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95)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95화(95/300)
◈ 제95화
48. 매 앞에선 – 1
이안의 냉정한 답에 윌리스는 머쓱해했다.
“어. 음. 그, 그러신가요?”
“윌리스 사제님! 포획 완료했습니다!”
“아. 그렇군요. 예. 일단 신전으로 가지요.”
“알겠습니다.”
성기사들이 베리스웰을 봉인해 데리고 가자 이안은 한쪽으로 눈을 돌렸다.
“왜 그러십니까?”
“제가 악마와 싸운 이유도 저희 애들을 구하기 위해서인지라…….”
이안은 폐허로 걸어갔다.
궁금해하던 윌리스가 다가오는 사이 그는 지하실로 이어지는 바닥의 문을 잡았다.
-끼이이익!!
문이 열리자 윌리스의 표정이 굳었다.
안에서 진하게 느껴지는 악마의 냄새가 그의 불쾌감을 높여 가고 있었다.
“이 밑에 무엇이 있습니까?”
“저희 애들과 제국 아카데미 생도들이 있습니다.”
“먀아아~.”
그때 멀리서 먀네가 달려왔다.
폴짝 뛰어 이안에게 안긴 먀네가 애교를 부리는 사이 오스넨과 블랜치, 윌디도 도착했다.
“이안! 괜찮나?!”
“응.”
“다행이네. 마침 밖에 계신 아우트 사제님을 만나 모시고 왔다. 윌리스 사제님께서도 마을에 계셨다던데. 벌써 오셨군.”
이안의 뒤에 서 있던 윌리스가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흔든다.
그때 골목에서 달의 교단 성기사와 아우트가 튀어나왔다.
“허억. 헉…… 윌리스 사제님께서 먼저 오셨군요. 악마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뛰어오느라 상기된 얼굴로 숨을 고르며 그가 묻자 윌리스는 간단하게 설명했다.
이안과 싸우던 악마를 생포했다.
지금 그 악마는 봉인되어 태양신전으로 가고 있다.
그 말을 듣고나서야 아우트는 겨우 긴장을 풀었다.
“정말 다행입니다. 악마가 현계되었는데도 피해가 없어서.”
물론 큰 피해가 있을 뻔했다.
아카데미 일대가 독연에 의해 절멸당할 뻔했으니까.
이안은 그것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은 채 밑을 가리켰다.
“같이 내려가 주실 수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그런데 밑에서 악마의 기운이 느껴지는군요.”
“정확하게는 악마의 독입니다. 저희 애들과 제국 아카데미 애들이 베리스웰에게 당한 듯싶습니다.”
“이런. 당장 내려가 봐야겠습니다.”
아우트가 디바인 마크를 꺼내 들고 기도를 드리며 내려가자 이안도 그의 뒤를 따랐다.
지하실에 내려가 보니 생도 다섯 명이 묶인 채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들의 눈과 입, 혀, 그리고 손끝과 몸의 상태를 살펴본 아우트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꽤나 강한 독이군요. 어서 치료를 해야겠습니다.”
뒤따라 내려온 윌리스도 확인해보았지만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도 사제라 치유술 정도는 쓸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지독한 악마의 독이라니.
이 정도면 치료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치료를 한다고 하더라도…….”
어쩌면 후유증 때문에 원래 수준의 힘을 쓰지 못할지도 모른다.
두 사제들의 의견에 오스넨은 한숨을 쉬었다.
“저들은 제국으로 보내도록 하겠다. 제국의 어의에게 맡긴다면…….”
“그럴 필요 없어.”
묶여 있던 이들을 풀어 준 이안은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말하는 재료만 구해 와. 내가 치료하지.”
악마가 나타났다는 말에 아카데미는 한바탕 난리가 났다.
교관들이 전투를 위해 나오려 했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이미 해결되었으니까.
하지만 그걸로 끝은 아니었다.
그들은 곧장 후속 조치와 그 악마가 왜 나타났는지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그사이 베리스웰에게 당한 다섯 생도들과 이안은 태양신전으로 향했다.
태양신전의 지하에 있는 치료소에 그들이 들어가자 윌리스는 이안에게 물었다.
“성도님. 정말 치료가 가능하십니까? 아. 의심하는 것은 아닙니다. 성도님께서 치유술을 쓰실 수 있다는 것과 약제술에서도 높은 성적을 받으셨다는 것은 알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혼자서는 힘들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니 베리스웰의 심문에 참석해 해독법에 대해서 알아 두는 것이 낫지 않나 싶었다.
그가 제안하자 함께 온 아우트도 동의했다.
“저도 참가할 예정입니다. 성도님께서도 함께하시지요.”
“아우트 사제님께서도 성력을 쓰실 예정이십니까?”
