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92)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92화(92/300)
◈ 제92화
46. 싸게 팝니다 – 2
“사, 삼십만?! 삼십만 골드가 뉘 집 개 이름이냐?!”
“아카데미에서 키우는 말 이름이 오십만 골드이긴 합니다만.”
이안의 대응에 파인은 이를 갈았다.
“어린놈이 여기저기서 추켜세워 준다고 뭐가 무서운지 모르는구나?”
“그쪽은 뭘 믿고 그렇게 덤비시는지 모르겠군요.”
파인은 코웃음 쳤다.
그리고 가볍게 손을 들자 기사들이 무기를 잡았다.
“태양교단에서는 나서지 말아 주시오. 이건 귀족과 귀족 간의 이야기이니까.”
“예. 나서지 마시죠.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에우리가 뒤로 물러나자 이안은 깃펜을 까딱거렸다.
“무력으로 어떻게 해보자는 거. 아주 훌륭한 판단입니다.”
이안도 이게 편했다.
그의 발언에 기사 중 하나가 이를 갈았다.
“오만방자하구나! 이놈! 당장 네놈의 목을 따…….”
<궤도 계산이 완료되었습니다.>
<이즈리얼 신성 세계의 투척술을 사용합니다.>
그의 외침은 이어지지 못했다.
이안이 던진 깃펜이 그의 머리를 꿰뚫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일격에 즉사한 그가 허물어지듯 쓰러지자 기사들은 당황했다.
“뭐, 뭐야.”
이안은 네 개의 깃펜을 더 던졌다.
하나당 한 명씩.
깔끔하게 그들의 숨통을 끊어 둔 이안은 서랍을 열었다.
그곳에 깃펜이 한 뭉치 들어 있었다.
“큭.”
바데스 자작가의 기사들은 브랜든 남작가의 기사들과는 달랐다.
이들은 나름대로 충성심도 있고, 또 실력도 있는 이들이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소년 하나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는 되지 못했다.
죽음에 대한 공포.
그리고 주인을 위한 충성심.
그것에 갈등하는 이들을 보던 이안은 망설이는 한 명에게 깃펜을 겨눴다.
“왜? 뽑아 보지?”
검자루에 가 있던 손은 결국 움직이지 않았다.
그걸 보던 이안은 같잖다는 듯 비웃으며 의자의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삼십만 골드. 한 푼도 깎아 줄 생각 없습니다.”
“……마스터라고 하더니 진짜였나 보군.”
“삼십오만 골드.”
새로운 깃펜을 꺼내 잉크를 찍고 서류에 서명한 이안은 파인에게 깃펜을 겨눴다.
잉크가 똑 떨어진 깃펜의 날카로운 촉이 자신을 겨누자 파인은 마른 입술을 핥았다.
“이 영지의 적정 가격은 아무리 좋게 봐도 15만 골드를 넘지 않는다.”
“그럴 겁니다.”
“그런데 30만 골드?”
“방금 절반으로 깎으신 분이 하실 말씀은 아닌 듯싶습니다만. 그리고 방금 가격 올랐습니다. 사십만 골드로.”
“원래 장사는 그렇게 하는 것이다.”
“예. 그래서 저도 그렇게 하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사십오만 골드가 되겠군요.”
계속 가격이 오른다.
그걸 보던 파인은 얼굴을 찌푸렸다.
헐값에 영지를 사려고 했다가 터무니없는 값에 강매당하게 생겼다.
파인은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이런 식으로 나와서 너에게 좋을 것이 뭐 있다고 생각하나?”
이안은 깃펜을 던졌다.
“으아악!!”
기사 하나의 이마를 꿰뚫었다.
관통한 깃펜이 벽에 박히자 파인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오십만 골드.”
‘어떻게 하지?’
지금까지 살아오며 이런 위기는 처음이다.
고민을 이어 나가던 그는 희미하게 웃었다.
“네가 날 건드리면 네가 무사할 수 있을 성싶으냐?”
“왜 못한다고 생각합니까? 그리고 오십오만 골드.”
이안은 검을 잡았다.
그걸 본 기사들은 황급히 파인의 앞으로 다가가 무기를 잡았다.
“그걸 뽑으면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
죽음에 대한 공포와 충성심 중에서 충성심을 택했다.
