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74)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74화(74/300)
◈ 제74화
37. 강자를 알아보는 것 – 2
신전에서 청소를 마친 이안은 여느 때처럼 예배에 참가했다.
대기도회 때 얻은 태양의 기운에 비하면 무척이나 적은 태양의 기운이다.
하지만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하지 않는가.
이렇게 꾸준히 모아 둬야 나중에 피곤한 일이 없다.
얌전히 예배를 드리며 태양의 기운을 모은 그가 휘성단에 들르자 라키드가 다가왔다.
“이안. 잠깐 괜찮나?”
“왜 그러십니까?”
“방학 때 무슨 일이 있었나?”
그가 묻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깨달음이라도 얻은 것 같군. 본 순간 바로 알았어.”
방학 전에 봤을 때와는 차원이 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보다 훨씬 거대해졌다.
“숨길 생각도 하지 않고.”
“예. 근데 못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그냥 얼굴과 몸이 더 좋아졌다.
일반인들은 그 정도 수준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산에 오른 자만이 다른 산의 높이를 아는 법이지. 아마 마스터 수준은 다들 느꼈을 거다.”
이안의 이질감을.
그가 생각 이상으로 거대하다는 것을.
라키드 역시 마스터였기에 그것을 눈치채고 말할 수 있었다.
“그것 때문에 부르신 겁니까?”
“아니. 스크랜다 교관님께서 아까 널 찾아오셨다. 예배가 끝나면 실습장으로 와 달라고 하시더군.”
방학 전에 스크랜다에게 아다만티움을 맡겼었다.
과연 어떤 검이 만들어져 있을까?
이안이 흥미로워하자 라키드는 그를 보며 물었다.
“그런데 내가 준 검은 어디 갔나?”
“……좋은 곳에 잘 썼습니다.”
신전에서 나오자마자 이안은 바로 스크랜다를 찾아갔다.
야금술 실습장에 도착하자 쇠를 두드리는 맑은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교관님.”
그를 힐끔 본 스크랜다는 옆에 둔 상자를 툭 쳤다.
열어 보니 짙은 검은색 검집에 감싸여 있는 검이 보였다.
이안은 검을 살짝 쥐어 보았다.
길이나 검자루, 검의 폭. 무게 등 모두 도안대로 만들어져 있었다.
“그 검 한 자루 만드는 데 들어간 비용이 상당했다.”
“청구서 주시죠.”
“그건 됐고. 다음에 드워븐 시티에 한번 가자꾸나.”
“어차피 가긴 가야 했는데…… 무슨 일 있으십니까?”
“드워븐 시티에서 널 직접 확인해 보고 싶다더군.”
인간이 드워프에 필적하는 실력을 지녔다는 것을 그들은 믿지 않았다.
이안이 만든 철괴를 보여 줬는데도 말이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조만간 한번 찾아가 보죠.”
가볍게 답한 그는 천천히 검을 뽑았다.
-스르릉.
낮은 검명과 함께 검이 뽑힌다.
드워프가 정성을 다해 만들었기 때문일까?
새로운 검은 이안이 보기에도 꽤나 괜찮아 보였다.
<폴바토 지저 세계의 2급 검과 같은 수준입니다.>
‘이쪽 세계의 드워프들도 무시하기는 어렵지. 타고난 대장장이에 건축가라니까.’
“좋군요.”
라키드의 검보다 훨씬 좋다.
이안은 검날을 손가락으로 몇 번 튕겨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세계의 검을 제외한 모든 기술을 쓰는 데 무리가 없습니다.>
물론 전력을 다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는 검을 톡톡 치거나 몇 번 휘둘러 보다가 다시 검집으로 되돌렸다.
“솔직하게 말해 다오. 마음에 안 드나?”
“아뇨. 마음에 듭니다.”
폴바르 지저 세계의 1급 무기는 그곳에서도 선택받은 극소수만이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만큼 이 세계의 기술 수준으로 만들 수 있는 검 중에서 이 검은 최고급에 속한다고 할 수 있으리라.
판단을 내린 이안이 말하자 스크랜다는 그제야 긴장감 섞인 표정을 풀고 파이프에 담배를 채웠다.
“네 일정에 맞춰서 갔다 오는 것으로 하지.”
“그러시죠.”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는지 그는 작업물 쪽으로 눈을 돌렸다.
새로운 검도 받았고 신전에도 다녀왔다.
바로 기숙사로 돌아온 이안이 마법서를 읽고 있을 때 문이 열리며 발라가 들어왔다.
