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9)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9화(9/300)
◈ 제9화
5. 복수의 위험성 – 1
둘은 그의 말에 흠칫 놀랐다.
“아, 아니.”
“우와. 뭘 어떻게 맞혔길래…….”
순식간에 한 마리 몬스터가 죽었다.
셋은 수풀을 넘어 블러드 재규어 쪽으로 가 보았다.
이안이 던진 돌이 눈구멍 안으로 깊게 파고들었다.
이 정도면 돌에 맞은 순간 즉사했을 것이다.
“머리 챙기자. 머리. 증거로 머리만 가져가면 되니까.”
“블러드 재규어의 발톱은 소재로 팔리니까 용돈 필요하면 발도 챙기자고.”
“가죽은?”
“난 가죽 벗기는 거 잘 못하는데. 블랜치. 넌?”
“곱게 자란 내가 그걸 어떻게 하겠니.”
둘 다 못하는 듯 보이자 이안은 블러드 재규어를 툭툭 쳤다.
“내가 할 줄 아니까 챙겨. 근처에 냇가가 있어. 거기서 벗기면 되겠군.”
“그건 또 언제 파악한 거야?!”
“장난 아니네……. 아니 근데 가죽 벗기는 것도 할 줄 알아? 귀족 맞지?”
이안 덕분에 블러드 재규어를 잡았다.
그렇기에 둘은 군말 없이 블러드 재규어의 사체를 들었다.
냇가에 도착하자마자 이안은 능숙하게 가죽을 벗겼다.
“와. 예술이네.”
“누가 보면 전문 가죽 장인인 줄 알겠다.”
“이딴 건 일도 아니지.”
무한한 환생을 거치며 가죽 벗기는 것도 안 익혔겠나.
이안은 빠르게 블러드 재규어의 가죽을 벗겨 내고 정리했다.
“원래 무두질까지 하면 시간이 좀 걸리긴 해.”
“어? 그게 다가 아니야?”
“약품 처리도 해야 하고…… 뭐 이래저래 귀찮은 일들이 있어.”
하지만 그걸 할 시간도 없고 생각도 없다.
적당한 검 한 자루 살 정도의 돈만 구하면 되기에 이안은 가죽과 발톱을 따로 챙겼다.
“판 후에 3등분 하자.”
“됐네요.”
“너 다 가져.”
둘은 이안의 제안에 고개를 저었다.
블러드 재규어를 찾은 것도, 잡은 것도 이안이다.
점수면 됐지 여기서 뭘 더 달라고 하겠나.
“그럼 훈련 끝나고 밥 사지.”
그사이 그의 어깨에서 내려온 먀네는 피가 뚝뚝 흐르는 블러드 재규어의 사체를 앞발로 톡톡 쳤다.
“먀네. 그거 먹으면 안 돼.”
블랜치는 먀네를 가볍게 잡아 들었다.
별다른 저항 없이 안긴 먀네는 이안의 어깨로 돌아온 후 느긋하게 하품했다.
“그나저나 먀네가 대단하네.”
“몬스터를 보고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더라. 먀네가 진짜 고양이 맞냐?”
“빛의 정령이라더라.”
“빛의 정령? 와. 굉장한데? 나도 얘기만 들었지 실제로 본 건 처음이다.”
“나도.”
둘이 감탄하자 먀네는 즐겁게 애교를 부렸다.
“먀아~ 먀먀~ 먀아아~ 먐먀먀~.”
앞발로 그의 어깨에 꾹꾹이를 하고, 몸을 비빈다.
그런 먀네를 보며 발라는 부러워했다.
“우와…… 먀네~ 나한테도 해 줘~. 먀먀먀먀~ 먀아~.”
“샤아아악!!”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냐는데.”
“내가 뭐라고 한 거지?!”
블러드 재규어 하나.
크렌드 바일이라는 식물형 몬스터 넷.
지네를 닮은 곤충형 몬스터인 하니크 둘.
