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75)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75화(75/300)
◈ 제75화
38. 영광이다 – 1
대련에서 이변은 없었다.
아무리 둘이라지만 아직 유저에 불과한 둘이 숙련된 마스터의 상대가 되지는 못했다.
“아이고…….”
“처, 처음부터 너무 심하신 것 아니에요?”
“전장에서 그런 소리 하면 적이 퍽이나 좋아하겠군.”
그들에게 한마디 해 준 프리디온은 이안을 보았다.
이제부터가 진짜다.
그는 목검을 내려놓고 진검을 잡았다.
“괜찮겠지?”
“상관없겠죠.”
이안도 이번에 새로 얻은 검을 들었다.
그의 검과 자신의 검을 번갈아 바라본 프리디온은 떨떠름해했다.
“내 검도 어디 가서 밀리는 검은 아니지만 그 검은…… 어디서 얻은 거냐?”
“스크랜다 교관님께 받았습니다.”
“그때 가져온 것이 그건가? 드워븐 시티의 검이라니. 굉장하군.”
히죽 웃은 이안이 그에게 검을 겨눴다.
그 순간 프리디온은 온 몸이 떨리고 근육이 긴장하는 것을 느꼈다.
‘굉장하다. 나와 동급……? 아니 조금 더 위겠군.’
아카데미의 초청을 받아 상급 교관이 되었지만 늘 재미가 없었다.
고만고만한 애들이나 이제 막 마스터가 되어 기고만장하는 생도를 가르치는 일 따위가 뭐가 즐겁겠나.
라키드가 있을 때는 그나마 그와 검을 나누는 재미라도 있었지만 그가 검을 놓게 된 이후 수업에서는 별 재미를 못 느꼈었다.
그런데 이런 기회가 오게 되다니.
‘관두지 않길 잘했군.’
그는 흐뭇하게 웃고 검을 한 손으로 쥐었다.
“간다!!”
<전투 예지를 시작하겠습니다.>
<회피 기동을 지원하겠습니다.>
키르케가 서포트하려 하자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그냥 해도 괜찮아.’
가볍게 검을 잡은 이안이 천천히 숨을 내쉰다.
그 순간 프리디온은 몸이 굳는 것을 느꼈다.
자신보다 작고 마른 이안이 거대한 산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굉장하다.’
겉으로 보기엔 제대로 된 자세조차 갖추지 않았다.
하지만 어떻게 공격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프리디온은 침을 꿀꺽 삼키고 검을 꽉 쥐었다.
잘못 건드리면 진다.
그는 이를 악물고 처음부터 전력을 다하기로 했다.
“하아압!!”
강한 기합성과 함께 빠르게 검이 내리찍혔다.
머리를 노리는 강렬한 공격을 이안은 가볍게 검으로 튕겨 냈다.
하지만 이건 프리디온도 예상했던 방어다.
-우웅!
낮은 진동음과 함께 그의 다른 손에 오러 블레이드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것을 그대로 내지르려 했다.
‘내가 이겼다.’
이미 움직인 이안의 검이 이것마저 막을 수는 없으리라.
승리를 자신한 프리디온이 웃었을 때.
그는 목이 따끔한 것을 느꼈다.
“……헉.”
어느새 이안의 검이 목에 닿아 있었다.
‘볼 수 없었다.’
도대체 언제 자세가 바뀐 걸까?
언제 그가 검을 움직인 걸까?
만들어진 오러 블레이드를 움직이지도 못한 채 프리디온은 식은땀을 흘렸다.
‘나와 동급이거나 조금 더 강한 정도라고?’
그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한심하긴.’
까마득하다.
어쩌면 검성이나 숲지기, 황제가 이 정도일지도 모르겠다.
한순간 전의를 잃은 프리디온은 천천히 검을 내렸다.
“영웅제 때까지만 해도 답이 있어 보였는데…….”
방학 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강하던 녀석이 더욱 강해졌다.
프리디온이 검을 검집으로 되돌리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난 검성이나 숲지기, 황제와 싸워 본 적이 없다. 기껏해야 전장을 돌아다니며 몇몇 마스터들과 검을 섞어 본 것이 다지.”
“그렇습니까?”
“즉 진정한 강자와는 싸워 본 적이 없다는 거지.”
그리고 망설임 없이 허리를 숙였다.
“비록 네가 생도이긴 하지만. 너만 한 강자와 싸우게 되어 영광이다.”
상급 교관이 중급생도에게 저 정도 예를 보이자 구경하던 둘은 감탄했다.
“쟤가 강한 건 알고 있었지만 프리디온 교관님을 이길 정도란 말이야?”
