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79)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79화(79/300)
◈ 제79화
40. 괴물과 괴물 – 1
B반 생도들은 순간 굳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에 불과했다.
방학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오스넨이 올지도 모른다는 것 때문에 걱정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왜일까.
걱정보다는 기대가 될 뿐이었다.
“그야 버팀목이 있으니까 그러는 거겠지.”
하륜은 힐끔 이안을 보았다.
역시나 그는 별반 반응이 없었다.
저 무덤덤함이 B반의 안정을 부르고 있었다.
“뭐. 이안은 잊힌 도시도 능숙하게 다닐 수 있을 정도의 실력자니까.”
그래진이 한마디 하자 블랜치도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괴물도 만만치 않지.”
B반 생도들이 수군거리자 아란세는 인상을 찡그렸다.
“이안에게 다 떠넘길 생각 마라. 특출 난 한 명이 있으면 당연히 좋다. 하지만 그만큼 주변 역시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해.”
그는 모여 있는 생도들에게 냉정하게 말했다.
“2학기의 영웅제에서 영웅패를 손에 넣게 된다면 우리 B반은 전체 승급 시험을 볼 수 있다.”
“그렇죠.”
“그 승급 시험에서 너희 모두 통과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어우. 교관님. 너무 뼈 때리지 마세요.”
윌발이 어색하게 웃자 아란세는 이안을 가리켰다.
“일단 이안은 무조건 통과겠지.”
그는 상급 교관이 되어도 이상치 않을 정도의 실력을 지녔다.
그러니 걱정이 없다.
“하륜과 윌디 역시 괜찮을 거다. 방학때 익스퍼트에 오른 몇몇 녀석들도 뭐. 턱걸이는 하겠지.”
하지만 나머지는 어떨까?
아무리 이안이 잘해도 끝까지 책임져 줄 수는 없다.
아란세가 현실을 들이밀자 B반 생도들은 쓴웃음을 지었다.
“예.”
B반 생도들은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이들이다.
그런 만큼 뼈아프고 냉정한 현실에 좌절하지는 않았다.
그저 호승심만 보일 뿐.
이글거리는 투지를 보이는 그들에게 아란세는 씩 웃었다.
“이안. 시간 남을 때 애들을 지도해 줄 수 있나?”
“늘 말씀드리지만.”
“성물?”
“예.”
“그 정도라면 내가 어떻게든 준비해 주지. 배우고 싶은 녀석들도 빈손으로 가지는 마라.”
지식은 곧 힘이다.
아무리 같은 반 생도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공짜로 얻어 내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그건 다들 알기에 부담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럴 때는 말을 참 잘 듣네.”
“하하. 당연한 일을 말씀하시니까 그렇죠. 야. 이안. 말 나온 김에 대련 한판 하자.”
박바레가 웃으며 말하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달의 신전 건설도 끝났으니 시간이 남는다.
그러니 여유 있을 때 가르쳐 놔야 하지 않겠나.
B반 생도들이 자체 훈련 일정을 떠들며 돌아가는 것을 보던 아우트는 이안에게 다가갔다.
“기도회는 내일 준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성도님. 바쁘지 않으시겠습니까?”
아란세의 말을 들어 보니 이안은 당분간 정신없을 듯싶었다.
B반 생도들을 봐줘야 하는데 기도회에 참가할 시간이 있을까?
걱정하는 그에게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기도회 시간 정도는 뺄 수 있으니 걱정 마시고 예정대로 진행해 주십시오.”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 * *
기숙사로 돌아오자마자 뒤의 정원으로 향했다.
이안은 대련을 준비하는 박바레에게 말했다.
“이번 대련값은 대리석으로 끝내지.”
달의 신전의 신상을 만들 때 쓸 최고급 대리석은 박바레가 구해다 준 것이었다.
그의 가문은 최고급 대리석 광산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좋은 것을 받았으니 그 값은 치러야 하지 않겠나.
박바레가 싱글거리며 메이스를 잡는 사이 다른 생도들도 다가왔다.
“오. 박바레부터냐?”
위디아와 블랜치, 발라.
그 외에 오러를 다루는 생도들이 나왔다.
그들이 자리에 앉자 이안은 연습용 메이스를 들었다.
“어? 너 메이스도 써?”
“내가 못 쓰는 무기는 없다고 생각하는 게 좋을 거다.”
메이스를 가볍게 쥔 이안을 향해 박바레는 웃었다.
“그럼 바로 간다!!”
한 시간여의 대련이 끝났을 때 박바레의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단 한 대도 맞히지 못했다.
