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91)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91화(91/300)
◈ 제91화
46. 싸게 팝니다 – 1
마안에 당해 혼이 짓눌리던 릴카는 고통을 호소하며 말했다.
루비덴 야르.
18년 전쯤 브랜든 가문에 찾아왔던 여인이었다.
이제는 망해 없는, 브랜든 남작가와 거래하던 상단의 후계자였다.
상단이 망하고 갈 곳이 없어진 그녀가 브랜든 남작가로 찾아왔다.
지참금으로 상단을 정리하고 남은 돈을 줄 테니 자신을 받아 달라고.
그 당시에 삼 년 연속 흉작이라 영지의 운영은 절망적이었다.
하지만 루비덴이 제안한 금액이라면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렇기에 하비드는 그녀를 두 번째 아내로 받아들였다.
“아아악!! 윽……! 그년을 받아들이지 말았어야……. 끄아아악!”
“그래서?”
고통을 호소하면서도 릴카는 말을 이어 나갔다.
그녀가 브랜든 영지에 온 이후로 이상한 일이 자주 벌어졌다.
몇 개의 마을이 역병으로 전멸하기도 했다.
몬스터들이 공격해 들어오는 일도 있었고 반란도 몇 차례 일어났었다.
그러며 간신히 다 갚은 빚을 다시 지게 되었다.
릴카는 그것이 루비덴 때문이라고 여겼다.
“재앙의 마녀다! 그년이 오고 나서부터! 그년 때문……. 아아악!”
“남의 어머니한테 마녀라니.”
<루비덴 야르가 브랜든 영지에 온 이후로부터 나쁜 일이 생긴 것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것은 그녀 때문이 아니다.
그때 당시 역병은 꽤나 심해서 스칼렛 왕국에서 죽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으니까.
<브랜든 영지의 피해가 심한 이유는 영지 내의 의사가 적기 때문입니다.>
만약 신전이 있었다면 역병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지도해 줬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는 신전 따위는 없었다.
그러니 민간요법 수준으로 역병에 대응할 수밖에 없었고 그 피해는 더욱 심해져 버렸다.
몬스터의 습격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역병의 피해를 복구하기도 힘드니 병사들의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니 약해진 영지를 몬스터들이 공격한 것이다.
반란 또한 다를 바 없었다.
역병과 몬스터들의 공격으로 큰 피해를 입었는데도 세금은 세금대로 걷어 가니 열받은 이들이 들고일어난 것뿐.
<또한 하비드와 릴카는 그 이후로도 빚을 지고 사치를 시작했습니다.>
말을 사고, 사냥터를 꾸리고.
작위를 올리기 위한 뇌물을 바쳤다.
릴카 역시 새로운 드레스나 보석을 구입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뭐야. 결국 자업자득이라는 거잖아?”
“그래서……. 끄아악! 아앗!”
“좋아. 그럼 다음. 혹시 판데모니움이라고 아나?”
“끄흐으윽…… 읏……!!”
릴카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를 비웃으며 이안이 다시 눈을 번뜩이자 릴카는 고통을 호소했다.
“아아아악!! 루, 루비덴!! 널 낳고 역병으로 그녀가 죽은 지 일 년째 되었을 때에!! 아아악!!”
일 년 만에 루비덴이 가져온 지참금을 전부 써 버렸다.
이후 그녀가 이안을 위해 남겨 둔 유산에도 손을 대려는 찰나 한 상인이 찾아왔다.
그리고 꽤나 많은 금액을 제시하며 말했다.
당신들의 자식 중 하나의 재능을 받아 가고 싶다고.
그렇기에 얼씨구나 하며 하비드와 릴카는 이안을 내줘 버렸다.
그들에게 있어서 이안은 루비덴의 남은 유산을 받는 데 걸림돌에 불과했으니까.
거래를 마치고 이안을 돌려준 그 상인이 한마디 했었다.