“야! 이안! 여기 있냐?!”
“넌 언제 왔냐?”
“방금. 아. 그건 둘째 치고. 지금 아카데미 밖에서 달의 교단 사제가 너 찾는다.”
<아우트 사제입니다.>
탐색을 한 키르케가 보고하자 이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뭔데? 달의 교단 사제가 왜 널 찾는 거냐?”
“별거 아니고 성물 전달하러 온 거야.”
“성물이라니? 방학 때 뭘 하고 다닌건데?”
“여기저기 열심히 돌아다녔지.”
“그 돌아다닌 곳에 남부가 있었으면 더 좋았을 걸.”
“시간 모자랐어.”
거기 갈 여유가 있었다면 잊힌 도시의 탑에 들어가 봤을 거다.
그와 방학 때 있었던 일들에 대해 얘기를 하며 걸어 아카데미 앞에 도착하자 키르케의 말대로 아우트가 서 있었다.
“이안 성도님!”
상자를 들고 경건한 얼굴로 서 있던 그는 이안을 보자 곧 환한 미소를 지었다.
빠르게 달려온 그가 자신의 앞에 서자 이안은 가볍게 묵례했다.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진짜 아카데미 생도셨구나……. 아! 전에 말씀드렸던 성물을 가져왔습니다.”
투박하지만 정성을 다해 만든 상자다.
상자 안에는 하나의 팔찌가 들어있었다.
<풀문 목걸이의 약 세배 수준이군요.>
‘감사할 따름이지.’
“과거 달의 교단의 위대한 성자이신 에드실로 님께서 사용하시던 팔찌지요.”
“그런 귀한 것을……. 감사합니다.”
“뭘요. 그리고 교단에서 아카데미와의 제휴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정말 잘됐습니다.”
“그래서…… 아마 제가 당분간은 여기서 머물러야 할 것 같습니다. 교단의 신전이 세워질 위치를 선정해야 하고, 또 아카데미 분들과 협상을 해야 하니까요.”
“더 잘됐군요. 신전 부지 파악하실 때 같이 가시죠.”
“어!? 정말이신가요!? 마침 잘 되었습니다. 안그래도 다음 휴일에 한번 보고 싶었는데.”
<몽환세계의 약속의 수호를 사용합니다.>
“약속하겠습니다. 그때 같이 가기로.”
혼자가기 불안했던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아우트는 기뻐하며 웃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토끼 귀를 까딱거리던 그는 공손하게 인사하고 돌아갔다.
기숙사에 돌아오자마자 이안은 팔찌를 꺼냈고 발라는 감탄했다.
“야. 이거 진짜 귀해 보이는데? 그냥 팔아도 엄청 비싸겠다.”
“미쳤냐? 이걸 팔게?”
“그나저나 에드실로의 팔찌라니…… 그래진이 탐내겠는데? 삼백 년 전의 물건이잖아?”
“어. 그거. 나도 좀 보자.”
둘은 휙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자료를 들고 서 있는 그래진이 있었다.
“넌 언제 왔냐?”
“방금. 그런데 에드실로의 팔찌라니? 유적학회에서 달의 신전에 꾸준히 요청해도 안 주던 유물인데. 그걸 어떻게 얻은 거야?”
이안이 사정을 설명하자 그래진은 눈을 반짝였다.
“그거 내가 연구 좀 해도 되냐? 아니면 나한테 팔든가.”
“나중에.”
이안은 역사적 가치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그렇기에 달의 기운만 빼먹고 나면 볼일 없다.
그럼 유적에서 얻은 풀문 목걸이처럼 제값 받고 넘겨도 된다.
이안의 말에 그래진은 주먹을 꽉 쥐었다.
“좋았어!”
“좋기는. 야. 그런데 소식 들었냐? 제국 아카데미에서 보내는 교류전 얘기.”
그가 기뻐하는 것을 보던 발라는 침대에 앉았다.
옆에 앉아 있던 먀네를 안아 무릎 위에 올린 그는 복슬복슬한 털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뭔 소식?”
“넌 방금 왔다면서 잘도 그런 얘기 들었다.”
그래진과 이안이 한마디씩 하자 발라는 손사래를 쳤다.
“고향에 갔을 때 들었던 얘기일 뿐이거든? 이번에 제국 아카데미에서 작정하고 교류전에 사람을 보내려나 봐.”
“그래서 누가 오는데?”
“글쎄?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정보가 있지.”
“뭐.”