아니, 그걸 떠나서 이안의 손에 들린 메이스의 움직임을 도무지 파악조차 할 수 없었다.
“허억…… 허억…… 너 지금 봐주고 있는 거지?”
“그야 당연하지. 그리고 내가 했던 것들 따라 할 수 있으면 익스퍼트의 벽은 넘어설 거다.”
“으음…….”
“오러를 쓸 때도 그래.”
마스터 수준의 이안이 설명해 주는 것이다.
박바레는 한마디도 놓치지 않기 위해 집중했다.
“그렇군…….”
“중요한 것은 흐름이라는 거다. 그것만 파악하면 익스퍼트가 될 수 있어.”
설명을 끝낸 이안은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는 전사들을 보았다.
“나랑 박바레의 대련을 보고 뭔가 깨달은 것 같은 녀석들. 나와.”
이안이 연습용 무기 통을 툭툭 치며 말하자 발라가 나섰다.
“야. 난 조금만 하면 될 듯.”
전에 키르케가 평가했던 것처럼 발라의 잠재력은 꽤나 뛰어났다.
오러를 다루는 것은 감각적인 일인 만큼 유목민 출신인 발라가 조금 더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니 발라의 지도는 대련보다는 이론 강습이 좋습니다.>
‘알고 있어.’
수많은 삶을 거치며 누군가의 스승이 된 적이 없는 것도 아니다.
대충 보면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견적을 내는 것도 쉽기에 이안은 도끼를 가볍게 휘둘렀다.
“내가 하는 자세 보고 따라 하고. 오러에 대한 이론부터 제대로 익혀.”
“어? 대련은?”
“넌 대련보다 이게 낫다.”
이안이 딱 잘라 말하자 구경하던 아란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럼. 누구 말씀인데.”
“으으. 이론은 약한데.”
하지만 발라는 이안의 말대로 그의 움직임을 최대한 머릿속에 새겨 놓았다.
그렇게.
B반 생도들의 훈련은 밤늦도록 계속 이어졌다.
* * *
다음 날도 특별하게 바뀐 것은 없었다.
기초 마법학과 연금술 수업에서 이안은 아예 밖으로 나가 수업을 진행했다.
아란세의 말을 듣고 반신반의했던 두 교관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굉장하더군요.”
“그러니까요. 이안 생도의 수준은 중급 수준이 아닙니다.”
수업이 끝나고 돌아온 둘이 말하자 아란세는 피식 웃었다.
정말 이런 복덩이가 따로 없었다.
“아란세. 좋겠네?”
A반 교관 하우젤은 질투심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올해 초에 저 복덩이를 손에 넣을 수 있는 기회를 날려 먹은 것이 너무 아쉽다.
다른 담임 교관들이 입맛만 쩝쩝 다시는 것을 보며 웃던 아란세는 씁쓸해했다.
“좋긴 한데…….”
“뭐가 불만이야?”
“이안이 너무 뛰어난 게 걱정이군.”
그의 말대로 이안은 뛰어났다.
단순하게 아카데미의 수업만이 아니다.
그는 모든 부분에서 월등하게 뛰어났다.
“그래서…….”
“음?”
“올해만 하고 아카데미를 관둔다고 할까 봐 걱정이다.”
그 말을 들은 교관들 전원이 침묵했다.
물론 마스터가 아카데미의 생도인 적은 이안이 처음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안과 그들의 차이점은, 그 마스터들에겐 다른 배울 것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당장 라키드만 해도 그랬다.
그는 입학할 때부터 마스터였다.
검술이나 전투 등 패왕 거스트에게 배운 부분은 뛰어났다.
하지만 아카데미에서 가르치는 모든 부분에서는 특출 나다 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안은 어떤가.
모든 부분에서 어떤 생도들보다 월등히 뛰어나다.
아니, 어쩌면 아카데미의 교관들보다 나을지도 모른다.
“거기에 다들 봤나? 이번에 건축된 달의 신전.”
아란세가 말하자 교관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 신전을 건설하기 위해선 적어도 몇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물론 이번에 작업을 할 때 B반 생도들과 스크랜다가 돕기는 했다.
하지만 설계부터 시작해서 전체적인 지휘는 이안이 전부 다 했고 완공되는데 고작 며칠만 걸렸다.
거기에 그가 만든 펜실리안의 석상은 누가 봐도 감탄할 만한 예술 작품이었다.
“그 석상도 하루 만에 만들었다면서?”
교관들이 말하자 아란세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나치게 뛰어나다.
