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77)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77화(77/300)
◈ 제77화
39. 괴물이 왔다 – 1
흑마법에 대해서는 키르케도 확인했다.
그가 말하자 하륜은 이안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게 진짜라면 골치아프게 됐군.”
“왜?”
“나야 마법사고 마탑에도 등록되어 있으니까 흑마법과 관련된 일이 있으면 개입 및 조사 의무가 있어.”
“저희 달의 교단에서도 흑마법을 인정할 수는 없습니다. 흑마법의 제물에는 산 제물도 있지요.”
그리고 그 산 제물 중에는 사람도 포함된다.
그런만큼 흑마법은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안은 달랐다.
마탑에 속한 것도 아니고 태양이나 달의 교단에서 세례를 받은 신자도 아니다.
괜한 일에 낄 필요 있냐는 질문에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전 상관없습니다.”
그 발언에 하륜은 안도했다.
어째 아카데미의 교관들이나 마탑의 마법사들이 지원해 준다는 것보다 더 안심이 된다.
“그럼 올라가 보지요. 아우트 사제님. 어디서 흑마법의 기운이 느껴지셨습니까?”
“3층입니다.”
“그럼 바로 3층으로 가시죠.”
설계 도면에 따르면 2층에는 보안 마법이 없었다.
그렇기에 2층은 건너뛰고 셋은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삐걱…… 삐이걱…….
기분 나쁜 나무 소리가 계속해서 들린다.
아우트는 아예 디바인 마크를 꺼냈고 하륜은 마법을 준비했다.
“야. 하륜. 알고 있겠지만…….”
“알아. 큰 마법은 못 쓴다는 거. 그리고 불 계열의 마법도 그렇지.”
이 건물은 낡았다.
자칫 잘못 마법을 썼다간 시설들에 걸려 있는 마법이 폭주해 건물 전체가 무너지거나 불타 버릴 수도 있었다.
“알면 됐고.”
<3층 진입로에 밴시 3개체가 존재합니다.>
키르케의 보고대로 이안의 감각에도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아우트 역시 안 좋은 기분을 느꼈는지 기도에 더 집중했다.
그렇게 셋은 3층 복도에 진입했고 불길함을 이끌고 다니는 유령들을 발견했다.
-꺄아아악!
-꺄아아아아~
-끼에에엑!!
흉측한 비명을 내지르며 피가 떨어지는 단검을 든 유령들이 복도를 지나쳤다.
그러다가 하나가 이안 일행의 기척을 느꼈는지 기괴하게 고개를 돌렸다.
-우득. 우드득.
180도로 돌아 버린 머리의 눈에서 피눈물이 흘러내렸다.
“이런! 밴시가 운다!!”
언데드 몬스터 중 하나인 밴시가 울면 주변에 있는 모든 언데드들이 강화된다.
그 전에 없애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하륜이 마법을 쓰려는 순간.
<무대륙 소림 72예 파마법. 사자후를 사용합니다.>
“뚝!!”
이안의 포효가 터져 나왔다.
무 대륙의 소림이라는 문파에서 익힌 기술 중 하나인 파마의 외침이 울려 퍼진다.
그 충격에 밴시는 자신도 모르게 울음을 삼켜 버렸다.
“뭐 한 거야?”
“울지 못하게 한 거다. 자, 잡자고.”
사자후의 여파 때문인지 주변의 밴시들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그걸 본 아우트는 빠르게 디바인 마크를 들었다.
“달빛 아래 죽은 자는 재로 돌아갈지어다!!”
강한 성력이 디바인 마크에서 쏟아진다.
그것에 담긴 달의 기운을 이안이 흡수하는 사이 밴시들이 사라졌다.
-아아아아…….
-우우우우우…….
-끼하아아아악!! 히히히히!!
하지만 아우트가 내뿜은 성력 때문일까?
3층의 폐쇄된 연구실에서부터 고스트와 밴시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적어도 수십 개체는 되어 보이는 이들이 적의를 품었다.
그들을 둘러보던 이안은 한쪽을 가리켰다.
“야. 하륜. 저거 아카데미 생도복 아니냐?”
“어?”
희뿌연 몸을 지니고 있는 고스트 중 하나를 하륜은 지그시 응시했다.
이안의 말대로였다.
한 고스트가.
아니, 하나가 아니었다.
“다섯 이상?!”
고스트는 사람이 죽으며 생겨나는 언데드 계열의 몬스터다.
특징으로는 죽었을 때의 복장을 유지한다는 것인데 이곳의 고스트 중 일부가 아카데미 생도복을 입고 있었다.
“성도님들! 저들에겐 물리력이 통하지 않습니다! 축복을…….”
“다들 눈이나 감으시죠.”
