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90)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90화(90/300)
◈ 제90화
45. 신데렐라 대신 – 2
화려한 전격이 팔곤을 감쌌다.
청색의 용이 사라지고 난 자리에 남은 것은 바삭하게 익은 팔곤뿐이었다.
그가 허물어지듯 쓰러지자 기사 중 하나가 당황하며 외쳤다.
“고, 공격해라!”
이게 무슨 소린가.
일격에 성문을 부수고 방금의 거대한 마법을 쓴 자를 뭘 어쩌라는 건지.
이곳에서 이안의 소문을 듣지 못한 이들은 없었다.
그런데 오러조차 쓰지 못하는 자신들이 막을 수 있을까?
병사들이 잔뜩 겁에 질린 것을 본 이안은 검을 뽑았다.
“나 이안 브랜든은 브랜든 남작가의 후계자 자리와 내 어머님께서 남기신 유산을 가지러 온 것뿐.”
성벽 근처에 있던 병사들은 그 말을 듣고 당황했다.
“어? 잠깐만. 그런 거면…….”
이안은 브랜든 남작가의 삼남이다.
즉 브랜든의 피를 이어받고 있는 귀족이라는 이야기다.
그런 상황에서 그가 후계자가 되기 위해서, 그리고 어머니의 유산을 가지러 왔다고 한다면?
‘그럼 브랜든 남작가의 적이 아니잖아?’
그냥 남작가 내부의 싸움일 뿐이다.
그리고 자신들은 파벌을 선택하면 되는 것이고.
이안을 막으려던 병사들의 표정이 달라졌다.
“뭐, 뭐 하는 거냐!!”
그들이 무기를 놓아버리자 기사들은 당황했다.
그런 그들을 향해 병사들이 말했다.
“아니. 이건 그냥 후계자 다툼이잖습니까.”
“어느 쪽 편에 설지는 저희가 결정할 일 아닙니까?”
그들의 저항에 기사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이안을 보았다.
태양마에 타고 있던 이안은 비릿하게 웃고 있었다.
‘설마 여기서 저런 수작을…….’
이 공격을 영지에 대한 공격이 아닌, 그저 후계자 다툼으로 치부해 버리다니.
그럼 병사들은 끼지 않을 충분한 명분이 있었다.
“저, 저희는 도련님을 따르겠습니다!”
수탈이나 하고, 능력도 없는 현 영주 하비드 브랜든 남작.
아카데미에서도 이름을 날리는 데다 각지에서 초빙하길 원하는 이안.
둘 중 누구의 손을 들어야 할지 병사들 중에 모르는 이들은 없었다.
모든 병사들은 무기를 내렸고 기사들은 거칠게 외쳤다.
“무기를 들어!!”
“저자는 브랜든 남작가를 공격하는 적이다! 무기를 들어!!”
하지만 병사들은 그 명령에 저항할 뿐이었다.
결국 기사 하나가 소년병 하나의 목을 베어 항명에 대한 처벌을 하려는 순간.
-콰직!!
이안이 던진 단검에 기사의 머리가 꿰뚫려 버렸다.
“무기 든 놈들은 반드시 죽여 주지.”
“웃기지 마라!! 이 애송이가!!”
거구의 기사 하나가 달렸다.
그를 향해 코웃음 친 이안은 검을 가볍게 휘둘렀다.
-서걱!!
두꺼운 갑옷을 입은 기사가 일격조차 버티지 못하고 반으로 갈라졌다.
그 막강한 힘과 계속된 병사들의 저항에 기사들은 당황했다.
“어, 어떻게 합니까?! 대장!”
“대장!”
“……제기랄!! 기사라면 죽어라! 죽어서 충성심을 보여라!”
대장이 철퇴를 들고 달려가자 몇몇 기사들이 달렸다.
하지만 나머지 기사들은 달랐다.
그들에게 소중한 것은 자신의 목숨뿐.
누군가는 달려오고 누군가는 얼어붙어 있는 상황 속에서 이안은 차갑게 웃었다.
선언한 대로 무기를 든 자들은 전부 제거했다.
남은 것은 겁에 질려 목숨을 구걸하는 자들뿐이다.
그들을 지나쳐 성안으로 들어가자 소란을 듣고 나온 영지민들이 숨어서 이안을 지켜보았다.
“저, 저거 이안 도련님 아냐?”
“저 사람이 그 이안 도련님이라고?”
“생긴 건 같지만…….”
영지민들도 이안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브랜든 남작가에서 그토록 구박받던 도련님.
귀족이지만 입는 것이나 먹는 것. 하는 것. 모든 것이 일개 평민이나 농노 같았던 소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훈련하던 것을 멈추지 않던 소년이 맞았다.
하지만 그 실력은 그들이 아는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우와아아아!!”
브랜든 남작가의 기사 몇몇이 이안에게 덤벼들었다.
그걸 자성 마법으로 간단하게 막아 내고 베어 넘긴 이안은 슬쩍 고개를 돌렸다.