이 정도면 주머니 속의 송곳 수준이 아니라 창 수준이었다.
“그래서 걱정이라는 거지.”
“그래도 이안은 자퇴 안 하고 잘 다니고 있잖아?”
블랙우드가 한마디 하자 아란세는 고개를 저었다.
“글쎄…… 그것도 어떻게 될지.”
전에 영웅제 퍼레이드 때 나눴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약속은 지켜야 한다.
그것이 약속이니까.
그저 농담인 줄 알았는데 이안에겐 그것이 진심이었을지도 몰랐다.
그러니 그 약속이 끝나면 과연 이안이 남는다고 할까?
지금까지 이안을 본 아란세의 판단에 따르면 그 답은 꽤나 부정적이었다.
“뭐…… 내년에 상급으로 올라가면 생도회장직도 주고, 이래저래 편의도 봐주면 남지 않을까?”
하우젤이 볼을 긁적거리며 말하자 아란세는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
“글쎄…… 과연 어떻게 될지.”
분위기가 무거워지자 얌전히 지켜보고 있던 발렌타인이 살짝 손을 들었다.
“이안 생도님도 그렇지만 폐마법동의 문제도 생각해야 합니다.”
흑마법의 흔적과 발록 유적의 제단.
그것이 왜 거기 있었는지 아는 자는 전 관리자인 헤이스팅스뿐이다.
하지만 헤이스팅스가 남긴 것들을 아무리 뒤져 봐도 관련된 것은 나오지 않았다.
“그 조사 때문에 다음 주에 마탑과 유적학회가 들어올 예정이에요. 유적학회는 저와 그래진 생도님이 맞이한다고 치더라도…….”
문제는 마탑이다.
고집 센 마탑에서 흑마법의 흔적을 보고 어떤 소리를 할지 모른다.
“걱정거리만 늘어나는군.”
이안이라는 엄청난 인재로 인한 기쁨과 맞먹을 정도의 걱정거리들은 교관들의 분위기를 침울하게 하기 충분했다.
* * *
교관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무렵.
이안은 아우트와 함께 마을 밖으로 나갔다.
“성도님께선 굳이 안 오셔도 됩니다.”
“제가 가고 싶어서 가는 겁니다.”
오늘 달의 교단에서 성직자들이 오기로 했다.
그것을 들은 이안은 일부러 아우트와 함께 마중을 나갔다.
행여나 그들이 이상한 일에 꼬여서 문제가 생기면 기도회고 뭐고 다 날아가 버리니 말이다.
“성도님도 바쁘지 않으십니까? 다른 분들을 도우셔야 한다고 들었는데…….”
“예. 그래서 숙제 남겨 줬습니다.”
말을 물가로 끌고 갈 수는 있지만 물을 억지로 먹일 수는 없는 법이다.
물론 이안 정도라면 머리를 잡고 억지로 먹일 수 있지만.
그래도 스스로 노력하고 있으니 그냥 방향만 잡아 줘도 되었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만…….”
괜히 아카데미의 행사를 방해하는 것 아닌가 싶었다.
그가 걱정하는 동안 이안은 검을 잡았다.
<10명의 익스퍼트 적성 개체가 마을 바깥에서 대기 중입니다.>
‘뭐 하는 놈들이야?’
<블루문의 암살자로 확인되었습니다.>
오라는 손님은 안 오고 애먼 놈들이 왔다.
거기에 하나 더 있다.
<마스터 1개체. 고속 접근 중입니다.>
“사제님. 잠깐 뒤로 물러나 계시겠습니까?”
“예? 왜 그러시는…….”
이안이 검을 뽑자 그의 살의를 눈치챈 열 명의 암살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알아서 나와 줬구나. 이안 브랜든.”
그들이 기뻐하고 있는 와중에 키르케가 탐지한 이가 도착했다.
꽤나 빠르게 뛰어온 것으로 보이는 그는 열 명의 암살자와 이안, 아우트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그를 향해 암살자 중 하나가 싸늘하게 물었다.
“네놈은 누구냐.”
블루문의 암살자들과 청년은 서로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 시선이 얼마나 이어졌을까.
청년은 감탄성을 토해 냈다.
“이거 굉장하군.”
적발의 잘생긴 청년은 블루문의 암살자들을 향해.
“어떻게 하면 그대들처럼 삶을 낭비할 수 있는 것이지? 참으로 대단하다. 불가능에 도전하는 그대들의 도전 정신에 찬사를 보내지.”
묘하게 신경에 거슬리는 어조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