그리고 하이 오크 셋.
이 정도로 잡았으면 충분한 듯싶었다.
“슬슬 가자. 해 지는 것 같은데.”
블랜치는 하이 오크의 머리들을 자루에 넣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상위권.
잘하면 1위도 노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히야~ 이안. 굉장한데.”
하이 오크를 제외한 찾기도 힘든 몬스터들을 모두 이안이 찾아냈다.
만약 이안이 귀족이 아니었다면 전문 사냥꾼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어떻게 그렇게 잘 찾아?”
“그냥 흔적 발견이잖아. 어려울 것도 없어.”
이 정도 탐색은 키르케의 서포트나 다른 세계관을 안써도 쉽다.
그가 대수롭지 않게 말하자 발라는 크게 웃었다.
“하하! 겸손하긴. 그 정도면 우리 부족에서도 고급 수준이라고. 아. 말 안 했지? 나 남부 유목민 출신이야.”
“남부라…….”
“왜. 너도 야만족이라고 하려고?”
“피부색과 생활양식 다르다고 차별하는 것이야말로 내가 가장 증오하는 거지.”
“오~ 마음에 들어.”
남부 출신은 이곳 북부에서 야만족이라 불리며 멸시당하곤 한다.
발라도 처음 아카데미에 왔을 때 야만족이라며 자신을 비웃던 이들을 만났었고 그들을 박살을 내 주었었다.
그가 킬킬 웃으며 말하자 블랜치는 창을 어깨에 걸쳤다.
“아무튼 빨리 가자. 나 배고프다.”
발라와 이안 역시 배고픈 것은 마찬가지였기에 바로 길을 찾아 내려왔다.
그들이 도착했을 무렵에는 이미 모든 팀이 돌아와 있었다.
“늦길래 조난당한 줄 알았다.”
“좀 깊게 들어가서……. 그래도 이안이 길을 잘 찾더라구요.”
“오호…… 그래?”
아란세는 눈을 빛냈다.
길을 잘 찾는다는 것은 좋은 재능이다.
주변에 대한 관찰력이 좋다는 이야기니까.
‘역시 좀 무리를 해서라도 데리고 오길 잘했군.’
까면 깔수록 새로운 재능이 나오고 있다.
잘만 키우면 정말 훌륭한 인재가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영웅제에서 계속 우승해서 영웅패 세 개만 모으면…….’
그럼 B반은 전원이 상급 승급 시험에 도전할 수 있다.
그 시험만 통과하면 B반의 담당 교관인 아란세도 상급 교관이 될 수 있다.
그럼 그 재수 없는 하우젤의 코를 납작하게 해 줄 수 있으리라.
“자. 그럼 볼까? 어디 보자…… 좋아.”
발라가 내민 가방의 내용물을 확인한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축하한다. 하륜, 윌디의 조와 함께 공동 1위다.”
“좋았어!”
“특히나 블러드 재규어는 경계심이 강해서 원거리 공격 없이 잡기 힘들었을 텐데. 거기에 크렌드 바일과 하니크는 찾기도 힘들고. 어떻게 잡았지?”
아란세의 질문에 블랜치와 발라는 이안을 가리켰다.
“이안 덕분이죠. 한번 쓱 훑어보더니 몬스터를 팍팍 찾더라구요.”
“거기에 전투도 거의 한두 방 안에 끝내고. 장난 아니던데요?”
둘의 말을 들은 B반의 생도들은 눈을 빛냈다.
그들 모두 다음 훈련 때는 반드시 이안을 챙겨 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었다.
“좋아. 내일부터 사흘간은 개인 생존 훈련이니까 다들 준비하고 오도록.”
“제 봉사 활동은 어떻게 합니까?”
매일 봉사 활동을 해야 하는 이안이 묻자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안 그래도 신전에 문의하니까 오늘부터 일주일간은 오지 말라더라.”
“어째서입니까?”
“사제님들과 수녀님들께서 본단에 일이 있어서 급하게 가셔야 한다고 하시더군.”