판데모니움과 거래해 줘서 고맙다고.
그게 다였다.
“으으윽!! 그, 그렇다! 그러니…… 그게 다니…… 제바알……. 너, 너를 죽이지 않고 살, 살려 줬잖냐…… 그, 그들에게 너를 넘겨주지도 않았잖느냐!! 너, 너를 위한 유산이 있다는 것도 말해 줬……. 꺄아아악!!”
“유산은 이 인간이 술에 취해서 멋대로 떠든 걸 내가 들은 거지 말해 준 건 아니잖아?”
그리고 죽을 정도의 고통과 절망을 줘 놓고 목숨은 붙여 줬으니 감사하라는 말과 뭐가 다른가.
이안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물을 것은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뭐 그건 그렇다고 치고. 블루문과 거래한 것에 대한 증거는?”
“브, 블루문인 줄…… 으아악! 몰랐…… 몰랐다으으으!! 제, 제발 멈춰…… 멈춰 줘…….”
끔찍한 고통에 덜덜 떨며 그녀는 간절하게 애원했다.
하지만 이안은 신경도 쓰지 않고 팔짱을 낄 뿐이었다.
결국 한참 고통받은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토설했다.
파키라드 용병단이 블루문과 관련되었다는 것을 안 것은 최근일 뿐.
처음엔 파키라드 용병단이 거점으로 삼게 킬레디 산을 빌려줬을 뿐이다.
그러다 우연히 알게됐고 그걸 빌미로 더 많은 돈을 받았다.
“그 전에도 꽤 많이 챙긴 것 같던데. 그걸로 얘네는 뭐 했지?”
<하비드 남작이 뇌물을 바치기 위한 자금, 릴카의 드레스와 보석, 요크와 팔곤을 위한 장비와 검술 선생의 초빙에 쓰였습니다.>
“이안을 위한 자금 소비는 없었나?”
<예.>
너무 단호해서 할 말이 없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몇 가지를 더 물었다.
그 질문 대부분이 자신과 브랜든 남작가의 치부를 드러내는 일이라 릴카는 저항했다.
하지만 혼을 가볍게 건드리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고통을 호소하며 모든 것을 말했다.
이안은 물어볼 것이 끝나자 검을 들었다.
“커억…… 하…… 으으…… 네 어미를…… 주, 죽일 생각이냐……?”
발밑에 있던 하비드가 신음하며 물었다.
그를 힐끔 내려다본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저 여잔 이제 죽어.”
혼이 저렇게 넝마가 되었는데 오래 살겠나.
그러니 이 손으로 끝내는 것이 낫다.
-서걱!!
일격에 릴카의 목이 떨어진다.
그녀의 시체가 축 늘어지자 이안은 하비드의 가슴을 밟던 발에 힘을 넣었다.
“그리고 댁도 죽을 거고.”
-우드득!!
하비드.
이 빙의체의 아버지.
하지만 단 한 번도 따뜻한 말조차 해주지않고 고통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었던 자.
그를 벌레라도 짓밟듯 짓밟아 죽였지만 이안은 큰 반응이 없었다.
심장이 터져 죽은 그를 지나친 이안은 그래비티에 당해 쓰러져 있는 요크에게 다가갔다.
“후우…… 헉…… 이…… 악마 같은……놈……. 네놈은 악마다…… 악마……. 네놈……을…… 죽였어야…… 했어…….”
“그러지 그랬냐.”
그의 말대로다.
만약 유산을 탐내고 이안을 죽였다면.
이들이 이런 꼴을 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죽이지는 않았다라는 사실로 자신들의 행동에 대한 합리화를 한 것이 이들의 가장 큰 실수였다.
“못나긴…… 했지만…… 이 정도로 악랄하지는…… 쿨럭! 않았었는데…….”
이안은 그의 원망과 저주를 귓등으로 넘기며 머리에 발을 가져갔다.
“맞아. 얘는 그럴 놈이 아니지.”
