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81)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81화(81/300)
◈ 제81화
41. 관상을 보아하니 – 1
“예?”
“제국 아카데미의 환영식은 내일이야. 지금 그들이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허둥거릴 필요는 없지.”
아란세는 딱 잘라 말했고 이안은 동의했다.
일정이란 것이 왜 있겠나.
자기들 멋대로 빨리 왔다고 그들의 일정을 따라 줘야 할 이유는 없었다.
하다못해 좋은 사이도 아니잖은가.
“그냥 하던 대로 하자고.”
가볍게 말하고 그가 가 버리자 하운드는 이안을 보았다.
“이안. 진짜 이래도 괜찮은 거냐?”
“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습니까?”
“없었지.”
“그럼 그냥 아란세 교관님 말씀대로 하시죠. 문제 일으키면 가서 잡으면 되는 거고.”
“먀아~ 먀아~.”
먀네도 동감한다는 듯 작게 울었다.
그를 보던 하운드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다른 교관들에게도 그렇게 전하도록 하지.”
“다른 교관님들께선 뭐라고 하십니까?”
“반반이지. 일단은 온 손님이니까 맞이해야 한다와 아란세 교관님처럼 그들 사정 챙겨 줄 필요 없다.”
“카르지드 학장님께선……?”
“지금 학장님은 바쁘시다. 그 폐건물 일로 마탑과 유적학회 쪽을 조율하고 계시니까.”
마탑에서는 발록 유적도 자신들이 조사해야 한다 하고 있었다.
유적학회는 흑마법의 흔적 역시 자신들이 조사해야 한다 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카데미는 이 모든 것이 아카데미 쪽에서 발견된 것이니까 아카데미가 주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다 보니 그 가운데에 낀 카르지드만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바쁘시겠군요.”
“그러게 말이다. 헤이스팅스 교관이 있을 때는 그가 이런 일을 도맡았었는데. 쩝.”
작게 한숨을 내쉰 하운드는 이안의 팔을 툭툭 토닥였다.
“그나저나 잘할 수 있겠지?”
“물론이죠.”
씩 웃은 이안을 향해 하운드는 마주 웃어 보인 후 몸을 돌렸다.
두 교관들이 가 버리고 나자 로비에서 훈련하던 윌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국 아카데미에서 왔나요?”
“응. 아까 봤지.”
“신기한 일이네. 그자들이 왜 벌써 온 거지?”
집중을 푼 그래진이 묻자 이안은 아까 말했던 사정을 말해 주었다.
둘이 고개를 끄덕였을 때 오에리나는 손을 보았다.
“됐다!!”
“헉!”
“이럴 수가?!”
그녀의 손에 두 개의 마법진이 겹쳐져 있었다.
불안하기는 하지만 완성은 되었다.
오에리나는 씩 웃으며 아까 놓아둔 표적을 향해 마법진을 겨눴다.
“매직 미사일!!”
겹쳐진 마법진에서 발동된 마력의 화살이 쏘아졌다.
그것이 표적을 꿰뚫자 그녀는 손을 보며 말했다.
“이거 괜찮네.”
“마력 소모율이 일반 마법과 비교해서 큰 차이가 없다고 봐야 하지. 그러면서 위력이 더 강해지는 거니까.”
프레데온식 강화는 순수하게 연산 능력만이 필요하다.
이안은 대수롭지 않게 말한 후 손을 들었다.
순간 수십 개의 마법진이 나타나 하나로 겹쳐졌다.
“두 개도 힘든데 수십 개는 어떻게 하는 거냐…….”
“꾸준한 훈련. 복합적인 사고와 연산 능력이 필요하니 책 많이 봐라.”
그가 마법진을 해제하자 윌디는 눈을 반짝였다.
“그런데 이안. 이런 방식의 강화법은 어디서 배운 건가요?”
“이걸 어디서 배웠는지가 중요한가?”
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은 채 이안이 말하자 하륜은 동의했다.
“그래. 그걸 따지면 쟤는 존재 자체가 의문이니까.”
가볍게 말한 그는 손을 들었다.
그 순간 두 개의 마법진이 자연스럽게 겹쳐졌다.
“그리고 그런 거 신경 쓸 시간 있으면 연습이나 더 하지?”
“으으…… 하륜. 당신마저…….”
그래진과 윌디는 부러워하다가 눈을 감고 집중했다.
그들이 훈련하는 것을 보던 이안이 방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
로비의 문이 열리며 위디아와 블랜치가 들어왔다.
“어? 이안.”
“오늘 저녁에는 예배 있다고 하지 않았냐?”
“시간이 몇 신데. 벌써 끝났지.”
