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88)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88화(88/300)
◈ 제88화
44. 악마든 뭐든 – 2
“헉!!”
그 낙뢰에서 유일하게 이안에게 말을 걸었던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안심할 수는 없었다.
어느새 이안이 그의 앞에 와 있었기 때문에.
-퍼어억!!
당황한 그를 한 대 후려쳐 날려 버린 그는 눈을 돌렸다.
번개에 맞은 개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여기저기 부서지고, 고름이 차올랐던 몸에 검은 기운이 일렁인다.
지금까지 만났던 악마들과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의 막대한 악의가 치솟고 있었다.
“전에 봤던 악마 볼라디랑 비슷하게 생겼네.”
<형태만 그럴 뿐 본질은 다릅니다.>
<볼라디는 현계한 것이 아니었지만 이것은 자신의 육체를 지녔습니다.>
<악마의 힘을 완전히 쓸 수 있습니다.>
<키메라의 힘을 완전히 쓸 수 있습니다.>
키르케의 말대로 그림자로 뒤덮여 있던 볼라디와는 달랐다.
확실하게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다.
그나마 남아 있는 은빛의 털이 검게 물든다.
피로 지저분하게 물들어 있던 입은 조금 더 길쭉해진다.
몸 여기저기 나 있는 흉측한 고름들이 터지고 그곳에서 검은 기운이 촉수처럼 출렁거렸다.
그저 개의 형태였지만, 팔과 다리가 길어지며 이족 보행이 가능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었다.
앞발의 발톱이 칼날처럼 길어지며, 부상들이 점차 회복되어 가고 있었다.
-쿠어어어어어!!
양팔과 양다리에 묶여 있던 사슬을 끊어버린 악마 메우리발레스는 양손을 모아 이안에게 힘껏 내리찍었다.
“흥.”
낮은 콧방귀를 뀌며 이안은 검을 빙글 돌려 잡았다.
천마신공 달의 장.
월륜.
달빛이 맺힌 검이 원형의 빛을 그린 순간 메우리발레스의 팔이 잘려 버렸다.
-콰앙!!
하지만 잘린 팔이 검은색 기운으로 변해 사라지고 잘린 자리에 새로운 팔이 돋아난다.
전혀 피해를 입지 않은 듯.
너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개와 같은 입가가 히죽거리기 시작했다.
<보유한 기운을 이용해서 육체를 복구하고 있습니다.>
<트롤의 재생력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크르르르…….”
그 외에도 오거의 특성인 괴력을 사용하려는 것인지 몸이 부풀어 오른다.
거대해진 메우리발레스가 걷어차려 하자 이안은 가볍게 피하며 말했다.
“역시 아쉽네.”
<본래의 달의 존재였다면 막대한 달의 기운을 지녔겠지요.>
“그러니까.”
키메라들의 특징이 저렇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모든 기운이 대부분 사라지고 그 기운만큼 그 자리에 잡다한 것이 채워진다.
저 마수를 이 세계에 잡아 두기 위해 변화시킨 흔적들이 이안은 상당히 불쾌했다.
메우리발레스를 노려보던 그는 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저 키메라 안에 있는 악마가 다양한 특성을 잡아 두고 있습니다.>
<그 특성의 해제 전까지는 일반 공격으로는 피해를 입힐 수 없습니다.>
알고 있다.
저런 적을 상대한 것이 처음도 아니니까.
메우리발레스가 포효한다.
악의가 더욱 짙어지고 그의 몸에서 수십 개의 칼날 같은 촉수가 뻗어지려던 순간.
이안은 눈을 번뜩였다.
<칠색의 마안 – 황의 폭주를 사용합니다.>
그의 눈이 황색으로 변했다.
그 눈을 마주한 메우리발레스의 움직임이 멈췄다.
-으득! 으드득!
메우리발레스가 지배하고 있던 기운들이 저항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팔의 근육들 여기저기가 일렁거린다.
살이 부풀어 오르려다 멈추기도 하고, 움직임이 뚝뚝 끊어진다.
저 키메라 안에 있는 다양한 기운들이 폭주하며 메우리발레스에게서 벗어나려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지배되던 기운들의 폭주에 악마 메우리발레스는 온 힘을 다해 보았지만.
<칠색의 마안 – 황의 폭주를 사용합니다.>
-퍼엉!!
한 번 더 마안을 사용한 것만으로 그의 저항은 헛된 것이 되어 버렸다.
긴 팔의 근육이 부풀어 올라 터진다.
거대한 몸을 지탱하던 다리가 갈라진다.
등이 찢어지고 복부가 터져 나가며 몸이 무너져 내린다.
두 개의 눈이 터져 버리고 손톱과 발톱이 부러져 버렸다.
폭주하는 기운들을 잡아 두지 못한 메우리발레스는 그 반동을 이기지 못하고 털썩 무릎을 꿇었다.
