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76)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76화(76/300)
◈ 제76화
38. 영광이다 – 2
늘 하던 대로 봉사 활동을 하고, 학기 초에 하는 교양 신청을 끝냈을 때쯤.
2학기의 첫 번째 휴일이 찾아왔다.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안 성도님.”
태양교단의 새벽 예배가 끝나자마자 이안은 아카데미의 입구로 향했다.
전에 했던 달의 신전 부지 확인 건에 대한 약속 때문이었다.
토끼 귀를 까딱거리며 그가 어색하게 웃자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아카데미에 달의 신전에 설립되는 것은 그도 바라는 일이다.
그러니 당연히 도와야 하지 않겠나.
“먀아~ 먀먀~.”
이안의 어깨에 있는 먀네가 반갑다는 듯 울자 아우트는 싱긋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그의 품 안에 들어간 먀네가 골골거리는 사이 이안은 안내도를 받았다.
<아카데미 서쪽 구역에 위치한 마법동의 건물입니다.>
<8년 전 폐쇄된 이후로 출입 금지 구역으로 지정된 곳입니다.>
“이왕이면 사람들이 많은 곳에 짓고 싶지만 마땅한 자리가 없다더군요.”
“그럴 겁니다. 지금 부지가 모자라서 안 쓰는 폐건물들을 철거한다고 하더군요.”
“아. 그럼 이게 박해는 아니었군요.”
아우트는 안도했다.
물론 프레돈 아카데미에 인간 외 종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수가 적어서 괜히 미움받는 것이 아닌가 걱정됐나 보다.
“달의 교단이 사교도 아닌데 박해를 하겠습니까. 가시죠.”
이안은 아우트를 데리고 서쪽 구역으로 향했다.
인적이 드문 지역을 지나 도착한 곳은 이제는 쓰지 않는 폐건물이었다.
꽤 오래되어 보이는 건물을 보던 아우트는 안내도와 건물의 이름을 번갈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여깁니다.”
생각 이상으로 건물은 낡아 있었다.
벽 여기저기에 금이 간 데다가 창문들도 반쯤 부서져 있었다.
난간은 반쯤 떨어졌고 지붕에도 구멍이 뚫려 있다.
“붕괴의 위험도 있어서 철거 후 이곳에 신전을 새로 세워야 합니다.”
“철거에 새로 건축이라. 비용이 만만치 않겠군요.”
돈이 언급되자 아우트는 어깨를 움츠렸다.
“예. 아카데미에서도 지원을 받기는 했지만…… 사실 자금이 좀 부족합니다. 그래서 일단은 천막을 이용한 가건물로 신전을 세워 볼까 생각 중입니다.”
철거 비용이야 아카데미에서 감당한다 치더라도 신전 건축 비용은 달의 교단에서 내야 한다.
하지만 가난한 달의 교단에서 제대로 된 신전을 지을 수 있겠나.
차근차근 비용을 모아 천천히 세울 예정이다.
아우트는 웃으며 겸연쩍음을 숨겼다.
“그리고 작업도 달의 교단 사제님들께 요청드릴까 합니다. 달의 교단에선 이런 일도 많이 하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럼 아카데미에 사제님들이 더 오신다는 말씀이시겠군요.”
“예? 예. 그렇죠.”
이안은 히죽 웃었다.
“어떻게 사제님들께서 그런 일을 하실 수 있겠습니까. 철거와 신전 건축. 제가 해 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아우트는 당황하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이안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말을 이어 나갔다.
“그 대신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저를 위한 기도회를 열어 주십시오.”
“기도회는 어렵지 않습니다만……. 성도님. 귀족 맞으시죠? 그런 험한 일을 하실 수 있겠습니까?”
“뭐 부수고 만드는 작업 정도는 기본입니다.”
<폴바토 지저 세계의 건축술을 활용한다면 어려울 것이 없습니다.>
키르케의 말대로다.
야금술과 건축술이 어떤 차원보다 앞섰던 그곳에서도 그는 마지막으로 두드리는 자로 명성을 날렸었다.
그런데 고작 신전 하나 따위 만드는 게 어렵겠나.
이안이 말하자 아우트는 무안해했다.
“성도님께는 항상 도움만 받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허락하신 것으로 알겠습니다.”
“예. 하지만 기도회만으로는 부족한 듯싶으니 본단에 직접 요청하여 성물을 보내 달라고 하겠습니다.”
“그럼 저야 더 좋죠. 작업은 언제부터 해야 합니까?”
“이제 인부 고용과 건설업자들의 고용만 남겨 둔 상황이라……. 자재는 마을에서 구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군요. 그럼 제가 인부를 좀 데리고 오겠습니다.”
“인부들은 제가 고용하겠습니다. 마을 쪽에 알아보니까 인부들이 꽤 있더군요.”
이안은 고개를 젓고 도면을 툭 쳤다.
