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93)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93화(93/300)
◈ 제93화
47. 아닌데요 – 1
엘단과 헤어진 후 이안은 바로 아카데미로 복귀했다.
해가 질 무렵이라 생도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끝내고 기숙사로 향한 그가 로비에 들어섰을 때 계단에서 그래진이 내려오고 있었다.
“왔냐?”
“그래. 별일 없었지?”
“별일이라고 해 봐야…….”
그래진은 볼을 긁적거리다가 어깨를 으쓱였다.
“박바레와 위디아가 대련하다가 익스퍼트가 됐어.”
“그건 좀 좋은 소식이군.”
“그리고 C반과 D반에서 왔다가 제국 아카데미 생도들과 싸웠다는 거?”
“흠.”
“빌프로스트 교관과 프리디온 교관님이 대련을 해서 무승부를 이뤄 냈고……. 뭐 그 외에는 문제 될 것이 없군.”
“블루문에서는?”
“안 왔어.”
로비의 소파에 앉은 그래진이 답하자 이안은 키르케에게 지시했다.
키르케 역시도 특별한 정보는 없었는지 별다른 보고는 없었다.
“그래서 넌? 귀성까지 했는데 뭐 없었어? 가족들이 반겨 주던?”
거한 환대가 있었고 이안도 그에 걸맞은 답을 했다.
그가 씩 웃자 그래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 일이 있었던 거야?”
이안은 브랜든 남작가의 패를 보여 주었다.
그걸 본 그래진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건 가주의 패잖아?”
“정확하게 봤네. 엘단 백작님께서 귀족원에 신청하실 테니까 한두 달 안에 내가 브랜든 남작이 될 거야.”
“한두 달? 하긴. 귀족원의 심사를 거치면 그 정도 걸리겠지. 그래도 그런 경우 대부분 통과잖아?”
“응. 거기에 엘단 백작님께서 직접 요청하실 테니까. 그럼 큰 문제가 없겠지.”
이안이 답했을 때 기숙사의 정문이 열렸다.
개인 훈련을 마친 생도들이 들어오다가 이안을 발견했다.
“어머? 이안?”
생도용 경갑옷을 입은 윌디가 달려왔다.
그녀는 방긋 웃으며 반기려다 이안의 손에 들린 패를 보았다.
“그거 스칼렛 왕국 귀족가 가주의 패 아닌가요?”
“맞아. 넌 어떻게 아냐?”
“저도 가문의 소금 거래를 할 때 스칼렛 왕국의 귀족분들을 자주 만나니까요. 그런데 그걸 왜 당신이 갖고 있나요?”
저건 영지의 일을 결정할 때 찍는 도장과도 같은 것이다.
가주 외에는 가질 수 없는 것인데 왜 이안이 갖고 있나.
윌디는 이안을 빤히 보다가 흠칫 놀랐다.
“어…… 설마 브랜든 영지를 다스리게 된 거예요?”
납득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이안이 가진 지식이나 힘을 생각한다면 그가 후계자가 되어 영지를 다스리는 것쯤은 일도 아닐 테니까.
다만 아쉬울 뿐.
그래도 거래를 트면 된다 생각한 그녀가 물었지만 이안은 고개를 젓고 영지에서 있었던 일을 말해 주었다.
“……그렇게 해서 아버지와 새어머니와 이복형들 다 죽이고 브랜든 남작이 됐을 뿐이다.”
전부 들은 B반 생도들은 당황했다.
“……얘는 너무 극단적이라니까.”
하지만 이안의 말대로라면 큰 문제는 없다.
블루문은 대륙에 있는 모든 나라들의 적이다.
그런 적과 결탁한 자들을 제거한 것이고, 또 그 과정도 후계자 계승전으로 치부한다면 못 넘어갈 것도 없었다.
엘단 백작이 나섰고 태양교단도 증언해 줄 거다.
거기에 후계자 계승전 도중에 피가 흐르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큰 문제 없이 이번 일은 넘어갈 거다.
스칼렛 왕국 귀족원이 제정신이라면 말이다.
“뭐. 그럴 것 같진 않지만 문제 생기면 우리 집으로 와라.”
하륜은 이안과 어깨동무를 하며 말했다.
제아무리 스칼렛 왕국에서 이안을 적대시한다고 하더라도 솔트 후작가 정도라면 상대할 수 있었다.
“오버웰 왕국도 망명은 대환영이지. 그나저나 블루문에서 그런 괴물을 만들어 냈다라……. 이게 도대체 뭔 일들이 벌어지는 거야?”
블랜치가 한숨을 토해 내며 말했을 때 기숙사의 문이 열렸다.
“돌아왔으면 어서 씻고 쉴 것이지 다들 왜 로비에 몰려 있나?”