“커억…… 커어억…….”
저항할 힘조차 없어보이는 그를 내려다보던 이안이 검을 들어 올렸을 때.
거친 숨을 토해 내던 메우리발레스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네놈…… 뭐냐.”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 널 여기로 부른 게 누구지?”
“크…… 크흐흐…….”
거친 비웃음을 들은 이안은 검에 태양의 기운을 담았다.
그걸 본 메우리발레스는 더욱 웃기 시작했다.
“흐하하하! 하하하!! 날 막는다고 끝일 것 같나?! 이제 곧 위대하신 칠대 죄악께서 오시리라!! 그때 이미 끝나 버린 이 세계가 얼마나 버틸……. 끄아아악!!”
항마의 기운을 담아 몇 차례 공격해 봤지만 메우리발레스는 고통스러워할 뿐 계속 저주만 퍼부었다.
하는 꼴을 보아하니 순순히 답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럼 더 해 봐야 시간 낭비다.
이안은 비참한 몰골로 히죽거리는 메우리발레스에게 손을 뻗었다.
“뭐…… 하려는 거냐…….”
거대한 머리에 손이 닿았다.
왠지 모를 불길함에 메우리발레스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지만 이안은 답하지 않았다.
그저 세계관을 불러올 뿐.
<사울로 신성국의 구마 의식을 시작합니다.>
“상떼 미아덴 아르칸젤레…….”
“으…… 으아…… 으아아아아!!”
대천사를 기리는 기도문을 암송하자 메우리발레스는 기겁했다.
몸이 흩어진다.
남은 힘과 존재 자체가 사라지기 시작한다.
“그, 그만!! 그마안!!”
“에스토 프레시디아. 켈 카른…….”
몸이 떨린다.
몇 구절 버티지도 못한 메우리발레스가 쪼그라들기 시작한다.
키메라의 몸에 남은 악마의 기운이 완전히 사라지자 이안은 천천히 손을 떼었다.
“에이멘.”
암송을 끝낸 이안은 휙 눈을 돌렸다.
아까 맞아 기절했던 암살자의 대장이 멍하니 자신을 보고 있었다.
“……너…… 너 도대체…… 도대체 뭐냐.”
고통스러워하던 그는 이안이 메우리발레스와 싸우던 것을 보고 차마 말도 제대로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달의 존재의 육체를 제물로 하여 수많은 기운들을 조합해 악마가 자리할 수 있는 키메라를 만들었다.
아니, 그뿐인가?
악마가 현계하게 되어 그 힘을 제대로 쓸 수 있게까지도 만들어 놨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패닉 상태에 빠진 그를 한 대 후려친 이안은 심드렁한 어조로 말했다.
“살다 보면 별일이 있는 거야. 그리고.”
고통조차 호소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하는 그의 멱살을 잡으며 이안은 씩 웃었다.
“내가 궁금한 게 많으니까 네가 설명 좀 해 줘야겠다.”
이안은 겁에 질린 그를 향해 날카로운 검을 들어 올렸다.
“물론 거절해도 상관없어. 네 몸에 직접 물어볼 생각이니까.”
<진리와 접속하여 증언의 신빙성 검증과 현재 상태를 정리합니다.>
“아. 그래.”
고문을 끝낸 이안은 피투성이가 된 채 숨만 헐떡이는 그의 목을 꺾어 버렸다.
이미 들을 정보는 다 들었다.
나머지는 키르케의 정리만 들어 보면 된다.
근처에 있는 물가에서 이안이 손을 씻고 얼굴을 먀네가 메우리발레스의 사체로 다가갔다.
“먀아~ 먀먀!”
“먀네. 뭐 하냐.”
“먀아!”
사체에 꽤나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하얀 앞발로 키메라를 툭툭 치던 먀네가 폴짝 뛰었다.
그리고 키메라의 머리 위로 올라가 낮게 울었다.
“먀아아아아!!”
순간 먀네의 몸에서 빛이 뿜어졌고 점점 몸이 조금씩 부풀어 오른다.
네 개의 다리가 살짝 길어지고 귀가 쫑긋 솟았다.
하얀 털이 좀 더 보송보송해지며 금색의 무늬가 짙어졌다.
<키메라에 남은 잔여 기운을 흡수하고 있습니다.>
잠시 그곳에 앉아 울던 먀네가 내려왔을 때.
흉측한 괴수가 은색의 아름다운 털을 지닌 거대한 개로 변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여전히 달의 기운은 존재하지 않았다.
“너 이런 것도 할 줄 알았냐?”
“먀아~ 먀~.”
먀네는 우쭐해하며 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가볍게 뛰어 이안의 무릎 위로 올라간 먀네가 골골거리는 사이 키르케는 먀네의 상태를 확인했다.
