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8)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8화(8/300)
◈ 제8화
4. 전문 분야라 잘한다 – 2
“그럼 오늘은 해산하도록 하지. 자. 오래간만에 다들 모였는데 밥이나 먹으러 갈까?”
하우젤이 말하자 몇몇 교관들은 동의했다.
하지만 아란세는 달랐다.
“난 좀 할 일이 있어서.”
“오~ 아란세. 새치기는 하지 말라고.”
“그래. 그래.”
“네 마음은 알지만 적당히 해.”
그가 빠지겠다는 이유가 뭔지는 다들 알고 있었다.
이안에게 몰래 가서 추가 조건을 제시하고 먼저 협상을 하려는 것이다.
그들의 견제에 아란세는 아쉬워했다.
“그럼 한 명씩 따로따로 찾아가 조건을 제시하기로 하지. 처음은 F반부터인가? 이안. 시간은 내어 줄 수 있겠지?”
“물론입니다. 하우젤 교관님. 부디 좋은 분 밑에서 배워 보고 싶군요.”
그의 공손한 답변에 교관들은 만족했다.
‘능력 있는 놈들은 대부분 싸가지가 없던데.’
‘그래도 이안 저 녀석은 사람이 됐군.’
지금까지 반으로 포섭하려 했던 인재들과 다른 모습에 교관들은 더욱 그를 자신의 반으로 끌어들이고 싶어 했다.
* * *
“오늘부터 함께하기로 한 이안이다.”
이안 쟁탈전에서 결국 아란세가 승리했다.
그가 제안한 것은 1년 학비와 전체 성적 순위에서 10위 안에 들고, 또 B반의 전체 승급 시 아카데미 재학 내내 전액 장학금을 지급한다는 것이었다.
어느 시대나 그렇지만 지식은 곧 힘이다.
현대나 우주 세기에서는 그나마 지식을 얻는 것이 쉽지만 이 세계에서 지식은 가진 자들의 것이었다.
아직 키르케의 진리 접속 레벨도 낮으니 세계를 돌며 고급 지식이나 정보를 얻는 것도 쓸데없는 소요가 생긴다.
그러니 당분간은 아카데미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편했다.
아카데미에는 대륙 각지에 있는 많은 지식과 정보가 모이니 말이다.
그러니 밥 주고 집 주고 신분도 주고 해야 할 일은 공부뿐인 아란세의 제안은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었다.
거기에 언령을 강화시키기 위한 조건으로도 나쁘지 않았다.
이렇게나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는데 손을 잡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렇기에 이안은 교관들의 무수한 악수 요청 중에서 아란세의 손을 잡은 것이었다.
“인사들 해라.”
“이안 브랜든이다.”
“오…….”
“소문보다 몸이 작군.”
“그런데 어깨에 저 고양이는 뭐지?”
“고양이 귀여워라~.”
생도들 대부분의 관심은 흥미와 호감이었다.
그들의 반응에 만족한 아란세는 한쪽을 가리켰다.
“자. 이안. 네 자리는 블랜치의 옆이다.”
“예.”
그가 들어가 앉자 블랜치라 불린 푸른 머리의 주근깨 소년은 히죽 웃었다.
“야. 반갑다. 중급 3년 차 블랜치 아우덴, 오버웰 왕국 백작가의 차남이지.”
“나도 3년 차다. 백작가라. 난 남작가 소속인데 존대해야 하나?”
물론 존대하라고 하면 천마신공을 처먹여 줄 생각이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블랜치는 손사래를 쳤다.
“됐어. 같은 반 친구끼리 무슨. 그런 거 신경 쓰는 놈들은 중급에는 없어. 그런데 그 옆에 고양이는 뭐냐? 되게 귀해 보이는데.”
“먀아아~.”
먀네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손가락을 하얀 발로 톡 잡았다.
“우와. 귀여워라.”
“먀아~ 먀아~.”
“거기. 시끄럽다. 잡담은 나중에 하도록.”
아란세의 지적에 블랜치는 얼른 자세를 바로 했다.
“이제 막 새로운 동료가 합류했지만 너희들이 이번 영웅제에서야말로 우승을 차지하고 영웅패를 얻을 것이라 믿는다.”
저번에는 A반에게 패배해 준우승에 그쳤다.
A반 담임 교관 하우젤을 라이벌로 생각하는 아란세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생도들을 보았다.
“오늘부터 영웅제를 대비해 본 전투 수업은 모두 몬스터 헌팅 및 생존 훈련으로 바뀐다. 불참자는 없다고 생각하고 각자 교양 수업은 알아서 잘 받도록.”
“예!!”
“이상.”
간단하게 말한 그가 나가자 이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영웅제 대비 몬스터 헌팅 및 생존 훈련은 또 뭐냐?”
