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84)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84화(84/300)
◈ 제84화
42. 가 봐야겠네 – 2
꽤나 진지해보이는 그를 향해 이안은 씩 웃었다.
“왜 그걸 이제 이야기하냐?”
“사실 어젯밤에 너를 보고 말할까 했었다.”
하지만 어제 이안은 아우트와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보였다.
그리고 그것이 관도에서 만났던 달의 교단 사제들과 관련된 일이라 생각했다.
성실한 달의 교단 신자로서 괜히 자기 용무 때문에 교단의 행사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이안과는 일정이 끝나면 이야기 할 시간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저녁에 말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일이 틀어진 것 뿐이다.
어쩐지 어제 보자마자 갸웃거리더라니.
어제 그가 보였던 반응을 떠올린 이안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가? 뭐 그건 그렇다고 치고.”
가볍게 말한 그는 클라우드 킬 마법이 걸린 아티팩트를 챙겼다.
“판데모니움이라는 놈들이 다섯 장의 초상화를 가져왔다고 했었지? 그들의 이름을 전부 기억하고 있나?”
“그래.”
“나머지 네 명의 조사는 해봤나?”
“두 명은 죽었고, 한 명은 재능 없이 망나니처럼 살아갈 뿐이고, 한 명은 실종되었다.”
그리고 그 다섯 중 하나.
똑같이 재능을 빼앗겼다던 이안만이 아카데미에서 활약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판데모니움을 찾는 이유는? 말하는 것을 들어보니 그쪽에 꽤나 적대감을 가진 것 같은데? 왜?”
“확인할 것이 있다.”
“뭐지?”
“내 동생. 파세딘에게서도 재능을 빼앗아 간 것인지.”
제국의 7황자이며 막내.
현재 10살이 된 파세딘 루드 블라드는 심각할 정도로 능력이 없었다.
블라드의 피를 이어받은 이들은 대부분 뛰어난 재능을 지녔다.
당장 오스넨뿐만 아니라 그의 형제자매들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하지만 단 하나.
파세딘만은 달랐다.
“그 녀석은 뭘 해도 모자라지.”
“뭔가 병이 있다거나 그런 건 아닌가?”
“어의가 살펴보았지만 그런 것은 없었다. 또한 신체 자체도 크게 나쁘지 않아.”
하지만 훈련을 할 때면 금방 겁을 먹어 버린다.
밤새 공부를 해도 돌아서면 잊는다.
단순하게 평범한 수준이라면 문제가 없지만 과할 정도로 못한다.
“그 녀석도 꽤나 노력은 하지만 성과를 이뤄내지 못하고 있어.”
“그런가?”
“이안. 너 역시 재능을 빼앗긴 쪽 아닌가?”
오스넨은 과거 조사했던 이들에 대해서 말해 주었다.
그들 모두 초기에는 꽤나 노력을 했었다.
하지만 모두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오늘 알아보니 너도 작년, 아니 올해 초까지는 비슷했다고 들었다.”
“흠…….”
“뭔가 방법이 있었던 건가? 치료를 했다거나.”
그런 것 따위는 없다.
실제로 이 빙의체는 포기하지 않고 저항을 했을 뿐.
그 자신도 재능 없음에 한탄하고 절망했으니까.
“아니면 정말 검성이나 숲지기에게 훈련받았기에 그렇게 된 것인가?”
“그런 건 아니고. 그들의 부모들은 뭔가 아는 것이 없던가?”
“특별한 것은 없었다. 그리고 조사원의 보고에 따르면 너희 부모에게서도 뭔가 나오는 것은 없었지.”
“그래?”
‘최단 경로는?’
<게이트를 통해 팔킨 영지까지 간 후 관도를 이용합니다.>
<그 경우 7시간 안에 브랜든 영지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이안이 작정하고 달리면 더 빨리도 갈 수 있다.
루트를 파악한 키르케가 보고하는 사이 둘은 골목에서 빠져나왔다.
“태자 전하!!”
“무, 무사하십니까?!”
아까 이안이 말한 대로 하륜이 신고를 해 놨기 때문일까?
아카데미에서도 사람이 나왔다.
경비병들이 경례하고 안으로 들어가자 오스넨을 보좌하는 릴리와 헤빈이 달려왔다.
“난 무사하다.”
“아아. 다행입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하지만 여기 상처가!! 아아아…… 당장 치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기뻐하던 쌍둥이는 뒤에 서 있던 블랜치와 발라를 보았다.