“예? 태양교단의 사제님들이 계신데 제가 성력을 쓸 일이 있나 모르겠군요.”
사양하려는 그에게 윌리스는 고개를 저었다.
악마를 잡는 일인데 태양교단이고 달의 교단이고 무슨 상관인가.
“달의 교단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면 받고 싶군요.”
“그러시다면 함께해야지요. 신전에서 다른 분들을 모셔오겠습니다.”
달려가는 아우트를 바라보다 문득 윌리스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이곳에서 악마를 두 번이나 심문하게 될 줄은 몰랐다.
“사제님. 준비가 되었습니다.”
“그럼 가실까요?”
“예.”
윌리스를 따라 휘성단에 가 보니 그곳에 결박된 베리스웰이 마구 웃고 있었다.
“하하하!! 지금이야 잘난 듯 너희가 나서고 있지만!! 우리의 주께서 찾아오시는 날 태양과 달이 사라지고 예정된 끝이 찾아오리라!! 카하하핫!!”
잡힌 주제에 잘도 떠든다.
그 거만한 모습을 성기사들이 그냥 둘 리 없었다.
그들은 신성한 불로 달군 인두로 베리스웰의 살을 지졌다.
“크하아아!!”
유황이 타는 냄새와 함께 그는 비명을 내질렀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그는 계속해서 태양과 달뿐만 아니라 이 땅에 있는 모두를 저주했다.
그것을 듣던 헤스티안의 표정이 흐려지자 이안은 그의 뿔을 잡았다.
“야.”
그의 싸늘한 목소리 때문일까?
멋대로 저주하며 떠들던 베리스웰이 움찔했다.
그런 그를 노려보던 이안은 단 한마디만을 꺼냈다.
“닥쳐.”
그제야 그는 눈치를 살피며 입을 다물었다.
그걸 본 헤스티안은 활짝 웃었다.
“역시 이안 성도님이십니다.”
“별말씀을. 그보다 윌리스 사제님. 언제 시작하실 예정이십니까?”
“달의 신전에서 오시면 바로 시작하지요.”
잠시 기다리니 달의 교단 사제들이 헐레벌떡 찾아왔다.
성물과 디바인 마크를 잔뜩 들고 온 그들이 자리잡자 윌리스는 이안을 보았다.
“성도님. 베리스웰에게 뭔가 하실 말씀 있으십니까?”
“예. 있습니다.”
그의 허락을 받고 이안은 베리스웰에게 다가갔다.
“뭐, 뭐냐.”
그의 눈에 명백한 두려움이 섞였다.
그가 커다란 눈을 데굴데굴 굴리는 사이 이안은
악마의 자존심이나 다름없는 뿔을 꽉 잡고 속삭였다.
“내가 만족할 때까지 최대한 버텨 주길 바란다.”
“……응?”
그게 무슨 소린가.
베리스웰은 멍하니 바라보았지만 이안은 설명 없이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최대한 버텨 줄수록 주인님께서 얻으실 것이 많지요.>
‘그렇지.’
베리스웰을 심문하는 과정에서 성력이 사용될 거다.
그걸 바라는 이안 입장에서는 그가 오래 버텨 줄수록 이득이었다.
그걸 알 리 없는 베리스웰은 방금 전의 말을 생각하며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의문이 풀리기도 전에 본격적인 악마의 심문이 시작되었다.
심문 자체는 전에 볼라디를 상대할 때와 큰 차이는 없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안은 나름 만족스러울 정도의 태양과 달의 기운을 획득했다.
“이거 꽤 골치 아픈 문제군요.”
심문 결과 한가지 알아낸 것이 있었다.
베리스웰이 이곳에 온 이유는 노페이스의 의뢰를 받았기 때문이란다.
그와 계약한 인간은 막대한 부와 힘을 원했다.
그렇기에 계약한 이후 돈을 얻을 수 있게 해 주었다.
그것이 바로 노페이스와의 연결이었다.
악마의 힘을 이용해서 노페이스의 의뢰를 수행하고.
그것을 통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돈을 얻었다.
이번 역시 그것과 같은 경우였다.
“하지만 왜 그일까요?”
이안이 묻자 윌리스와 아우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노페이스는 전부터 오스넨 성도님을 노렸습니다. 그러니 이번에도 그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둘의 대답을 들은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왜 베리스웰에게 의뢰를 했냐는 겁니다. 그 녀석. 솔직히 말해 강한 녀석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이안 성도님께는…….”
“그리고 저놈. 한 명을 암살하기 좋은 악마가 아닙니다.”
이안이 말한 대로다.
베리스웰이 아까 썼던 독이나 마안.
그것은 강자 하나를 잡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약한 다수를 잡기에 용이한 것이다.
