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82)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82화(82/300)
◈ 제82화
41. 관상을 보아하니 – 2
이안은 대놓고 그를 불렀다.
“이봐. 오스넨.”
“감히 황태자 전하께 반말이라니!! 예를 갖춰라!”
“건방지구나!”
오스넨의 뒤에 있던 생도 두 명이 나섰다.
쌍둥이로 보이는 남녀 둘의 반응에 블랜치와 박바레는 콧방귀를 뀌었다.
“뭐라는 거야.”
“너희나 우리 대표한테 예의 갖춰라.”
제국 아카데미와 프레돈 아카데미 생도들은 서로를 노려보며 무기를 잡았다.
가뜩이나 나쁜 분위기가 더 나빠지자 결국 교관들이 나섰다.
“그만!!”
“멈춰라.”
아란세와 빌프로스트는 손을 들어 생도들을 말렸다.
어째 분위기가 험악해져 가고 있는 것이 이대로 두기는 어려워 보였다.
“일단 들어가시죠.”
그가 길을 내어 주자 빌프로스트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먼저 들어가고, 다른 교관들의 안내를 받는 사이 하륜은 이안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아까 그 말이 진짜야?”
“내가 보기에는.”
<거기에 프레돈 아카데미와 제국 아카데미의 사이도 있으니까 다르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겠죠.>
결국 보는 이의 관점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그에 따라 같은 말이라고 하더라도 받아 들이는 것이 다른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한 오스넨의 말투나 어조를 생각하면 더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에이. 난 좀 믿기 어렵다.”
“믿어라. 믿는 자에게 복이 있으니까.”
이안이 담담하게 말하자 그래진은 자신이 들었던 평가를 언급했다.
“유적학회 쪽에서 그러던데 오스넨 황태자와 한번 얘기한 사람들은 다들 이를 갈았다고 하더군.”
“거기에 그는 라키드 수행 사제님이 회장으로 있을 때도 꽤나 문제 되는 발언을 했었어요.”
다들 부정적인 대답을 하자 이안은 어깨를 으쓱였다.
“생각이 많은 이들은 할 말을 고르다가 실수를 많이 하는 법이지.”
거기에 어제 아우트를 대할 때의 말투를 생각해 보면 더 그렇다.
그는 순수하게 아우트를 존중했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 그냥 욕하면 욕했지 일부러 비꼬거나 빈정거릴 것 같지는 않았다.
“뭐. 그건 차차 알아 가 보자고. 교류전은 이제 시작했잖아?”
느긋하게 말한 이안이 앞서 걷자 B반 생도들은 서로를 보다가 쓰게 웃었다.
“에이. 설마.”
* * *
프레돈 아카데미에 온 제국 아카데미 생도들이 본관에서 입소식을 치르는 사이.
B반 생도들은 평소 하던 대로 훈련에 참석했다.
그렇게 하루의 훈련이 끝나고 기숙사에 복귀하자 제국 아카데미 생도들 몇몇이 로비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한 달 동안은 여기서 같이 지내게 되었으니까 쓸데없는 마찰은 피했으면 싶다.”
앉아 있는 생도 중 여마법사에게 하륜이 말을 걸었다.
그 말을 들은 그녀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파이린 아카츠다. 5서클이지.”
“하륜 솔트다. 이쪽은…….”
그가 다른 이들을 소개하는 사이 이 층에서 한 명이 내려왔다.
오스넨이었다.
“아.”
이안을 발견한 그가 말을 걸려는 찰나 제국 아카데미 생도들이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황태자 전하. 방은 만족하십니까?”
달라붙는 이들을 보던 오스넨은 고개를 끄덕였다.
“프레돈 아카데미에 어울리는 참으로 훌륭한 방이었다.”
“야. 이안. 네 눈이 제대로 된 것 맞냐?”
어조가 평온하고 무감정하다 보니 아무리 들어도 비꼬는 것처럼 느껴진다.
거기에 저자는 블라드 제국의 황태자 아닌가.
평소에 쓰는 방도 꽤나 크고 화려할 텐데 기숙사 방이 만족스럽겠나.
그때 벌컥 문이 열렸다.
빌프로스트는 제국 아카데미 생도들을 향해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이곳에 있다고 한들 제국의 훈련이 멈추지는 않는다! 전원 집합하라!!”
“예!!”
빌프로스트의 외침에 로비에서 쉬고 있던 제국 아카데미 생도들뿐만 아니라 위에 있던 이들도 나갈 준비를 시작했다.
오스넨은 계속 이안을 힐끔거렸고, 그의 반응에 윌디와 그래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지 않아요?”
“그러게. 한번 물어볼까?”
