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80)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80화(80/300)
◈ 제80화
40. 괴물과 괴물 – 2
“넌 뭐 하는 놈이냐 물었다.”
그 질문에 청년은 어깨를 으쓱였다.
“미안하지만 자네들에게 답해 줄 필요는 없는 것 같군. 이유는…….”
그의 신경 거슬리는 말투에 암살자들은 바로 움직였다.
두 패거리로 나누어진 그들이 이안과 청년을 향해 달렸다.
그리고 처참한 살육이 시작되었다.
“으아악!”
“뭐, 뭐 이런 놈이!!”
이안과 청년.
둘은 가차 없이 암살자들의 목을 베어 넘겼다.
빠르고 간결한, 하지만 무척이나 강력한 검술이 이어지고 암살자들이 쓰러졌을 때쯤 이안은 검을 검집에 넣으며 말했다.
“그 이유가 이거겠지? 죽을 놈이 알아서 뭐 하냐?”
그가 청년의 답을 대신했다.
그걸 들은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검을 넣었다.
<오스넨 루드 블라드. 블라드 제국의 황태자입니다.>
키르케는 빠르게 청년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
이안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스넨 루드 블라드. 당신이 왜 여기 있지?”
제국의 괴물 황태자.
어렸을 때부터 수많은 전장에 나간 고수이며 현 대륙 최강자로 알려진 황제의 수제자.
그리고 라키드 스칼렛을 이긴 강자.
그는 이안을 빤히 보다가 무언가 생각하듯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떠오르는 것이 없었는지 고개를 젓고 답했다.
“빌프로스트 교관님의 명령이다. 출발지에서부터 이곳까지 달려서 도착하라 하셨지.”
“축하한다. 네가 일착이네. 들어가라.”
“그런데 뒤에 계신 분은 달의 교단 사제님 아니신가.”
오스넨은 이안의 뒤에 뻘쭘하게 서 있는 아우트에게 살짝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사제님. 오스넨 루드 블라드입니다.”
“어…… 예. 바, 반갑습니다.”
소문으로만 듣던 블라드 제국의 괴물 황태자.
오스넨을 눈앞에 둔 그는 당황했다.
프레돈 아카데미와 제국 아카데미는 서로 라이벌 관계 아닌가.
둘이 싸우지나 않을까 걱정했는데 사이가 나쁘지 않은 듯 보이는 게 신기했다.
그러든 말든 오스넨은 성큼성큼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달의 교단 신자로서 축복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예? 아. 예. 물론입니다. 그런데 저희 교단의 신자님이셨습니까?”
그는 바로 목걸이 하나를 꺼내 보여 주었다.
달의 교단에서 세례를 받은 신자만이 받는 디바인 마크였다.
“모태 신앙입니다. 어머님께서 달의 교단 신자시라.”
“아아. 그렇군요.”
아우트는 그에게 바로 축복을 내려 주었다.
기도를 받은 그는 공손히 주머니에서 전표를 꺼내 헌금을 내고 말했다.
“그리고 아까 남쪽에서 달의 교단 분들이 올라오고 계시던데. 혹시 그분들을 기다리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그렇군요. 호위를 제안했지만 거절하시길래 그냥 왔습니다. 그럼 부디 달의 축복이 있기를 빌겠습니다.”
공손히 인사한 그는 이안에겐 눈인사를 하고 가 버렸다.
오스넨이 멀어지자 이안은 키르케에게 명령했다.
‘위치 파악해 봐.’
<30분 거리 남쪽. 펠로디 관도에서 수레를 끌고 오고 있습니다.>
‘블루문의 추가 병력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들 근처에 오크, 고블린 무리가 존재합니다.>
그들이 사제들을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었다.
이안은 휙 고개를 돌렸다.
“아우트 사제님. 마중 나갈까 하는데. 괜찮으십니까?”
“예? 아. 예. 그러시죠. 오히려 제가 부탁드리고 싶은 일입니다.”
아우트가 함께 가면 그들도 호위를 거절하지는 않을 거다.
그가 동의하자 이안은 아우트를 업고 달렸다.
그렇게 얼마나 관도를 타고 달렸을까?
오스넨과 키르케의 말대로 허름한 차림의 성직자들이 이동하고 있었다.
사제 두 명, 수녀 다섯 명.
거기에 성기사 둘.
이안은 아우트를 내려 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들 평사제와 일반 수녀의 옷을 입고 있었다.
“주임 사제님께선 안 오신 겁니까?”
“아. 사실 제가 주임 사제가 되기로 했습니다.”
그들과 인사를 나눈 아우트가 밝게 웃었다.
