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94)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94화(94/300)
◈ 제94화
47. 아닌데요 – 2
“뭐냐. 너희는.”
대답은 없었다.
돌아오는 것은 그저 막무가내식의 공격뿐.
눈이 풀린 채 거칠게 달려드는 남자를 쳐 낸 윌디는 지팡이를 들었다.
“윈드 브레스!!”
거센 바람이 불며 덤벼드는 이들이 밀려난다.
그것을 본 블랜치가 자세가 흐트러진 여인에게 창을 내지르려 하자 이안이 말했다.
“조종당하는 것뿐인데 괜찮겠냐?”
“아. 그래? 큰일 날 뻔했네.”
창날을 내세우던 블랜치는 방향을 바꿔 가볍게 휘둘렀다.
창대로 그녀를 후려쳐 쓰러트린 그는 윌디에게 외쳤다.
“윌디! 큰 걸로 하나 부탁해!”
“보호나 해 줘요!”
이지심을 잃고 맹목적으로 공격하는 이들이다.
개중에는 덩치 큰 성인 남자도 있었지만 노파도 있었고, 또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보이는 꼬마도 있었다.
약이나 주술로 조종당하는 것뿐이라면 상대하는 데 오러보다 마법이 낫다.
아카데미에서 배운 것을 떠올린 블랜치는 검을 뽑은 오스넨에게외쳤다.
“당신도 죽이지 마!!”
“알겠다.”
뽑은 검을 검집으로 되돌린 오스넨은 그대로 휘둘렀다.
마스터라 그런지 한두 대 맞는 것만으로도 접근하던 이들이 멀리 튕겨 나간다.
하지만 고통을 느끼지 못한 듯 그들은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이안! 여기는 우리가 맡을게!”
“그래. 수고들 해라. 먀네. 너도 돕고.”
“먀아~.”
이안의 어깨에 앉아 있던 먀네가 윌디의 발 앞으로 향했다.
만약의 사태가 발생해도 마네라면 큰 도움이 되리라.
그들이 입구를 지키는 것을 본 이안은 문을 열었다.
키르케가 말한 것처럼 지독한 독기와 악의가 건물 내부에 가득 차 있었다.
“오호.”
가게의 테이블에는 단 한 명만이 앉아 있을 뿐이었다.
맥주잔을 앞에 둔 배불뚝이 중년인은 잔의 맥주를 홀짝이며 이안을 반겼다.
“벌써 날 찾을 줄은 몰랐다. 의심 갈 만한 놈들은 전부 조작을 해 놨는데.”
중년인은 씩 웃으며 가볍게 손뼉을 쳤다.
그와 동시에 안에서 사람들이 걸어 나온다.
바깥에 있던 이들처럼 조종 당하는 자들로 보였다.
하지만 그들과 다른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제대로 무장을 했다는 것이었다.
“잡아.”
“우오오오!!”
네 명의 남자들이 달려들었다.
건장한 전사들이 거칠게 달려들자 이안은 눈을 번뜩였다.
<메두사의 마안을 사용합니다.>
트리브 때와는 달리 그들은 완전하게 굳어 버린 채 미동조차 하지 못했다.
맥주를 홀짝이며 지켜보던 중년인은 눈에 이채를 담았다.
“방금 뭐 한 거냐? 마안 같은데…… 일개 인간 따위가 마안을 쓸 줄 안단 말이야?”
“네놈 눈깔도 마안이군. 그것도 아주 저급한 것이고.”
이안이 검을 잡자 그는 히죽 웃었다.
“내 본래 힘을 드러내는 건 좀 그래서. 아무래도 계약 중이다 보니까 힘쓰기 어렵더라고.”
“악마지? 이름은?”
“사라져야 할 하등한 인간 따위에게 내 이름을 밝힐 이유는 없지.”
<악마 베리스웰입니다.>
<독과 약. 현혹의 마안을 다루는 악마로 사람을 조종하길 좋아합니다.>
“베리스웰이라. 사람 조종하는 거 좋아하던 놈은 다른 곳에도 많았는데. 악마든 인간이든 정말 특별할 것이 없는 곳이네.”
이안이 시큰둥하게 말하자 베리스웰의 표정이 굳었다.
“……뭐냐. 어떻게 알았지?”
그는 답하지 않았다.
그저 말없이 바라볼 뿐.
베리스웰은 이를 갈며 외쳤다.
“저놈을 죽여!!”
알 수 없는 불안감에 그는 눈을 번뜩이며 마안을 발동시켰다.
하지만 메두사의 마안을 해제할 수는 없었다.
당황한 그가 다시 눈을 번뜩였지만 잡힌 이들은 여전히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무슨…… 이, 인간 따위의 마안이…….”
그가 당혹스러워하는 사이 이안은 검을 뽑았다.
천마신공 파천의 장.
오연섬.
빛과 같은 베기가 순식간에 그의 사지와 목을 잘라 버렸다.
<바깥의 인간들의 움직임이 정지하였습니다.>
창밖에서 이어지던 소란이 사라졌다.
하지만 모두 끝난 것은 아니었다.
