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83)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83화(83/300)
◈ 제83화
42. 가 봐야겠네 – 1
마을에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발라는 블랜치를 잡았다.
“미행이 붙었다.”
“……어? 정말?”
“그래. 상대를 반드시 죽이겠다는 일념이 섞였는데……. 이 정도면 일류 암살자인 듯.”
“혹시 블루문?”
이안이 블루문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은 그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블랜치는 슬쩍 창을 잡았다.
혹시 몰라 무기를 들고 오기를 잘했다.
“그건 나도 모르겠…….”
“미안하다.”
그들의 뒤에서 걷던 오스넨이 입을 열었다.
둘이 의아해하자 그는 샐쭉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날 잡기 위해서 온 것일지도 모르겠군.”
“우리 대표 잡으러 온 것일지도 모르겠는데?”
개학하고 블랜치에게 들었다.
이안이 블루문 암살자를 잡고 그들이 조직에 대한 정보를 얻어 가문에서 그들을 공격했다고.
그 과정에서 이안이 블루문의 적이 되었다.
북부에서 블루문의 악명을 모르는 자들은 없다.
그렇기에 발라도 전투 도끼를 꺼내 들었다.
“블루문의 조사 능력이라면 내가 이안과 피를 나눈 형제와 같은 사이라는 것 쯤은 알았겠지.”
발라가 진지하게 말하자 블랜치는 정색했다.
“너 말고 날 잡아서 이안을 협박하려고 한 것 아닐까?”
둘이 서로를 물끄러미 보는 사이 오스넨이 말했다.
“날 잡으러 온 것이라 생각한다. 이곳까지 오면서도 몇 차례 암살자들과 조우했었으니까.”
어쨌든 중요한 것은 미행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블랜치는 발라와 오스넨에게 말했다.
“일단은 따라와 봐.”
“골목으로 가게?”
“사람 많은 곳에서 싸울 수는 없잖냐.”
상대가 블루문이든, 아니면 오스넨을 노리는 놈들이든.
이런 대로에서 싸우면 마을 사람들에게 피해가 생긴다.
블랜치는 빠르게 계산했다.
이 위치에서는 아카데미보다 약속장소가 더 가깝다.
거기 옆에 경비대 막사가 있으니 그들과 합류하도록 하자.
“목표는 루벤의 식탁. 오스넨. 잘 따라와.”
“알겠다.”
골목에 들어서자 살기가 짙어졌다.
그것을 느낀 발라는 블랜치와 오스넨의 등을 툭 쳤다.
그 신호를 시작으로 셋은 빠르게 뛰었다.
“왼쪽!!”
뒤쪽에서 쫓아오는 소리가 들리자 블랜치는 바로 방향을 꺾었다.
하지만 그곳에도 살기가 있었다.
나온 것은 두 명.
장검과 창을 들었고 그들의 무기에는 푸른 오러가 맺혀 있었다.
“돌파한다!!”
강하게 외친 블랜치는 창을 꽉 잡았다.
그 순간 푸른 오러가 그의 창에 일렁거렸고 발라 역시도 도끼를 잡은 손에 힘을 넣었다.
“하아압!!”
“뒤는 맡겨라.”
추적해 온 암살자 세 명 역시 익스퍼트 수준이었다.
그들을 향해 오스넨은 뽑은 검을 강하게 휘둘렀다.
-챙그랑!!
검째로 암살자 하나를 베어 버린 오스넨은 두 명의 암살자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우웅!!
낮은 진동음과 함께 푸른 오러 블레이드가 나타난다.
그것이 두 명의 암살자의 목을 베어 넘겼을 때 블랜치와 발라도 암살자 두 명이 물러나게 만들었다.
“가자!!”
그렇게.
좁은 골목을 통한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마을의 골목은 전부 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적들의 조사도 만만치 않았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튀어나오는 기습.
그리고 가끔씩은 마을 사람들을 잡아 와 방패로 쓰기도 했다.
비열하고 치사한 수법에 블래치와 발라는 조금씩 상처를 입어 가고 있었다.
“끙…… 야. 괜찮냐?”
블랜치가 묻자 발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도끼를 들었다.
그의 두꺼운 오른팔에서 피가 샘솟듯 솟아나고 있었다.
마을에서 자주 마주치던 과자 가게의 아들이 잡혀 있었다.
그 아이를 구하다가 다치고 말았다.
“젠장. 괜히 나섰어.”
발라는 투덜거리며 한 손으로 전투 도끼를 잡았다.
오스넨과 블랜치 역시 큰 상처는 없지만 몸 여기저기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몇 놈이나 온 거야?! 도대체!”
“수가 많은 것이 아니다. 저들은 차륜전을 펼치고 있을 뿐.”
오스넨이 담담하게 말하자 블랜치와 발라는 이를 갈았다.
“그 정도 실력으로 도망치지도 않고 싸움을 택하다니. 그 용기에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군.”
칭찬인지 비웃는 건지 알 수 없는 말에 블랜치는 울컥했다.
