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78)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78화(78/300)
◈ 제78화
39. 괴물이 왔다 – 2
이안은 주변을 살펴보았다.
넓은 방의 중앙에 있는 제단 외에도 주변에는 사람의 흔적이 있었다.
그중 책상에 있는 일지가 눈에 들어왔다.
[1월 19일. 19차 실험. 피험자 사망.] [12월 17일. 18차 실험. 제물 부족.] [그 분께 요청하여 제물로 쓰일 재능의 별 혹은 아카데미 내 인원 중에서 제물을 획득 바람.] [11월 7일. 17차 실험. 피험자 사망.] [10월 22일. 16차 실험. 피험자 사망.].
.
.
아무리 봐도 인체 실험과 관련된 일지다.
그것도 하나를 제외한 모든 결과가 실패로 돌아간 실험의.
이안은 그것을 내려놓고 물었다.
‘키르케. 이것과 관련된 보고서가 이 건물이나, 혹은 아카데미에 있나?’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것과 관련된 기록은?’
<현재 레벨로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키르케는 봉인되었든 봉인되지 않았든 세상에 있는 기록된 정보는 모두 확인이 가능하다.
그런 키르케가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은 보고서 자체가 만들어지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완전 기억 능력을 이용하는 것이겠군.’
<그렇습니다.>
‘현재 이 세계에 존재하는 완전 기억 능력자는 어디 있지?’
<현재 레벨로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보안을 유지하는 법은 다른 세계에도 있었다.
본 것을 완벽하게 기억하는 능력을 가진 자를 이용해 보고서를 만들지 않고 내용을 기억하게 하여 보안을 유지하는 거다.
그 자만 제대로 세뇌하고 지킬 수 있다면 어지간한 보안보다 훨씬 나은 방법이다.
그게 아니면 이 실험의 관리자가 완전 기억 능력을 지녔을 수도 있다.
“뭐냐? 그건.”
이안의 옆에 있는 일지에 아란세도 시선을 보냈다.
그것을 읽어 본 그는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이것과 관련된 보고서가 있나 찾아봅시다.”
하지만 있을 리 있나.
나온 것이 없자 그래진은 이안에게 다가갔다.
“이안. 혹시 다른 공간은 없어??”
“없어.”
키르케도 그렇지만 이안도 여기서 더는 찾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의 답에 그래진은 제단을 빤히 바라보았다.
“흑마법. 그리고 발록 유적의 제단…… 이게 무슨 관계가 있을까?”
“그리고 헤이스팅스와의 관계도 생각해 봐야지.”
“그러고 보니 몇몇 건물들의 철거에 대해서 헤이스팅스가 꽤나 반대했다고 하던데.”
“어? 그렇습니까?”
아란세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교관 회의 때 부지 관련해서 꽤 오래전부터 얘기가 나왔었어.”
오래돼서 쓰지 않는 건물들은 철거한 후에 새로운 건물을 짓자고 말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헤이스팅스가 격렬하게 반대했다고 한다.
“아카데미의 역사와 전통이 남아 있는 건물을 마구 철거할 수는 없다고 했지. 이후 그 관리까지 헤이스팅스가 직접 맡았었다.”
“그럼 일지에 적힌 제물은 뭘까요?”
아우트가 조심스레 묻자 그건 아란세도 모르겠는지 고개를 저었다.
“글쎄요. 그건 저도 모르겠군요.”
“그래진. 재능의 별에 대해 아는 게 있나?”
“이건 발록 유적에도 나오는 말이야. 타인에게서 빼앗은 재능이 하나로 뭉쳐져 구현되면 그것을 재능의 별이라고 하더군.”
“아카데미 생도 중에도 실험을 위해 재능을 빼앗긴 자가 있다 이건가?”
“글쎄. 그건 모를 일이지.”
이 또한 조사를 해 봐야 알 일이다.
갑자기 성적이 떨어진 이들 중에서 찾아보면 나오지 않을까?
하지만 키르케에게 물어봐도 그런 자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의식을 치르고 실력 하락이 드러나기 전에 제거하거나 흑마법용 제물로 삼았다면 가능하지. 아카데미 내 실종자의 수는?’
<매년 10명 이상 존재합니다.>
미얄 산맥에서의 훈련 때 실종되는 것만이 아니다.
하급에서도 도망치는 자들이 얼마든지 있고 상급 임무 수행 중에 행방불명되는 생도도 있다.
키르케가 보고하는 사이 그래진은 제단을 툭툭 쳤다.
“아무튼 이 제단이 발록 유적과 관련된 것이라는 건 확실해.”
“그럼 한 가지 문제가 남았군.”
이 일지에 나오는 그 분이 누구인지 알아봐야 한다.
아란세가 진지하게 말하자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그 분이라면 헤이스팅스가 말하던 자다.