“……뭐?”
<이안 브랜든이었다면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았을 겁니다.>
지금 하는 일은 그가 그토록 바라던 영웅상이 아니니까.
하지만 어쩌겠나.
영웅은 되어 주겠지만 그 방식은 자신의 스타일대로 하기로 했는데.
이안이 차갑게 웃자 요크는 그를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이안!!”
멀리서 목소리가 들렸다.
이안은 힐끔 그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태양교단의 사제들과 성기사, 그리고 단주가 달려오고 있었다.
“흐…… 흐흐…… 태양교단에서 왔으니 네놈도 이제 끝이다. 이 악마…….”
-콰득!!
발에 힘을 넣었다.
그의 머리가 부서지자 이안은 달려온 단주에게 다가갔다.
“여긴 왜 오셨습니까?”
“이런. 벌써 다 해치워 버렸군.”
“별로 어려울 것도 아닌데 별 걱정을 다하시는군요.”
“음. 뭐. 아무튼 아까 사로잡은 그들 중에 몇 명이 증언했다.”
“그래요?”
“블루문에 대한 것을 그들에게 들키고 계약서를 수정했다더군.태양교단에서 확보했다더라.”
그것과 이곳의 계약서만 있으면 브랜든 남작가에서 블루문과 손잡은 것임을 스칼렛 왕국의 귀족원에 알릴 수 있다.
그리되면 이번 일은 무난하게 넘어갈 수 있을거다.
물론 이안의 처리가 과격하기는 했지만 태양교단에서도 증언해줄테니 문제는 없었다.
“매우 아쉬운 일이지.”
이안이 스칼렛 왕국과 적이 되길 바라는 단주는 농담 반, 진담 반을 섞어 말했다.
그를 보던 이안은 피식 웃얐다.
“그렇군요.”
“흠…… 그나저나 가족을 네 손으로 죽인 것인데. 괜찮나?”
아까 들어오며 봤다.
팔곤이 이안의 마법에 의해 숯 덩어리가 된 것을.
그때부터 조금 불안했는데 진짜 자신의 손으로 가족들을 전부 제거할 줄이야.
그가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내자 이안은 빙긋 웃었다.
“모든 것을 버리고 검만을 가져야 하는 검화단의 단주께서 왜 그런 걸 걱정하십니까?”
“넌 검화단의 검사가 아니니까. 아무리 너와 네 가족의 사이가 나쁘다고 하더라도 이 일로 세상은 너에게 손가락질 할 수도 있다. 그만한 각오가 되어 있는 거냐?”
“그깟 각오쯤이야 얼마든지 되어 있습니다.”
단주는 씁쓸해했다.
만약 이안이 가족을 제거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다면 대신 해 주려 했었다.
하지만 쓸데없는 걱정에 불과했다.
“그럼 이제 돌아갈 생각이냐? 아니면…….”
“브랜든 남작의 작위는 제가 받아 가야겠죠. 그리고 이쪽도 정리해야 하고.”
하루 만에 영주와 영주의 가족들이 죽었다.
그 뒤처리를 하지 않는다면 분명 일이 터진다.
“아카데미에는 이제 돌아가지 않겠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뒷정리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릴 텐데?”
“이틀 안에 끝낼 거니 걱정 마시죠. 할 일 없으시면 저 좀 도와주시고.”
이안은 주머니에 손을 꽂고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그걸 지켜보던 단주는 별다른 말 없이 이안의 뒤를 따랐다.
장부들과 계약서들.
그리고 꽤나 많은 서류들.
릴카가 숨겨 놓았던 비밀 장부들까지.
상당한 분량의 자료들이 있었지만 분석 자체는 몇 시간 걸리지 않았다.
“참 개판으로 정리해 놨군.”
<릴카의 글씨체로 확인됩니다.>
“어설퍼.”
납부해야 할 세금을 줄이기 위해 소득을 줄인 부분이 상당하다.