성력이 강한 것을 보아 나름 높은 위치라고 생각은 했는데 벌써 주임 사제라니.
이안은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가 주임사제라면 당분간 달의 기운은 원 없이 받을 수 있겠군.’
<축하드립니다.>
아우트가 사제와 성기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이안의 어깨에서 마네가 내렸다.
폴짝 뛰어 수레로 올라가자 다른 성직자들이 눈을 반짝거렸다.
“먀아~ 먀먀~.”
수레 위에 앉아 하품하는 먀네를 쓰다듬어 주던 그들에게 아우트가 말했다.
“여러분. 슬슬 속도를 높여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신전 건축 예배와 더불어 이안 성도님을 위한 기도회를 열 예정입니다.”
“그렇다면 빨리 가야겠군요.”
원숭이 수인 사제는 훈훈하게 웃으며 수레에서 짐을 들었다.
다른 이들도 짐을 따로 챙기자 아우트는 수레를 잡았다.
“주임 사제님께서 수레를 끄시다니요.”
“본단에 있을 때는 애들 태우고도 많이 달렸습니다. 아. 물론 성도님처럼 빠르지는 않겠지만요. 자. 그럼 바로 가시죠.”
전원이 수인족이기 때문일까?
기본 체력은 있는지 다들 움직임이 빠르다.
그들을 힐끔 본 이안도 발걸음을 바삐 놀렸다.
그렇게 달려 아카데미에 들어와 신전에 도착하자 성직자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세상에…….”
“달이시여. 이토록 아름다운 신전이라니요.”
“거기에 이 신상은 어떻습니까. 아아…….”
“비, 비용이. 비용이!! 이거 교단의 예산으로 감당 가능한 겁니까?! 아우트 사제님?!”
신전을 본 그들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하얗게 질린 얼굴로 몇 번이나 기운 주머니를 꺼낸 이들이 은화와 동화를 모은다.
그걸 지켜보던 이안은 담담하게 말했다.
“비용 걱정은 마시죠. 자재는 제가 아는 쪽에서 마련했고, 또 인건비도 제가 해결했으니까요.”
“아, 아니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저희 교단이 아무리 가난하다지만 염치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예. 본단의 신전보다 훨씬 좋은 신전인데……. 공사 비용은 저희 사제들과 수녀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저금이 있으니.”
“반드시 그 대금을 치루겠습니다!”
이안에게 돈 따위는 큰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달의 교단은 성물을 돈으로 팔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 신전을 마련해준 것이다.
그걸로 달의 교단에서 철저하게 부담을 가지고 기도와 성물을 주게 하려고 했을 뿐.
그렇기에 이안은 속내를 철저하게 감추고 어떻게든 갚겠다는 그들의 말을 거절했다.
그의 거절에 성직자들은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신전에 대해서 말씀 안 드렸습니까?”
“드렸는데…… 믿기 힘들다고 하시더군요. 걱정마세요. 저 분들은 제가 진정시키겠습니다.”
잔뜩 흥분한 그들을 달래며 아우트는 이안에게 인사하고 예배 준비를 위해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스크랜다가 만들어 준 청동 종이 울렸다.
예배의 시작을 알리기 위한 종이 맑은 소리와 함께 성력을 퍼트렸다.
그와 동시에 다른 악기들의 아름다운 소리가 들렸다.
<달의 교단에서는 교단 내에 큰 도움을 준 성도에게 성가 대신 악기 연주를 한다고 하더군요.>
“아. 그건 나도 알아. 달의 교단의 사제들은 기본적으로 뛰어난 연주자라지?”
그렇게 종소리가 한 차례 더 울려 퍼진다.
저것이 열세 번 울렸을 때 예배가 시작할 거다.
연주음과 종소리에 담긴 성력의 달의 기운을 받으며 기다린 지 얼마나 되었을까?
발렌타인과 스크랜다를 비롯한 아카데미의 이종족들이 찾아왔다.
아니. 그들뿐만 아니다.
태양신전의 윌리스와 헤스티안도 찾아왔다.
“어? 사제님과 수녀님은 왜 오셨습니까?”
“하하. 달의 교단의 첫 예배인데 태양교단에서도 찾아와야지요.”
“이안 성도님. 저 석상을 성도님께서 만드셨다지요? 저희 태양신전을 위한 것도 만들어 주실 수 있으십니까?”
헤스티안이 부럽다는 듯 석상을 보며 요청하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려울 게 뭐 있겠나.
박바레에게 대리석 하나 더 받아서 만들어 줘야겠다.
