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89)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89화(89/300)
◈ 제89화
45. 신데렐라 대신 – 1
조사를 위해 내려가는 일행에 포함되어 공동에 와 주변을 살펴본 단주는 흠칫 놀랐다.
블루문 암살자의 시체들과 함께 한 구의 거대한 개의 사체가 있었다.
“내가 봤던 거랑은 좀 다르군.”
단주가 봤을 때는 저 괴물은 끔찍한 형태 였었다.
털도 많이 빠지거나 더럽혀져 있었고, 몸 여기저기에 흉측한 상처와 고름들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상처가 남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그때보다는 훨씬 나아 보였다.
“네가 한 거냐?”
이안은 대답 대신 먀네를 들었다.
그의 손 위에 있던 먀네가 늘어지게 하품하자 단주는 손을 들어 먀네를 만져 보았다.
“먀아~.”
“빛의 정령이 그런 것도 가능한가?”
“기운을 흡수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저거에 아까 보니까 다른 존재들의 기운을 가지고 있던데. 그걸 흡수했습니다.”
“아. 그건 나도 느꼈었지. 하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군. 그냥 사체에 불과해. 그럼 저걸 어떻게 처리한다…….”
“마탑이 됐든 어디가 됐든 가져가서 연구하겠죠.”
달의 기운도 남지 않은 사체 따위에 관심은 없다.
그럴 바에는 팔고 아티팩트나 성물을 받는 것이 나으리라.
이안이 발걸음을 옮기자 단주는 그의 뒤를 쫓았다.
“여기 있는 놈들은 다 잡은 듯싶은데. 뭔가 알아낸 것이 있나?”
“예.”
아까 고문하며 얻어 낸 정보를 공유해 주자 단주는 신음했다.
“스칼렛 왕국에 수도에 돌체가 간다? 왜?”
“글쎄요.”
“무인의 숲에 가 봐야겠군. 거기 있는 놈들에게 알아보면 뭔가 답이 나오지 않을까 싶은데…….”
무인의 숲에 속해 있는 무인들은 강해지기 위해서 대륙 각지를 도는 자들이 많다.
그러며 얻은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니 어쩌면 뭔가 나와 있을지도 모른다.
“검화단이 그걸 파악할 수 있겠습니까?”
이안이 피식 웃으며 묻자 단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그들과 사이가 나쁘긴 하지만 정보 교환 정도는 한다.”
“그럼 하는 김에 판데모니움이라는 조직과 그분에 대한 조사도 해 주셨으면 하는군요.”
“마치 내가 네 부하가 된 것 같군.”
투덜거리는 단주를 향해 이안은 어깨를 으쓱였다.
“제가 구해 드렸잖습니까.”
“그건 내가 못해서가 아니잖냐!”
“어쨌든 도움받은 건 사실이잖습니까. 현실 부정하지 마시죠.”
팩트로 두들겨 패니 단주는 아무 말 못했다.
그가 우물쭈물 거리는 사이 에우리가 다가왔다.
상기된 얼굴로 눈가에 눈물을 그렁그렁 맺은 그는 이안과 단주에게 연신 고개를 숙였다.
“두 분에 대해서는 교단에 보고를 드렸습니다. 거기에 플랫 성기사님도 무사하시니…… 정말 어떻게 감사를 해야 할지…….”
“감사는 됐고. 이제 검화단이 태양교단에 진 빚은 없는 것으로 치겠어.”
“감사는 양손에 뭔가를 들고 온 후에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둘이 냉정하게 말했지만 에우리의 표정은 바뀌지 않았다.
그가 기뻐하는 동안에도 성기사들과 사제들의 주변 조사가 계속되었다.
그걸 지켜보던 이안은 밖으로 나갔다.
“그럼 서로 볼일 다 봤으니까 헤어지죠. 전 갈 곳이 있습니다.”
“아카데미로 복귀하나?”
“아뇨. 브랜든 영지에 갑니다.”
“거기 뭐 볼 것이 있다고.”
이안은 단주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도 단주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설마 이런 상황이니 가족을 지켜야 한다. 뭐 그런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겠지?”
“지키긴 뭘 지킵니까?”
이안은 콧방귀를 뀌며 몸을 돌렸다.
“내 손으로 부수러 가는 건데.”
“그렇다면 함께 가는 게 낫겠군.”
“제가 그깟 남작령 하나 못 부술 것 같습니까?”
“그딴 곳은 나 혼자도 부술 수 있어. 그게 문제가 아니라 스칼렛 왕국의 귀족을 죽이면 왕국에서 가만히 있을 것 같냐?”
“가만히 안 있으면 어쩌겠습니까.”
“적어도 네 귀족 신분을 박탈하겠지. 그리고 아카데미를 압박해서 너를 퇴출시키라고 할 테…….”
한참 말하던 단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생각해 보니 나쁘지 않은데? 스칼렛 왕국을 적으로 삼는다라…….”
이안에게 스칼렛 왕국이라는 거대한 적이 생기는 것이다.