아란세였다.
B반 생도들의 중심에 있는 이안을 발견한 그는 피식 웃었다.
“잘 갔다 왔나?”
“예.”
“그럼 됐다. 내일부터 협력 전투 대비 훈련 들어가니까 그렇게 알도록.”
아란세는 간단하게 말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까 들어온 이들도 가 버리자 그래진은 이안과 함께 방으로 올라가며 말했다.
“그나저나 블루문에서 악마를 끌어들였다라……. 꽤나 위험한 적이 생겼군.”
“원래부터 적이었고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야. 그리고 레일라는 뭐 하고 있냐?”
“지금 태양교단 쪽에 맡겨 놨어.”
폐건물에 대한 조사는 유적학회와 아카데미, 마탑, 그리고 태양교단에서 합동 조사하기로 했다.
그리고 레일라는 하륜과 그래진의 추천으로 태양교단 측에 합류했고 당연히 헬리드가 그녀의 옆에 붙었다.
그래진이 간단하게 설명하며 문을 열자 이안은 안으로 들어가 침대에 앉았다.
“레일라가 잘하려나?”
“잘하겠지. 왜. 걱정되냐?”
“엘단 백작님께서 걱정하시더라.”
“그쪽에서 뭔가 문제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만…….”
팔짱을 끼며 그래진은 짧게 신음했다.
“하지만 세상일이란 건 아무도 모르는 거지. 거기에 거길 만든 놈들이 움직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고.”
그렇게 말하면서도 이안은 꽤나 태평해 보였다.
그가 늘 하던 것처럼 명상을 하기 위해 가부좌를 틀자 그래진도 책을 펼쳤다.
-덜컥!
거칠게 문이 열린다.
이안과 그래진은 집중을 풀고 문 쪽을 보았다.
“이안, 그래진. 시간 괜찮아?”
제국 아카데미 생도 메이였다.
늘 오던 얼굴이 아니라 둘은 의아해했다.
“왜?”
“아. 우리 밖에서 간단하게 회식하기로 했거든.”
“그런데 그걸 왜 우리한테 말하냐?”
“제국 아카데미 전체 회식 아니고 그냥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모이기로 한 거야. 프레돈 아카데미 애들도 가니까 같이 가자.”
그래진은 관심 없다는 듯 책으로 눈을 돌렸다.
메이가 아쉬워하자 이안도 고개를 저었다.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억지로 강요할 수는 없는 법.
그녀가 나가자 이안은 하던 명상을 계속 이어 나갔다.
그리고 다음 날.
회식을 나갔던 생도들은 복귀하지 않았다.
* * *
“이게 뭔 일이래?”
B반의 교실은 꽤나 술렁이고 있었다.
무단 외박이라니.
자칫 잘못하면 꽤나 큰 벌점을 받을 수도 있고, 당분간 외출이 통제될 수도 있었다.
“우리 쪽은 위디아와 박바레인가. 제국 아카데미는 메이를 포함해서 셋이지?”
하륜이 걱정을 담아 중얼거리자 블랜치 역시 표정이 굳었다.
“뭔 일 난 건 아니겠지?”
“뭔 일 났겠지. 걔들이 바보도 아니고 미복귀할 이유가 없잖아.”
제국 아카데미 쪽도 미복귀 때문에 꽤나 시끄러웠다.
무려 세 명이나 미복귀를 해 버린 것이 다들 충격인 듯싶었다.
“뭐 아는 거 없어?”
이안의 옆에 앉아 있던 블랜치가 묻자 그래진은 고개를 저었다.
그도 딱히 들은 것이 없는지 꽤나 당혹스러워할 뿐이었다.
“이거 찾으러 가 봐야 하는 것 아닌가 몰라.”
“이미 아카데미에서 나갔다더라.”
하운드를 필두로 한 사냥꾼들과 교관들이 새벽에 나섰다.
옆에 온 오에리나가 말했을 때 교실의 앞문이 벌컥 열렸다.
“다들 자리에 앉아라.”
“교관님. 저희 애들이…….”
“안다. 하운드 교관과 빌프로스트 교관이 나섰으니까 너희는 수업이나 받아. 뭐. 어제 술을 잔뜩 마시고 취해서 어딘가에 기절해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군.”
아란세는 생도들은 안심시키기 위해 말했지만 그의 표정도 굳어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 사이 먀네와 함께 햇볕을 쬐던 이안에게 키르케가 보고했다.
<그들은 현재 아카데미 마을 뒷골목 블레닌의 맥줏집 지하 창고에 갇혀 있습니다.>
‘술값 안 냈다고 잡힌 건가?’