“그럼 성도님께서는 베리스웰이 오스넨 성도님을 잡으러 온 것만이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예.”
“하지만 그가 거짓말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베리스웰도 그저 이용당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쉬운 점은…… 그 독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는 건데…….”
“베리스웰은 독을 다스리는 악마입니다. 그러니 자신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독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지요.”
이안이 말에 아우트는 무척이나 안타까워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좀 더 심문을 해 봅시다. 그 독에 대해서라도 알아내야 다른 성도님을 구할테니.”
하지만 윌리스는 고개를 젓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심문을 하며 성력을 많이 써 다들 지쳐 보인다.
“조금 쉬었다가 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 말을 들은 이안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성도님?”
쉰다는 것은 성력을 안 쓴다는 얘기다.
그럼 다른 일 하러 가야 한다.
“애들 치료하고 오겠습니다.”
태양신전의 지하에 있는 성소에 들어가자 그곳에 생도들이 누워 있었다.
성물로 몸을 정화하고 있지만 워낙 강한 독이라 그런지 그들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아란세와 윌디, 빌프로스트와 오스넨이 지켜보고 있었다.
“이안. 왔어요?”
“어. 내가 부탁한 건 다 준비해 놨어?”
“예. 오스넨 황태자 전하께서 힘을 많이 쓰셨어요.”
도구야 아카데미의 것을 써도 된다지만 재료가 문제다.
하지만 그것도 오스넨이 제국에 직접 가서 구해 왔으니 됐다.
“구하기 힘든 재료들만 있더군. 몇 가지는 황실에서 얼마 전에 구한 것도 있다. 운이 좋았지.”
쌓여 있는 약재들을 살펴본 이안은 만족했다.
전부 쓸 만한 것들이었다.
“윌디. 좀 도와줘.”
“알겠어요.”
그녀도 약제술이라면 어디 가서 뒤진다는 소리는 들어 본 적 없다.
윌디가 광석이나 몬스터의 재료, 특수한 곳에서 나는 약초나 뼈를 이안의 지시대로 다듬자 그도 약을 조합해 나갔다.
한 번의 망설임 없이 약을 만드는 것을 보던 빌프로스트는 감탄했다.
“호오. 저런…… 저런 식으로도 만들어진단 말인가?”
이안의 방식은 쉽게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희귀한 방식이었다.
나름대로 약제술에 관심이 있던 빌프로스트는 연신 감탄성을 토해 냈다.
“그런…… 저걸 졸여서? 오…… 저런 식으로 액화를…….”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그가 지켜보는 사이 이안은 순식간에 약을 만들어 냈다.
<송화액을 완성했습니다.>
송화액은 동방 대륙의 약왕문의 영약 중 하나다.
피를 맑게 해 주고 내공을 안정시키는 데는 최고로 치는 것이다.
비록 내공 증진의 효과는 없지만 고수일수록 내공의 안정화가 중요하기에 약왕문의 문주들은 반드시 제조법을 익혔었다.
“이안. 그걸 먹여야 하나요? 사람은 다섯인데 약은 한 사발이면…….”
누구에게 먼저 먹여야 할까.
송화액이 담긴 그릇을 내밀며 윌디가 묻자 이안은 대답하는 대신 단번에 들이마셨다.
자리에 있던 넷은 당황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약을 홀라당 마셔 버린 이안은 그릇을 툭 내려놓았다.
“그걸 왜 네가 마셔?!”
놀란 아란세가 어이없어하며 물었다.
그 질문에 이안은 당연한 걸 왜 물어보냐는 듯 당당하게 답했다.
“제가 먹으려고 만든 거니까요.”
그의 당당함에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속았다 생각한 오스넨과 빌프로스트의 표정이 굳었다.
하지만 이안은 그들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 침을 꺼내 박바레의 몸 여기저기에 꽂았다.
“쿨럭!! 쿨럭!! 커억…… 여, 여기 어디……야…….”
그것만으로도 그는 피와 함께 입에서 검은 독을 토해 내고 정신을 차렸다.
“더 자.”
무덤덤하게 말한 이안은 다른 침을 꺼냈다.
그걸로 위디아도 독을 토해내게 하자 오스넨은 떨떠름하게 물었다.
“그걸로 치료가 가능하면 약재는 왜 구해 오라고 한 거지?”
“잘하는 건 공짜로 해 주지 말라는 말이 있으니까.”
“……응?”
“우리 애들한테는 내가 지금까지 받은 게 있으니 그렇다고 치더라도 너네 애들에게까지 공짜로 해 주는 건 좀 아니다 생각하지 않냐?”
당황한 그에게 이안은 한마디 더했다.
“난 그 약재로 치료한다고 안했어.”
약재 구해오면 치료해준다고 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