거기에 왕국 지원금 중에 횡령한 것도 꽤 되고.
서류와 장부들을 대충 쓱 훑어본 것만으로도 재정 상황을 전부 파악한 이안이 다음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을 때.
문이 열리며 에우리 사제가 들어왔다.
“이안 성도님. 잠깐 괜찮으십니까?”
“예. 무슨 일이십니까?”
“브랜든 남작가에서 파키라드 용병단과 계약한 예전 계약서를 가지고 계신다 들었습니다.”
“예.”
“파키라드 용병단은 블루문과 손을 잡았고, 또 그들은 태양교단을 공격했습니다.”
“그렇지요.”
“이 일을 본단에 보고해 공론화시켜 용병들에게 경고할 예정입니다. 아. 물론 성도님께 피해가 가지 않게 하겠습니다.”
딱히 상관 없는 일이다.
이안은 따로 정리해 둔 계약서 뭉치를 보여 주었다.
“예! 그걸 저희에게…….”
갑자기 벌컥 문이 열렸다.
들어온 것은 이 빙의체의 기억에 있는 얼굴 중 하나인 중년의 귀족이었다.
“파인 바데스 자작님 아니십니까.”
파인 바데스 자작.
브랜든 영지와 인접한 바데스 자작령의 주인.
고리대금업으로 부를 쌓은 그는 기사들과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이안에게 다가갔다.
“이안 브랜든. 이렇게 다시 보게 되는구나.”
“예. 참 오래간만입니다.”
이안은 힐끔 뒤에 있는 기사들을 보았다.
하나같이 덩치가 좋은 것이 나름 숙련된 기사로 보인다.
“하비드를 죽였나?”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들이 블루문과 손을 잡고 있더군요. 비록 제가 그들의 가족이지만 이걸 그냥 넘어갈 수 있겠습니까?”
이안이 계약서와 장부를 흔들어 보이자 파인은 입술을 깨물었다.
“귀족 살해는 스칼렛 왕국법상 중죄라는 것을 아나?”
“하지만 스칼렛 왕국법상 나라에 해가 되는 일을 하는 자는 누구든 처단할 수 있다고 하지요.”
“블루문과 연결되었다는 것 하나 때문에?”
“그거면 된 것 아닙니까? 그리고 그 부분은 태양교단에서 증언해 주실 겁니다.”
에우리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인상을 찡그렸다.
“좋아. 그 부분은 그렇다고 치지. 네가 브랜든 남작의 작위를 이어받기로 했다면서?”
이안은 이번 일을 후계자 다툼으로 취급했다.
그러니 브랜든 남작령을 이어받는 것도 그가 되리라.
“물론 이것도 스칼렛 왕국에서 인정을 해 줘야 하는 바겠지만.”
“생각이 있으면 인정해 주시겠죠.”
“흥. 실력 좋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그 정도로 자만할 수 있을지 궁금하군.”
“자작가 하나 짓뭉개 버릴 정도는 됩니다.”
이안의 답에 그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요새 이름 좀 날린다고 겁이 없군. 좋아. 그럼 브랜든 남작가에서 빌려 간 내 돈은 어찌할 생각이지?”
안 그래도 그 부분도 어떻게 할지 생각해 둔 것이 있었다.
“이 영지 사시죠.”
그럴 줄 알았다.
아직 어린 이안이 영지를 다스릴 수나 있겠나.
아무리 아카데미에서 배웠다고 해도 무리일 것이다.
파인은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값을 제시했다.
“7만 골드에 사 가지. 이 정도면 너도 이득이다.”
14만 골드로 감정된 영지를 7만 골드에 산다니.
이안은 선심 쓴다는 표정으로 말하는 그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삼십만 골드.”
“뭐?!”
“아. 물론 이 영지에 남은 모든 빚은 그쪽에서 전부 처리한다고 하고.”
그는 표정 하나 안 바꾼 채 무뚝뚝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