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96)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96화(96/300)
◈ 제96화
48. 매 앞에선 – 2
틀린 말은 아니다만 왜 이렇게 찝찝한 걸까.
빌프로스트와 오스넨이 신음하는 사이 이안은 제국 아카데미 생도들의 치료도 끝냈다.
“으으…….”
“으아…….”
신전의 치료는 성력을 이용해 독을 중화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이안은 내공과 침술로 독을 빼냈다.
억지로 끌어낸 것이나 마찬가지기에 다들 괴로워하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이안. 이걸로 괜찮은 거예요?”
“사람마다 다르지만 내일 새벽쯤이면 괜찮아질 거야.”
“남부의 주술사 중에 이런 식으로 치료를 하는 사람이 있다고 들었다. 그걸 북부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군.”
빌프로스트가 입을 열자 아란세와 윌디는 처음 듣는 것인지 신기해하며 그를 보았다.
<정확하게는 남부 유목민 중 파글라드 부족이 침술과 유사한 수법을 씁니다.>
물론 이안의 침술은 그런 것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
어쨌든 치료는 되었고 좀 고통스럽긴 하겠지만 그것도 내일이면 없어질 것이다.
그제야 아란세는 안도했다.
“어쨌든 완치되었으니 다행이군.”
그는 인상을 쓰며 박바레와 위디아의 머리를 살짝 쥐어박았다.
말은 안 했지만 얼마나 놀라고 걱정했는지 모른다.
그들이 짧게 신음하는 동안 빌프로스트는 메이에게 다가갔다.
“메이. 정신이 드나?”
“으…… 예에…… 교관님…….”
“어떻게 된 것이냐.”
“그게…….”
“사정은 나중에 물어보시죠. 아직 대답할 기운도 없을 겁니다.”
이안의 제지에 빌프로스트는 한숨을 쉬었다.
아쉬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다.
그가 뒤로 물러나자 오스넨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덕분에 살았군.”
“뭘. 대가 받고 하는 일인데.”
송화액은 전부터 만들려고 했지만 재료 구하는 것이 일이라 미뤄 두고 있었다.
그걸 이렇게 쉽게 만들었으니 이안 입장에서도 나쁠 것은 없다.
그의 답에 오스넨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나저나 노페이스가 악마까지 이용한다라…….”
“그건 언제 들었냐?”
“아까 들어오면서 심문을 참관하던 블랜치에게 들었다. 뭐.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그는 주먹을 꽉 쥐며 중얼거렸다.
“악마까지 껴 있다면 그들을 그냥 놔둘 수는 없을 것 같군.”
“뭐야. 지금까지는 그냥 놔둔 것이었나? 그런 놈들은 미리미리 좀 치우지?”
“이래저래 사정이 있어서. 하지만 이 정도라면 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오스넨은 몸을 돌려 지하에서 올라갔다.
그가 멀어지자 빌프로스트는 이안에게 살짝 고개를 숙였다.
“덕분에 생도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감사를 표하지.”
“감사를 표시하고 싶으시다면 양손 무겁게 하시죠.”
빌프로스트는 피식 웃었다.
별다른 대답 없이 그도 올라가자 윌디는 위디아와 박바레를 내려다보았다.
“어휴. 진짜 이 사고뭉치들.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왜 회식 같은 거 한다고 나가서 이 사달을 내는지. 앞으로 회식 금지예요. 금지.”
회식 좋아하는 아란세는 그녀의 비난에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았다.
그들의 치료를 마치고 이안이 올라가자 윌리스가 그에게 다가갔다.
“성도님. 다른 성도님들의 치료는 잘되셨습니까?”
“예.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가 씩 웃자 윌리스는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다시 심문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가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이안은 기쁘게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윌리스를 따라 돌아가 보니 벌써 심문을 위한 준비가 되어 있었다.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왜 이곳에 왔는지.
그리고 누구의 의뢰를 받았는지.
거기까지는 밝혀냈다.
하지만 그다음이 문제였다.
“너희 악마들이 이 땅에 온 이유가 무엇이냐!”
“카하하!! 등신들이!! 이 세계는 우리의 것이다!! 우리가 가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왜 왔냐니!! 하하하!! 태양과 달의 가호를 받다 보니 미쳐 버린 것인가?!”
“태양께서 너를 비추시리라!!”
성력이 발휘되며 베리스웰의 몸을 지졌다.
그 고통에 비명을 내지르면서도 그의 조롱은 멈춰지지 않았다.
“카하아아악!! 아아아악!! 크하하하! 으하하하!! 이까짓 고통 따위! 지옥의 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너희의 근거지가 어디더냐!”
“캬하하하!! 하아악! 으악!! 크하…… 더 해 봐! 더! 내 창자를 뽑고 뿔을 부러트려 봐라!”