“그래? 그럼 훈련 좀 봐줘. 얘랑 대련하다가 뭔가 깨달은 것 같아. 그거 확인 좀 해보자.”
위디아는 목걸이 하나를 휙 던졌다.
태양교단의 성물 중 하나다.
허공에서 날아온 목걸이를 잡아챈 이안은 먀네를 블랜치에게 넘긴 후 검을 잡았다.
“나와.”
* * *
다음 날이 되었다.
평소처럼 아침 훈련을 하고 시간이 되자 이안은 깔끔하게 세탁된 하얀 예복을 입었다.
“먀아~ 먀먀~.”
침대 옆의 자리에서 밥을 먹던 먀네가 이안의 어깨 위로 올라갔다.
그걸 본 그래진도 준비를 마치고 일어나자 그는 창밖을 보았다.
밖에는 이미 다른 생도들이 나와 있었다.
“어제 밤새 끙끙거리더니. 좀 되던?”
“어렵던데. 세상에. 내가 이런 거에서 막힐 줄은 몰랐다.”
“일단은 편법이기는 하지만 양손으로 하는 것을 추천하지.”
“양손?”
“이렇게.”
이안은 왼손에 자성 마법의 마법진을, 오른손에도 자성 마법의 마법진을 만들었다.
손을 모아 그것을 합쳐 버린 이안은 강화된 마법진을 보여 준 후 해제했다.
“그런데 이건 진짜 편법에 불과한 거라. 감 잡는다 수준으로 연습해 봐.”
그래진은 고민하다가 자신의 양손을 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런 편법은 내 취향이 아니야.”
“그래? 힘들 텐데.”
걱정하는 것치고는 이안의 표정은 밝았다.
힘들어하면서 도전하려는 모습이 보기 좋다.
싱글거리는 이안을 힐끔 본 그래진은 지팡이를 들었다.
“나가자.”
밖으로 나가 보니 아까 봤을 때보다 생도들이 더 많이 나와 있었다.
마지막으로 블랜치와 오에리나가 나오자 아란세는 이안에게 말했다.
“늘 하던 대로만 하면 될 거다. 긴장하지 말고.”
“긴장은 교관님이 더 하신 것 같습니다.”
“……그래 보이냐?”
“예.”
굵은 땀방울이 이마에서 줄줄 흐르고 있다.
아란세는 손수건으로 땀을 닦은 후 애써 웃었다.
“아니. 나도 제국 아카데미를 맞이한 것은 처음인지라…….”
지금까지 한 번도 영웅제 우승을 못해 봤으니 그들을 상대한 적은 없었다.
아란세는 작게 말하고 B반 생도들을 보았다.
“이안은 그렇다고 치고 너희는 왜 그렇게 여유롭냐?”
생도들은 피식 웃었다.
긴장할 것이 뭐가 있겠나.
덤비면 밟아 주면 되는 것을.
“그래. 그 패기. 아주 보기 좋다. 자. 가자.”
이안을 필두로 한 B반 생도들이 움직이자 배웅하던 몇몇 교관들은 살짝 주먹을 쥐었다.
지금까지 프레돈 아카데미는 제국 아카데미와의 교류에서 늘 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거기에 저번에 라키드의 일로 한껏 비웃음도 사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번에는 그 비웃음을 되돌려 줄 수 있을 것이라 교관들은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프레돈 아카데미의 역사를 통틀어 봐도 손꼽을 만한 인재.
이안이 B반의 대표로서 움직이고 있으니까.
그들의 기대감 가득 찬 시선을 받으며 걷고 있을 때 키르케의 보고가 들어왔다.
<아카데미 입구 근처에 제국 아카데미의 인원들이 존재합니다.>
<총원 21명 중 마스터가 둘이고 익스퍼트가 넷, 5서클 마법사가 하나. 4서클이 하나. 나머지는 유저 수준입니다.>
키르케가 간략하게 보고하는 사이 옆에서 걷던 하륜이 말했다.
“마탑에 알아봤는데 이번에 5서클 수준의 마법사가 포함되었다고 하더군. 분명 우리를 견제한 것이겠지.”
하륜, 윌디, 그래진, 오에리나.
이 넷은 현재 4서클에 머물러 있는 마법사다.
이들 나이에 4서클이면 확실히 천재라고 불려도 될 수준이지만 상대는 5서클이다.
괴물이라 불리는 오스넨.
거기에 5서클 마법사.
검술과 마법 두 가지 중요한 부분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그들을 보낸 것이리라.
하륜이 평가하자 블랜치도 동의했다.
“이번에 교류회에 참가하는 이들은 제국 아카데미에서도 꽤 뛰어난 자들만 있다고 하더라.”
작정하고 눌러 버리려는 건지 각 분야에서 뛰어난 이들만 보냈단다.