“밑에 있는 애들은 여전히 중독된 상탠가?”
<그렇습니다.>
마안의 경우 시전자가 죽으면 대부분 그 마안이 풀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독은 달랐다.
그것들은 사용자와 관계없이 개별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니 말이다.
“지금 그거 풀러 가긴 좀 그렇지?”
이안의 말대로였다.
사지와 머리가 잘린 시체에서 검은 기운이 일렁이고 있었다.
<악마 계약자의 육체에 큰 피해를 줄 시 계약에 따라 악마가 이 세계에 구현하게 됩니다.>
“그게 무슨 문제가 되나?”
<아닙니다.>
이안은 데굴 굴러온 베리스웰의 머리를 그대로 짓밟았다.
-콰득!!
중년인의 머리통이 깨진 순간 검은 일렁임이 더욱 커지고 부풀어 오른다.
가게 안에서 느껴지던 악의가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악마 베리스웰이 현계하였습니다.>
완전히 모습을 갖췄다.
대놓고 악의를 내뿜는,
수백개의 눈을 가진 검은 기운의 덩어리가 모습을 드러내자 벌컥 문이 열렸다.
-벌컥!!
“야! 이안! 바깥 상황은 종료……. 저건 뭐냐…….”
바깥에서도 느꼈나 보다.
문을 열고 들어온 블랜치는 기겁하며 뒤로 주춤 물러났다.
보는 것만으로도 불길하고 끔찍한 기운이다.
검푸른 색으로 일렁거리는 기운의 덩어리는 자신의 몸에 있는 기운을 변화시켰다.
“실드!!”
그와 동시에 검푸른 색 덩어리에서 한 줄기 기운이 뿜어졌다.
그것이 실드에 막혀 버리자 오스넨은 검에 오러를 담으며 말했다.
“악마다.”
“와. 그건 몰랐네!”
이 정도 악의를 느낀다면 저게 악마라는 것 따위는 누구라도 알 거다.
블랜치는 오스넨에게 짧게 답하고 외쳤다.
“이안! 애들 찾으러 왔는데 왜 우리가 악마를 만나게 된 거야?!”
“쟤가 애들 잡아갔으니까. 너흰 가서 사제님들 좀 모셔 와.”
“알겠어!”
그들이 뒤로 빠지려는 순간.
베리스웰이 비웃음을 터트렸다.
“히히히! 못가!”
아까의 창과 같은 기운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하나가 아니라 수십이나 된다.
그걸 본 윌디가 아랫입술을 깨물고 전력을 다해 막으려고 했지만 이안이 먼저 움직였다.
천마신공 달의 장.
월광막.
은은한 빛의 기막이 공격을 막아 버린다.
그사이 셋이 이탈하자 베리스웰이 꿈틀거렸다.
“히. 히히…… 히히히!!”
“왜 웃지?”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으냐!! 이 베리스웰 님께서 현계하신 이상! 이곳의 모든 것이 나의 독에 지배되리라!!”
그와 동시에 일렁임이 강해지며 주변으로 검푸른 색의 기운이 퍼졌다.
그것이 그대로 독연으로 바뀌어 버린다.
꽤나 강한 독인지 독연은 벽과 지붕을 부식시켜가며 바깥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지하실에 있는 이들이 중독된 독과 같은 독입니다.>
<독에 중독될 시 이성을 잃고 특정한 명령만을 수행하게 됩니다.>
“일종의 마약 같은 건가?”
<그렇습니다. 성분은 동방 대륙의 생강시 제조용 독과 유사합니다.>
“그럼 해독도 가능하겠군. 상대법도 어렵지 않겠고.”
강력한 독연이 어느새 건물 안을 자욱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이대로 둔다면 마을뿐만 아니라 아카데미까지 악마의 독으로 뒤덮이리라.
베리스웰은 다 끝났다는 듯 광소를 터트렸다.
“으하하! 끝이다! 끝!”
그걸 무심한 눈으로 지켜보던 이안은 손을 들었다.
수십, 아니, 수백 개의 마법진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윈드.”
1서클 마법의 시동어가 발동되었다.
하지만 그 위력은 결코 1서클 수준이 아니었다.
-우득! 우드드득!!
폭풍.
이안의 손에서 만들어진 바람은 말 그대로 폭풍이라고 할 수 있었다.
막대한 바람이 내부를 뒤집어 놓으며 독연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 바람의 위력을 작은 집은 버티지 못했다. 건물 벽과 지붕마저 박살이 나 버리자 베리스웰은 당황했다.
“이, 이건 무슨 마법이……?!”
-와지끈!!
결국 건물 전체가 바람에 휩쓸려 사라져 버렸다.
하늘로 치솟는 거대한 바람이 독연과 건물의 잔해를 완전히 감싸 버리자 이안은 가볍게 손을 들었다.
독이 움직인다.
바람에 의해서 뭉쳐진 독이 한곳에 모여들고 있었다.
악마조차도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에 베리스웰은 말조차 꺼내지 못했다.
그걸 지켜보던 이안은 다른 손을 들었다.