“너희가 황태자 전하와 같이 싸운 건가?”
“그런데. 왜?”
초기에 날카로운 기세를 보였던 둘이다.
그렇기에 블랜치는 피식 웃었다.
그를 바라보던 쌍둥이는 블랜치와 발라에게 고개를 숙였다.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겠다.”
“고맙다.”
프레돈 아카데미와 제국 아카데미의 사이를 생각하면 쉽게 인사를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니 그에 대한 감사는 반드시 해야 한다.
둘이 자존심을 꺾고 인사하자 오스넨은 씩 웃었다.
“너희는 약하면서도 자신들보다 더 약한 자를 지키려 한 자들이다. 또한 나에게 휘말렸음에도 불구하고 필사적으로 싸운 전사들이고.”
오스넨의 치하에 블랜치와 발라는 어깨를 으쓱였다.
아카데미에서도 성격 좋기로 유명한 둘이다.
이런 일은 가벼운 인사 정도로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안은 아니었다.
“세상에서 제일 쉬운 것이 말뿐인 감사라더라. 원래 감사 인사는 양손 무겁게 해야 하는 법이지.”
그리고 하는 김에 자신에 대한 감사 인사도 했으면 싶다.
어쨌든 도운 것은 사실이니까.
“먀먀!”
“옳으신 말씀.”
“모든 일에는 대가가 필요한 법이라는 말 모르나?”
먀네, 하륜, 그래진을 번갈아 바라본 오스넨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일에 대한 보답은 내가 따로 하도록 하지. 릴리, 헤빈. 가자.”
볼일은 다 봤다.
오스넨이 가 버리자 둘은 황급히 그의 뒤를 쫓았다.
어째 함께 밥 먹을 분위기는 아닌 것 같았다.
필로아와 메이도 가볍게 인사하고 오스넨을 따라가자 발라는 느긋하게 말했다.
“야. 우리는 밥 먹으러 가야지?”
뒤처리는 아카데미에서 나온 경비병들이 해결해 줄 거다.
이안이 노페이스의 암살자들에게서 얻은 아티팩트들을 주머니에 담는 사이 하륜은 이안의 등을 툭 쳤다.
“저기서 뭔 얘기 했냐?”
“별 얘기는 없었고……. 일단 밥부터 먹고 얘기해 주지.”
저녁 식사를 하고 아카데미로 돌아와 방에 모이자 이안은 오스넨과 나눴던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걸 전부 들은 그래진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발록 유적의 그 실험이 진짜 가능한 것이었단 말이야?”
“그러겠지?”
하륜은 팔짱을 끼고 신음했고 그래진은 몇몇 자료들을 확인해 보았다.
그사이 이안은 먀네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래서 난 다음 휴일에 집에 좀 갔다 오려고.”
“브랜든 영지? 거긴 게이트도 없잖아.”
“길은 알아.”
키르케가 보고한 루트를 말해 주었지만 다들 그리 좋지 않은 표정이었다.
당장 이안과 브랜든 남작가의 사이를 아니 더 걱정이 된다.
“혹시 모르니 누군가를 데리고 가는 게 낫지 않겠냐? 예를 들면 나라거나.”
“유적과 관련된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내가 가도 괜찮지.”
“그래. 나도 가지.”
“솔트 후작가와 관계된 내가 같이 가면 이상한 짓은 못 할 거다.”
그들이 나서자 이안은 웃었다.
아란세가 잘도 허락해 주겠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수업이나 들어. 다른 애들 어떻게 할 건데?”
“끙…….”
“그럼 판데모니움과 관련된 문제는 조사를 어떻게 하지? 네가 할 거냐?”
하지만 그것까지 하기에는 이안이 바쁘지 않을까 싶었다.
틈나는 대로 자신이 해 볼까 싶어 그래진이 말하자 이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도 좀 생각해 둔 게 있어.”
“뭔데?”
“의뢰하려고.”
“의뢰……. 어? 너 설마.”
“레일라에게 말해야지. 폐건물에 대한 건 헬리드가 말해 줬을거고 걔라면 그게 헤이스팅스와 관련된 것을 알아냈을거야.”
“걔라면 그럴만 하지.”
“그러니 괜히 이상한 곳 뒤지게 하지 말고 여길 파게 하는 게 나아.”