<아닙니다. 전원 중독되어 있습니다.>
<현재 생명에 지장은 없습니다.>
‘하운드 교관은?’
<마을을 탐문 중입니다.>
‘위치 파악해 두고 잡힌 애들 이동할 것 같으면 말해.’
<알겠습니다.>
키르케에게 이야기를 마쳤을 때쯤 생도들과 대화하던 아란세는 잡담을 멈추고 공지 사항을 전파했다.
“이제 곧 협력 전투가 있는 것은 다들 알 거다. B반과 제국 아카데미의 대결이니 다들 준비는 해 놓도록. 이상.”
할 말을 끝낸 아란세가 나간다.
오늘 오전에는 본수업이 없으니 교양 수업을 들으러 가야 했다.
생도들이 이동하자 발라는 이안의 어깨를 가볍게 잡았다.
“수업 들어갈 거지?”
이안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오늘은 자체 휴강이다.”
“애들 찾으러 가게? 그럼 같이 가자.”
옆에서 듣던 블랜치가 말을 걸었다.
교양 수업이 없어서 개인 훈련을 하려던 그도 나설 생각이었나 보다.
다른 생도들도 동의하고 일어나려 하자 이안은 거절했다.
“너흰 가서 수업이나 받아.”
“에이~ 그래도 같은 반 녀석들에게 뭔 일이 일어났을지 모르는데 같이 가는 게 낫지.”
“맞아요. 이안. 혼자 가면 위험…….”
말하려던 윌디는 입을 다물었다.
생각해 보니 그가 혼자 간다고 위험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조사하려면 인원이 많은 게 좋잖아요? 수업 없는 분들만 참가하도록 하죠. 어때요?”
수업이 있는 생도들은 아쉬워했지만 윌디의 제안도 틀린 것은 아니었다.
거기에 지금은 교류전 중이니 가급적 수업에는 참가하는 것이 나았다.
결국 교양 수업이 있는 생도들은 모두 수업을 들으러 가 버렸다.
이안만 빼고.
“넌 안 가?”
“야금술 심화 수업이라. 안들어가도 만점이야.”
그럼 이번에 수색조에 참가하는 것은 이안과 블랜치, 윌디뿐이었다.
그들이 밖으로 나가려고 할 때 한 명이 다가왔다.
오스넨이었다.
그 역시 교양 수업에 참가해야 한다.
그런데도 따라오려는 모습에 이안은 피식 웃었다.
“왜?”
“생도들을 찾으러 가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함께 갔으면 싶군.”
“황태자 전하께서 이런 일도 하시나요?”
“나는 제국 아카데미의 생도들을 이끄는 대표이기도 하니까. 문제가 생겼다면 해결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
그가 말하자 윌디는 이안을 보았다.
이끄는 것은 그이니 판단을 맡기는 것이다.
“이번 일이 당신 때문에 벌어진 일일 수도 있다면? 댁을 끌어들이기 위해 한 일일지도 몰라.”
“그렇다면 더욱 내가 가야 하는 것이 맞겠지. 거기에 내가 발목을 잡을 것 같나?”
명색이 마스터인데 발목을 잡겠나.
이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뒤를 가리켰다.
“붙어.”
아카데미를 나오자마자 이안은 한 번의 망설임 없이 길을 걸었다.
그걸 보며 윌디는 의아해했다.
“블랜치. 이안이 어디로 가는 거예요?”
“몰라. 그런데 쟤는 몬스터 헌팅 때도 저러잖아?”
하긴 그랬다.
그는 언제나 별다른 설명 없이 길을 찾았고 그때마다 몬스터를 쉽게 발견하곤 했었다.
이번 역시도 그럴 것이라 생각했는지 블랜치는 굳이 캐묻지 않았다.
그렇게 걸어 도착한 곳은 뒷골목 안쪽이었다.
뒷골목의 고약한 냄새에 블랜치와 윌디, 먀네가 코를 쥐는 사이.
이안은 목적지인 작은 건물 앞에서 멈춰 섰다.
“뭐야? 여기야?”
“흔적은 여기로 이어지는데…….”
하지만 이안은 들어가지 않고 있었다.
그 모습에 블랜치와 윌디는 의아해했다.
“왜 그래요?”
<마안에 지배된 자들이 접근 중입니다.>
키르케의 보고와 자신의 감각을 믿으며 이안은 오스넨에게 말했다.
“여기서 애들 지키고 아무도 못 들어오기 해.”
“무슨…….”
말하려던 그도 이질감을 느끼고 무기를 잡았다.
둘의 모습에 블랜치와 윌디가 긴장한 순간.
“으…… 으아으…….”
“아아…… 으…….”
뒷골목의 주민들로 보이는 이들이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멍한 표정으로 그들에게 몰려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