“아카데미 건물은 보안 때문에 마법적으로 방비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잘못 건드리면 설치된 보안 마법들이 폭주합니다.”
당장 건물의 도면에도 보안 마법이 걸린 곳이 나와 있었다.
설명을 들은 아우트는 깜짝 놀랐다.
“크, 큰일 날 뻔했겠군요. 어쩐지 지급된 철거 비용이 많더라니…….”
“그럼 가시죠.”
이안은 아우트를 데리고 기숙사로 향했다.
“왜 기숙사로 가십니까?”
“할 일 없는 인간들 좀 불러다가 쓰려고 합니다.”
기숙사 문을 열자 마침 로비에 하륜이 있었다.
이안이 자신을 바라보자 그는 의아해했다.
“왜?”
“할 일 없으면 나 좀 도와 달라고.”
“그러지.”
하륜이 순순히 허락하자 이안은 다른 이들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기숙사에는 하륜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들 개인 훈련이나 레포트 작성이라도 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뭘 도와 달라는 거야?”
“서쪽 폐건물 철거 작업. 아카데미에 달의 신전 부지 마련할 거야.”
둘이 대화하는 사이 아우트는 하륜에게 다가가 살짝 고개를 숙였다.
“반갑습니다. 성도님. 달의 교단 사제 아우트입니다.”
“하륜 솔트입니다.”
인사도 했으니 됐다.
이안은 둘을 데리고 바로 폐건물로 향했다.
“사제님께선 쉬고 계시죠. 정리한 후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럴 수야 없지요.”
“위험할 텐데요. 여기저기 무너질 수도 있고.”
“저도 튼튼하답니다. 이 정도는 할 수 있어요.”
그는 얇은 팔을 들어 보였다.
그걸 본 이안과 하륜은 훈련 덕분에 두꺼워진 근육질의 팔을 보였다.
“무, 물론 성도님들보다는 못하겠지만요.”
체형도 작은 아우트는 잔뜩 주눅이 들었다.
그걸 바라보던 하륜은 이안을 툭 쳤다.
“네가 잘 보살펴 드리면 되겠네.”
“그래야겠군. 그럼 빨리 확인해 보고 나오도록 하죠.”
이안이 선두로 나섰다.
폐건물의 입구는 잠겨 있었다.
“열쇠 받아 왔습니다.”
아우트가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려는 찰나 그는 언락 마법을 사용했다.
순식간에 잠긴 문이 열린다.
“들어가시죠.”
그들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아우트는 멍하니 바라보다가 황급히 쫓았다.
건물 내부는 폐허라고 생각하기에 딱 걸맞았다.
현관 부분부터 금 가 있는 곳이 많은 데다가 천장 부분이 떨어진 곳도 있었다.
“와…… 이런 상태의 건물은 달의 신전 중에서도 보기 힘든건데. 왜 지금까지 철거를 안 하신 건가요?”
“아카데미의 건물들은 대부분 각 왕국이나 기관의 후원으로 건설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철거할 때도 교관 회의를 거쳐야 한다.
그때마다 비용 문제나 건물을 제공해 준 이들의 관계를 생각해 계속 미뤄진 것이다.
괜히 나서서 부수자고 했다가 건물을 제공해 준 곳과 사이가 나빠질 수 있으니 말이다.
즉 나 아닌 누군가가 해 주길 바라며 떠넘기다 보니 이렇게 되었단다.
하륜이 말하자 이안은 피식 웃었다.
‘이런 문제는 어느 세상을 가도 똑같네.’
<책임이라는 것은 꽤나 무거운 것이니까요.>
‘그렇긴 하지. 키르케. 이 건물 내에 걸려 있는 마법의 위치 파악해 봐. 설계 도면이랑 맞나?’
<설계도에 나와 있지 않은 마법이 존재합니다.>
‘어떤 거지?’
이 건물은 마법동으로 쓰이던 곳이다.
그러니 마법사들이 몰래 걸어 둔 허가받지 않은 마법이 있는 것도 이상할 것은 없다.
이안이 묻자 키르케는 탐색 결과를 보고했다.
<지하에 8서클 수준의 차원왜곡 마법이, 3층에 5서클 수준의 흑마법이 존재합니다.>
키르케가 설명하는 사이 하륜은 도면을 확인했다.
“1층은 교무처만 들르면 되겠군. 그쪽으로 가 보자.”
-삐걱…… 삐걱…….
이동할 때마다 나무로 만들어진 바닥의 소리가 거슬린다.
묘하게 기분 나쁜 소리를 들으며 아우트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몸이 떨릴 정도의 불길함이 느껴지고 있었다.
“여기다.”
-찰칵!
언락 마법으로 간단하게 잠긴 문을 열자 매캐한 냄새가 풍겨 나왔다.
썩거나 눅눅해진 종이.
습기를 머금고 곰팡이에 뒤덮여 있는 나무 책상.
교관들이 머물렀던 것으로 생각되는 삭은 침대.