거기에 그녀도 나름대로 머리가 잘 돌아가는 만큼 지원해 준다면 뭔가 알아내지 않을까 싶었다.
이안이 말하자 하륜은 피식 웃었다.
“사람을 쓰는 법을 알고 있군. 그건 또 어디서 배웠냐?”
“용인술 정도는 쉽다. 그럼 난 명상하러 갈 테니까 알아서들 잘 놀다 자라.”
이안이 먀네만 데리고 밖으로 나가자 그래진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나저나 이안이 빠지면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떻게든 되지 않겠냐? 우리 요새 꽤 하잖아?”
다들 태평한 듯하자 그래진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게 문제가 아니라 애들이 말을 듣느냐지.”
이안이야 대표고, 그에게 가르침을 받는 입장이니 문제 생겨도 그의 지시에 다들 잘 따른다.
하지만 그가 없다면?
이안이 없을 때의 B반을 떠올린 하륜은 딱딱하게 굳었다.
“음…… 이건 굉장히 심각한 문제군.”
* * *
다음 날이 되자 이안은 바로 아란세를 찾았다.
교류전 도중에 휴가를 내겠다는 말에 그는 꽤나 당황했지만 일단은 허가해 주었다.
“그나저나 별일이군. 네가 휴가를 신청하다니. 어딜 가려고 그러냐?”
“브랜든 영지에 다녀오려고 합니다.”
“거긴 왜? 쯧. 같이 가 주랴? 내가 얘기하긴 좀 그렇지만 너희 집 가족들이 좀…… 그렇잖냐.”
아란세가 걱정하며 말하자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고. 조심해서 다녀와라.”
간단하게 허가를 받고 이안이 교관실에서 나오자 바깥에는 윌디와 오에리나, 박바레가 서 있었다.
“어라? 이안. 어디 가나요?”
교관실에서 나눈 이야기를 들은 것일까?
윌디가 대표로 물었다.
“집에 좀 다녀오려고. 넌 왜 여기 있냐?”
“아. 이것 때문에요.”
오늘 있을 약제술 수업의 교보재 때문에 왔다.
커다란 트레이에 있는 화분들을 보던 이안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거 만드레이크 아냐?”
“예. 오늘은 칼츠 시약을 만드는…….”
“오른쪽에서 네 번째 만드레이크 마력 과잉으로 뿌리가 시들었어. 그걸로 만들어 봤자 시약 못 만들 텐데?”
“예? 어디요?”
겉으로 봐선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녀가 의아해하는 사이 이안은 가리킨 만드레이크를 잡았다.
“이안! 그거 그냥 뽑으면……!”
만드레이크는 뽑았을 때 끔찍한 비명을 질러 주변에 피해를 준다.
그 때문에 마법을 걸어 뽑아야 한다.
그것을 아는 오에리나는 당황하며 마법을 준비했다.
“윽! 사일…….”
하지만 이안이 뽑은 만드레이크는 비명을 내지르지 않았다.
그의 말대로 뿌리 쪽이 시들어서 축 들어져 있을 뿐이었다.
“어…… 지, 진짜네?”
놀란 그녀는 마법을 멈추고 이안을 보았다.
“어떻게 알았어?”
“원예는 마음을 다스리기 좋은 취미라 익혀뒀어. 그리고 저 끝에 있는 것도 바꿔.”
간단하게 말한 이안이 가 버리자 박바레는 신기해하며 말했다.
“쟤의 눈에는 도대체 뭐가 보이는 걸까?”
“글쎄요…….”
윌디는 죽은 만드레이크의 이파리와 산 만드레이크의 이파리를 비교해 보았다.
이파리의 끝부분이 살짝 시들어 말라 있었다.
예전이라면 알아차렸을 텐데.
요새는 이런 것은 이안이 바로 걸러 내서 크게 신경 쓰지 못했다.
윌디는 만드레이크를 보며 씁쓸해했다.
“이안이 B반에 온 지 1년도 안 됐는데 그에게 너무 의지하는 것 아닌가 싶네요.”
“뭐. 어쩔 수 없는 것 아닐까?”
편의에는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
오에리나가 중얼거리자 윌디는 트레이를 살짝 쥐었다.
“아무튼 이안이 휴가를 간다고 하니 그때까지는 우리가 잘해 낼 수밖에 없겠군요.”
그리고.
그가 며칠 없을 것이라는 말을 들은 B반 생도들 모두 꽤나 큰 부담감을 느끼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