이안의 말에 하륜과 아우트는 눈을 꽉 감았다.
그 순간 그의 검에서 막대한 빛이 뿜어졌다.
천마신공 태양의 장.
광륜.
자고로 유령이라 함은 태양 아래 힘을 쓰지 못하는 법 아닌가.
어둠을 물리치는 태양 빛은 단번에 밴시와 고스트들을 휩쓸어 버렸다.
-꺄아아아악…….
낮은 단말마 한 번이 끝이었다.
그들을 일격에 소멸시킨 이안은 검집으로 검을 되돌렸다.
“다 됐습니다.”
아우트는 살짝 눈을 떴다.
방금 전까지 막대한 증오를 뿜어내던 밴시와 고스트는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아…… 역시 이안 성도님이십니다.”
“뭐 어떻게 한 거야?”
“태양의 힘을 모아서 터트린 것뿐이지. 이건 별것도 아니야.”
늘 그랬던 것처럼 이안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충분히 대수로울 일인데도 이런 일이 워낙 많아서 그런 것일까?
하륜은 이번 역시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자. 그럼 흑마법과 관련된 것이 어디 있으려나…….”
<가장 끝의 방에 존재합니다.>
“저 끝의 방에서 흑마법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키르케와 아우트가 같은 발언을 꺼냈다.
이안이 그쪽으로 가자 하륜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흑마법이 남아 있다고……?”
“보면 알겠지.”
연구실로 이어지는 듯한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하지만 이안의 언락 마법을 버티지는 못했다.
잠금장치가 풀리는 소리와 함께 그는 문을 벌컥 열었다.
드러난 내부의 광경에 하륜은 침을 꿀꺽 삼켰다.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져 있었다.
“달이시여…….”
아우트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성호를 그었다.
벽에는 온통 피로 그린 듯한 불길한 마법진들뿐이었다.
그리고 방의 가운데에는 역전된 오망성과 함께 인간의 두개골이 쌓여 있었다.
누가 봐도 알 수 있었다.
“사악한…… 사악한 흑마법의 잔재입니다.”
“이게 뭔…….”
하륜조차도 말을 제대로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사이 안을 살핀 이안은 가운데의 진과 두개골들을 확인했다.
두개골들에는 흑마법을 위한 처리가 되어 있었다.
<가장 위의 두개골은 만들어진 지 1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형태를 보니 12, 3세 정도의 여자아이로 보이네.’
해부학 지식을 기반으로 봤을 때 이 두개골뿐만 아니라 다른 두개골 모두.
종족은 전부 다르지만 20세를 넘지 않았다.
그리고 모두.
“여자. 그것도 소녀의 것이군요.”
이안이 담담하게 말하자 아우트는 주먹을 꽉 쥐었다.
“흑마법의 제물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이 바로 20세 미만의 처녀야. 그러니…….”
저런 제물이 있는 것이리라.
이안은 두개골의 수와 아까 잡았던 밴시, 고스트의 수를 비교해 보았다.
“그 밴시와 고스트는 여기서 만들어졌겠군.”
“잠깐만…… 마법진을 확인해 보자.”
하륜은 떨리는 눈으로 벽의 마법진들을 확인했다.
그사이 아우트는 계속 기도하며 방을 정화해 갔다.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정화가 끝나자 아우트는 우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입니까…….”
“이거 진짜 보통 일이 아니다. 어서 가서…….”
하륜이 나가서 보고하려고 하자 이안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곳. 만들어진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어.”
“어? 그래?”
“그리고 한 가지 더.”
이안은 제물과 마법진을 가리켰다.
“내 해석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여기 마법진들. 밴시와 고스트를 만들어 낸 후 건물에 들어온 자들을 죽이거나 쫓아내게 하는 것이 다야. 절대 바깥으로 나가지 않아.”
“음. 이 마법진은 수호의 형태를 갖추고 있어. 즉 여기를 지키려고 했다는 거지. 용케 알아봤네?”
“도서관에도 흑마법과 관련된 책이 있더라고. 아무튼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이안은 근처의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
“왜지?”
“예?”
“왜 흑마법이 여기에 있을까요?”
흑마법으로 이 건물을 지키려고 했다?
거기까진 좋다.
문제는 이거다.
누가 무슨 이유로 여기서 이런 짓을 했느냐였다.
그 말을 들은 아우트와 하륜은 흠칫 놀랐다.
흑마법이 다시 나타났다는 것에 놀라 그것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조사를 더 해 봐야겠군요.”
“야. 이안. 난…….”
“그래. 넌 가서 보고하고 와라. 지금 철거가 문제가 아닌 것 같으니까.”
이안 일행은 일단 밑으로 내려갔다.
일 층의 문을 통해 하륜이 나가자 이안은 아우트를 보았다.