반쯤 부서진 교탁들.
칠판에 적혀 있는 안내 사항.
사람의 손길이 없는 것이 확실히 수년간 아무도 들어오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아우트가 다시 주변을 둘러보는 사이 하륜은 문 쪽을 확인했다.
그곳에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보안 마법의 해제는 이렇게 마력을 부여하면서 그 흐름을 끊는 거야.”
-챙그랑!!
하륜이 마력을 부여하고 잠시 후 벽에 새겨져 있던 마법진이 해제된다.
간단하게 해제를 끝낸 그는 문을 열었다.
“여긴 이 외에 딱히 문제 될 만한 것은 없어. 이안. 어떻게 하는지 알 것 같아?”
“쉽겠네.”
이쪽에서는 어떻게 하나 싶었는데 크게 어려울 것도 없다.
마법진의 분석만 되면 쉬운 것이니 바로 할 수도 있었다.
“그래? 그럼 다음 것은 네가 해봐.”
“저…….”
그때 뒤따르던 아우트가 입을 열었다.
둘이 고개를 돌리자 그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분위기가 이상합니다. 혹시 모르니 여러분께 축복을 걸어 드려도 될까요?”
사양할 이유 따위는 없었다.
둘이 받아들이자 아우트는 바로 기도를 해 축복을 걸었다.
“이제 됐습니다. 사악한 힘은 여러분께 닿지 못할 겁니다.”
“그렇군요. 자. 그럼 다른 곳으로 가시죠.”
교무처 밖으로 나온 그들이 다시 긴 복도를 걸어가려고 할 때.
-퉁.
“음?”
복도 끝 쪽에서 무언가 소리가 들렸다.
이안 일행은 그쪽을 향해 눈을 돌렸다.
방금 전까지 아무것도 없던 복도에 무언가가 쓰러져 있었다.
검은색과 흰색, 붉은색으로 이루어진 뭔가다.
“아까 전까지 저거 없었지?”
“없었지. 사제님께서 느끼신 불길함이 저겁니까?”
아우트의 안색이 하얗게 물들어 있었다.
“사, 사악한 존재입니다.”
“악마?”
“악마는 아닌듯.”
하륜의 질문에 이안이 답했을 때 아우트는 디바인마크를 들었다.
“그것은 아닙니다. 그, 그저 불길하고 음험한…… 죽은 자의 혼이…….”
-우득. 우드득.
그 무언가가 몸을 일으켰다.
검은색.
그것은 무릎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였고 하얀색은 입고 있던 드레스였다.
그리고 붉은색은.
눈에서 흘러내려 몸을 적신 피라고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우드득! 드드득!!
기묘하게 관절을 꺾으며 일어난 것은 셋을 향해 다가왔다.
처음은 걸음.
그리고 다음은.
-꺄하하아아아아아!!
끔찍한 비명과 함께 고개를 쳐든 채 달리기.
피가 뚝뚝 떨어지는 단검을 들고 미친 듯이 뛰어오는 그녀를 향해 하륜이 지팡이를 겨눴다.
“멀티플 매직 애로우!!”
수십 발의 마력 화살이 여인에게 꽂혔다.
비틀거린 그녀가 다시 고개를 쳐들었지만 이안이 기다리고 있었다.
<천축의 삼장. 소청팔부진언을 사용합니다.>
“옴 살바 지바나 가아나리 사바하.”
이안의 입에서 항마의 기운이 담긴 진언이 흘러나왔다.
-꺄아아아악!!
그것만으로도 여인은 비명을 지르며 산산이 흩어져 버렸다.
“자. 올라가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이안이 말하자 하륜은 놀라며 물었다.
“방금 뭐한거냐?”
“죽은 자를 쫓는 진언. 기도문 같은 거지.”
“오. 그거 굉장하네.”
신기하긴 했지만 이안이 이렇게 신기한 건 하루 이틀이 아니다.
적응이 된 탓에 하륜은 더 묻지 않았다.
둘 다 방금 전 일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태평하다.
그들을 지켜보던 아우트는 떨떠름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아, 아카데미 생도분들은 원래 이러십니까? 저, 저건 유령인데…….”
“유령이라고 해 봤자 그냥 언데드 몬스터잖습니까. 하륜. 저거 밴시 맞지?”
“응.”
이안도 그렇지만 하륜도 마법사로서 냉정한 편이다.
셋 중 사제인 아우트는 어쩔 줄 몰라 할 뿐이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밴시가 나타난 걸까?”
“저기…… 아까 흑마법의 기운을 느꼈습니다.”
아우트가 조심스럽게 말하자 하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럴 리가 없는데…….”
“확실합니다.”
확신하는 아우트에게 하륜은 딱 잘라 부정했다.
“최후의 흑마법사 블랙독 이후 흑마법이 사라진 지 백 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흑마법이라니.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런 하륜을 향해 이안은 담담하게 말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하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