그럼 아카데미에서는 이안을 부담스럽게 여길 것이다.
그리되면 이후에 그가 있을 곳은 사라지게 될 것이고 자연스레 검화단으로 오지 않겠나.
단주가 가면 안의 입술을 비틀어 웃었으나 이안은 무시하고 고개를 돌렸다.
“에우리 사제님.”
“예?”
“태양마를 빌릴 수 있겠습니까?”
그가 가리킨 곳에 있는 온통 붉은색인 거마는 흉포하게 투레질을 하고 있었다.
일반 말보다 훨씬 크고, 더욱 강력한 체력과 힘을 지닌 태양의 말을 가리키며 이안이 묻자 에우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태양마는 굉장히 난폭해서 숙련된 성기사님이 아니면 몰 수 없습니다만…….”
“기마술 정도는 익혔습니다.”
“그래도 걱정입니다…….”
하지만 이안은 강경했고 그는 결국 그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이안을 데리고 태양마가 있는 곳으로 간 그는 성기사 하나에게 부탁했다.
이번 일에서 큰 도움을 받았으니 태양마 대여 정도는 해 줄 수 있었다.
성기사가 마차에서 태양마를 분리시키고 안장을 채우자 이안은 그 위에 올라탔다.
“이히히힝!!”
원래 주인이 아니기 때문일까?
태양마는 거칠게 투레질을 하며 요동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에 불과했다.
<이칼드 평야의 동물 교감을 사용합니다.>
동물과 조화를 이루던 세계인 이칼드 평야에서 쓰이는 동물 회화가 사용되었다.
어떤 동물도 얌전하게 만들 수 있는 기술 덕분인지 태양마의 반항이 멈췄다.
“워. 워.”
순식간에 얌전해진 태양마의 모습에 성기사와 에우리, 단주는 입을 다물었다.
“먀아~ 먀먀~ 먀아아아~.”
이안이 태양마를 쓰다듬어 주자 먀네가 질투했다.
자기도 쓰다듬어 달라는 듯 그에게 몸을 비빈다.
“동물도 잘 다루십니까? 태양마가 그렇게 순하지는 않은데…….”
“이 정도는 귀여운 편이죠.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느긋하게 말한 이안이 고삐를 흔들자 태양마가 달려간다.
그가 점점 멀어지자 에우리는 멍한 표정으로 응시하며 말했다.
“저분. 도대체 어떤 분이십니까?”
“……그러게 말이야. 아. 나도 지금 이럴 때가 아니지.”
단주는 바로 몸을 돌리고 이안을 쫓았고 그를 보던 에우리와 성기사도 남은 이들을 데리고 그가 간 방향으로 향했다.
* * *
킬레디 산에서 내려와 관도에 도착하자 이안은 고삐를 더욱 세게 흔들었다.
이 정도 속도면 한 시간 안에 브랜든 영지 직할령 내에 도착하겠다.
<잠시 후 브랜든 영지에 진입합니다.>
처음으로 도착한 마을은 베칸 마을이다.
브랜든 영지의 외곽에 속한 마을로 별것 없는 평범한 마을.
목책으로 관도를 가리고 있는 그곳을 보며 이안은 고삐를 더욱 흔들었다.
“어?! 어어어?!”
관도에서부터 이안이 달려오자 목책 앞에 있던 병사들이 창을 들었다.
“정지! 정지하시오!”
“태양마?! 태양교단 분이시오?! 지금은 브랜든 영지에 태양교단 분들은 들어오실 수 없소!”
경비병들의 외침에 이안은 고삐를 당겨 태양마를 세웠다.
“뭔 소리야. 태양교단은 스칼렛 왕국의 어떤 영지든 들어갈 수 있는 권한이 있는데.”
“……응?”
“그 목소리는……?”
병사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를 유심히 보았다.
그리고 기겁하며 뒤로 주춤 물러났다.
“이, 이안 도련님 아니십니까?!”
“날 기억하고 있었네.”
“그야……. 그런데 어쩐 일이십니까?”
“내가 오면 안 되는 건가?”
“그건 아닙니다만…….”
병사들은 서로를 보았다.
길을 내어 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듯 보인다.
“무슨 문제 있나?”
“도련님. 아무래도 이번에는 그냥 돌아가시는 게 어떠신지……. 저기. 도련님께서 전에 바라디스 백작가를 도우셨잖습니까.”
“그랬지.”
“그 일로 남작님께서 바라디스 백작가에 찾아갔다가 문전박대를 당하셨습니다.”
엘단도 이안에 대해선 알아봤을 것이고, 그렇기에 더 분노했을 것이다.
그걸 알 리가 없는 이안의 아버지는 결국 모욕만 받고 돌아와 그에 대한 온갖 욕을 했다고 한다.
그 때문에 영지의 분위기는 더욱 나빠졌고 그의 다른 아들들도 고약한 성격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저희도 들었습니다. 이안 도련님을 여기저기서 엄청 원하신다면서요.”
많은 곳에서 이안을 원한다.