“사제님. 좀 더 움직일 수 있으시지요?”
“예? 아. 물론입니다. 기도해 드릴까요?”
“매력적인 제안이고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가 기도를 시작하자 성력이 흘러나온다.
달의 기운을 한껏 받은 이안은 그의 기도가 끝나자 말했다.
“한 군데 더 확인해 보고 싶은 곳이 있습니다.”
지하에 있다는 8서클 마법을 확인하러 가 봐야 한다.
아우트가 고개를 끄덕이지 이안은 그를 데리고 밑으로 내려가 보았다.
창고로 쓰였을 지하실에는 먼지와 잡동사니들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예.”
<지하실 끝 쪽, 좌측의 벽입니다.>
“왜 그러십니까?”
아우트를 두고 그곳에 가 본 이안은 벽을 만져 보았다.
모르는 이들은 그냥 벽이라고 생각할 정도다.
하지만 이곳에 분명히 있었다.
<8서클 차원계 마법. 차원왜곡입니다.>
‘8서클 마법이면 지금 마탑의 로드들도 쉽게 못 쓰는 마법이야. 어디 보자…….’
이곳에 있어야 할 문이 왜곡된 차원에 숨겨져 있다.
아니, 문 뿐만이 아니다.
이 뒤의 다른 모든 것들이 다른 왜곡된 차원에 있었다.
어지간한 봉인 이상으로 가려진 것이다.
확인해 본 이안은 키르케에게 말했다
‘분석해서 해제하려면 며칠은 걸리겠군. 세계의 검. 준비해.’
<세계의 검을 준비합니다.>
그가 보유한 세계관에서 힘이 끌어져 나온다.
검이 파괴되기 직전의 아슬아슬한 수준까지 힘을 모은 그는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그 순간 벽과 함께 결계가 베여 버렸다.
모든 것을 벨 수 있는 검격이 8서클의 마법까지 베어 버린 것이다.
마법사나 검사들이 봤다면 기절할 만한 일을 했지만 아우트는 마법사도 검사도 아니다.
그렇기에 그저 고개만 갸웃거리며 신기해할 뿐이었다.
“와. 여기에도 비밀 통로가 있었군요.”
그때 위에서 소리가 들렸다.
사람이 들어오는 소리라 이안은 바로 외쳤다.
“여기다!!”
그의 외침을 들은 것일까?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내려왔다.
아란세, 하운드. 발렌타인.
마지막으로 그래진이었다.
“넌 왜 왔냐?”
“아란세 교관님이랑 일 좀 하다가 얘기 듣고 와 봤지. 그런데 이 건물에서 흑마법의 흔적이 발견되었다면서?”
교관들의 표정은 모두 굳어 있었다.
특히나 가장 굳은 것은 발렌타인이었다.
“그런데 발렌타인 교관님은 왜 저러시냐?”
“이 건물 관리자시니까.”
이안은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만약 발렌타인이 흑마법사라면 이건 정말 놀라운 일일 거다.
이안과 키르케의 눈을 속인 거니까.
“흑마법 쓰십니까?”
“아니에요!!”
그녀는 정색하며 손사래를 치고 다급하게 말했다.
“방학 때 제비뽑기에서 걸려서 이곳의 관리를 맡은 것뿐이라구요…….”
억울해하는 그녀를 향해 하륜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럼 그 전의 관리자는 누구였습니까?”
“이 건물 말고도 다른 폐건물들. 모두…….”
발렌타인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헤이스팅스 교관님께서 직접 관리를 하셨어요.”
그 말을 들은 이안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 작자는 안 꼈던 곳이 없네.”
“실종되기 전까지만 해도 아카데미의 대소사에 꽤나 관여했으니까. 그런데 이안. 저건 뭐냐? 저런 계단은 설계도에 없던 곳인데.”
지하에서 더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가리키며 아란세가 묻자 이안 대신 아우트가 답했다.
“이안 성도님께서 방금 발견하신 겁니다. 저희도 아직 가 보지 않아 알 수 없습니다.”
“흠…… 발렌타인, 하운드 교관. 하륜. 흑마법의 흔적이 있는 곳으로 가 보도록 해. 그리고 나머지는 밑으로 가 봅시다.”
“예.”
두 패로 나뉘었다.
이안과 그래진, 아우트, 아란세는 바로 한 층 더 지하로 내려갔다.
꽤나 깊숙한 계단을 타고 내려가자 철문 하나가 있었다.
굳게 잠긴 문을 언락 마법으로 풀어내자 안이 보인다.
그걸 본 그래진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건…….”
“뭔지 아냐? 그래진?”
“예.”
아란세의 질문에 그래진은 떨떠름함이 가득 담긴 어조로 말했다.
“발록 유적의 제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