그와 눈이 마주친 영지민들은 허둥거리며 그를 피해 도망쳐 버렸다.
“키르케. 하비드 브랜든, 릴카 윌세, 요크 브랜든의 위치는??”
하비드 브랜든.
현 브랜든 남작가의 가주.
릴카 윌세.
현 브랜든 남작의 아내이며 이안의 계모.
요크 브랜든.
현 브랜든 남작가의 후계자.
잡아야 할 셋을 떠올리며 묻자 키르케는 바로 답했다.
<현재 브랜든 저택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안은 천천히 눈을 돌렸다.
영주 관저이며 저택과 이어지는 길이 눈에 들어오자 이 몸에 남은 기억이 떠올랐다.
홀로 울면서 이 길을 걷던 기억.
영지민들의 안쓰러워하던 시선을 받던 기억.
그리고 차마 돌아가지 못하고 밤이 될 때까지 홀로 앉아 있었던 기억.
이곳 브랜든 남작령에 남아 있는 우울함과 고통의 기억이 서서히 스며들고 있었다.
그것을 한 번씩 곱씹어 가며 이안은 저택 앞으로 이동했다.
저택이라고는 하지만 그리 크지는 않았다.
고작해야 2층 정도 수준에 방도 그리 많지 않은, 겉보기에도 꽤 허름한 건물이었다.
“이안!! 네놈이 여기는 무슨 일이냐!!”
저택의 앞에 열 명의 기사가, 그리고 그들의 앞에 갑옷을 입은 검은 머리의 청년이 서 있었다.
<요크 브랜든입니다.>
매일 훈련하던 이안을 비웃고, 대련이랍시고 두들겨 패기 일쑤였다.
그러며 제대로 치료도 해 주지 않았다.
이후 아버지 하비드에게 말해 밥 먹일 가치도 없다며 창고에 가둬 두고 굶주리게 한 장본인이었다.
어느 날 오러 유저가 된 이후로 언제나 잘난 척하던 그의 얼굴은.
“표정 좋네?”
이안의 말대로 푸르죽죽하게 물들어 있었다.
그 역시 검을 잡은 기사다.
그러니 마스터가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알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덤비는 대신 외쳤다.
“네놈이 은혜도 모르고!”
그 외침을 들은 이안은 당황했다.
“키르케. 내가 놓친 기억 같은 게 있나?”
<빙의체의 기억 확인 결과 보편적으로 은혜라 여겨질 만한 행동은 없었습니다.>
“그럼 쟤는 뭔 소리 하는 거야? 아. 혹시 일곱 살 때 빵 준 거 말하는 건가?”
이안이 묻자 요크는 반색했다.
“기억하고 있구나! 네놈이 굶주려 있을 때 빵을 줘 굶주림을 해결하게 했거늘!! 이제 와서 그 은혜도 잊고…….”
“와. 설마 그걸 은혜라고 생각할 줄이야.”
그가 오러 유저가 된 날 그는 기념이라며 굶주리던 이안에게 빵을 줬었다.
이틀을 굶어 눈이 뒤집혀 그걸 허겁지겁 먹었지만 그 대가로 며칠 동안 고통에 시달렸었다.
간신히 낫고 이유를 알아보니 그 빵에는 곰팡이가 잔뜩 슬어 있었고, 반은 썩어 있었던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 정도면 농노들도 안 먹는 빵이다.
왜 그런 것을 준 것이냐고 물었을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너는 벌레 같은 놈이니 썩은 빵이 어울린다고.
그래 놓고 은혜를 운운하다니.
상대의 뻔뻔함에 이안은 혀를 내둘렀다.
“미친놈 아니야? 이거.”
더 얘기할 필요 없다.
그의 손에 마법진이 만들어지자 요크는 당황하며 외쳤다.
“쳐, 쳐라! 저놈을……. 우와아아악!!”
그래비티.
오에리나에게 배운 중력 마법이 요크의 몸을 짓눌렀다.
“으억! 끄어어억!!”
-우드득! 우득!
중력에 의해 몸이 짓눌리며 뼈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끔찍한 고통에 휩싸인 요크는 비명을 터트리며 울부짖었다.
하지만 이안의 그래비티는 멈추지 않았고, 그것을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그만해라!! 그만!!”
저택 쪽에서 비명에 가까운 외침이 들렸다.
이안은 슬쩍 그곳으로 눈을 돌렸다.
낡은 예복을 입은 중년인과 그의 곁에서 두려워하는 여인이 다급하게 달려오고 있었다.
“이안! 네놈! 이게 무슨 짓이냐!! 네 형을 이렇게 공격하다니!!”
중년인.
이안의 아버지인 하비드 브랜든이 외치자 그는 피식 웃었다.
“오래간만입니다. 아버지.”
“당장 멈춰!!”
가볍게 손을 쥐었다.
마법진이 사라지며 고통에서 해방된 요크가 기절했다.
하지만 온몸의 뼈가 으스러졌다.
이대로 두면 죽음, 살아도 평생 불구 신세를 면치 못하리라.
