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Master Play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97)
아카데미의 올마스터 플레이어-97화(97/300)
◈ 제97화
49. 저주에 대하여 – 1
그런 걸 물어본 것이 아니지만 딱히 틀린 말도 아니다.
윌리스와 아우트가 어색하게 웃는 사이 이안은 꾸벅꾸벅 졸고 있는 먀네를 챙겼다.
“그럼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저. 이안 성도님.”
“예?”
“이 일은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예. 벌써 지옥문이 열렸고, 그곳을 통해 악마들이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면…….”
태양교단 사제 윌리스.
달의 교단 사제 아우트.
둘 모두 사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본단의 높으신 분들을 모셔서 다시 한번 심문해 볼 생각입니다. 그때 자리해 주실 수 있습니까?”
아우트 역시 윌리스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다.
달의 교단 본단에서 스승인 대사제를 불러 이 일을 알려야 한다.
하지만 베리스웰이 또 저항하고 조롱하며 저주만 한다면?
그러느니 차라리 이안을 옆에 두는 것이 훨씬 낫다.
그들의 진지한 요청에 이안은 수첩을 펼쳤다.
“이번 주는 안 됩니다. 아카데미 수업 일정이 있는지라.”
“아.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 쪽에서 알아서 하겠습니다.”
“예. 성도님께서 신경 쓰실 필요는 없습니다.”
두 사제가 웃으며 말하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하시죠. 전 이따가 저녁 예배때 찾아뵙겠습니다.”
인사를 하고 그는 휙 나가 버렸다.
멀어지는 이안을 보던 윌리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악마라…….”
“하지만 악마조차도 이안 성도님의 눈치를 살피니…… 나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부디 다른 악마들도 그랬으면 좋겠군요.”
* * *
기숙사로 돌아온 이안은 곧장 방으로 돌아갔다.
그래진은 나갔는지 자리에 없었다.
“먀네. 밥 먹자.”
“먀아~ 먀~.”
이안의 어깨에 앉아 있던 먀네가 뛰어내렸다.
사료가 담긴 그릇에 얼굴을 파묻은 먀네가 밥을 먹고 있을 때 방문이 열렸다.
“애들 구해내고 치료까지 했다며? 수고했다.”
하륜이 차와 쿠키를 들고 들어왔다
그는 이안에게 가문에서 보낸 귀한 차를 끓여 따라 준 후 물었다.
“마을에서 있었던 일은 블랜치에게 들었어. 심문 결과도 거기 가서 들었고.”
“넌 거기 왜 갔는데?”
“애들 걱정돼서 가 봤다. 아무튼. 악마가 왜 나타난 걸까?”
“그거 걱정하는 것보다 협력 전투나 생각하자고.”
이안의 말에 하륜은 당황했다.
악마라는 세계의 적을 놔두고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어이없어하던 그는 이안의 표정을 보며 더 당황했다.
“진심이구나?”
“나한테는 전원 상급으로 승급하는 것이 더 중요해. 그나저나 협력 전투는 예정대로 치러지겠지? 제국 아카데미랑 붙어서 이기면 추가 점수 준다는데.”
“그럴 거야. 애들이 네가 말한 대로 빠르게 회복된다면. 문제는 우리가 아니라 제국 아카데미다.”
“왜?”
“빌프로스트와 오스넨이 휴가를 쓰고 나갔거든.”
“오스넨은 그렇다고 치고 교류전 도중에 교관이 휴가를 쓸 수 있나?”
그것도 인솔자로 온 교관이 가능한 일인가.
이안이 놀라자 하륜은 고개를 저었다.
“사실 허가는 안 내주지. 하지만 일이 좀 크잖아?”
그런 만큼 제국에서도 쉽게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오스넨은 빌프로스트와 함께 제국으로 가 이번 일을 알리고 노페이스를 잡으라 지시하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륜이 의견을 내놓자 키르케도 발언했다.
<현재 오스넨과 빌프로스트는 제국 수도에 도착해 있습니다.>
그럼 됐다.
찻잔을 만지작거리던 이안은 한모금 마시고 물었다.
“그럼 협력 전투는 안 하는 건가?”
“그거야 모르지. 그래도 일정 바뀌진 않았으니까 그냥 하지 않으려나?”
하륜이 말했을 때 문이 열렸다.
몇 권의 책을 들고 온 그래진은 책상 위에 책을 놓으며 말했다.
“뭔 얘기들을 그렇게 해?”
“협력 전투 얘기.”
“아. 그거? 그냥 한다는데? 빌프로스트 교관이랑 오스넨이 아카데미에서 나갈 때 아란세 교관님께 얘기했나 봐.”
내일 오전 중으로 복귀할 것이니 일정은 그대로 진행하자고.
아까 들었던 얘기를 그래진이 해 주자 하륜은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협력 전투가 의미가 있나 싶다. 어차피 우리가 이길 건데.”
오스넨과 이안을 뺀다면 백중세라고 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둘을 포함시키면 그때부터는 상황이 달랐다.