레일라가 알아낸 판데모니움이라는 조직과 관련되었을 가능성이 충분한 비밀 조직.
어쩌면 이 제단과 실험도 그들과 관련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안에겐 그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었다.
“그건 그렇다고 치고. 달의 신전 설립 부지는 어떻게 합니까?”
그 말을 듣고 심각해하던 아우트는 흠칫 놀랐다.
“하. 하하하…… 그러게요.”
제단과 일지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흑마법에 관계된 일이라 나머지는 아카데미에서 맡기로 했다.
그렇기에 이안 일행은 일단은 밖으로 나왔다.
“이안 성도님…….”
아우트는 눈물을 그렁거리며 이안의 손을 꼭 쥐었다.
아카데미 쪽에서도 뭔가 큰일이 난 것 같은데 이안은 달의 신전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그것에 감격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성도님은 정말 좋은 분이십니다.”
“예. 제가 좀 좋은 사람이긴 하죠. 아.”
그때 조사를 하러 온 이들 중에서 카르지드가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가 보고를 받는 것을 본 이안은 그에게 다가갔다.
“카르지드 학장님.”
“음? 이안 아닌가. 자네들이 이 건물을 조사했다지?”
“예.”
“흑마법이 다시 나타나다니…… 이거 정말 보통 일이 아니군. 잘했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이안은 따라온 아우트를 당겼다.
“안녕하십니까. 카르지드 학장님. 달의 교단 사제 아우트입니다.”
“반갑습니다. 프레돈 아카데미 학장 카르지드입니다.”
둘이 간단하게 인사하자 이안은 본론을 꺼냈다.
“저 건물은 원래 철거하고 달의 신전 부지로 삼으려고 했던 곳입니다. 하지만 조사를 하려면 시간이 걸리겠지요?”
“그렇겠지. 마탑과 유적학회에서도 오면 당분간은 건드리지 못할 것이네.”
“예.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달의 신전 부지는 어떻게 합니까?”
카르지드는 잠시 생각하다가 손가락을 튕겼다.
“아카데미 서남쪽에 숲이 있지. 거길 쓰는 건 어떤가?”
달의 교단은 이종족들이 많이 찾는다.
그리고 대부분의 이종족들은 숲을 좋아한다.
그렇기에 아우트도 만족할 수 있었다.
“그럼 처음부터 숲을 주시지.”
“그 숲은 내 사유지와 같으니 그런 걸세.”
아카데미 부지를 직접 사고 자신이 사비를 들여서 가꿨다.
모두에게 개방하고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보면 그곳은 카르지드 소유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학장님께 그런 누를 끼칠 수는 없습니다.”
아우트가 난감해하자 카르지드는 웃었다.
“아닙니다. 아우트 사제님이 아니었다면 저걸 발견하지도 못했을 테니까요.”
“그렇게 따지면 결국 이안 성도님 덕분이죠.”
아우트가 훈훈하게 웃으며 답했을 때 태양교단 쪽에서도 사람이 찾아왔다.
“이안 성도님. 하륜 성도님께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이 건물에서 흑마법의 흔적이 발견되었다면서요?”
윌리스가 다급하게 묻자 이안은 간단하게 설명했다.
“예. 흑마법의 의식을 발견했고 밴시와 고스트를 조우했습니다.”
“그렇군요. 큰일이 없어서 다행입니다. 그런데 이분은…….”
“달의 교단 사제 아우트입니다.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태양교단의 사제 윌리스입니다.”
두 사제가 꾸벅 인사하며 이야기를 나누자 이안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럼 학장님. 저희는 숲으로 가 보겠습니다.”
“그렇게 하게나.”
공사용 장비들을 챙기고 이안과 아우트는 숲으로 가 보았다.
꽤 넓은 숲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니 공터가 모습을 보였다.
“여기면 괜찮겠군요. 밤에 달빛도 잘 들어올 것 같고…….”
“부지가 좀 작지 않습니까?”
아우트는 꽤나 만족한 듯 보였지만 이안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그저 생긋 웃을 뿐이었다.
“신전의 크기가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그 안에서 기도를 드리는 성도분들의 마음이 중요한 법입니다.”
아무렇지 않게 말하며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우트에게는 이곳이 무척이나 넓었다.
“아무튼 철거를 할 필요가 없게 되었으니 일반 인부들을 고용하면 되겠군요. 성도님. 신전 건설 쪽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성도님께서도 바쁘실 텐데…….”
“괜찮습니다.”
‘키르케. 신전에 걸맞은 건축 설계 도면 있지?’
<총 1,132개의 설계 도면을 보유 중입니다.>
키르케는 빠르게 도면의 목록을 보고했다.
그중에서 하나를 선택한 이안은 챙겨 온 장비들 사이에 있는 종이와 목탄을 꺼냈다.