하비드도 그걸 깨달았는지 눈을 부릅떴다.
“못된 놈!! 기껏 아카데미에 보내 놓았더니 네 형을 이렇게 만들어?!”
꼬장꼬장한 얼굴로 외치는 그를 보던 이안은 어깨를 으쓱였다.
“한 가지만 물어봅시다.”
“뭐냐!!”
“저한테 왜 그러셨습니까?”
“뭐?”
“말해 봐요. 저한테 왜 그랬어요?”
“무, 무슨…….”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같은 개소리는 말고.”
검자루를 잡으며 이안이 묻자 하비드는 당황했다.
“내, 내가 뭘 어쨌다고……. 지금까지 먹여 주고 키워 주고! 거기에 아카데미도 보내 줬잖느냐!!”
그는 시선을 피하면서도 물러남 없이 외쳤다.
“그러면 내가 묻자. 넌 지금 왜 이러는 것이냐? 왜 이런 행패를 부리냔 말이다!!”
이안의 기억에 하비드에게 키워진 적 따위는 없었다.
형들이 아버지에게 받던 사랑 따위는 받은 적이 없었다.
모욕과 조롱, 구박, 폭력.
음습한 괴롭힘.
그 고통 속에서 목숨만 연명하게 한 것이 기억에 남아 있는 하비드의 전부였다.
그렇기에 이안은 담담하게 말했다.
“키워진 적 없었습니다. 알아서 컸지.”
“네놈…… 네놈!! 스칼렛 왕국에서 이것을 그냥 두고 넘어갈 것 같으냐!”
넘어갈 것 같다.
<킬레디 산에서 있었던 일, 그리고 블루문의 부수장의 증언을 활용한다면 별문제 없이 넘어갈 수 있습니다.>
‘그거 말고도 방법은 많지. 그리고 안 넘어가도 상관없고.’
이안이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다가가자 하비드는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다, 당장 저놈을 쳐라!!”
하지만 움직이는 자들은 없었다.
그저 겁내며 무기를 겨누기만 할 뿐.
“저놈을 잡아!! 잡으란 말이다!!”
하비드가 필사적으로 외쳤을 때.
어느새 이안은 그의 앞으로 와 있었다.
-퍽!!
일격.
하비드의 몸이 꺾인다.
타액과 피를 토해 내며 그가 몸을 굽히자 머리채를 잡은 이안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신경 쓰지 말고 가서 일들 봐.”
지금 가장 봐야 할 일이 눈앞에 있다.
하지만 기사들과 병사들은 그저 두려워하며 뒷걸음질 칠 뿐이었다.
“이, 이놈들……. 어어억!! 이, 이놈!! 이놈!!”
멱살이 잡힌 그가 발버둥을 친다.
하지만 이안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를 그대로 던져 버렸다.
-쿠당탕!!
바닥을 구른 하비드가 신음하며 몸을 일으키려는 찰나.
이안은 그의 가슴을 짓밟았다.
“자, 잠깐! 잠깐!”
하비드는 양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바로 비굴한 표정을 지으며 이안에게 말했다.
“왜 이러는 것이냐……. 네, 네 어미의 유산이라면 도, 돌려주마. 응? 살려 다오. 난…… 난 네 아비잖느냐…….”
협박이 안 되니 동정을 구걸한다.
그를 내려다보던 이안은 발에 힘을 주었다.
-으드득!!
“아아악!! 크악!!”
갈비뼈가 부서지기 시작한다.
부러진 뼈가 내장을 압박하며 차오르는 고통에 괴로워하던 하비드는 힘겹게 말했다.
“왜…… 쿨럭! 끄어억! 왜! 이러는 것이냐! 이게 뭐 하는 짓……. 으으악!!”
그를 내려다보던 이안은 무감정한 어조로 말했다.
“후계자 자리를 계승 중입니다.”
그리 말하고 그는 슬쩍 눈을 돌렸다.
그곳에는.
브랜든 남작가의 모두를 휘어잡으며 이안을 구박하는 데 앞장선 여인.
릴카가 공포에 질린 채 주저앉아 있었다.
“그리고 이 녀석이 하지 못했던 일을 하는 것뿐이지.”
“……뭐? 커억! 윽! 아아악!!”
이안은 씩 웃고 발에 더욱 힘을 주었다.
“그나마 좀 편하게 가고 싶으면 블루문과 관련되어 있다는 증거를 내놓는 게 좋을 거야.”
“아아악! 끄아아악!!”
갈비뼈가 부서지는 고통에 휩싸인 하비드가 비명을 내질렀다.
그것을 듣던 릴카가 결국 참지 못하고 나섰다.
“그, 그만해라! 그만!! 이안! 네놈!! 역시 그 루비덴. 그 마녀 년의 자식인 티를 내는 것이냐?!”
“마녀?”
이안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릴카의 안색이 하얗게 물들었다.
그녀가 손으로 입을 막자 이안은 눈을 번뜩였다.
<칠색 마안 – 홍의 강제를 사용합니다.>
“그 얘기. 자세하게 좀 해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