둘이 묻자 이안은 계단으로 올라갔다.
“할 말 있으면 따로 찾아오겠지. 난 예배 드리러 가련다.”
대화를 나눌 시간은 얼마든지 있다.
그가 올라가는 것을 밖으로 나가던 오스넨은 계속 힐끔거렸다.
예배가 끝났을 때는 해가 완전히 저물었을 무렵이었다.
이안이 기숙사로 돌아오자 로비에는 하륜과 그래진, 그리고 제국 아카데미 생도 두 명이 앉아 뭔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뭐 하냐?”
“어? 왔냐? 저녁은?”
“이제 먹으러 가야지.”
“야. 잘됐다. 우리 나가서 먹을 건데.”
“아는 사이야?”
다른 제국 아카데미 생도들과 다르게 그들은 좀 더 가까워 보였다.
이안이 묻자 하륜은 가볍게 긍정했다.
“내 먼 친척이지.”
“필로아 마카센이다. 블라드 제국 마카센 백작가의 후계자지.”
“그래?”
“솔트 후작가의 방계 중에서 마카센 백작가로 시집을 간 누님이 있어. 그러면서 소금 거래를 텄지.”
“이후 솔트 후작가와 연을 맺었다. 그리고 하륜과는 예전에 몇 번 만나서 마법 지식을 공유한 적이 있어.”
그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그래진은 옆에 있는 제국 아카데미 생도를 가리켰다.
“메이 블랜디야. 반가워. 이안. 커티스 유적의 최초 공략자라면서? 나중에 제국 쪽은 와 볼 생각 없어?”
다짜고짜 유적 이야기라니.
이안이 바라보자 그래진이 추가로 설명했다.
“유적학회 소속. 나랑도 몇 번 같이 유적 탐사한 적 있어.”
“아하.”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자 하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넌 어떻게 할래?”
“우리야 나가서 먹어도 되는데 쟤들도 나갈 수 있나?”
“허가는 받았어. 할당된 훈련이 끝났거든.”
메이의 말에 하륜이 한마디 더 했다.
“발라랑 블랜치도 좀 이따가 온다더라. 이안. 갈 거지?”
“그러지.”
그가 쉽게 허락하자 필로아와 메이는 깜짝 놀랐다.
“영웅제 우승자라면서?”
“거기에 엄청 강하고. 그런데 이렇게 어울리고 그래도 되나?”
둘의 반응을 확인한 키르케가 보충 설명을 시작했다.
<제국과의 문화 차이 때문에 그렇습니다.>
<제국의 경우 강자는 고독하게 살아야 한다는 문화가 있습니다.>
‘강자라고 고독할 필요는 없는데 말이야.’
<제국의 역사 때문에 그렇습니다.>
<힘을 가진 자들은 늘 암살에 시달렸지요.>
친구라 생각한 자에게 배신당하는 일은 많다.
거기에 외식을 할 때 식사에 독을 타거나 습격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었다.
그걸 막기 위해 제국에서 강자는 고독해야 한다는 문화가 자리잡혔다.
“강자를 쓰러트리는 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니까…….”
이안의 떨떠름한 반응을 눈치챈 메이가 작게 말했다.
“고작 독 따위 구분 못할 정도는 아니니까 걱정 마라.”
“암습의 위험도 있잖아. 북부는 원래 이런가?”
필로아가 묻자 하륜은 고개를 저었다.
북부에도 저렇게 경계하는 이들은 많다.
다만 이안이 두려워하는 게 없어서 그런 것이지.
둘이 그에게 관심을 보이자 하륜은 가볍게 화제를 바꿨다.
“그렇다면 괴물 황태자께선 바깥에서 먹고 그런 건 거의 없겠군.”
“일반적으로는. 거의 대부분 그 쌍둥이들이 기미도 하고 그런다더라. 전장에서도 말야.”
“되게 피곤하게 사네.”
“황태자라는 자리가 그렇지. 자. 그럼 나가자고.”
이안 일행이 밖으로 나가고 얼마 후.
개인 훈련을 끝낸 발라와 블랜치가 지친 얼굴로 기숙사에 들어왔다.
“으아…… 배, 배고파…….”
“옷 갈아입지 말고 그냥 가자.”
방으로 돌아간 둘은 짐만 놓고 내려왔다.
텅 빈 로비에 돌아와 나가려고 할 때.
그들에게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
“프레돈 아카데미의 생도들.”
“음? 뭐야. 오스넨 황태자 전하시네? 무슨 일이지?”
“혹시 이안이 어디 있는지 아나?”
“방 위치는 저기 적혀 있잖아.”
“가 봤다.”