<빛의 정령이 힘을 되찾고 있습니다.>
“이런 잡다한 기운들도 흡수할 수 있는 건가?”
<가끔씩은 별미도 필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이안은 울고 있는 먀네를 쓰다듬어 주며 물었다.
“그건 그렇다고 치고. 정리는 끝났나?”
<예.>
“해 봐.”
이안의 허가가 떨어지자 키르케는 바로 보고를 시작했다.
첫 번째.
현재 블루문은 악마를 소환하여 그들과 손을 잡을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수장 돌체 카윈의 명령에 의해서 진행된 것이다.
두 번째.
돌체는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늘 돌아다닌다.
거기에 늘 가명을 쓰는 데다가 그를 실제로 만나는 자도 블루문에서는 이 부수장 외 몇 명 정도뿐이다.
하지만 석 달에 한 번.
돌체가 꼭 들르는 곳이 있으니 그곳에 가면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세 번째.
블루문은 파키라드 용병단을 이용해 브랜든 남작가와 손을 잡고 이 산을 사용하기로 했다.
파키라드 용병단이 블루문과 관계된 것은 그들도 안다고 한다.
계약 취소를 언급하자 비용을 열배 넘게 올려서 주기로 했다고 하니까.
그 계약의 증거는 브랜든 남작가에 있으니 가서 확인해 보면 된다.
네 번째.
판데모니움이나 재능상인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다.
하지만 블루문의 수장 돌체가 가끔씩 그분이라는 자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었고 납치를 지시한 적이 있었다.
그 외에 자잘한 정보들을 확인하고 정리해 키르케가 보고하자 이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건 돌체가 만들었고 키우게 지시한 것이다?”
<그렇습니다.>
“생각보다 아는 게 별로네. 역시 돌체를 잡아야 하는 건가? 키르케. 돌체의 위치 파악이 가능한가?”
<현재 알아낸 정보에 의하면 나흘 전 남부 최남단 포베키 평야에 위치했었습니다.>
일단 남부에 있긴 하다는거다.
이안은 잠시 생각하다 물었다.
“거기 게이트 없지?”
<킬하트 부족의 영역을 제외한 곳에는 게이트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킬하트 부족은 남부 평원의 최북단에 위치한다.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알아내지 않았는가.
<증언에 따르면 돌체가 스칼렛 왕국 수도의 파크드의 잔에 들르는 날은 앞으로 한 달 후입니다.>
그때쯤이면 제국 아카데미와의 교류전도 끝날 때니 여유가 있을 거다.
거기에 스칼렛 왕국의 수도는 코앞에 게이트가 있으니 당일치기로도 다녀올 수 있었다.
“그럼 그때 가기로 하자.”
이안이 결정을 내리자 키르케는 방금 확인한 정보를 보고했다.
<현재 동굴 바깥에 성기사들과 사제들이 모이고 있습니다.>
“지원이 벌써 왔나? 생각보다 빠르네?”
<태양교단의 태양마를 활용했습니다.>
일반 말보다 월등히 빠르고 지치지도 않는 태양교단의 군마.
그걸 타고 왔다는 것은 태양교단의 정예들이 움직였다는 얘기다.
“에우리 사제가 지원 요청을 제대로 했나 보군.”
이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일어났다.
“먀아~.”
전보다 조금 더 커진 먀네는 한 번에 뛰어 이안의 어깨에 앉았다.
그렇게 처참하기 그지없는 현장을 떠나 올라갔을 때.
이안은 용병들과 싸우며 이곳으로 진입하려 하는 성기사와 사제들을 발견했다.
“앗! 이안 성도님!!”
성기사들에게 축복을 내려 주던 사제 중 하나가 외쳤다.
전에 만났던 사제, 에우리였다.
“괜찮으십니까?!”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이안을 보고 안도한 에우리는 그가 혼자 나온 것에 의아해했다.
“저 안에서 보지 못하셨습니까? 많은 악적들, 그리고 괴물이……. 플랫 성기사님과 검화단의 단주님은요?!”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그의 답에 에우리는 털썩 주저앉았다.
“아. 아아…… 태양이시여…….”
오해를 한 그가 절망하자 이안은 그를 달랬다.
“아. 그분들은 저기 계십니다.”
그 말에 에우리는 휙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단주와 그에게 부축받는 플랫이 서 있었다.
이안의 치료로 정신을 차린 듯 플랫은 에우리를 향해 힘겹게 웃고 있었다.
“플랫 성기사님!!”
플랫을 에우리에게 넘기고 덤벼드는 용병 하나의 목을 날려 버린 단주는 이안에게 다가와 물었다.
“밑에 가 봤냐? 블루문 놈들은? 그 괴물은 있었나?”
그가 빠르게 묻자 이안은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이제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