“빌어먹을! 그럼 죄 없는 애가 잡혀 있는데 그냥 가냐?! 제국 아카데미는 그럴지 몰라도 프레돈 아카데미는…….”
창을 꼬나 잡고 숨을 들이마신다.
차분하게 오러를 끌어 올리며 기다리고 있을 때.
적을 이끄는 자 중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명령했다.
“쳐라.”
아까 전 아이를 인질로 잡고 있던 놈이 달려들자 블랜치는 남은 기운을 폭발시키듯 끌어 올렸다.
“그런 놈은 사람 새끼 취급도 안 한다고!!”
자신의 말에 열받고 더 가열하게 싸우려는 그를 향해 오스넨은 난감해했다.
“그런 의도는 아니었다만.”
“헛소리할 시간 있으면 한 놈이라도 더 죽여!!”
강하게 외친 블랜치가 발라를 노리는 암살자의 목을 향해 창을 휘둘렀다.
기묘한 방향으로 휘어진 창이 그의 목을 깊게 꿰뚫어 버렸다.
하지만 큰 공격은 틈을 만들었고 적들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블랜치의 가슴을 향해 소검이 내질러졌다.
“젠장!”
그때 전투 도끼가 날아들었다.
블랜치를 공격하려던 암살자의 가슴에 도끼가 박히자 다른 암살자가 전투 도끼를 치워 버렸다.
블랜치를 살리려다 무기를 잃었다.
발라는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다가 단검을 꺼냈다.
“죽여라.”
또다시 암살자들이 달려든다.
그걸 본 블랜치가 창을 다시 휘두르려는 찰나.
-푸슈슛!!
그에게 달려들던 암살자의 목이 떨어졌다.
고개를 돌려 보니 오스넨이 허공을 격해 그를 벤 것이었다.
전에 이안이 썼던 것과 비슷한 기술로 한 명을 죽인 오스넨은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너흰 뒤로 빠져 자신만 지켜라. 이제부턴 내가 상대할…….”
그가 말을 끝내기도 전.
골목 한쪽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한 자루 검을 빼 들고 있던 그가 암살자 무리를 지나쳐 들어왔을 때.
-푸슈슈슛!!
그가 지나친 자리의 암살자들의 머리가 툭툭 떨어지며 피 분수가 터졌다.
“이안!!”
“형제여!!”
지금 이 순간 누구보다 반가운 사람이 나타났다.
블랜치와 발라가 기뻐하자 이안은 오러 블레이드를 뽑은 오스넨을 가리켰다.
“쟤는 그래도 좀 멀쩡한데 너희는 왜 그렇게 다쳤냐? 더 열심히 수련해야겠다.”
“야! 지금 그런 소리 할 때냐?”
“괴물 황태자랑 우리가 같냐고!”
반가워서 눈물이 날 것 같다.
둘이 활짝 웃으며 으르렁거리자 이안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직 적들은 전의를 잃지 않고 있었다.
“어이. 오스넨. 저자들은 당신 손님인 것 같은데.”
“그런 것 같군.”
“이번 일의 빚은 제대로 받아 주지.”
“클라우드 킬!!”
이안이 말하는 사이 세 명의 암살자가 팔찌를 드러내며 외쳤다.
클라우드 킬.
5서클 마법으로 독의 구름을 만들어 범위 내의 모두를 중독시키는 강력한 마법이다.
이것이 그들이 준비한 비장의 수였나보다.
그들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먀아아아아!!”
이안의 어깨에 있던 먀네가 거칠게 울었다.
그것만으로도 녹색의 구름은 산산조각 나 허공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것에 당황한 암살자들이 다른 아티팩트를 쓰려는 찰나.
‘키르케.’
<칠색 마안 – 남의 차폐를 사용합니다.>
“헉?!!”
“이, 이게 무슨……?!”
이안의 눈이 한순간 남색으로 변했다.
그리고 그의 시야에 있던 암살자들이 모두 혼란에 빠졌다.
어떤 소리도, 어떤 빛도.
외부의 어떤 자극도 받아들일 수 없게 되었다.
완전히 자신만의 공간에 갇히게 된 그들이 당황하는 사이 이안은 검을 휘둘렀다.
천마신공 파천의 장.
사신겸.
검에서 쏘아진 무형의 검기는 죽을 자의 목을 베는 사신의 낫처럼 골목에 있는 암살자들의 목을 일거에 베어 버렸다.
차폐에 걸린 채 저항조차 하지 못한 그들이 목이 잘린 채 쓰러져 버리자 블랜치는 안도하고 털썩 주저앉았다.
“어, 어휴.”
“죽다 살아났네…….”
이안은 둘을 살펴보았다.
블랜치의 상처는 그리 크지 않지만 발라의 팔에 난 상처는 꽤나 크다.
“움직이지 마라.”
그는 상처에 손을 올렸다.
따사로운 기운과 함께 팔의 고통이 줄어들자 발라는 깜짝 놀랐다.