“이안이 얼마나 강하길래…….”
위디아와 박바레가 경악을 하든 말든 프리디온은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가 말없이 구석으로 가 앉아 아까 있었던 일을 되짚는 사이 둘은 이안에게 달려갔다.
“야! 이안!”
“너 뭐냐?! 왜 이렇게 세?!”
“지금까지 꾸준히 말했지만 또 말해야겠군. 난 너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해.”
“강한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그럼 너 마스터야?”
오러 블레이드를 쓸 수 있는가.
위디아가 눈을 반짝이며 바라보자 이안은 대수롭지 않게 손을 들었다.
-우우웅!!
오러 블레이드라기보다는 검기에 가깝다.
하지만 형태는 비슷하니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겠지.
그걸 본 둘은 입을 쩍 벌렸다
“그럼 왜 중급에 있어?”
“당장 상급생도……. 아니 너 정도면 생도일 필요가 있나?”
둘의 질문에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라키드도 마스터인데 생도였잖아.”
“하긴 그렇지……. 그럼 승급 시험 언제 보려고?”
“안 봐. 아란세 교관님과 약속한 것도 있으니까 지켜야지.”
이안이 답하자 둘은 그에게 다른 것도 물으려 했다.
하지만 그것은 순식간에 저지당해버렸다.
“위디아! 박바레! 너흰 뭐 하냐! 훈련 계속한다!”
자리에서 일어난 프리디온이 부르고 있었다.
그걸 들은 둘은 그에게 달려가며 외쳤다.
“야. 이안. 이따가 또 얘기하자고!”
특별 수업은 계속 진행되었다.
물론 이안이 프리디온에게 수업을 받을 일은 없었다.
가르쳐야 할 그가 지는데 뭘 가르치겠나.
이안을 뺀 수업이 끝나자 그는 녹초가 된 둘을 가리켰다.
“이안. 넌 검술 및 개인 전투 수업 듣지 않아도 된다. 점수는 최고 점수를 주지.”
그럼 됐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프리디온은 머뭇거렸다.
“그 대신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가끔은 나와 대련 좀 해 다오.”
교관이 생도에게 가르침을 청한다.
그것만큼은 쑥스러웠는지 프리디온은 머쓱해하며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하지만 강해지기 위한 길에 교관이 어디 있고 생도가 어디 있나.
“그러시죠. 1회 대련당 성물 하나를 받겠습니다.”
“그 정도라면야. 고맙군.”
“하지만 자주는 안 됩니다. 저도 이래저래 할 일이 많아서.”
“할 일? 내가 도와줄 것은 없나?”
“아. 뭐 그런 건 아닙니다. 교양 수업도 들어야 하고 본과목 다른 수업 공부도 해야 해서요.”
“하긴. 아카데미에서 가르치는 것이 검술만은 아니니까. 아. 그래. 원한다면 상급의 수업을 듣게 해 주마.”
“지금은 중급으로도 충분합니다.”
이안의 거절에 프리디온은 꽤나 아쉬워했다.
검술 수업이 끝나자 박바레와 위디아는 이안이 프리디온을 이긴 것에 대해서 모두에게 알렸다.
하지만 다들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야. 이안이 마스터라니까?”
“난 그럴 것이라고 예측했지.”
“난 네가 그렇게 말할 것이라고 예측했지.”
B반 생도들의 반응에 둘은 인상을 찡그렸다.
“반응이 왜 이래?”
“야. 드레이크를 일격에 잡는 사람인데 마스터 정도는 됐지 않았겠냐?”
“애초에 이안이 지금까지 한 걸 보고 눈치 못 챈게 바보 아니냐?”
하륜이 어이없어하며 말하자 박바레와 위디아는 할 말을 잃었다.
“이안. 도대체 얼마나 강한 거예요?”
윌디가 묻자 교실에 있던 생도들이 모두 궁금해하며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마주하며 이안은 시큰둥하게 답했다.
“글쎄다. 적어도 너희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강하지 않을까 싶다.”
“와…… 그나저나 진짜 장난 아니다. 뭘 어떻게 배웠길래 그런 거야?”
“좋은 것을 배워서 열심히 익혔지. 그럼 내일 보자고.”
씩 웃은 이안이 가방을 챙겨 들고 먀네를 어깨에 올렸을 때.
벌컥 문이 열렸다.
“이안. 잠깐 괜찮나?”
아란세였다.
그는 나가려는 이안에게 다가가며 몇 가지 서류를 내밀었다.
“이번 휴일에 제국 아카데미를 맞이할 준비 겸 수업 예행연습을 하려고 하는데. 시간 괜찮나?”