“제국 기사단 단장 빌프로스트가 은퇴하고 제국 아카데미의 교관이 되었다더라고. 그가 직접 교류전 인원을 이끌고 올라온다더라.”
제국 기사단 단장 빌프로스트.
황제의 첫 번째 검이라고 불리는 제국 내의 강자가 온다.
그런 강자가 교류전 인원을 이끌고 온다는 것은 그가 이끌 만한 생도가 있다는 이야기였다.
“제국 아카데미 내에서 그만한 생도는……?”
그래진은 짧게 중얼거린 후 어깨를 으쓱였다.
“역시 오스넨 황태자가 오겠군.”
“그래. 아아…….”
발라는 침대에 누우며 뒹굴거렸다.
“아마 당분간은 되게 피곤해지겠다.”
발라의 예상대로였다.
빌프로스트가 직접 교류전 인원을 이끌고 온다는 소식이 공식적으로 알려지자 아카데미에는 비상이 걸렸다.
그리고 그 비상은 생도들의 일정에도 영향을 끼쳤다.
“아무리 그래도 개학식 끝나자마자 바로 수업 들어가는 건 좀 그렇지 않나 싶다.”
위디아가 투덜거리자 그녀의 옆에 있던 블랜치는 한숨을 쉬었다.
“최대한 수업을 해서 실력을 높여 놓고 싶었나 보지. 그리고 이번 학기 때부터 상급 교관들 중에서 몇 명이 중급 애들도 가르친다더라.”
“어? 누가?”
그때 들어온 아란세는 칠판을 툭 쳤다.
“다들 무기 챙기고 훈련장으로 나와라.”
그의 말대로 다들 무기를 챙겨 들고 바깥으로 나갔다.
훈련장에 도착하자 그곳에는 한 명의 남자가 서 있었다.
상급 검술 교관 프리디온.
아카데미의 마스터 중 하나인 그에게 아란세가 뭔가 말하자 프리디온은 목록을 들었다.
“지금부터 호명하는 자는 특별 수업을 받는다.”
아까 블랜치가 말했던 일이 시작되려나 보다.
그는 목록을 확인한 후 바로 말했다.
“박바레, 위디아.”
그리고 천천히 목록이 적힌 종이를 내리며 눈을 돌렸다.
“그리고 이안. 너희는 특별 수업을 받는다.”
“언제까지 특별 수업을 받아야 합니까?”
박바레의 질문에 그는 간단한 답을 내놨다.
“날 한 대라도 맞힐 수 있을 때까지.”
<주인님은 금방 끝나시겠군요.>
‘그러게.’
“그런데 이안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저희는 왜 특별 수업 대상이 된 건가요?”
위디아의 질문에 프리디온은 아무렇지 않게 설명했다.
“너희 둘이 익스퍼트의 코앞에 있으니까. 그리고 너희 말고도 몇몇도 조만간 익스퍼트에 올라갈 수 있을 거다. 몇 명은 이미 올랐고.”
박바레와 위디아는 짧게 혀를 찼다.
그들도 익스퍼트가 코앞이라는 것쯤은 예상하고 있었다.
몰래 훈련해서 나중에 익스퍼트가 된 후 보여 주려고 했는데.
역시 아카데미 교관의 눈을 피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솔직히 좀 놀랐다. B반에는 관심 둘 만한 인재가 이안 외에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작년에 B반 생도들이 훈련을 하는 것을 봤었다.
그저 고만고만한 애송이들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방학이 지나니 실력이 크게 늘어나 있었다.
“저희가요?”
“그래. 오러를 조율하는 법이 꽤 늘어난 것 같다만.”
이안에게 지도받으며 들었었다.
오러 유저들은 오러만 막 쓰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실질적으로 오러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그 컨트롤이 중요하다는 것을.
프리디온은 그가 했던 것과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필요할 때만 오러를 쓸 수 있다는 것이 익스퍼트로 가는 지름길이지.”
박바레와 위디아는 이안을 보았다.
그 시선에 프리디온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네가 가르친 거냐?”
“조언 몇 마디를 했을 뿐입니다.”
“그렇군. 좋아. 자. 바로 시작한다. 이안. 넌 열외다.”
그가 뒤로 빠지자 둘은 무기를 들었다.
메이스와 쌍검을 든 그들이 자세를 잡자 프리디온은 목검을 들었다.
“실력 확인이 필요하니 전력을 다해라.”
“……예.”
박바레와 위디아의 몸에서 오러가 피어오른다.
그것을 본 프리디온은 오러조차 쓰지 않은 채 목검을 까딱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