“너 회복술도 쓸 수 있었냐?”
“뭐야. 몰랐냐? 저번에 내가 에이스윈 치료했었는데?”
“힐링 포션 쓴 줄 알았지.”
발라는 새삼스럽게 이안의 힘에 감탄했다.
열 명이 넘는 익스퍼트들을 일격에 쓰러트린 검술도 대단하지만 이런 것까지 할 줄 알다니.
“아. 형제. 날 구하기 위해 이렇게 급하게 와 주다니. 이거 뭐라고 고마워해야 할지 모르겠군.”
“나 구하러 온 거거든?”
“출장비 받을거다.”
안심이 되니 농담이 나온다.
둘에게 한마디 해준 이안은 오스넨을 보았다.
“댁도 편하게 살기는 글렀군.”
“아무튼 도와줘서 고맙다.”
“난 감사인사는 양손 가득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때 이안이 들어왔던 골목 쪽으로 사람들이 몰렸다.
“야! 이안!”
“허억…… 허억…… 난 달리기는…… 허억…… 약하다고…….”
하륜과 그래진, 필로아와 메이가 달려왔다.
헐떡거리며 달려온 그들은 골목에 펼쳐진 참상을 보고 기겁했다.
“뭐, 뭐야?!”
“어떻게 된 거냐? 블랜치.”
하륜이 묻자 블랜치는 바로 답했다.
“저 작자 노리고 암살자가 들어왔어.”
“……참 깔끔한 설명 고맙다. 오스넨 황태자.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저 친구가 말한 것이 다다. 이 암살자들은 제국에서부터 날 노리던 자들이다.”
“그렇다 한들 우리 쪽에서 피해를 본 것은 사실이지.”
“그에 대한 보상은 충분히 하겠다. 그리고.”
그는 블랜치와 발라에게 살짝 고개를 숙였다.
“도움에 감사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생각한 것일까?
천천히 고개를 든 오스넨은 담담하게 말했다.
“약하면서도 다른 이들을 구하고자 무모한 짓을 한 너희들의 용기를 나는 감히 따라 할 수 없을 것 같군.”
그 말을 들은 프레돈 아카데미 생도 넷은 인상을 찡그렸다.
말만 보면 칭찬인데 기분 탓인지 약한 주제에 나대지 말라는 말로 들린다.
“그럼 주변 정리는 경비대 불러서 시키자. 그나저나 댁은 왜 나왔지?”
“너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우리가 따로 할 이야기가 있나? 결투 신청이라면 기다려. 조만간 기회가 있을 테니까.”
라키드와 싸웠을 때처럼 자리가 마련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는 제대로 밟아 줄 것이고.
하지만 오스넨은 고개를 저었다.
“그것 때문이 아니다.”
“그럼 뭐지?”
그는 주변에 있는 생도들을 둘러보았다. 둘이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하륜. 나가서 경비대 좀 부르고 애들 데리고 가게로 가 있어. 먹던 건 마저 먹어야지.”
“계산 다 하고 나왔는데?”
“그럼 목숨 살려 줬으니까 오늘은 얘들이 사겠지.”
“아이고. 당연하지. 야. 가자! 내가 살게!”
회복된 발라가 기운차게 외치자 구출해낸 이들을 데리고 다들 물러난다.
시체만이 남은 골목에서 오스넨은 그들의 품을 뒤지던 이안에게 물었다.
“어제 떠올랐지. 스칼렛 왕국 브랜든 남작가의 삼남. 이안 브랜든.”
“남들 다 아는 사실을 재확인시켜서 뭐 하려는 거지?”
시체들에게서 아티팩트, 혹은 신분을 증명할 만한 것들을 빼내던 이안은 퉁명스럽게 답했다.
“판데모니움이라는 자들에 대해서 아나?”
그 말을 들은 순간 이안의 손이 멈췄다.
“내가 열 다섯 살이 되었을 때. 전쟁에 나간 적이 있었지.”
그때 황제를 따르며 꽤나 많은 전투를 치뤘었다.
그리고.
소규모 야전을 끝내고 복귀하려 할 때 한 남자가 나타났었다.
그리고, 그는 무시무시한 검술과 마법으로 병사들과 기사들을 제압하고 다가왔었다.
“그래서?”
“아군을 단 한명도 죽이지 않은 그는 몇 장의 초상화와 이름을 보여 주며 말했었다.”
오스넨은 한 치의 거짓도 없다는 시선을 보내며 말을 이었다.
“그들의 재능을 나에게 팔겠다고.”
“흠.”
“그리고 그 초상화 중 하나에 너로 추정되는 어린아이의 얼굴과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 말을 들은 이안은 검을 잡았다.
“그래서. 거래했나?.”
“믿어 줄지는 모르겠지만 난 그들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리고 그는 물러났고 이후로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다만…….”
그는 빠득 이를 갈고 증오를 가득 담아 말했다.
“나 역시 그들을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