“이번 휴일이요.”
이번 휴일에는 아우트 사제와 약속이 있었다.
그가 사정을 말하자 아란세는 무척이나 아쉬워했다.
“선약을 어길 수는 없지. 그래. 알겠다.”
“그런데 예행연습까지 필요합니까?”
“제국 아카데미 쪽의 커리큘럼과 우리 쪽의 커리큘럼을 비교해야 하니까. 그들이 얼마나 할지를 최대치로 잡고 파악해야지.”
이안의 지식은 어지간한 교관을 훌쩍 뛰어넘는 정도다.
다들 제국 아카데미가 오는 것에 불안해하고 있었다.
그런 만큼 그가 예행연습에 참가해 준다면 교관들도 안정적으로 수업을 진행할 수 있으리라.
“이번 휴일은 좀 그렇고 수업 끝난 후 야간에 시간을 내어드리지요.”
“그 정도라면 괜찮겠군. 고맙다.”
아란세는 이안을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별말씀을.”
“네가 있어 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갑자기 왜 이러십니까? 닭살 돋게.”
“그냥.”
아란세도 괜한 얘기를 했다는 듯 히죽 웃고 나가버렸다.
그가 가자 이안도 밖으로 나가버렸고 그 이야기를 전부 들은 생도들은 감탄했다.
“역시 장난 아니구만.”
어중간하게 뛰어나면 질투라도 하겠는데.
그런 것도 아니니 동경의 마음만 싹튼다.
“저 녀석 데리고 가면 가문 자체의 격을 엄청나게 올릴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데 이안네 집은 여전히 쟤한테 막 대하나?”
하륜이 묻자 그래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방학 때 그와 오래 있었지만 이안은 브랜든 남작가에 가겠다는 말도 안 했고 그곳에서 부르지도 않았다.
가끔씩 보면 거의 남 수준으로 이안은 그들을 생각하는 것 같았다.
“유적학회 쪽을 통해 알아보니 그들은 여전히 이안이라면 이를 갈고 싫어한다더군.”
“미쳤네.”
“야. 난 내 가족이었으면 매일 업고 다니겠던데.”
귀족들조차도 이해를 하지 못하는 상황을 그들은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만큼 시야가 좁고.
또 작은 것을 탐하며 큰 것을 놓치는 전형적인 작은 자들인 것이다.
집안에서 좋은 가르침을 받고, 또 아카데미에서도 제대로 배운 중급 생도들은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거기에 이안이 좀 그렇잖아.”
모든 성과의 보답을 자신이 갖고 브랜든 남작가로 보내지 않는다.
그것 때문에 브랜든 남작가에서는 더 싫어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우와. 대단하다. 남부에서도 그 정도로 뻔뻔한 사람들은 없는데.”
“자기들이 한 게 뭐 있다고. 받고 싶다면 사과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닐까?”
“그럴 정신이 있었으면 영웅제 우승했을 때 찾아왔겠지.”
성격 좋은 발라마저 질려 하자 윌디는 씁쓸해했다.
“그나저나 이안이 걱정이네요. 그런 것 때문에 괜히 상처받지 않을까요?”
“걔가?”
이 자리에 있는 모두는 그녀의 의견을 철저하게 부정했다.
이안은 자기 내키는 대로 움직이고 그것을 감당할 힘을 지녔다.
거기에 남 시선을 신경 안 쓰는 동아줄 같은 신경을 지녔다.
칼로 쑤셔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그가 무슨 상처를 받겠나.
그래진은 윌디를 향해 피식 웃었다.
“애초에 칼이 들어갈지나 의문이다.”
교실에서 나온 이안은 늘 하던 대로 태양신전으로 향했다.
그가 들어오는 것을 본 윌리스 사제는 싱글벙글 웃었다.
“오셨습니까. 성도님.”
“예. 윌리스 사제님. 오늘은 뭘 해야 할까요?”
“오늘은 그냥 쉬셔도 됩니다. 특별히 할 일은 없군요. 아. 그리고 한 가지.”
윌리스는 태양교단의 본단에서 보낸 편지를 내밀었다.
“저번에 대기도회를 무사히 치르게 해주신 데 감사 인사로 교단에서 브랜든 남작가에 지원을 하려고 하는데. 어떠십니까?”
그의 요청에 이안은 씩 웃었다.
“그러실 필요 없으니 성물이나 주시죠.”
그들이 한 게 뭐 있다고 지원을 해주나.
그는 언제나처럼 냉정하게 브랜든 남작가로 갈 지원을 끊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