“아. 그거? 그냥 몬스터 처치하고 미얄 산맥에서 버티는 거야. 하급에서는 안 했지? 좋아. 이번에는 내가 좀 도와주지. 혹시 몬스터 잡아 본 적은 있냐?”
블랜치가 웃으며 말하자 이안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뭐 패고 죽이고 잡는 거야말로 내 전문 분야지.”
* * *
새로운 반에 들어와 적응할 시간은 없었다.
바로 다음 날 해도 뜨지 않은 새벽에 아란세는 생도들을 데리고 아카데미의 끝으로 향했다.
대륙의 중부 수준으로 몬스터가 넘쳐 나는 미얄 산맥과 연결된 문 앞에 도착하자 그는 무심한 어조로 말했다.
“지금부터 몬스터 헌팅 훈련을 실시한다.”
이 상황이 다들 익숙한 모양이었다.
모두 몸을 풀거나 장비를 확인하는 사이 아란세는 설명을 이어나갔다.
이 계절에 자주 출몰하는 몬스터와 약점 같은 것을 그가 떠드는 사이 블랜치는 생도들을 가리켰다.
“이번 훈련은 단순한 몬스터 헌팅이니까. 강한 몬스터를 많이 잡아야 높은 점수를 받지. 상대평가라 최대한 잡아야 해.”
그러니 가장 도움이 될 만한 인원을 골라야 한다.
“마법사를 끌어들이는 게 첫 번째 목표다.”
“누구?”
“저기 넷.”
하륜, 그래진, 윌디, 오에리나.
남자 둘에 여자 둘.
다른 생도들도 그들을 노리고 있는지 힐끔거리고 있었다.
“쟤들이 있느냐 없느냐로 점수 차이가 꽤 나뉘…….”
“블랜치!!”
그때 설명을 끝낸 아란세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블랜치는 씩 웃고 앞으로 나갔고 그 뒤를 이어 나머지 조장들도 앞으로 나갔다.
“선발을 시작한다!”
가위바위보를 통해 뽑기 형식으로 가나 보다.
나온 인원은 총 일곱 명.
가위바위보에서 블랜치는 5위였다.
“하륜을 선택하겠습니다.”
“좋아.”
언제나처럼 마법사들이 가장 먼저 선택되었다.
하륜 이후로도 다른 팀장들이 마법사들을 선택한다.
“이안을 데리고 가지요.”
마법사를 제외하면 다들 거기서 거기라 블랜치는 이안을 뽑은 후 엄지손가락을 들었다.
“친구!”
“그래서? 이제 또 누구 뽑으려고? 이왕이면 활 쓰는 애 고르는 게 어때?”
“그렇다면 윌발이지.”
그때 블랜치 다음의 팀장인 거구의 소년, 박바레가 말했다.
“윌발을 데리고 가겠습니다.”
“이런 젠장.”
블랜치는 아쉬워하며 남은 인원들을 둘러보았다.
“누구 데리고 갈까? 어디 아이작 교관을 쓰러트린 인물의 안목을 기대해 보지.”
남은 인원들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그의 시선에 맞춰 키르케는 초조한 얼굴로 선택을 기다리는 이들의 정보를 말해 주었다.
<발라 킬하트. 남부 유목민 출신으로 전투 잠재력으로 따진다면 남은 인원 중 가장 훌륭합니다.>
<마틴 록벨트. 오버웰 왕국 록벨트 남작가 출신으로 격투술을 익혔습니다.>
<위디아 힐린. 트리반 왕국 힐린 자작가 출신으로 현재 남은 인원 중 개인 전투력이 가장 높습니다.>
이안은 셋 중 도끼를 든 거구의 소년을 가리켰다.
“쟤가 좀 세 보이네.”
“그래? 발라를 뽑겠습니다.”
선택된 소년.
발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이안과 블랜치 쪽으로 오며 싱글거렸다.
“현명한 선택이었다.”
“바보 같은 선택이 아니었길 빈다.”
“그나저나 블랜치의 실력은 아는데. 이안. 네 실력이 소문대로인가?”
“시험해 볼까?”
원한다면 보여 줄 수 있다.
이안이 손가락을 까딱거리자 발라는 싱글벙글 웃었다.
“그 시험은 이따가 하게 되겠지.”
남은 팀원들도 전부 정해지자 아란세는 입을 열었다.
“제한 시간은 오늘 해 지기 전까지.”
그는 검을 뽑으며 문을 가리켰다.
“마음껏 죽이고 와라.”
아란세의 말에 맞춰 미얄 산맥으로 가는 문이 열렸다.
프레돈 아카데미와 붙어 있는 미얄 산맥은 몬스터들이 넘쳐 나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덕분에 미얄 산맥 근처에는 각 왕국들도 접근하려 하지 않았다.
그 땅을 과거 용사가 차지했고, 그를 기리며 이곳에 프레돈 아카데미가 설립됐다.