악마 계약자가 세상에 얼마나 있는지.
어떻게 이 세상에 악마가 나온 것인지.
그리고 악마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베리스웰은 성력에 피눈물을 흘리며 고통을 호소하면서도 비웃고 조롱하기만 했다.
그의 강렬한 저항에 심문을 하는 성직자들은 점차 지쳐 가고 있었다.
“꽤나 잘 버티는군요.”
윌리스가 땀을 닦아내고 지친 어조로 말했다.
그때 성가를 부르던 헤스티안이 털썩 주저앉았다.
연거푸 너무 많은 성력을 쓴 탓이다.
“헤스티안 수녀님!”
“허억…… 헉…… 전 괜찮습니다. 저는…….”
수녀들이 그녀를 감싸자 베리스웰은 킬킬 웃었다.
“머저리 같은 헤스티안. 노래밖에 부를 줄 모르는 헤스티안. 네년이 저지른 죄가 무엇인지 나는 안다. 안타까운 것 같으니라고.”
헐떡거리던 헤스티안이 노려보자 베리스웰은 커다란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크흐흐. 오. 불쌍하고 가엾은 헤스티안. 너의 아비가 어땠는 줄 아나?”
“태, 태양께서. 나와 내 가족을 지켜주실…….!”
헤스티안의 선한 눈이 흔들린다.
그것을 본 베리스웰은 더욱 즐거워하며 킬킬 웃었다.
“네년이 아무리 네년 아비의 치부를 숨기려고 하더라도 세상의 모든 것은 우리가 알고 있……. 악!!”
이안은 성큼성큼 다가가 베리스웰의 커다란 눈을 손가락으로 찔렀다.
“수녀님. 괜찮으십니까?”
베리스웰이 뿜어내는 악마의 기운에 고통스러워하던 헤스티안은 애써 고개를 끄덕였다.
땀투성이로 헐떡거리는 그녀를 부축한 이안은 성직자들을 둘러보았다.
다들 지쳐 있는 것이 여기서 더 하는 것은 무리 같다.
“이제 제가 맡겠습니다.”
얻을 것 다 얻었으니 움직여야겠지.
이안이 말하자 아우트는 지친 표정으로 그를 말리려 했다.
“하지만 성도님.”
“지금부터는 미성년자 및 노약자가 관람하기 힘든 장면이 연출될 겁니다. 그러니 주변 정리 좀 부탁드립니다.”
“아. 예. 알겠습니다.”
윌리스와 아우트가 지친 수녀들과 사제들 중에서도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을 보냈다.
남은 것은 몇몇 사제와 성기사, 그리고 수녀 한둘뿐.
그들을 둘러보던 이안은 베리스웰에게 눈을 돌렸다.
그와 시선이 마주치자 베리스웰은 머뭇거렸다.
아까까지만 해도 멋대로 떠들던 조롱과 비난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저 눈치만 살피며 그의 심기에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만 말할 뿐.
“……야. 야이. 나, 나쁜 놈아.”
“쓸데없는 소리 하면 아플 거다.”
“네, 네놈 따위가 뭘 할 수 있지? 난 칠대 죄악을 마주하고도 살아남았다! 너희 인간이 주는 고통 따위는…….”
<무대륙 소림 72예 파마법. 일지선을 사용합니다.>
이안이 손가락을 들자 그 손가락에 파마의 기운이 담겼다.
그걸 본 베리스웰이 놀라는 사이 이안은 그의 이마에 냅다 찔렀다.
“아아아악!! 끄아아아악!!”
아까 성직자들의 성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강한 고통이 찾아왔다.
그도 그럴 것이 소림은 요괴나 악마를 물리치는 데 특화된 곳이었다.
그런 곳의 기술이니 다른 세계의 악마가 쉽게 버텨 낼 리가 있겠나.
하물며 이 세계의 세계관은 힘을 쓰기 위한 법칙에 큰 문제가 없다.
그렇기에 베리스웰은 고스란이 머리에서 파마의 힘이 퍼지는 고통에 비명을 내지를 뿐 이었다.
이안은 이마에 구멍이 뚫렸는데도 살아 있는 베리스웰을 보며 손가락을 천천히 빼냈다.
“지금부터 묻는 말에 솔직하게 답한다.”
“허억…… 허억…… 너…… 뭐냐.”
눈앞에 있는 것은 고작해야 인간에 불과했다.
그런데.
칠대 죄악을 마주했을 때 이상의 공포심이 느껴진다.
그가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이안은 뭔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베리스웰을 보다가 정강이를 걷어찼다.
<무대륙 소림 72예 파마법. 항마퇴를 사용합니다.>
-우두둑!
파마의 힘이 담긴 발 차기에 베리스웰의 다리가 부러졌다.