‘그럼 어쩔 수 없나.’
<무슨 일인지 확인해 볼까요?>
‘됐어. 뭔가 일이 있겠지.’
“그럼 해산.”
그가 말하기가 무섭게 블랜치와 발라가 달라붙었다.
“야. 이안.”
“저녁 같이 먹자면서?”
그들은 이안에게 흥미를 느끼는 생도들을 막으려는 듯 이안을 잡았다.
“옷 갈아입고 마을로 가자. 마을로.”
대충 정리를 하고 나와 아카데미 문을 통과하자 꽤 번화한 거리가 모습을 보였다.
처음 보는 거리를 둘러보던 이안은 키르케에게 명령했다.
‘주변 탐색 시작하고 지리 확인해.’
<알겠습니다.>
키르케가 주변을 탐색하는 사이 블랜치가 말했다.
“일단 밥부터 먹을까?”
“이거 팔아야 너희 사 줄 돈 생겨. 물건부터 팔자.”
이안이 몬스터 재료들이 담긴 가방을 들자 블랜치는 손사래를 쳤다.
“야야. 넣어 둬. 밥은 내가 살 테니까.”
“돈 많냐?”
“몰랐어? 발라. 설명 좀 해 줘.”
으스대는 그를 가리키며 발라는 담담하게 말했다.
“저 자식 호구야. 최대한 벗겨 먹자.”
“이런 씨.”
블랜치는 인상을 쓰고 설명했다.
프레돈 아카데미에 보내지는 이들은 대부분 계승권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제대로 배운 이들은 가문의 운영에 큰 도움이 된다.
그렇기에 정신이 제대로 박힌 후계자들은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복귀한 형제자매들을 둘로 나눈다.
정략혼이나 양자 제도를 통해 다른 가문으로 보내거나.
혹은 완전히 자기 사람으로 만들거나.
블랜치는 후자에 속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아버지한테 받고, 형님한테 받고. 내가 돈이 좀 많아.”
“돈 많아서 좋으시겠네.”
“가진 게 돈뿐이다!”
블랜치가 포효하자 골목에서 험상궂은 인상의 남자들이 걸어왔다.
“그럼 형씨. 나눠 쓰면 안 될까?”
네 명의 거한들은 실실 웃으며 나이프를 까딱거렸다.
실실 웃는 꼴이 어리다고 얕보는 것처럼 보였다.
“별게 다 덤비네. 이럴 줄 알았으면 생도복 입고 나올 걸 그랬다.”
“내가 그러자고 했잖아.”
“이안 생도복도 더러웠잖냐. 쟤 아직 추가 중급생도복도 못 받은 것 같던데.”
투덜거리던 둘은 건들거리는 네 명에게 빠르게 달려들었다.
블랜치와 발라는 무려 아카데미 중급에 속해 있었다.
그 정도면 오러 유저 수준이며 어지간한 기사단의 기사 수준이라고 볼 수 있었다.
즉 저런 동네 왈패들 상대하는 것은 일도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억!!”
“커억!”
“으아악!”
“괴, 괴물 같은 놈들!!”
순식간에 넷을 쓰러트린 둘은 이안을 향해 히죽 웃었다.
“아무튼 그래. 자. 가자고. 친구.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는 의미로 오늘은 내가 쏘지.”
“난 다음에 살게.”
하루 만에 이안이 그토록 바라던 친구가 생겼다.
물론 이들은 그의 실력을 보고 이득을 느꼈기에 다가온 것이리라.
하지만 그게 뭐 나쁜가.
사람은 원래 이득이 되는 쪽에 호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친분은 그다음에 형성되는 것이고.
“그럼 어디로 갈까~.”
“에빌의 바비큐집 어때? 난 거기가 좋던데.”
“거기 남부 요리 파는 곳이잖아. 으…… 피가 뚝뚝 떨어지는 고기를 썰어 먹자고?”