그 이후 아카데미에서는 용사의 뜻에 따라 몬스터들을 처치해 미얄 산맥을 정복하려 하고 있었다.
아카데미 생도들의 이 훈련도 그 일환이라 할 수 있었다.
“아무튼 그 이후로 몬스터를 이렇게 잡는데도 산맥에는 늘 몬스터가 넘쳐 난다니까. 그래서 미얄 산맥에 뭔가 있다는 게 아카데미의 정론이지.”
쉴 새 없이 떠드는 블랜치의 말을 들으며 이안 일행은 산길을 걸었다.
길을 잃지 않게 표식을 해 놓던 발라는 이안의 어깨에 앉아 있는 먀네를 보았다.
“고양이 팔자가 상팔자네.”
“먀아~.”
“이 녀석. 뭐라는 거야? 먀아~ 먀아~ 먀먀~ 먀~.”
“샤아아악!!”
먀네는 털을 곤두세웠다.
그 반응에 발라는 움찔했다.
“뭐, 뭐야?”
“어떻게 그렇게 심한 말을 할 수 있냐는데?”
“내가 뭐라고 했지?!”
당황한 발라를 향해 블랜치는 킬킬 웃었다.
그사이 이안은 커다란 나무 하나에 시선을 보냈다.
<고블린의 흔적이 존재합니다.>
<블러드 재규어의 흔적이 존재합니다>]
‘나도 봤어.’
키르케의 목소리를 들은 이안은 나무를 훑어보고 한 곳을 가리켰다.
“흔적이 있다.”
“오…… 이건 고블린의 흔적이잖아? 뭐. 그건 잡아도 의미가 없겠다. 점수도 낮겠고.”
블랜치의 말에 발라도 동의했다.
굳이 저런 거 잡아 봐야 점수에는 큰 도움도 안 될 거다.
발라가 추가로 의견을 내자 이안은 나무를 톡톡 쳤다.
“그럼 저걸 찾자.”
“어?”
이안이 가리킨 곳을 향해 둘은 눈을 돌렸다.
고블린의 흔적이 있는 나무 밑동이 아닌 가지 쪽이다.
“저게 왜?”
“가지가 꺾여 있잖아.”
“……저게 보이냐?”
집중해 보니 아름드리나무 꼭대기에 있는 가지가 하나 꺾여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일부러 꺾은 것처럼 보인다.
“용케 봤네. 그래서? 이안. 넌 저게 뭐라고 생각하는데?”
“글쎄? 하지만 사람은 아니겠지.”
이안은 다른 몇 그루의 나무를 가리켰다.
그 나무들도 위쪽의 가지가 꺾여 있었다.
“나무 위에 있는 몬스터라……. 고양잇과 맹수들이 저러던데.”
“맹수형이면 블러드 재규어 아닐까?”
<블러드 재규어는 맹수형 몬스터 중 하나로 핏빛 털이 특징인 몬스터입니다.>
<경계심이 강하고 잔혹한 데다가 교활해 접근전은 지양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키르케가 정보를 말해 주자 이안은 블러드 재규어의 흔적이 이어진 곳을 가리켰다.
“일단 잡자.”
이안이 말하고 걷자 뒤따르던 발라는 감탄했다.
“그런데 너 되게 잘 찾는다. 사냥꾼이야?”
“싸움 잘한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이런 재능도 있을 줄은 몰랐네?”
“쉿.”
그들의 칭찬에 씩 웃어 준 이안은 손가락을 들어 입술을 가렸다.
둘 다 입을 다물자 그는 수신호로 지시를 내렸다.
최대한 인기척을 숨기며 걸었을 때 그들은 목표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핏빛 털을 가진 거대한 재규어가 고블린을 뜯어 먹고 있었다.
“진짜 있네. 그나저나 생각보다 큰 놈인데……?”
“잡을 수 있을까?”
적이 방심하고 있다.
그런 만큼 선제공격부터 날리는 게 우선인데 거리 때문에 달려들면 블러드 재규어는 바로 도망칠 거다.
그들이 고민하는 사이 이안은 바닥에 있는 돌멩이 하나를 주웠다.
<궤도 계산이 완료되었습니다.>
<이즈리얼 신성세계의 투척술을 사용합니다.>
거인을 돌팔매질로 맞춰 죽인 신성한 소년왕의 기술이 발동된다.
키르케의 서포트를 받아 궤도 계산을 끝낸 이안은 돌을 그대로 블러드 재규어에게 던졌다.
막대한 회전력과 내공이 섞인 돌이 이안의 손에서 쏘아져 나간다.
-빠악!!
바람을 가르며 날아간 돌이 블러드 재규어의 머리에 맞는다.
단 일격.
블러드 재규어는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풀썩 쓰러져버렸다.
그걸 본 둘이 멍하니 고개를 돌려 자신을 보자 이안은 시큰둥하게 말했다.
“뭐 해? 미팅 나왔어? 왜 다들 얼어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