원래 이런 경우엔 가족에게 이득을 주며 설득을 부탁하곤 한다.
하지만 브랜든 영지에 가는 모든 이득을 그가 막고 있었다.
그 때문에 저택에서는 매일 이안의 욕을 하고 있다고 한다.
<참으로 한심한 자들이군요.>
‘안 보이는 데서는 나랏님도 욕한다잖냐.’
“아무튼 그냥 돌아가시죠.”
“싫다면?”
“으음. 그러시다면 길은 열어 드리겠습니다만…….”
소문에 의하면 이안은 마스터 수준의 힘을 지녔다고 한다.
거기에 대륙 각지의 강자들이 눈독까지 들이고 있고.
그런 자를 일개 병사들이 어떻게 막나.
경비병들은 순순히 길을 열어 주었다.
“도련님께서 마음 고생하지 않으실까 걱정입니다.”
“쓸데없는 걱정이다. 그리고 이걸로 이따가 밥이나 사 먹도록.”
주머니에서 금화를 꺼내 튕겨 주었다.
그걸 받은 병사들이 좋아하는 사이 이안은 말고삐를 흔들었다.
“키르케. 브랜든 남작령의 재정 상황은? 얘의 어머니가 남긴 유산 회수가 가능하려나?”
<현 재정 상태로는 불가능합니다.>
“영지 내 문제점은?”
<주인님 기준에서 문제가 아닌 점을 찾는 것이 더 빠릅니다.>
“아닌 부분은?”
<영주와 영주 가족들의 건강 상태가 좋습니다.>
“굉장한데.”
이런 상황에서도 그들만큼은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고 있다는 얘기니까.
이안은 감탄성을 토해 내고 명령했다.
“브랜든 영지의 가치 측정해 봐. 팔고 챙기게.”
<모든 빚을 제외할 경우 남는 금액은 14만 골드입니다.>
잊힌 도시에서 며칠 돌아다닌 것만으로 몇만 골드라는 자금을 손에 넣었었다.
그런데 브랜든 남작가에서 목숨처럼 아끼는 영지는 고작 그 정도 가치밖에 하지 않는다.
그것 하나 갖고 있다는 이유로 이안을 그렇게 구박하고, 잘난 척을 해 온 것이다.
그 같잖음에 웃음이 나왔다.
“하하하!! 굉장한데? 감히 날 웃기다니.”
<그것만큼은 인정해 줘야겠군요.>
대부분의 영지는 직할령에 가까울 수록 잘살기 마련이다.
영주에게 알리기 쉬워 마름이라든가 촌장에게 따로 뜯기는 것이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브랜든 영지는 어디든 다 똑같이 못 살았다.
발전도도 낮고, 영지민들의 표정도 어둡다.
제대로 된 영지 운영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들의 면면을 대충 살피며 이동해 영주 직할령의 성 앞에 도착한 이안은 닫힌 성문을 보며 말했다.
“이안 브랜든이다. 문 열어.”
“……비사아앙!!”
지금까지 순순히 길을 열어 준 마을과는 대응이 달랐다.
경비병들이 무기를 들었다.
성벽 위에서 짙은 검은 머리에 금색 눈을 지닌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안! 네놈이 여기가 어디라고 찾아오냐!!”
<팔곤 브랜든입니다. 이안 브랜든의 둘째 형이며…….>
“알아. 이 녀석을 정말 끔찍하게 경멸하고 매일 짓밟았던 놈이지.”
이안은 자신을 노려보는 그를 비웃었다.
“문 안 열면 부순다.”
“하!! 할 수 있으면 해…….”
천마신공 태양의 장.
태양투.
이안이 손을 들어 올리자 작은 태양처럼 이글거리는 내공의 덩어리가 만들어졌다.
그것을 문을 향해 집어 던지자 굉음과 함께 성문이 박살이 나 버렸다.
진짜로 성문을 부숴 버린 이안을 향해 팔곤은 거칠게 외쳤다.
“너. 너! 이 미친놈이!! 얘들아! 쳐라!!”
병사들과 무장이 빈약한 기사들이 나선다.
하지만 적극적이지는 않았다.
두려워하는 그들을 보며 이안은 다시 손을 들었다.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았더라지.”
<예.>
“그럼 신데렐라를 돕는 마법사가 화를 좀 내는 것. 괜찮겠지?”
<물론입니다.>
“사실 안 괜찮다고 하더라도 할 생각이었어.”
<프레데온의 대마법을 사용합니다.>
이안의 손 위에 거대한 마법진이 펼쳐졌다.
그와 동시에 마법진이 불길한 청색으로 변해 전격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마법에 있어서는 어느 차원보다 앞선 프레데온에서도.
극히 소수만이 사용할 수 있는 대마법이 구현되었다.
“뇌룡이여. 나의 적을 삼켜라.”
푸른 빛을 번쩍이는 마법진에서 나온 전격의 용은.
“으…… 으아아!!”
공포에 떠는 팔곤을 향해 입을 벌리고 빠르게 날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