<무스펠의 꺼지지 않는 불을 사용합니다.>
모든 것이 불타 죽음만을 기다렸던 세계가 있었다.
그곳을 구원하며 거뒀던 마지막 거인의 불.
산도, 강도, 바다도, 땅도. 하늘도.
심지어 신조차도 불태웠던 절대의 불이 그의 손가락 위에 맺혔다.
“이, 이게…… 이게 무슨…….”
마치 불 싸라기와 같은 작은 불꽃이다.
하지만 그것을 본 베리스웰은 공포에 질릴 수밖에 없었다.
저 불에서 느껴지는 힘은 자신 따위는 단숨에 불태워 버릴 것임을 눈치챘기 때문에.
어떻게 인간이 저런 힘을 쓸 수 있단 말인가.
그가 어쩔 줄 몰라 하는 사이 이안은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작은 불꽃이 하늘하늘 날아간다.
그리고 그것이 폭풍에 닿은 순간.
“말도 안…….”
바람에 잡혀 있는 독기와 건물의 잔해는 재조차 남기지 못하고 완전히 타 버렸다.
그것을 멍하니 보던 베리스웰은 이안에게 눈을 돌렸다.
“네놈…… 뭐냐! 뭐, 뭐냐아!! 뭔데!!”
이런 것 따위 모른다.
이런 힘 따위는 본 적도 없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힘에 두려워하던 그가 외쳤지만 이안은 답하지 않았다.
“뭐냐! 뭐냔 말이다!!”
여전히 대답은 없었다.
이안은 그저 검을 높이 쳐들었을 뿐.
그걸 본 베리스웰은 섬뜩함을 느꼈다.
칠대 죄악의 앞에 있었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아니다.
그때보다 더욱 두렵다.
마치 자신들을 이끌었던 신의 앞에 있었을 때와 같다.
그저 손길 한 번으로 소멸될지도 모른다는 공포 때문일까?
베리스웰은 저항조차 하지 못한 채 애원했다.
“아, 안 돼……. 하지 마…… 하지 마…….”
하지만 이안의 검은 멈추지 않았다.
그저 천천히.
그에게 내리꽂히고 있었다.
그때였다.
“태양께서 이곳에 자리하실지니! 악은 그 앞에서 모습을 드러낼지어다!!”
기도문과 함께 강렬한 빛이 베리스웰의 몸을 강타했다.
그와 동시에 굳어 있던 그가 튕겨 나가자 이안은 고개를 돌렸다.
“성도님!! 괜찮으십니까?!”
아카데미의 태양신전에 속한 성기사들이 이안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런 그들의 뒤로 맑은 기도음이 들렸다.
“위대하신 태양께서 말씀하시니. 이곳에 자리 잡은 악은 빛에 저항하지 못할 것이고…….”
목소리에 담긴 성력에는 강력한 태양의 기운이 담겨 있었다.
다급하게 뛰어왔는지 땀범벅이 되었음에도 윌리스는 필사적으로 기도문을 외우고 있었다.
그가 기도를 끝내고 성력을 쓰자 이안은 바로 그 안에 담긴 태양의 기운을 받아들였다.
성력에 담긴 태양의 기운이 이안에게 빨려 들어가기 시작한다.
“빛이여! 이곳에 임하소서!!”
아까보다 더욱 강렬한 빛이 베리스웰에게 꽂혔다.
“끄아아아악!!”
검푸른 색의 덩어리가 빛에 의해 불타오르기 시작한다.
그러며 덩어리가 흩어지고 안에 있던 자가 툭 떨어졌다.
고블린을 닮은 괴물이었다.
머리에는 악마를 상징하는 두 개의 뿔이 있고 긴 꼬리가 축 늘어졌다.
긴 코와 날카로운 이빨이 인상적인 괴물은 몸 여기저기에서 연기를 뿜으며 이를 드러냈다.
“같잖은…… 태양의 주구들 따위가…….”
악마 베리스웰이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을 본 성기사들이 공격하자 윌리스는 이안에게 다가갔다.
“괜찮으십니까? 이안 성도님?! 다치신 곳은 없으시지요?!”
“예. 저야 괜찮죠.”
“정말 다행입니다.”
윌리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성기사들과 함께 바깥에서 장을 보고 있을 때 악마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래서 다 제쳐 두고 달려왔는데 설마 이안이 싸우고 있을 줄은 몰랐다.
“성도님께서는 이상하게 악마와 자주 엮이시는군요.”
“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그리고 악마를 매번 쓰러트리시고…….”
보빌드 던전에서.
아카데미에서.
그리고 아카데미 바깥의 마을에서.
“그리고 킬레디 산에서도 악마와 싸우셨다고 들었습니다만…….”
“예.”
이안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윌리스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일년도 안되는 시간동안 이렇게 많이 악마와 싸우다니.
교단의 악마사냥꾼들도 이정도는 아니다.
“이거 정말 성기사라도 하셔야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하하하하!”
그가 진심을 담아 말하자 이안은 웃으며 답했다.
“하하하. 그건 아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