하지만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의 룸메이트인 그래진까지도.
“지금쯤이면 예배도 다 끝나고 돌아왔을 텐데?”
“걔들이랑 같이 나간 거 아냐?”
그들이 알기로 오늘 이안의 하루 일과는 끝났다.
그렇다면 그 하륜과 그래진이 그에게 권유했을지도 모른다.
“밥 먹으러 나간 것 같은데?”
“그런가.”
“뭐 할 말이라도 있어? 참고로 말하지만 시비라면 관둬.”
발라가 경계하자 오스넨은 고개를 저었다.
“그럴 생각은 없다. 그저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뿐.”
“그래? 그럼 우리도 나갈 거니까 같이 나가든가.”
“바깥으로 말인가?”
“아니면 식당으로 가 봐. 밖에 안 나갔을 수도 있어.”
발라가 말하자 오스넨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저녁을 먹지 않았으니 따라가지. 안내해 주겠나?”
“안내는 해 주겠는데 황태자 전하께서 드실 만한 식당인지는 모르겠네.”
“걱정 마라. 난 뭐든 잘 먹으니까.”
그는 어딘지 모르게 우쭐해 보이는 표정을 지었다.
괴물이라 불리는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 표정에 둘은 순간 당황해 버렸다.
“어. 음…… 그런데 아까 그 두 명은? 그 쌍둥이들. 걔들까지 가면 시끄러우니까 오지 말고.”
“지금 추가 훈련을 받고 있다. 선착순 경쟁에서 뒤처진 대가를 받는 것이지.”
“아하. 그렇군. 아. 그리고 우리한테 존댓말은 기대하지 말라고. 거기에 걔들처럼 보살필 생각도 없고.”
오스넨은 담담하게 답했다.
“프레돈 아카데미의 특성은 알고 있고 경험해 본 적도 있다. 그리고 오늘 있었던 둘의 무례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어?”
“어어…….”
순수하게 사과하는 그의 모습에 블랜치와 발라는 서로를 보았다.
아까 아침에 이안이 했던 얘기가 떠오르고 있었다.
마을에서 가장 고급 식당인 루벤의 식탁의 테라스 자리에서 하륜은 적당히 주문했다.
음식들이 나오자 그는 아까 있었던 일에 대해서 물었다.
“필로아. 오스넨 황태자가 아까 한 말. 칭찬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거 맞냐?”
“아까 한 말? 뭐?”
등갈비를 뜯던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까 뒤쪽에 있다가 못 들었나 보다.
“먀네를 보고 말한 거랑 중급 따위가 어쩌고저쩌고.”
“태자 전하께서 그러셨다고?”
“어. 아주 제대로 빈정거리던데?”
가만히 듣던 필로아와 메이는 고개를 저었다.
“그분과 대화를 하는 이들은 대부분 오해를 하더군.”
“맞아. 어조나 표정에 큰 변화가 없어서 듣는 이들이 오해를 하는 경우가 많긴 해. 그래도 몇 년 겪어 보면 다들 알아. 태자 전하께선 진짜로 감탄하고 궁금하셔서 그렇게 얘기하셨겠지.”
하륜과 그래진은 이안을 보았다.
커다란 소시지를 잘라 먀네에게 먹이던 이안은 시큰둥한 얼굴로 말했다.
“거봐.”
“그, 그런가?”
“태자 전하를 옆에서 보좌하는 릴리와 헤빈이 좀 성격이 더럽긴 하지만…… 태자 전하의 성격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보는데. 알고 보면 좋은 분이라고.”
추가로 설명한 메이는 이안을 보았다.
“그나저나 대단하네. 제국에서도 태자 전하와 친한 사람들 정도만 그분에 대해서 잘 아는데.”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이 얼만데 그걸 모르겠나.
이안은 별다른 내색 없이 소시지를 한 입 먹다가 휙 고개를 돌려 거리 쪽을 보았다.
그의 갑작스러운 반응에 일행들은 의아해했다.
“왜?”
‘키르케.’
<마을 서부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전투 참가자는 블랜치, 발라, 오스넨으로 스무 명의 익스퍼트를 상대하고 있습니다.>
‘블루문인가?’
<제국에서 활동하는 암살 조직인 노페이스입니다.>
빠르게 분석한 키르케가 보고하자 이안은 검을 챙겼다.
그걸 본 먀네도 바로 그의 어깨로 올라갔다.
“우리 애들이랑 오스넨이 습격당하고 있어. 내가 가 볼 테니까 먹고들 있어.”
말을 마친 이안은 2층의 테라스에서 휙 뛰어내렸다.
순식간에 멀어진 그를 멍하니 보던 넷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