“뭐 하십니까?”
“조감도 그립니다.”
차 몇 잔 마실 시간 만에 조감도 스케치를 완성한 이안은 그것을 내밀었다.
“이건 어떻습니까? 혹시 따로 원하시는 구조가 있으시면 감안하지요.”
순식간에 그려진 그림을 보며 아우트는 할 말을 잃었다.
이렇게 빠르게 그렸는데도 무척이나 깔끔하고 멋졌다.
“이, 이렇게 훌륭한 신전을 지으시겠다니요. 성도님께서 너무 송구스러워서…….”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
이런 신전은 많이 만들어 봤다.
자재만 있다면 어렵지도 않고.
그가 대수롭지 않게 답하자 아우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럼 이걸로 부탁드리겠습니다.”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사제님께선 뒤로 좀 물러나시죠.”
“예? 아. 예.”
그가 물러나자 이안은 검을 뽑았다.
“뭐 하시려는 겁니까?”
“지반공사부터 해야지요.”
<지맥의 확인이 완료되었습니다.>
<폴바토 지저 세계의 건축술을 사용합니다.>
키르케가 지맥의 확인을 끝내자 이안은 그곳에 검을 꽂았다.
-쿠우웅!!
그와 동시에 공터의 바닥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어어어?!”
아우트가 기겁하는 동안에도 공터의 땅이 내려간다.
아니.
정확하게는 땅이 다져지는 것이다.
부슬거리는 흙이 단단하게 다져지며 뭉쳐지고, 땅속의 바위나 돌이 밀려난다.
지맥을 조종해 지반을 깔끔하게 다진 이안은 얼빠진 얼굴의 아우트에게 말했다.
“자재 받으러 가시죠.”
* * *
자재가 옮겨진 이후부터 달의 신전 건설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이안 혼자 작업을 했었다.
물론 수업도 있는 만큼 그가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해가 저문 이후부터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아우트가 매일 녹초가 될 때까지 이안에게 축복을 걸어 주거나 기도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달의 기운도 많이 받을 수 있었기에 그도 꽤나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작업 역시 계속 혼자만 한 것은 아니었다.
B반 생도들뿐만 아니라 스크랜다도 찾아와 도와주었다.
그렇기에 공사를 한 지 열흘째 되었을 때.
“정말 감사합니다!”
드디어 신전이 완공되었다.
10일 전까지만 해도 텅 비어있던 공터에 멋진 신전이 자리 잡았다.
비록 크지는 않지만 꽤나 세련되었다.
거기에 검소한 달의 교단에 어울릴 정도로 장식도 그리 많지 않다.
마음에 쏙 들 수밖에 없는 아름다운 신전을 보며 아우트는 기쁨을 참지 못했다.
“정말 굉장합니다. 정말…… 본단의 신전도 이렇게 멋지지는 않을 겁니다!”
그가 기뻐하는 사이 스크랜다는 파이프에 담배를 채웠다.
“마법사들 도움으로 시멘트나 콘크리트가 빨리 굳은 덕을 봤군. 거기에 B반 생도들도 많이 도왔고.”
“다른 성도님들께도 얼마나 감사 인사를 드려야 될지 모르겠군요. 저희 쪽에서 드릴 수 있는 것은 성물뿐이지만…….”
“그건 그냥 이안에게 주시죠.”
이미 사전에 다른 생도들에게 얘기를 해 놨기 때문일까?
하륜이 대표로 나서며 아우트에게 답했다.
“이안이 계속 신전 건축만 하게 둘 수는 없었으니까요.”
B반도 슬슬 제국 아카데미와의 교류전을 생각해야 했다.
그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이안이 신전 건축만 하면 자기들도 힘들다.
그렇기에 도운 것이니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였다.
“알겠습니다!”
아우트가 기뻐하는 동안 이안은 박바레가 영지에서 받아 온 대리석을 정으로 두들기고 있었다.
그것을 지켜보던 몇몇 B반 생도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야. 저거 펜실리안이지?”
“달의 교단의 성인을 말하는 거면 맞아요.”
“야! 이안!”
손을 멈춘 그가 석상을 이리저리 살펴보자 블랜치가 음료 통을 던져 주었다.
그걸 마시고 있을 때 멀리서 아란세가 걸어왔다.
“너 또 여기 있냐?”
“무슨 일이십니까?”
그는 두루마리를 내밀며 말했다.
“제국 아카데미가 곧 도착할 예정이다.”
그 말을 들은 모두는 긴장하며 물었다.
“누가 옵니까?”
아란세는 쓴웃음을 지었다.
“사전에 알고 있던 대로 빌프로스트 칼린 자작이 인솔하고…….”
“그거 말고. 대표는요?”
하륜이 묻자 그는 담담하게 답했다.
“오스넨 루드 블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