백작가의 머저리에게 굽신거리던 귀족 소년 중 하나다.
이안은 그를 힐끔 보고 가던 길을 마저 가려 했다.
그때.
골목에서 요리사 복장을 한 남자가 나와 그에게 다가갔다.
-스르릉!
그리고 단검을 뽑았다.
누가 봐도 습격하려는 것으로 보이자 이안은 발걸음을 멈췄다.
아까 블랜치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키르케도 그걸 알기에 이안에게 경고했다.
<귀족 살인 사건 발생 시 대기도회가 중지됩니다.>
“어이! 거기 뭐 하는 거냐!”
그의 외침에도 그는 도망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저 난감해하며 비굴하게 웃고 주변을 둘러 볼 뿐.
하지만 다른 사람이 없다는 것 때문일까?
이안의 마른 몸.
거기에 무기도 없다는 것을 본 그는 비굴함을 이용한 위장을 지우고 싸늘히 물었다.
“봤나?”
“봤다. 어쩔래.”
“그렇다면 죽어라.”
단검에 짙푸른 오러가 피어오른다.
그걸 본 이안은 콧방귀를 뀌었다.
“난 안 죽이는 대신 죽도록 패 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