블랜치의 말에 하륜은 피식 웃었다.
그래 봤자 그들이 얼마나 하겠나.
“자. 여기서 대기.”
인솔하던 아란세가 멈추며 말했다.
일단은 아카데미 정문에서 시간까지 기다려야 한다.
태양을 보며 시간을 확인한 이안이 검자루에 손을 올리자 먀네가 낮게 울었다.
“먀아아아…….”
길의 끝에서 걸어오는 이들이 보인다.
선두에 있는 것은 백발의 노인이었다.
하지만 노인치고는 몸이 좋다.
우락부락한 덩치에 갑옷을 입은 노인의 인솔 아래 오는 이들의 모습은.
“뭐야? 왜 저래?”
위디아가 뚱하니 말하자 이안은 웃었다.
최선두에 있는 남자.
오스넨을 제외한 나머지의 눈에는 독기가 실려 있었다.
“쟤들. 뛰어왔다더라.”
“어디서부터?”
“일반적으로 제국에서 북부에 올 때는 스칼렛 왕국의 수도인 레드 시티를 거치지.”
하륜이 한마디 하자 오에리나는 기겁했다.
“잠깐만. 그럼 게이트 안 쓰고 거기서 여기까지 뛰어왔다고?”
그 거리가 얼만데.
마차로도 며칠이나 되는 거리를 뛰어왔다는 말에 모두의 표정이 살짝 굳자 아란세는 심각하게 중얼거렸다.
“우리도 나중에 한번 해 볼까?”
다들 질색하는 사이 제국 아카데미의 생도들이 도착했다.
그들은 기다리고 있는 B반을 말없이 바라보았고 인솔자인 노인은 품에서 두루마리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
“제국 아카데미 교관 빌프로스트 칼린 자작이오.”
“반갑습니다. 프레돈 아카데미 중급 B반 담임 교관 아란세입니다.”
간단하게 인사를 받아 준 아란세는 뒤를 가리켰다.
열려 있는 아카데미의 문 뒤로 교관들이 서 있었다.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별것 아니오. 전장에서는 며칠 동안 뛰는 일도 다반사지.”
“이곳이 전장은 아니잖습니까.”
“제국 아카데미의 생도들은 모두 훌륭한 제국군과 같은 바. 또한…….”
빌프로스트는 짙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이곳 역시 우리에게는 전장이오.”
“그렇습니까?”
마스터의 투기를 마주하면서도 아란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이 순간을 위해 프리디온 교관에게 며칠 동안 시달렸었다.
그 성과를 마주한 빌프로스트의 눈에 이채가 담겼다.
“이쪽이 저희 중급 B반 대표 이안입니다.”
“이안 브랜든입니다.”
빌프로스트는 이안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을 마주하며 이안이 씩 웃자 뒤에 서 있던 오스넨이 나섰다.
“어제 봤던 자로군.”
“그렇지.”
탐색전이라도 하려는 것일까?
이안을 바라보던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국 아카데미를 맞이하는 자리에 애완동물을 데리고 오다니. 너의 패기에는 감탄할 수밖에 없군.”
비꼬는 것 같은 그의 말투에 B반 생도들은 울컥했다.
“또한 프레돈 아카데미의 대표로 중급이 나선다니. 상급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
그 말에 몇몇 생도들은 빠득 이를 갈았다.
“제국 아카데미 정도는 중급이면 충분하지.”
“상급의 실력이 궁금한가? 우리부터 꺾고 알아보는 게 어때?”
B반과 제국 아카데미의 생도들이 서로를 노려보았다.
당장이라도 한판 뜰 것 같은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윌디는 이안을 보았다.
평소라면 이런 시비 걸렸을 때 이안은 그 특유의 독설로 바로 갚아주곤 했다.
하지만 이안은 여전히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당신 답지 않네요. 그래도 황태자라서 시비 걸어도 넘어가는 건가요?”
“응?”
“예?”
윌디가 의아해하자 이안은 담담하게 말했다.
“쟤 칭찬한 거잖아.”
“예? 아니 그 비꼼을 어떻게 칭찬으로…….”
이안에게 말하던 윌디는 오스넨을 보았다.
저 무표정한 얼굴을 보니 아무리 봐도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안이 한 말인데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진짜예요?”
“관상을 보아하니 저 인간은 자신의 속내를 숨기지 않는 사람이다. 진짜 감탄했고, 진짜 궁금한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가 보유한 많은 세계관에서 사용하는 관상술을 활용해 살펴본 이안이 딱 잘라 말하자 윌디는 당황했다.
“얼굴만 봐서 그런 걸 알 수 있다고요? 정말?”
“정 의심 가면 한번 물어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