도무지 이안이 지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아. 그리고 아까 레일라 봤어.”
“그래? 요즘 어떻다던?”
“뭔가 심각해 보이는 분위기라 말 안 걸었는데.”
이안은 잠시 생각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넌 오자마자 어디 가려고?”
“레일라 만나러. 갈 거면 같이 가자고.”
밥을 다 먹은 먀네가 이안을 따라가자 하륜과 그래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폐건물 쪽으로 가 보니 꽤나 사람들이 많았다.
마탑과 유적학회.
그리고 아카데미의 관리 인원까지 와 있다.
그들을 지나쳐 안쪽으로 들어가자 헬리드와 함께 뭔가 얘기를 나누는 소녀가 보였다.
“레일라.”
“엇?”
전에 저택에서 봤을 때보다 살이 조금 더 붙어 보기 좋게 된 그녀는 빙긋 웃었다.
이제는 능숙하게 혼자 걸을 수도 있는지 사뿐사뿐 걸어와 이안에게 인사했다.
“오래간만이네요.”
“잘 지냈지? 뭐 좀 찾은 것 있어?”
“아직 이렇다 할 만한 것은 없네요.”
“그래? 부족한 것은?”
“전부죠. 자료들이 너무 적어요.”
“기록된 자료 자체는 없다고 봐야 할 거야. 탐문을 통해서 조사를 하는 게 나을걸.”
만약 기록된 자료가 있었다면 키르케에 의해서 탐지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키르케도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은 그들이 증거가 될만한 것을 조금도 남기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이정도로 철저한 기밀유지를 하는 것을 보니 확실히 보통 놈들은 아닌 것 같다.
레일라도 그리 생각하는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뭐라도 단서가 있으면 좋겠는데……. 아. 그래도 한 가지 알아낸 것이 있긴 해요.”
“뭔데?”
“헤이스팅스가 아카데미 교관으로서 쌓은 부의 이동 부분이죠.”
그녀는 헬리드에게 받은 두꺼운 수첩을 펼쳤다.
“그의 자금이 흘러간 쪽을 조사해 봤어요. 꽤나 잘 숨기긴 했지만 전표의 흐름 자체를 완전히 막지는 못했더라구요.”
이걸 조사하느라 며칠을 고생했다.
으스대는 그녀에게 헬리드는 쓴웃음을 지었다.
“몸이 나아진 지 얼마나 됐다고 그렇게 무리를 하는지.”
“내가 좋아서 하는 건데. 아무튼 여기예요.”
그녀가 적어 준 종이를 받아 본 이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건…….”
“스칼렛 왕국 수도의 파크드의 잔이라는 술집이네요. 헤이스팅스가 가졌던 전표 중 하나가 그곳에서 쓰였다는 얘기가 있어요.”
“오. 그런 기록이 있었나?”
<그러한 기록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기록이 있었다면 키르케가 모를 리 없다.
이안이 묻자 레일라는 손사래를 쳤다.
“아. 그건 아니고…… 전표에 남아 있는 핏자국 때문에 그걸 받은 자가 기억하고 있었던 것뿐이에요.”
하지만 이게 다다.
혹시나 싶어서 그 전표의 흐름을 조사해봤다.
하지만 그 전표는 헤이스팅스에게서 넘어가고 얼마 후 거기서 쓰였다는 것 외에는 특별하게 알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전표 세탁에 실패한 것 같아요. 뭐. 제가 아니었다면 아무도 몰랐겠죠.”
“고생했네.”
“하지만 거기서 무슨 일이 있는지까지는 알 수 없었네요. 아무리 찾아도 자료가 단 하나도 없으니까.”
하지만 한 가지 의심 가는 것은 있었다.
“전 그곳이 헤이스팅스와 관련된 자들. 판데모니움과 관련된 곳이라고 생각해요.”
이안은 레일라가 조사한 내용의 수첩을 읽어 본 후 말했다.
“그럼 내가 알아낸 걸 말해 주지.”
그는 킬레디 산에서 있었던 일을 말해 주었다.
한참 듣던 레일라의 표정은 점점 딱딱하게 굳어갔다.
“블루문의 수장이 정기적으로 거길 간다? 이거 냄새가 나는데요? 그곳의 조사를 더 해 봐야겠군요.”
“괜히 들쑤시지마. 그쪽은 나와 검화단 단주가 알아볼거니까.”
“아하하. 알겠어요. 그럼 다음에 또 보도록 하죠. 더 알게 되면 바로 알려 드릴게요.”
레일라가 헬리드와 함께 가 버린다.
그걸 지켜보던 하륜은 이안을 잡았다.
“야. 뭔 소리야?”
“아까 내가 말한 거 안 들었어?”
“아니 들었지. 내 귀를 의심하는 것뿐이야. 세상에나. 블루문이 악마와 관련된 놈들이었다니. 역시 다 쳐 죽여야 할 놈들이 맞군.”
노페이스뿐만 아니라 블루문도 악마와 관련되었다니.
거기에 헤이스팅스도 어쩌면 연관되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째 복잡한 일 투성이다.