“피 맛을 즐길 줄 알아야 진정한 전사가 되는 거다.”
그의 말을 무시한 블랜치는 이안을 보았다.
“야. 이안. 넌 뭐 먹고 싶냐? 뭐든 말해. 사 줄게.”
“그냥 아무거나 먹어.”
“그럼 결정이군. 바비큐집으로 가자.”
발라는 먀네에게 눈을 돌렸다.
“그리고 아까 봤잖아. 먀네가 피가 뚝뚝 떨어지는 고기에 반응하던 거.”
“하긴 그것도 그런가?”
아까 블러드 재규어를 잡을 때의 일을 떠올린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발라는 먀네를 만지작거렸다.
“먀네. 너도 좋지? 먀먀먀~.”
“먀먀~.”
“오오오!! 이번엔 통했다!”
기뻐하는 발라를 보며 이안과 블랜치는 피식 웃었다.
식사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수많은 삶을 살아가며 별의별 요리를 다 먹어 본 이안이다.
그런 그에게 남부 요리든 북부 요리든 무슨 의미가 있겠나.
“으아~ 오랜만에 고향 요리 먹었더니 배 터지게 먹었네.”
“이안 먹이려고 왔는데 어째 너만 많이 먹은 것 같다?”
“워. 친구.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고. 다음엔 내가 살 테니까.”
“그래. 그래.”
둘을 빤히 보던 이안은 손에 들고 있던 주머니를 들었다.
“그럼 생존 훈련에 대해 얘기를 좀 해 보자. 뭐 준비할 거 있지? 이거 팔아서 준비물 따로 마련해야 하나? 어디가 좋으려나.”
<가장 값을 잘 쳐주는 곳은 호가덴의 잡화상입니다.>
<점원이 가장 예쁜 곳은 트리빈 잡화상입니다.>
<덤을 많이 주는 곳은 프라다 수집상입니다.>
그 외 다른 상점들에 대해 키르케가 보고하는 사이 블랜치는 고개를 저었다.
“어…… 준비물? 별거 없어. 말 그대로 생존 시험이니까 필요한 것들만 좀 챙기면 돼.”
생존 훈련은 미얄 산맥에 들어가서 일정 기간 동안 숨어 다니며 지급된 목걸이를 지키면 된다.
그가 간단하게 말하자 발라가 부가설명을 시작했다.
“그냥 술래잡기라고 생각하면 될 거야.”
“그게 다야?”
“물론 추적자로 교관님들이 참가하긴 하지. 훈련 때는 아란세 교관님과 다른 교관님들 몇 명이고…….”
“영웅제 때는?”
“그때는 담임 교관 빼고 선발된 교관님들과 외부 교관들이 참석해.”
그들을 피하든, 혹은 경쟁자인 생도나 추적자를 쓰러트리든.
마지막 날 복귀해 획득한 목걸이를 제출해 그 개수로 점수를 매긴다.
“정말 간단하네.”
그럼 적당한 식량과 예비 무기 정도만 있으면 된다.
그렇기에 이안은 안심하고 거리를 걸었다.
시장 거리에 들어서 꽤 많은 가게 중 키르케가 찾아낸 곳과 다른 곳 몇 곳을 확인해 보았다.
확실히 호가덴의 잡화상이 다른 곳보다 더 비싼 값을 쳐주었다.
그곳에서 재료들을 전부 팔고 나오자 블랜치는 아쉬워했다.
“가죽과 재료 포함 5골드 40실버라. 머리만 있었어도 더 비쌌을 텐데.”
“어쩔 수 없지. 그럼 일단 검부터 한 자루 구하자. 아카데미 검은 별로더라.”
마침 옆에 대장간이 있었다.
그곳에서 쓸 만한 검 한 자루를 산 이안이 나오자 발라가 입을 열었다.
“그럼 슬슬 말해도 되겠네. 방금 나올 때 느꼈는데 사실…….”
“미행당하고 있다고?”
너무나도 태평한 발언에 그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