그가 비명을 내지르며 넘어지자 이안은 그의 뿔을 잡아챘다.
“어디 건방지게. 서서 얘기해.”
“으…… 으윽…… 으…….”
지옥 불의 고통보다.
칠대 죄악이라 불리는 대악마들이 만들어 낸 고통보다.
이안이 툭툭 치는 것이 더 아프다.
베리스웰은 긴장한 얼굴로 이안을 보다가 엉거주춤 섰다.
“시작하시죠.”
“어. 음. 어…….”
손가락으로 찌르고 한 대 걷어찼을 뿐이다.
그런데도 베리스웰이 완전히 주눅 들어 버렸다.
그것에 입을 쩍 벌리고 있던 윌리스는 간신히 헛기침을 하고 물었다.
“이 땅에 너희는 얼마나 있지?”
“크흐흐…… 흐…… 네놈들 따위가 알 리가 없지. 우리가 이곳에 얼마나 있냐고? 하하! 그것은…….”
<무대륙 소림 72예 파마법. 금강복마권을 사용합니다.>
이안의 주먹에 머리를 맞고 개구리처럼 납작 엎어진 베리스웰은 억울해했다.
“마, 말하려고 했다! 말하려고 했어!!”
“존댓말 써라. 확 그 혀도 뽑아 버리기 전에.”
“……해, 했습니다요.”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난 이안은 윌리스 사제에게 말했다.
“여기 편하게 앉아서 물어보시지요.”
윌리스와 아우트는 식은땀을 흘렸다.
“여, 역시 대단하시군요.”
“별것 아닙니다. 태양교단과 달의 교단에서 힘써주셔서 약해진 것을 노리는 것 뿐입니다.”
그가 팔짱을 끼고 지켜보자 베리스웰은 이안의 눈치를 살피며 사제들의 질문에 답했다.
“지금 연락되는 계약자는 배, 백 정도 될 겁니다. 안 되는 놈들까지 쳐도 한 이백 남짓? 잊힌 도시의 탑에 간 놈들도 치면 삼백은 넘을 겁니다.”
“잊힌 도시의 탑? 거긴 왜 간거지?”
이안이 묻자 베리스웰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저도 잘…… 지옥에서 나오기 전에 칠대 죄악, 지옥을 다스리는 일곱 군주들에게 명령을 받은 놈들은 거기로 갔습니다.”
“어떻게 악마들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지.”
“지옥문이 이미 열렸으니까요.”
그 답에 윌리스와 아우트를 비롯한 모든 성직자들의 안색이 파랗게 물들었다.
“그런데 왜 삼백인가? 성서에 따르자면 지옥문이 열리면 구백구십구의 악마가 나오게 되어 있는데…….”
아우트는 윌리스를 보았다.
달의 교단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었는지 그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칠대 죄악께서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하셔서. 저, 저희 같은 선발대만 나와 있을 뿐입니다.”
“지옥문이 언제 열린 거지?”
“그건 저도 잘……. 하지만 지옥문은 틈틈이 열리고 있으니…….”
“틈틈이?”
“이곳 기준으로 일 년에 네 번 정도 열립니다. 차원과 차원이 연결되는 틈을 통해 저희 악마들이 이곳에 나오는 겁니다. 다만 현계하는 것은 쉽지 않아서…….”
계약을 통해야만 이 땅에서 자신의 힘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
그렇기에 악마들이 필사적으로 계약자를 찾아 계약을 하려는 것이다.
그 외에 블루문이 했던 것처럼 키메라를 이용하는 악마도 있었다.
베리스웰이 설명하자 윌리스는 한숨을 내쉬고 계속 물었다.
심문은 해가 지고 나서도 이어졌다.
몇 차례 베리스웰이 저항하긴 했지만 그때마다 이안이 나서니 심문은 멈출 일이 없었다.
그렇게 몇 시간이나 문답이 있고 나서야 사제들은 한숨을 쉬며 심문을 끝냈다.
베리스웰이 신성한 우리에 가둬지자 윌리스와 아우트는 초췌한 얼굴로 이안에게 다가갔다.
“감사합니다. 성도님.”
“악마를 심문할 때 이렇게 편하게 한 적은 처음입니다. 이 모든 것이 성도님 덕분입니다.”
하지만 얻은 정보가 너무나도 충격적이다.
벌써 지옥문이 열렸다니.
“본단에서도 이것을 알고 계실까요?”
“글쎄요……. 하지만 보고는 드려야겠지요.”
윌리스와 아우트는 힘없이 말한 후 애써 웃었다.
“그런데 베리스웰이 어떻게 저리도 순한 양이 된 겁니까?”
둘의 질문에 이안은 어깨를 으쓱였다.
“좀 강한 폭력을 썼을 뿐입니다. 매 앞에는 장사 없는 법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