그 모습에 이안은 미소 지었다.
<불가능에 저항하는 모습이 멋지군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모습이지.’
그들을 향해 웃으며 이안이 검을 반쯤 뽑자 파인은 한숨을 쉬었다.
“좋다. 하지만 이안. 이건 기억해 두는 게 좋을 거다.”
“육십만.”
으르렁거리려던 파인은 입을 다물었다.
그를 향해 피식 웃은 이안이 다시 서류에 눈을 돌리자 파인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거래를 위해서는 영지에 다녀와야 한다. 보내 주겠나?”
“다녀오시죠.”
그가 순순히 허락하자 파인은 의아해했다.
그런 그를 향해 이안은 키득거렸다.
“제가 고작 파인 자작님께서 끌고 올 군대를 두려워할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고작.
자신의 정예병이 가진 힘을 저토록 무시하다니.
파인이 울컥하려 했을 때 문이 열렸다.
“이안. 이거 받아라.”
“……검화단 단주?! 다, 당신이 여긴 왜?!”
“뭐냐? 이자들은?”
“브랜든 영지를 구매하실 분입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십니까?”
“아. 몇몇 마을 쪽에서 요청이 들어왔다. 새로운 영주님이 오셨으니 몬스터 처치 좀 해 달라고 하더군.”
이안이 남는 동안 잠깐 도와주기로 한 단주는 그에게 요청서를 올려 주었다.
요청서를 확인해 본 이안은 파인에게 내밀었다.
“자. 다시 한번 여쭤보지요.”
파인도 검화단의 악명은 들어 알고 있었다.
검에 미친 검사들이 모인 무인의 숲 최강의 집단.
그곳의 단주가 여기서 일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
당혹감을 드러낸 그에게 이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제가 바데스 자작가를 두려워할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말문이 막힌 그를 보던 이안은 문을 가리켰다.
“그럼 가서 돈 준비해 오시지요. 판매를 위한 준비는 제가 해 놓을 테니까.”
아무리 영주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영지를 파는 일은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어쨌든 영지는 왕국에 속한 땅이니 말이다.
그렇기에 영지 매각을 위해서는 세 가지 절차가 필요했다.
첫 번째는 밀린 세금과 판매를 위한 세금을 완납하는 것.
두 번째는 기타 서류 및 제반 사항의 요건을 만족시키는 것.
여기까지만 해도 몇 달의 서류 작업이 필요했다.
하지만 제일 크고, 어려운 것이 남았다.
바로 세 번째.
바로 국왕, 혹은 백작급 이상의 귀족의 허가를 받아 귀족원의 의결에서 통과되는 것이다.
이것을 위해 몇 년 전부터 찾아가 친분을 다지거나, 혹은 선물이나 뇌물을 바치는 경우는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세 가지를 이안은 단 이틀 만에 끝냈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엘단 백작님.”
이안의 요청을 받자마자 레일라의 아버지 엘단 바라디스 백작은 만사를 제쳐 두고 브랜든 영지로 찾아왔다.
저택 입구까지 마중 나온 그에게 엘단은 쓰게 웃었다.
“자네가 부탁하는데 당연히 와 줘야지. 그나저나 영지를 판매한다니…… 준비는 다 했나?”
“예.”
“어디 보여주게.”
“방에 준비되어 있으니 가서 보시죠.”
영주의 집무실로 들어가자 단주, 에우리, 그리고 딱딱히 굳어 있는 파인이 있었다.
“에, 엘단 백작님. 저, 저기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음. 그래.”
아무리 파인이 나름 강한 자작이라지만 엘단에 비하면 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가 공손하게 인사하자 엘단은 대충 받아주었다.
그 무례에도 파인은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하고 송구스러워 했다.
“어디 보자…….”
책상에 놓인 서류들을 엘단은 대충 훑어보았다.
크게 문제 될 사항은 없었다.
아직 미납된 세금들이 꽤 있지만 그것을 내기 위한 전표들도 옆에 있다.
그리고 모자라거나 미흡하면 어떤가.
“돌아가 검토해 보고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뒤처리는 내가 해 주지.”
“감사합니다.”
“뭘. 레일라의 목숨을 구해 줬는데. 이 정도 도움을 못 주겠나. 하하하!!”