“좋은 성물 하나만 주시면 얼마든지 해 드리지요.”
<몽환세계의 약속의 수호를 사용합니다.>
“후후. 약속하셨습니다.”
“예.”
잠시 후 열세 번째 종이 쳐졌다.
이제 예배가 시작될 거다.
이안은 윌리스, 헤스티안과 함께 달의 신전 예배당으로 들어간 후 윌리스에게 먀네를 넘기고 눈을 감았다.
‘키르케. 난 집중할 테니까 뭔 일 있으면 불러.’
<알겠습니다.>
좋은 신전을 받았다는 것 때문일까?
사제들과 수녀들은 녹초가 될 정도로 성력을 발휘하며 예배를 드렸다.
당연히 포함된 달의 기운도 상당히 많았고 이안은 즐거워하며 그것을 받아들였다.
신전 완공 기념 예배가 끝나고 이안을 위한 감사 기도회까지.
만월의 목걸이에 담긴 수준의 달의 기운을 얻은 이안은 만족했다.
“후우우…… 이안 성도님.”
모든 예배가 끝나고 신도들이 나가자 아우트는 지친 기색으로 이안에게 다가갔다.
그의 손에는 상자 하나가 들려 있었다.
“본단에서 감사를 표하며 성도님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감사합니다. 열어 봐도 되겠지요?”
“물론입니다.”
긴 상자 안에는 한 자루 검이 들어 있었다.
‘이건…….’
<보빌드 던전에서 얻은 검과 같은 검이군요.>
‘하지만 성력은 더 강한데?’
이안이 성검을 살펴보자 아우트는 우쭐해하며 설명했다.
“성월검입니다. 저희 달의 교단에도 이제 단 다섯 자루만 남은 보물이지요.”
“이거 그림갈이 봉인되어 있던 검 아닙니까?”
“예. 예전에 환상의 악마 그림갈을 봉인했던 검과 같은 검입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더욱 많은 성력이 담겼습니다.”
그 검은 그림갈을 봉인하며 성력이 소진되었지만 이것은 아니다.
검을 잡은 이안에게 아우트는 싱글벙글 웃었다.
“성도님은 검사시니 꼭 도움이 되길 빌겠습니다.”
“잘 쓰겠습니다.”
물론 이걸 검으로 쓸 생각은 없었다.
성력이 많이 담겼지만 검 자체의 위력은 카르자의 검보다 조금 못한 수준이니까.
중요한 것은 달의 기운이기에 이안은 상자에 성월검을 담았다.
“지금 안 쓰시는 겁니까?”
“이런 좋은 검을 막 쓸 수는 없지요.”
날 잡고 완전히 달의 기운을 흡수해야 한다.
이안의 말에 아우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달님께서 성도님의 앞길을 밝혀 주시길 빌겠습니다.”
기숙사로 돌아오자 B반의 마법사들이 로비에 앉아서 명상을 하고 있었다.
조용하던 이들 중 갑자기 하륜이 손을 들었다.
순간 그의 손 위에 두 개의 마법진이 만들어졌다.
프레데온식 마법 강화.
이안이 숙제로 내 준 것을 시도하는 것이다.
-챙그랑!
하지만 연산이 쉽지는 않았나 보다.
마법진이 깨져 버리며 마법이 풀리자 하륜은 인상을 찡그렸다.
<저들 정도라면 기초는 금방 익힐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가르쳐 줬는데……. 훈련 방식도 이끌어 줘야 했나?’
저들을 너무 과대평가한 걸까?
이안이 씁쓸해하는 사이 기숙사의 문이 열리며 아란세가 들어왔다.
“예배 다녀왔니?”
“예. 아. 그리고 교관님. 아까 오스넨을 봤습니다.”
“음. 그렇군……. 응? 그를 봤다고? 어디서?”
“아카데미 마을에 들어왔더군요.”
아까 겪었던 일을 말해 주자 아란세는 어이없어했다.
“아니 웃기는 황태자네. 혼자 왔다고? 그래서? 그냥 보냈어?”
“뭐 지금 당장 싸울 필요는 없…….”
그때였다.
“아란세 교관님! 큰일입니다!”
하운드의 거친 외침에 아란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일인데?”
“제국 아카데미에서 마을로 들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이미 이안에게 들은 정보다.
아란세가 뚱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하운드는 머뭇거렸다.
“왜 그러십니까?”
“이안이 이미 말해 줬어.”
“끙. 넌 어떻게 알았나?”
이안이 대답 없이 어깨를 으쓱이자 하운드는 한숨을 쉬며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합니까?”
“어떻게 하긴. 그냥 내버려 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