그는 무거운 한숨을 쉰 후 멀어지는 레일라에게 달려갔다.
“어디 가냐?”
“이왕 조사하는 거 좀 도우려고 그런다!”
블루문은 솔트 후작가에서도 곱게 보지 않는 조직이다.
그들의 암살로 거래 상대가 죽은 것 때문에 사업이 몇 차례 흔들릴 뻔한 적이 있었다.
그러니 그들을 쳐 내기 위한 준비라면 돕는 게 낫지 않겠나.
그가 멀어지자 그래진은 이안의 등을 툭 쳤다.
“일이 꽤나 복잡해지는 것 같은데 해결할 수 있겠어?”
“날 뭘로 보고. 너흰 이런 걱정 말고 훈련 준비나 해.”
* * *
다음 날이 되자 위디아와 박바레가 머쓱한 웃음을 지으며 교실로 들어왔다.
그들을 가리키며 오에리나를 필두로 한 생도들이 놀렸다.
“아하하! 당한 것들이다!”
“얼레리꼴레리~.”
“익스퍼트 됐다고 엄청 잘난 척 하더니!”
“으…… 안 그래도 쪽팔리니까 그만 놀려.”
위디아와 박바레는 붉어진 얼굴로 이안에게 다가갔다.
책을 꺼내는 그의 앞에 선 그들은 머쓱함을 감추지 못했다.
“야. 고맙다. 이안.”
“네가 우리 구하고 치료해줬다면서?”
둘이 감사인사를 하자 이안은 늘 그랬던 것처럼 무뚝뚝하게 말했다.
“내가 무슨 말 할지 알지?”
“물론이지. 다음 달에 집에 잠깐 다녀올 건데 그때 달의 교단 성물을 하나 가져다줄게.”
“난 태양교단의 성물이면 되려나? 아니면 아티팩트로 해 주랴?”
“저번 것 같은 대리석이나 하나 줘. 태양교단 의뢰 있어서 하나 만들어야 하니까.”
“그래.”
목숨을 구원받은 것이니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
그들이 감사를 표시하고 물러나자 제국 아카데미에서는 대표로 메이가 다가왔다.
“이안. 덕분에 살았네. 이런 일 있으면 넌 성물이나 아티팩트를 받는다면서? 우리도 좋은 것으로 보내 줄게.”
“너희들 구한 대가는 오스넨에게 받았는데?”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교류전 끝나는 대로 보내 주도록 할게.”
준다는데 거부할 이유가 뭐가 있나.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자 메이는 한 번 더 감사를 표하고 자리에 앉았다.
다들 자리에 앉아 기다리고 있는 사이 교실의 문이 열렸다.
“수업 시작한다. 다들 훈련장으로 나와라.”
오늘은 협력 전투 대비 훈련을 하는 날이다.
빌프로스트와 오스넨이 없지만 수업 일정을 바꿀 이유는 없었다.
다들 무기를 챙기고 나가는 사이 아란세는 이안을 잡았다.
“이안. 넌 빠져라.”
오스넨이라도 있다면 모를까 그도 없는데 이안이 껴서 뭘 하겠나.
그 대신 아란세는 다른 부분을 맡겼다.
“태양신전에서 널 찾더라.”
“무슨 일로요?”
“태양교단의 본단에서 사람이 왔다더군. 베리스웰을 심문하려는데 네가 있어 줬으면 좋겠다더라. 수업은 들은 것으로 해 줄 테니 가 봐. 아니면 훈련 참가할 거냐?”
그렇다면 아란세 쪽에서 말해 줄 수 있었다.
이안은 아카데미의 생도이고 태양교단 역시도 요청 수준에서 끝냈으니까.
아란세가 묻자 이안은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가방을 들었다.
“신전으로 가죠.”
그 말을 들은 아란세는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
태양 신전에는 평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처음 보는 성기사와 사제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던 이안이 들어오자 윌리스가 그를 반겼다.
“성도님. 수업 도중에 모셔서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그런데 달의 교단에서는……?”
“그쪽도 준비를 마치시는 대로 오실겁니다. 자. 휘성단으로 가시죠.”
휘성단에 도착하자 이미 심문을 위한 준비가 되어 있었다.
베리스웰이 눈만 데굴데굴 굴리며 주변을 살피는 동안 이안에게 아우트 또래로 보이는 한 소년이 다가갔다.
“반갑습니다. 이안 성도님. 성도님에 대해서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 뵙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짙은 청발의 잘생긴 소년이었다.
그가 인사하자 이안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주인님. 이자…….>
‘그래. 얼어붙은 시간의 저주다.’
육체의 시간이 완전히 얼어붙어 버리는.
이안에게 있어서 가장 경멸스러운 저주.
그것이 소년에게 걸려 있었다.
“저주에 걸리셨군요.”
그의 말에 소년은 한숨을 내쉰 후 애써 웃었다.
“역시 보통 분은 아니시군요. 저의 불로불사가 저주라는 것을 알고 계시다니.”