너털웃음을 터트린 그는 계약서를 확인하고 자신의 인장을 찍었다.
이제 이안과 파인만 찍으면 된다.
“자 자. 어서들 찍게나.”
“예…….”
이제는 무를 수도 없다.
엘단까지 온 상황에서 안 하겠다고 하면 이안 전에 엘단에게 죽는다.
그는 결국 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도장을 꾹 찍었다.
“자네도.”
이안 역시 도장을 찍었다.
두 개의 계약서가 만들어지자 엘단은 히죽 웃었다.
“파인 자작. 축하하네. 이제 이 영지는 자네 것이네. 영주로서의 의무와 권리를 모르지는 않겠지?”
“예에…….”
이딴 쓰레기 같은 영지에 육십만 골드나 쓰게 되다니.
심지어 빚까지 넘겨받았다.
하지만 그가 손해 때문에 우울해하든 말든 이안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럼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아카데미로 복귀하려는 건가?”
“예. 휴가가 오늘까지입니다.”
“그럼 게이트까지는 같이 가지. 내 마차가 있으니까. 그리고…… 검화단 단주께서는 어쩌실 생각이오?”
“난 나대로 움직이지.”
그가 휙 나가 버리자 에우리는 이안을 보았다.
“다시 한번 성도님께 감사를 드려야겠군요.”
“성물. 기대하겠습니다.”
“하하하…… 예. 태양이 성도님의 앞길을 비추시길 빌겠습니다.”
에우리와도 작별 인사를 마쳤다.
이안이 먀네를 챙겨 들고 나가자 엘단의 마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타게나.”
“예. 감사합니다.”
마차에 올라타고 잠시 후 빠른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 정도 속도라면 해가 질 무렵쯤엔 게이트에 도착할 수 있으리라.
“그런데 영지는 왜 판 건가?”
“제가 관리할 여유도 없고 시간도 없습니다.”
“아쉽지 않나? 어쨌든 자네가 태어난 고향일 텐데.”
그런 것 따위는 없었다.
이 빙의체인 이안도 영지에 좋은 기억 따위는 없었으니까.
굳이 한 가지 있다면 어머니의 무덤 정도뿐.
하지만 그것도 특약 사항에 적어 놔서 그곳은 함부로 개발하지 못하게 해 놨다.
“그럼 다행이고. 그나저나…… 지금 제국 아카데미와 교류전 중이라지?”
“그렇습니다.”
“그럼 레일라는 왜 부른 건가?”
하륜과 그래진이 벌써 그녀를 불렀나 보다.
엘단은 불안해하며 이안을 보았다.
“소식 듣지 못하셨습니까?”
“폐건물 쪽에서 문제가 발생했고, 레일라의 지혜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
하지만 상세한 부분은 아직 듣지 못했다.
“뭔가 문제가 있는 건가?”
“없다고 하긴 좀 그렇군요.”
“그래…….”
엘단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잔뜩 담겨 있었다.
그걸 듣던 이안은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래도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B반 애들이 옆에서 지켜 줄 테니까.”
“그래? 그럼 자네는?”
“저도 일 맡긴 입장이니까 틈틈이 가 보도록 하지요. 거기에…….”
<현재 레일라 바라디스는 헬리드 베리단과 함께 아카데미의 카페테리아에 위치해 있습니다.>
키르케가 레일라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니 문제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바로 알아낼 수 있으리라.
“거기에?”
“제가 항상 지켜보고 있으니 걱정 마시죠.”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다행이긴 한데…… 걱정이 될 수밖에 없군. 이해해주게.”
“아버지가 자식을 걱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이안의 답에 엘단은 그나마 안도했다.
“우리 레일라를. 그리고 내 사위가 될 헬리드를 잘 좀 부탁하겠네.”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둘이 결혼합니까?”
“둘이 사이도 좋고, 또 가문과 엮여도 문제가 없을 것 같으니까. 왜? 레일라에게 관심 있나? 하하. 이미 늦었다네.”
엘단이 웃으며 묻자 이안은 딱 잘라 부정했다.
“관심 없습니다.”
“……내 딸이 어디가 어때서.”
그는 휙 고개를 돌리고 작게 투덜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